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새 편집장 인삿말

2010.07.16 08:4207.16

저는 창간호부터 거울의 독자였답니다. 이제는 물러나신 전 편집장님과 가끔 하며 웃는 이야기인데, 거울 자유게시판에 제가 처음 남긴 글은 ‘거울 배너를 가져가고 싶어요. 마우스 오른쪽 버튼 클릭 금지 소스를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같은, 평범한 독자의 그것이었습니다. 필진으로, 그리고 편집진으로 전 편집장님과 많은 일을 함께 하다가 문득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오래 전 일이라 그런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거울이 막 시작하던 때는, 국내 환상문학에 지금과 같은 희망을 갖기 어려웠습니다. 평범한 환상문학 독자였던 제 두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손에 쥐고 있던 것도 어느샌가 사라지던 때였습니다. 워터가이드도, 정크SF도, 그리고 많은 판타지 장편소설 연재 홈페이지들도 문을 닫자 갈 곳을 잃은 SF/판타지 독자들은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 같은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개중에는 폐쇄된 곳들을 대체할 새로운 홈페이지를 재건하려는 독자들도 있었지만, 금세 힘에 부쳐 게시판이 황량해지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봐야 했습니다.
거울은 많은 다른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지친 제가, 여기서라면 예전처럼 재미있게 놀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서 아시다시피, 거울은 그 동안, 단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웹사이트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냈습니다. 매달 업데이트를 하며 쌓인 단편 환상소설을 엄선해 매년 중단편선을 제작해 독자 여러분께 선보였고, 작가 개인 중단편선으로 새로운 작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으며, 소재별 앤솔러지로 또다른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황금가지, 시작 등 출판사와 함께 진행하는 중단편선은 거울이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제 거울은 다양한 지면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을 배출하며 국내 환상문학에 없어서는 안 될 웹사이트로 성장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이 많은 일을 해내신 전 편집장님처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편집진으로서 웹진 리뉴얼, 웹진 편집ㆍ업데이트, 중단편선 북디자인 등에 관여해왔으니 편집장 일도 잘해낼 수 있다며 용기를 내다가도, 그것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일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다시 긴장됩니다. 그렇지만 시작이 반이라면 벌써 반이나 채운 셈이니까요. 지금부터 나머지 반을 채우려 합니다.
편집장 이ㆍ취임 외에도 거울은 크고 작은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지금 당장 눈에 띄지는 않을 거예요. 장기적인 계획에 의한 변화가 독자 여러분의 눈에 띄려면 몇 달이, 때로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모든 변화는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거울에 찾아와주시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거울에서 늘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환상문학웹진 거울 새 편집장 유서하입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거울을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 mirror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2-11-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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