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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가 보고 있다

2009.07.31 22:3607.31



유혹적인 라미아,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응시

라미아가 보고 있다


도서명: 라미아가 보고 있다The Stress of Her Regard
저  자: 팀 파워스 Tim Powers
옮긴이: 김민혜
장  르: 현대 미국 소설/ 뱀파이어 소설
형  태: B6 양장 / 640면
가  격: 15,000원
발행일: 2009년 6월 25일
발  행: 열린책들 http://www.openbooks.co.kr
ISBN: 978-89-329-0881-6 03840




 팀 파워스의 장편소설 『라미아가 보고 있다』가 김민혜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라미아>는 하반신은 뱀이나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지니고 젊은이들에게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여자 정령이다. 팀 파워스는 이 신화 속의 라미아를 연인을 위해서는 자신의 생명까지 내놓으면서도 연인의 주변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 뮤즈이자 새로운 뱀파이어로 재탄생시켰다. 모든 시인들의 영원한 연인인 이 뮤즈가 사실은 시적 영감의 대가로 피를 요구하는 라미아였다는 설정은 관을 침대 삼는 야행성의 우아하고 귀족적인 흡혈귀라는 기존의 뱀파이어 상(相)을 뛰어넘은 참신함으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19세기 당대 최고 시인들인 바이런, 셸리, 키츠와 라미아 간에 펼쳐진 애증과 공포의 여정을  그들이 남긴 실재 기록과 여러 역사적 문헌을 통해 좇아가는 이 작품은 스팀펑크 문학의 완벽한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드라큘라에서부터 내려오는 뱀파이어의 계보를 현대에 잇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환상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찬사를 받았다. 1990년 미소포에익 판타지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세계환상문학상과 로커스상에도 후보로 올랐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가 정교하게 맞물리는 스팀펑크 문학의 정수

 197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는 훗날 작가가 되는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제임스 블레이록, K. W. 지터, 팀 파워스가 그들이다. 그들의 문학적 관심사는 주로 증기 기관이 등장했던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였으며 당시 유행하던 하이테크 과학을 배경으로 한 사이버펑크cyberpunk 문학에 빗대어 자신들의 문학 스타일을 스팀펑크steampunk라 불렀다. 실제 역사를 토대로 역사가 기술하지 않는 부분들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스팀펑크 문학은 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구성으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모를 정도이다.
 이 작품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서도 크게 두 가지 플롯이 존재한다. 실제 인물인 바이런, 키츠, 셸리와 그 주변 인물들이 이끌어 나가는 역사 안에서 움직이는 플롯과 허구적 인물인 크로퍼드와 조세핀이 라미아와 엮이고 라미아로부터 벗어나는 모험을 따라가는 플롯이 그것이다. 전자는 <역사적 사실>이고 후자 혹은 전자와 후자가 교차하는 지점은 팀 파워스가 창조해 낸 <소설적 허구>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것을 뚜렷이 구분 짓기가 어렵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로 장소를 바꾸어 가며 라미아를 추적하는 여정은 작품 곳곳에 인용된 시인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실제로 남긴 일기나 메모를 통해 증명되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고 있다. 또한 폴리도리의 『뱀파이어』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등 최초로 공포 소설이라는 장르가 탄생된 곳으로 문학사에서 일컬어지는 빌라 디오다티에서의 모임을 완벽히 재현해 낸 레만 호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읽다 보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치밀하게 역사를 따라가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 팀 파워스 소설의 매력이다. 그가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서 펼쳐 보이는 세계는 실제로는 있을 법하지 않은 뱀파이어나 마법이 존재하는 환상적인 세계이다. 하지만 작가가 현실과 교차시켜 촘촘하게 짜놓은 얼개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라미아와의 사투를 따라가노라면 우리가 모르는 <역사의 이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거듭된 반전과 점층적인 복선을 따라가며 느끼는 짜릿함

 『라미아가 보고 있다』는 640쪽에 달하는 두꺼운 작품이지만 4개국을 넘나들며 펼치는 모험들과 뒤로 갈수록 반전을 거듭하며 고조되는 작품의 열기가 전혀 지루함 없이 책의 마지막 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이 작품은 문장 하나하나가 다 함의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롤로그에서 바이런과 셸리가 배를 타고 레만 호를 지나던 중 라미아의 공격을 받는다. 셸리는 바이런에게 라미아는 <물에 빠져 기진맥진한 두 명 같은 각자>에게 이끌린다고 말한다. 이것은 <《물에 빠져 기진맥진 뒤엉킨 채 서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두 사람》같은 수많은 《또 하나》>들이라는 『맥베스』를 인용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일견 방금 전의 공격이 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보이지만, 라미아에게 희생되는 가족을 구하려 힘든 결단을 내리는 셸리의 운명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고, 자신과 라미아 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며, 나아가서는 인류가 라미아에게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한 사건은 다른 사건의 암시가 되며 수많은 사건의 얼개가 서로 켜켜이 쌓여 다의적인 복선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작가의 광대한 문학적 상상력과 완벽한 소설적 구조에 압도당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

 결혼식 전날, 크로퍼드는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다가 결혼반지를 여인의 형상을 한 석상 손가락에 끼워놓는다. 아침에 석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어찌어찌 치른 결혼식 다음 날, 신부가 처참하게 살해된 모습으로 발견되자 크로퍼드는 살인범으로 쫓기게 된다. 도피 중에 만난 키츠는 크로퍼드에게 그가 돌에 기원을 둔 흡혈 일족 라미아의 배우자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무한히 헌신적이며 웅장한 시적 영감을 주는 라미아지만, 자신 이외의 다른 인간을 사랑하지 못하도록 연인의 가족이나 애인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이중성을 지닌 라미아. 크로퍼드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바이런과 셸리를 만나 그들 시인들과 함께, 때로는 눈부시도록 매혹적인 라미아와 함께 사랑을 나누며 태고로부터 내려오는 장엄한 시적 영감에 젖기도 하고, 때로는 공포에 떨며 라미아의 질투에 희생된 근친들을 목도하기도 한다. 드디어 크로퍼드는 키츠, 바이런, 셸리 이 위대한 시인들과 함께 라미아의 기원에 대해 알아내고 라미아를 원래대로 동면시키려 하는데…….


언론 서평

파워스는 눈부신 글쓰기의 재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 워싱턴 포스트

프랑켄슈타인이 드라큘라를 만나다! 팀 파워스 소설은 어둡고 기묘한 것들을 지극히 독창적이고 특이한 색과 스타일로 눈앞에 그려 내며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놀라운 상상력. 기괴한 판타지…….. 독자들은 이 책의 어두운 향기에 취해 책에서 손을 떼기가 힘들 것이다. - 콜럼부스 디스패치

놀랍다. 세부 묘사가 풍부하고 설득력이 넘치면서도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 레이브 리뷰스

굉장하다. 피비린내가 난다. 생동감 있다. 길고 축축한 비 오는 밤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 KLCC,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영감이 어려 있다. 너무나 독특한 목소리와 시각을 지닌 몇 안 되는 작가들 중의 하나. - 아더렘름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처럼, 이 책은 형이상학적 공포와 19세기 초의 과학을 하나로 묶어 놓았다. 흥분이 인다! - 로커스

살아 있는 작가들 중에 이런 생각을 해내고 이렇게 너무나 믿기도록 그려낼 수 있는 자는 다시 없다. 오직 팀 파워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팀 파워스를 따라 이 놀라운 세계를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나면, 다시는 똑같은 식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데이비드 브린

에로틱하고, 놀라우며, 매우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 - 미네아폴리스 스타 트리뷴

뱀파이어 이야기. 신비롭고 으스스하다. 파워스는 지금보다 더 주목할 필요가 있는 작가이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불가사의한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 만약에 우리가 우리보다 더 오래되었으면서 시인과 시적 충동에 매혹을 느끼는 뱀파이어 종족과 지구상에 공존하게 된다면? 만약 이 종족이 바이런과 셸리와 키츠를 사랑하여 희생자로 삼았다면? 파워스는 자신의 판타지적 상상력을 매 순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 Utne 리더

파워스는 어둡고 판타지적인 것을 다루는 이 흥미로운 새 작품에서 자신의 최고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 사이언스 픽션 크로니클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을 타고났다. - 트와일라잇트 존

팀 파워스는 너무나, 너무나 만족감을 준다. 이 작가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 - 아날로그
유례없이 무시무시한 형태의 뱀파이어. - 시카고 선타임스

팀 파워스는 굉장한 작가이다! - 사이언스 픽션 크로니클

수십 년간 아무도 능가할 수 없을 최고의 판타지 작가. - 맨체스터 가디언

소름끼치는 호러 모험물! - 퍼블리셔스 위클리

독창적이고 특이하며 매혹적인 이야기이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주저 없이 추천한다! - 롤랜드 그린, 북리스트

별 네 개 반! - 레이브 리뷰스

재미있다. 당시를 생생히 재현하는 공포소설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본문 중에서

「마이클.」 별 그림 속의 여인이 말했다.
크로퍼드는 무력하게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제 진주 같은 피부 위로 화상 자국들이 보였다. 끔찍하게도 라미아의 기괴한 눈에는 아직도 사랑이 빛나고 있었다. 이런 일을 겪고도 계속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은 없어. 크로퍼드는 생각했다.
「이제는 너무 늦었어요. 전 오늘 죽어요. 최소한 제가 셸리에게로 가는 동안 죽게 해줘요. 가다가 죽을 것이 뻔하지만 말이에요.」 라미아가 말했다.

라미아는 줄어들면서 부예지는 눈으로 크로퍼드에게 사랑과 고통에 가득 찬 시선을 마지막으로 보냈고, 그 뒤 별 그림 중앙에는 작은 석상만이 남아 있었다. 바람이 잦고 나자, 해변에는 크로퍼드와 조세핀뿐이었고, 조세핀은 크로퍼드가 그녀를 던져 버린 곳에 앉아 팔을 문지르고 있었다.
크로퍼드는 세상과 격리된 채 기분 나쁘게 취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여자들을 이리저리 버렸구나. 크로퍼드는 몸을 굽혀 작은 상을 주우며 생각했다. 그는 팔을 뒤로 뺐다가 최대한 멀리 휘둘러 스페치아 만으로 석상을 던졌다. 상은 천천히 돌며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는 듯이 보였지만 마침내 속도를 내며 떨어졌고 짧고 조그만 물보라를 튀긴 뒤 사라졌다.
마치 거대한 규모의 음악이 거의 음속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우주의 오르간에서 뻗어 나오는 것처럼, 사방의 뜨거운 공기가 몇 킬로에 걸쳐 흔들리는 듯이 보였다.

괴물은 점점 더 가까워졌고, 괴물이 숨을 쉴 때마다 음이 변하는 으르렁거림은 이제 멀리서 계곡 가득 울리는 오케스트라 소리같이 들렸다. 저 괴물이 〈노래〉를 하고 있는 건가? 크로퍼드는 자기도 모르게 주요 선율을 따라 하고 있었고, 그 비극적인 장엄함에 숨이 막혔다. 가사가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솟아나고 오팔의 깊이만큼이나 복잡한 언어의 태피스트리가 펄럭거렸다. 이는 태양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지각력 있는 행성들이 작곡한 태곳적의 행진곡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셸리는 바이런의 궁전에서 보았던 여자에 대해 생각했다. 「요즘은 뭘 쓰고 계신가요?」 셸리가 물었다.
바이런이 다시 웃음을 터트리고는 고개를 흔들었지만, 셸리는 바이런이 억지로 웃는다고 느꼈다. 「아니요, 아니요, 병은 재발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제까지 중의 최고작을 쓰는 〈중〉입니다. 일종의…… 서사시로, 〈돈 후안〉이란 제목입니다만, 이 작품의 훌륭함은 제 역량이지, 절대로 무슨…… 무슨 〈뱀파이어〉 덕분이 아닙니다.」 바이런은 마치 자신의 진실을 증명하려는 듯이, 말하면서 셸리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셸리가 입을 열었다. 「아, 전 당신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쨌거나 아마도 〈당신〉이 이 모든 일들에 대해 〈제〉게 잔소리를 늘어놓을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 바이런이 말을 가로챘다. 여전히 웃음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지은이 팀 파워스

195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팀 파워스는 판타지를 주로 집필해 온 SF 계의 전문 작가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시절 제임스 블레이록, K. W. 지터, 필립 K. 딕 등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판타지와 19세기를 자신의 문학의 배경으로 삼게 되었다. 당시 유행하던 하이테크 과학이 등장하던 문학을 일컫는 사이버펑크cyberpunk에 빗대어 증기기관의 시대이던 19세기를 주무대로 하는 자신의 문학을 스팀펑크steampunk라 명명한 그는 『아누비스의 문The Anubis Gates』(1983)으로 필립 K. 딕 기념상과 사이언스 픽션 크로니클상을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뒤 발표한 이 작품『라미아가 보고 있다』에서는 풍부한 역사적 상상력과 신화를 토대로 불멸과 매혹, 그리고 공포를 한 몸에 담은 생명체 <라미아>를 재탄생시키며 19세기 역사와 문학적 상상을 정교하게 결합한 스팀펑크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미소포에익 판타지상을 수상하고 세계 환상 문학상과 로커스 상에 후보로 오른 팀 파워스는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에서 이어지는 고딕-환상 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가라 인정받고 있다.
그의 다른 장편 소설로는 『The Skies Discrowned』(1976, 개정판 제목: Forsake the Sky), 『Epitaph in Rust』(1976), 『The Drawing of the Dark』(1979), 『아누비스의 문The Anubis Gates』(1983), 『Dinner at Deviant's Palace』(1985), 『캐러비안의 마지막 해적On Stranger Tides』(1987), 『라미아가 보고 있다The Stress of Her Regard』(1989),  『Declare』(2000), 『Three Days to Never』(2006)가 있고, 로 『Last Call』(1992), 『Expiration Date』(1995), 『Earthquake Weather』(1997)가 있다. 그 외에도 중단편집과 챕북 형태인 작품이 다수 있다.



옮긴이 김민혜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에서 중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시간 여행자의 사랑』(리처드 매드슨, 2008),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이언 M. 뱅크스, 2007), 『위험한 계약』(할런 코벤, 2007) 등이 있다.




*문의 사항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담당: 편집부 박혜진(Tel. 031-955-4000, 02-3217-7007, qrz@openbooks.co.kr)

열린책들 413-756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2 파주출판도시. T:031)955-4000. F:031)955-4004. www.openbooks.co.kr 미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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