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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김청귤 작가님의 연작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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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는 멸망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을 거라 믿었다”

물에 잠긴 지구에서 춤추고 사랑하는 존재들의 해피엔딩

김청귤의 인물들은 그렇게 발 디딜 곳 없는 곳에서 끝까지 서 있는 법을 보여준다. 천선란(소설가)

인간들 사이의 작은 유토피아에서 바다라는 거대한 유토피아로, 가본 적 없지만 자신이 마땅히 속할 세계로 귀환한다. 심완선(평론가)

2021년 장편소설 《재와 물거품》으로 한국 환상소설장에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으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 김청귤이, 인플루엔셜 문학 브랜드 ‘래빗홀’의 첫 책으로 연작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선보인다. 총 6편의 단편소설이 묶인 이번 연작은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모두 녹고 육지가 사라져가는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간 인류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 연작은 빙하가 녹아 땅이 바다로 뒤덮이고 먹을 것마저 부족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전염병이 돌고 각박해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 사랑하며 우애를 나누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수록된 단편들은 시기적 순서에 따라 배치되었는데, 맨 앞에 위치한 〈불가사리〉에서 식량난과 전염병에 시달리는 시기가 제시된다면, 그다음 단계로 배 위에서 생활하며 떠도는 인간과 물속에 적응한 신인류가 등장하고(〈바다와 함께 춤을〉〈파라다이스〉), 이후 해저도시를 건설해 파편적으로 생존하는 형태가 정착되었다가(〈해저도시 배달부〉 〈해저도시 타코야키〉), 마침내 물속의 신인류만이 남아 세계의 회복을 희원하는 시절(〈산호 트리〉)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 내일을 훔치고 있다”
환상적인 바다를 탐험하며 지구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

어른들은 바다를 두려워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빙하라는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순식간에 녹아서 어떠한 대비도 못 한 채 대부분의 땅이 물에 잠겼다고 했다. 해일에 풍화되어 남은 땅들마저 깎여 나갔고 육지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바다와 함께 춤을〉, p. 65)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지금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공장을 돌리고 오로지 효율만을 추구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환경 문제’나 ‘기후 위기’는 망가진 알람처럼 실감 없는 말이 되어버린 듯싶다. 〈해저도시 배달부〉의 보름은 버려진 스노볼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저런 쓸모없는 것들이 세상에 너무 많아서 모든 땅이 물에 잠긴 걸 텐데.”(p. 124)

김청귤의 소설 속 인간은 동물을 이용해 유전자를 편집하고, 해저도시를 건설하는 등 지구의 주인처럼 행동한다. 생존을 위해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인간들에게 이용당한 동물도, 결국 지구도 억울할 것”(p. 22)이라고 작가는 지적한다. 한편, 인간들의 이기심과 대비되는 존재로 수인(水人)이 등장한다. 이들은 바다 생활에 적응하고 수중 호흡까지 가능하며, 생태계와 어우러진 삶을 살아간다.

기후 소설(Cli-fi)이 김초엽, 천선란, 단요 작가 등의 소설로 큰 주목을 받는 시기를 맞았다. 한국의 판타지소설에서 기후 위기와 해수면 상승에 대한 절망적인 문제의식을 반영하며, 2020년대의 Cli-fi 흐름을 이끌어 갈 또 하나의 아이콘이 바로 김청귤의 이번 소설이 되리라 기대된다.

망해버린 세상에서도 노래하며 춤추는 존재들
연악한 빛을 모아 회복을 향해 가는 사랑의 공동체

나도 모르게 방울 소리에 맞춰 흥얼거렸다. 라라라. 가사는 없지만 그건 노래였다. 빙그르르 돌고, 손을 위아래로 둥글게 말고,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포대 자루에 머리와 팔을 뺄 수 있게 구멍만 낸 옷이라 움직임에 제약이 있었지만 날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박자와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사장님은 타코야키를 굽는 것도 멈춘 채 내 움직임에 맞춰 방울을 흔들고 있었다. 타코야키가 까맣게 타서 연기가 나고 있는데 그게 마치 나를 위한 특수 효과처럼 느껴져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해저도시 타코야키〉, p. 198)

김청귤은 사회적으로 약한 위치에 놓였지만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삶을 삶답게 지켜낼 줄 아는 아름다운 존재들에 주목해온 작가이다. 전작에 이어 이 소설집에서도 멸망 직전의 오늘을 살아가며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사랑이 가득 담겨 수록작들을 따뜻한 무지갯빛으로 물들인다. 이 여섯 편의 소설은 모두 단단한 정상성의 세계에 틈을 열어내고 다채로운 관계를 그려낸다. 딸을 낳고 병을 낫게 해주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두 명의 어머니(〈불가사리〉), 자신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혈연 가족과 달리 보름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배달부 언니들(〈해저도시 배달부〉), 무참한 폭력을 견디며 서로를 살리기 위해 물거품이 되길 선택하는 소녀들(〈파라다이스〉) 등 익숙하게 규정되기 어려운 관계 안에서 주고받는 깊은 사랑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소설마다의 결말이 표면적으로는 인물들이 사라지거나 죽음에 이르는 식이라 하더라도, 책장을 덮으며 우리 마음속에 남는 인상은 분명히 ‘해피엔딩’일 것이다. 작가는 물질적 풍요가 불러온 재난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도, 대책 없는 낙관으로 빠져들지도 않는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세계에서도 노래하고 춤추며 가치 있는 하루를 고민하고 사랑할 용기를 내는 인물들을 통해 희미하나마 빛나는 희망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연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회복된 지구와 새로운 가능성을 끝내 열어 보이고, 온 세상을 밝은 “노란빛으로 물들”(p. 250)인다. 《해저도시 타코야키》는 브레이크를 잃은 듯 파국을 향해 달려 나가는 오늘이지만,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당신을 위하여,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거라는 믿음을 전해주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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