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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셰인 존스, 김영선 옮김, 세계사, 2010년 8월


〈존 말코비치 되기〉스파이크 존즈 제작,
2011년 영화 개봉!


도서 소개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내 마음속에는 정원이 있어요 _2월 938일

알려지지 않은 마을. 2월이 계속해 머물게 된다. ‘2월’이라는 주인공은 마을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더불어 열기구와 연, 새 등 모든 나는 것을 금지시킨다. 눈 덮인 새하얀 마을은 전혀 아름답지 않고 현실을 옥죌 뿐이다. 계속되는 겨울은 마을 사람들의 희망과 미래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저항하는 자는 더욱 고통을 당한다. 새디어스는 2월의 억압에 저항해 전쟁을 일으키지만 저항이 강해질수록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다. 2월과 2월의 부인인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새디어스, 마을 사람들의 슬프고도 절박한 전쟁이 시작된다.

장르의 경계를 완벽히 무너트린 독창적 작품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를 처음 읽으면 열기구, 연, 올빼미, 하늘나라 같은 단어에서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조금 읽어나가다 보면 동화 같은 배경 위로, 더 이상 동화처럼 아름답지 않은 현실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권선징악의 구조로 보이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선과 악의 경계 자체가 사라진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는 장르의 경계를 무너트린 작품이다. 셰인 존스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특기인 시와 단편소설의 요소를 유감없이 활용했다. 모든 글들은 시처럼 짤막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함축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군더더기를 최소화한 짧은 문장 속에는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메타포로 읽은 것이 사실이 되고, 사실로 여긴 것이 메타포로 바뀌는 반전이 이 책 전체에 걸쳐 계속해서 나타난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입체적 스토리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메타포와 사실의 반전이 거듭되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것이다. 처음 2월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절대 악으로서 등장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어 숨은 이야기가 드러날수록 정체가 모호해진다. 거듭되는 반전과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면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두 인물 중 새디어스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보여주는 인물일 수도 있고, 민중을 이끄는 지도자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이상을 추구해 도전을 거듭하는 이상주의자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반면 2월은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권력자로 해석될 수도 있고, 민중을 억압하는 독재자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이상을 억압하는 현실주의자로 해석될 수도 있다. 셰인 존스는 자신이 만든 이 창조물들의 성격을 글 앞부분에는 뚜렷이 구분 짓는 듯하였으나, 이 두 등장인물 중심에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마련해두었다. 소녀가 이 둘 사이에 위치하면서, 전통적인 이야기 속에서 선과 악으로 명확히 대립각을 세워야 할 이 두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모호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고, 독자들은 각 인물들이 취하는 행동의 당위성을 이해하게 된다.

<존 말코비치 되기> 스파이크 존즈 제작, 2011년 영화 개봉!

영화감독이자 배우이며 뮤직비디오를 놀라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는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를 읽고 책 속의 놀라운 상상력과 은유를 알아차렸다. <존 말코비치 되기>로 상업적 완성도와 작품성 모두를 충족시키는 감독으로 인정받았으며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자신의 상상력과 은유의 범주를 사람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킨 스파이크 존즈는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의 출간 직후 영화 판권을 구입하며 영화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졸업 작품으로 출품한 단편영화 <틴맨의 죽음Death to the Tinman>(2006)으로 2007년 선댄스 영화제 단편 부문 주목할 만한 작가상을 받았으며 그룹 MGMT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는 레이 틴토리Ray Tintori를 감독으로 지목하여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사진계의 르네 마그리트, 매기 테일러의 작품이 표지로

사진과 첨단 과학을 결합한 초현실주의적 작품을 발표하여 사진과 미술 작품의 경계를 무너트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매기 테일러Maggie Taylor의 작품, <벌드레스를 입은 소녀Girl with a Beedress>가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의 표지에 소개되었다. 시와 단편소설의 결합으로 탄생한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와 컴퓨터 장비와 사진이 결합되어 탄생한 초현실주의적 미술 작품이 만나서 이 책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저자 소개

셰인 존스Shane Jones 지음
1980년 2월에 태어나 뉴욕 북쪽에 살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시와 단편소설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처음 시도한 장편소설인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원제:         Light Boxes)』(2009)의 온라인 연재가 거듭되자 사람들의 출간 요청이 쇄도하여 작은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출간하자마자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소설 속 독특한 상상력을 눈여겨보고 영화 판권을 전격 구입했다. 직후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에서 출판 판권을 인수해 세계적으로 유서 깊은 펭귄 출판사에서 새롭게 『Light Boxes』(2010)가 출간되었다.
김영선 옮김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언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으로 2010년 IBBY(국제아동도서위원회) 어너리스트(Hornor List) 번역 부문에 선정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도박』 『구덩이』 『수요일의 전쟁』 등이 있으며, 『로빈슨 크루소』 『검은 고양이』 『동물농장』 등을 비롯해 여러 클래식을 완역하기도 했다.

추천의 글

우리에게는 <존 말코비치 되기>로 잘 알려진 감독이자 배우이면서 뮤직비디오 연출가이기도 한 스파이크 존즈의 작품을 즐겨보던 중 우연히 그가 아주 실험적이면서 독창적인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며, 그 영화의 감독으로 최근 선댄스 영화제에 자신의 특이한 콩나물들을 데리고 『오즈의 마법사』를 새롭게 재탄생시킨 작품을 출품해 일약 신예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레이 틴토리를 지목했다는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그토록 까다롭고 매혹적인 제작자와 감독이 평화협정(?)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원제: Light Boxes)』는 작가 셰인 존스의 처녀작이다. 우선 이 작품은 우리가 문학의 테두리 안에 가두어 두었던 장르와 형식을 뿌리부터 재치 있게 펌프질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그가 고안해낸 이 혼종성의 서사와 알레고리들은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다가도 점점 기묘한 가독성을 불러일으킨다. 뭐랄까? 열기구를 타고 몇 시간 쯤 저 아래 이상한 세계를 돌아다닌 기분이랄까? 독자들이여 책 속에 등장하는, 이 뇌종수맥이 궁금해지는 수많은 인물들이 당신의 ‘입술에 들러붙어 숨을 못 쉴’ 지경까지 이야기를 따라가 보시라! 날카롭고도 유쾌한 이 데뷔작에 주목하면서 말이다.

시인, 극작가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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