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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아밀 작가님의 장편 소설 『너라는 이름의 숲』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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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랑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한 줌을 준다”
★소설가 천선란, 이희영 강력 추천★
〈SF 어워드〉 대상 작가 아밀이 그린 디스토피아의 소녀들
폐허 위의 아이돌과 팬, 그들과 함께 앓는 우리들의 성장통

희귀 식물처럼 독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며 자생하는 아밀의 세계
이 세계의 소녀들은 나무처럼 자기 안의 소녀를 견디며 자란다.

‘꽃이 핀 줄 알고 꺾으려 들었다가 심연까지 뻗은 뿌리와 하늘을 가릴 줄기에 오히려 달려 갈 것이다.’ (SF 편집자 최지혜), ‘무덤에서 돋아난 싹이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번식하는 것처럼 확장될 것이다.’ (SF 소설가 구한나리)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자생해온 희귀 식물처럼, 매번 독보적이고 신비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여온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아밀이다. 2018 〈SF 어워드〉 우수상 수상(「로드킬」), 2020 〈SF 어워드〉 대상 수상(「라비」)으로 우리에게 강렬한 자취를 남긴 아밀의 신간 『너라는 이름의 숲』이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아밀의 전작 『로드킬』이, 여성이라는 인류가 절멸한 미래 사회의 ‘소녀’라는 새롭고 특별한 종種의 출현을 예감케 했다면, 『너라는 이름의 숲』에서는 조금 더 보편적인 소녀가 찾아온다. 바로 모두가 사랑하는 ‘소녀 아이돌’이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 역시 ‘소녀’다.
기후 위기로 전 지구에 찾아온 디스토피아, 폐허가 된 지구. 흙먼지가 날리고 모래비가 내리는 서울에서도 맑은 이슬을 머금은 꽃처럼 저 혼자만 싱그러운 아이돌 ‘이채’, 그리고 ‘이채’를 사랑하는 평범한, 아니 평범보다 조금 더 평균 이하인 소녀 ‘정숲’. 전교에서 따돌림당하는 숲의 희망은 오로지 이채뿐이다. 이채의 춤추는 모습, 이채의 음악, 그것들만이 숲에게 작은 위안이 된다.

아밀이 그려내는 디스토피아는 단순히 기후 위기뿐만이 아니다. 외부의 디스토피아가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파괴라면, 내부의 디스토피아는 소녀들이 직면하고 있는 삶 그 자체다. 서울에서 다소 가난한 고등학교로 묘사되는 연강고등학교의 교실 안,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녀들의 권력관계와 알력 다툼이 이 소설의 또 다른 디스토피아다. 우리가 모두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고교 시절을 재현한 것처럼. ‘허다온’을 위시한 연극반 패거리들은 끊임없이 숲을 괴롭힌다. 비밀을 공모하고 소문을 퍼트리며 숲을 곤경에 빠트린다. 나머지 친구들은 허다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밉보이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이며 희망 없는 생존에만 몰두한다.
『너라는 이름의 숲』은 소녀 시절을 마냥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소녀 시절이 돌아가고 싶은 아련한 시간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훼손된 마음과 상처들로 얼룩진 ‘야만의 시절’이기도 할 것이다. 아밀은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희망 없는 소녀들을 야만적이고, 음험하게, 그리하여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그려낸다. 소녀들은 간질거리는 귓속말을 통해 우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우정을 나누던 귓속말을 통해 비밀을 공모하고 어두운 소문을 퍼트리기도 한다. 친구가 다른 친구와 어울리는 것에 묘한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우정을 넘어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숲은 먹이사슬의 최하위에서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버티던 소녀였다.

시선과 검열 사이에서 흔들리는 ‘아이돌’이라는 환상을 지우고
서로에게 체온이 닿는 존재로 다가가기 위해서

우리에겐 과연 우리를 온전히 봐줄 누군가가 있을까? 혹여 그 존재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는 될 수 없을까?
-이희영(소설가, 『테스터』 저자)

얼마 전 걸 그룹 아이돌 ‘공원소녀’의 전 멤버 ‘미야’의 기사가 화제를 모았다. 일본인인 미야는 청운의 꿈을 안고 한국에 와 공원소녀의 멤버로서 아이돌 생활을 했다. 그런데 미야는 여러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아이돌 생활은 마치 감옥 같았다고 폭로함으로써 파장을 몰고 왔다. 매일 이어지는 식단 관리와 체중 보고, 무언가를 입에 넣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하루 2회. 당연히 돈과 자유 시간도 없었으며 휴대폰도 압수당해 매니저의 전화로만 가족하고 통화할 수 있었다.
『너라는 이름의 숲』에서 어마어마한 인기 아이돌로 등장하는 이채 역시 다르지 않다. 이채는 식단 관리, 체중 보고는 기본이고 아티스트 관리라는 미명하에 ‘홈 시스템 접근 키’를 가지고 있는 매니저 미경에게 실시간으로 감시당하며 모든 생활을 간섭받는다. 몸무게가 고작 4킬로그램 증량된 것만으로도 세상이 망한 것처럼 절망하고, 폭식증에 시달리며 음식들을 먹고 토하길 반복한다. 오직 먹을 때만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이채는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는 버추얼 아이돌과, 더 어린 아이돌에게 질투심과 위기감을 느끼며 일부러 살쪘다는 악플을 찾아보는 등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간다.

『너라는 이름의 숲』에서 이채의 진짜 무대는 춤추고 노래하는 화려한 스테이지가 아니다. 루키즘으로 얼룩진 대중들의 시선, 냉혹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실, 한 시절 소모적으로 이용당하고 더 어린 아이돌이 나오면 버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감각, 대중의 사랑과 질타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함, ‘4킬로그램씩이나’ 살이 쪄버린 자신에 대한 열패감이 진짜 아이돌의 무대다.
작가 아밀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여자 아이돌, 즉 ‘여돌’의 팬임을 밝히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누군가를 향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과 진심이 거대한 폭력적 산업을 지탱할 수도 있다는 것은 나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그럼에도 그 사랑이 진실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신비로운 일이지요.’

누군가를 향한 깨끗한 진심이 그를 착취하는 폭력의 기반이 된다는 것은 아이돌 산업의 가장 강력한 모순이다. 그럼에도 그 사랑이 끝까지 ‘깨끗한’ 진심이라는 것도 비극이다.
한편 이채의 모습은 작금의 우리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대 여성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나비약’이라는 식욕 억제제가 유행한다. 또 ‘프로아나’라는 신조어가 새로 생겼다.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선망하고 따르는 섭식장애 환자를 일컫는 말이다. 남모르게 폭식증과 거식증에 번갈아 시달리며 외부의 시선에 전전긍긍하는 소녀들, 벼랑 끝까지 몰릴 대로 몰린 소녀들의 모습이 이채로부터 거울처럼 비친다.
소설가 이희영의 추천사처럼 “우리에겐 과연 우리를 온전히 봐줄 누군가가 있을까? 혹여 그 존재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는 될 수 없을까?” 이런 질문을 『너라는 이름의 숲』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어쩌면 이 세계 자체가 거대한 무대고, 우리는 서로라는 대중들에게 매사 검열당하며 상처받는 이채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자기 자신을 온전히 보듬고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너라는 이름의 숲』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이채와 숲이 가상현실이 아닌 진짜 현실에서 마주하며 체온을 나눈 것처럼 ‘인간은 가공된 이미지가 아닌, 따뜻한 체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곧 자기 안의 힘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

아무래도 고작 사랑 따위로 세상은 바꾸지 못할 테지만 어떤 순간을, 그리고 그것들의 총합인 한 사람의 인생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너라는 이름의 숲』을 읽으며 여실히 느낀다.
-천선란(소설가, 『천 개의 파랑』 저자)

『너라는 이름의 숲』에서 이채를 사랑하는 숲의 진심과 마주하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감각이 얼마나 충만한지를 깨닫게 된다. 소설가 천선란의 추천사 ‘사랑이 세상은 바꾸지 못할 테지만 어떤 순간을, 그리고 그것들의 총합인 한 사람의 인생은 바꿀 수 있다.’라는 말에 지극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 숲은 작중에서 근미래에 새롭게 발발한 병인 ‘가상현실 저항증’을 앓고 있다. 이채는 주로 가상현실을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 거리와 상관없이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만 있다면 촉각이나 후각 같은 감각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가상현실에 접속이 불가능해 이채를 만날 수조차 없는 숲은 어떻게 이채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바로 ‘음악’이라는 매개체 덕분이다. 단순히 아이돌을 동경하는 마음을 넘어서, 숲은 이채가 어떤 심경으로 이런 곡을 썼을지, 이채의 그 순간을 절절히 상상하고 한 음 한 음 조심스럽게 음계를 짚어나가는 이채의 목소리에 감동하며 타인을 향한 공감을 배운다. 이채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육체성이나 빛나는 상품성에 열광하는 팬이 아닌, 순수하게 자신의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팬에게 감격하며 마지막에는 오로지 숲을 위한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

숲은 이채 덕분에 ‘가상현실 저항증자’로 낙인찍혀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그리고 이채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채는 숲 덕분에 처음으로 타인의 검열에서 벗어나 흙비를 맞으며 숲과 함께 자유롭게 춤을 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곧 자기 안의 힘으로 바뀐다. 숲과 이채의 사랑은 자기 스스로 빛을 내며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 마치 아이돌 소녀시대가 부른 〈다시 만난 세계〉라는 곡의 가사처럼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소녀들이었다. 소녀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동경하다가 마침내 그 시절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아밀이 앞으로도 써 내려갈 ‘소녀문학’의 계보가 이어지길 바란다. 『너라는 이름의 숲』은 누군가를 치열하게 사랑했던 그때 그 소녀의 시간으로 우리를 단박에 되돌려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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