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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정보라 작가님이 참여하신 에세이집 『먹고살고 글쓰고』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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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김현진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죄다 돈키호테인 셈이다 9
2. 이서수 미안하지만 쓸게요 39
3. 송승언 사실 당신이 쓰는 글에는 별 가치가 없다, 내 글이 그렇듯이 57
4. 김혜나 나를 위한 동작 79
5. 정보라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 97
6. 전민식 중간쯤에서 보낸 한 철 117
7. 조영주 최저 시급으로 산다는 것 139
8. 김이듬 죽은 시계를 차고 다닌 일 년 159
9. 이원석 대작가가 되는 기분 183

사실 이 기획은 편집자의 개인적인 궁금함에서 시작되었다. 편집자이자, 북디자이너이자, 마케터이자, 경리부 직원이자, 영업부 직원으로 (쉽게 말해 1인출판사 대표로) 일해 오며 항상 소설가를 꿈꿨다. 출판업을 시작한 데엔 여러 동기가 있지만 그중 책을 마음껏 읽으며 일할 수 있으리란 점, 그것이 창작에 도움이 되리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사업은 현실이었다. 단순히 책이 좋아 시작한 출판 사업 뒤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나는 호기롭게도(또는 무모하게도) 그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로 오랜 시간 일과 스트레스에 들들 볶여야 했다. 남들은 잠들 법한 시각에 워드 프로그램을 켜 피로를 이기며 억지로 공상을 끄적였다. 그렇게라도 적은 날엔 차라리 다행이었다. 창작을 위해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면 흥미로운 상상보다는 낮에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면 힘들게 마련한 창작 시간이 능력이 부족한 사업가의 핑곗거리, 또는 허영심의 발로쯤으로 여겨졌다. 나의 창작 욕망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웠다. 글쓰기가 두려워졌고 언젠가부터 일기도 쓰지 않았다.
시도하고 좌절하고 다시 시도하는 날이 반복되었다. 좌절과 새로운 시도 사이의 간격이 점점 길어졌고, 나는 내 이야기가 낯설어졌다. 그럴수록 조금 더 슬퍼졌다. 어느 날엔가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비슷한 상황을 극복하고 작가로서 발을 디딘 사람들 역시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떠올랐다. 그 둘을 잇는 기획, 즉 생업과 창작을 병행해온 작가들이 현재 어려움을 겪는 예비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 나오면 어떨까? 도움을 주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현실적인 조언일 수도 있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줄 수도 있다. 출판 시장에 대한 냉철한 분석일 수도 있고 일하며 글 쓰는 작가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여전히 소설 쓰기는 부진하고 재능 없음을 한탄하는 날이 많지만. 아니, 그런 날이 많을수록 오히려 이따금 작가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에 더욱 만족한다. 이 책에 실린 아홉 개의 이야기에 대한 공통적인 설명은 없다. 각양각색의 내용, 다종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고를 청탁하며 작가들에게 요구한 것은 ‘말해주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였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아주 알맞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색을 통과한 후 어렴풋하게나마 스스로의 색에 대한 예감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 책의 문을 연 김현진 작가는 <네 멋대로 해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여 년 동안 일하며 창작 활동을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어도 먹고살고 글 쓰는 삶의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 이서수 작가는 신춘문예 등단 후 오랜 기간 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업자로 일하며 장편 소설을 준비했다. 등단부터 처음 작품을 펴내기까지 있었던 5년간의 시간 동안 마음을 되돌아보며 독자들에게 소설 쓰는 마음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 송승언 작가는 문학 출판사의 편집자이자 시인이다. 출판업계 종사자로서 원고 노동자의 암울한 현실을 낱낱이 밝힌다. 그가 도착한 결론 역시 얼핏 봐선 지독히 어두워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론 속에서 행복한 글쓰기에 대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 김혜나 작가는 소설을 쓰며 안 좋아진 건강을 회복하고자 요가를 시작했고, 그걸 계기로 지금까지 소설 쓰기와 요가 강의를 업으로 삼게 되었다. 이 책에선 창작하며 자신의 몸을 바로 세우는 것을, 돌보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됨을 이야기한다.

- 정보라 작가는 오랜 시간 창작 활동과 러시아문학 연구를 병행했다. 이 책에서는 소설을 쓰기까지 그가 살아온 삶의 모습과 막 시작하는 초보 작가에게 건네는 실질적 조언을 담았다.

- 전민식 작가는 다양한 일을 하며 글을 써왔고 현재도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이 책에서는 그가 수목장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오토픽션 형식으로 담아냈다.

- 조영주 작가는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를 거치며 작품 활동을 하기까지 카페 바리스타 일을 해왔다. 그 기간 동안의 일과 소회를 진솔하게 적었다.

- 김이듬 작가는 ‘책방이듬’을 운영했고 산문, 소설, 시 등 다양한 글을 썼다. 이 책에 실린 「죽은 시계를 차고 다닌 일 년」에서 세상의 시간과 달리 흐르는 시인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

- 이원석 작가는 시를 쓰고 주짓수를 가르친다. 그는 「대작가가 되는 기분」에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아니 현실을 긍정하며 창작 활동을 해나갈 것을 격려한다. 그의 재치 넘치는 글에서 우리는 그가 논하는 이 시대 '대작가'의 면면을 미리 학습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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