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필진 김인정(미로냥) 작가님의 단편 「연화검, 혹은 흩날리는 티끌」이 출간되었습니다.
“두더지는 실패했다. 그러나 너구리에게는 수가 있었다.”
신선이 되려는 너구리, 어느 날 아씨의 소원을 들어주러 길을 나선다
인간 세상의 고독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한 편의 옛이야기
여우, 호랑이, 해오라기, 두더지, 풍뎅이, 잉어… 그 누구 하나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는 것이렷다.
붉은 먼지, 누런 흙으로 뒤덮인 세상, 그러니까 홍진(紅塵)에 내려가 인간들의 소원을 하나둘 들어주다 보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패한 저들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 너구리에겐 꾀가 있었다. 그렇게 ‘소쿠리’라는 이름의 너구리는 팔 년간 인간 세상을 떠돌다, 쓸쓸히 숨어 사는 아씨의 몸종이 되어 그 소원을 들어주러 길을 나선다. 아씨의 부탁은 신묘한 ‘연화검’을 찾아달라는 것. 과연 우리의 소쿠리는 연화검을 찾아 아씨를 고독에서 꺼내고, 신선이 되어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인가!
‘천 년 묵은 너구리와 감찰 선생’ 설화를 모티프로 하여 재탄생한 신화적인 이야기. 인간에게 연민을 느끼는 너구리의 구수한 입담과 달빛 휘영청한 밤의 정조가 심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