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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루주 사건

2011.08.27 00:0508.27


르루주 사건
에밀 가보리오, 안회남 편역, 페이퍼하우스, 2011년 8월



유럽의 대표 명탐정을 창조해낸 에밀 가보리오와 아서 코난 도일
그들의 첫 장편 소설이 우리나라 근대 문학의 향기와 어우러진다!
≪르루주 사건≫, ≪붉은 실≫로 만나는 페이퍼하우스의 고전 추리 걸작!!


세계 최초 장편 추리 소설인 에밀 가보리오의 ≪르루주 사건≫과 코난 도일의 첫 장편 소설  ≪주홍색 연구≫, 두 편의 고전 추리 소설이 우리나라 근대 문인들의 손끝에서 재탄생했다. 안회남은 ≪르루주 사건≫을 원작 그대로 충실히 번역해냈으며, 천리구 김동성은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를 번안하여 ≪붉은 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프랑스와 영국의 대표적인 명탐정 르코크와 셜록 홈즈가 한국 근대 문학의 특색을 덧입고 활약하는 셈이다.
1920년대 후반 이후 창작 추리소설의 등장 이전까지 대중들의 근대적 서구 문화에 대한 갈망과 추리소설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던 것은 번역· 번안 작품들이다. 한국 추리소설 형성의 한 장(場)을 살펴볼 귀중한 기회로 ≪붉은 실≫과  ≪르루주 사건≫을 소개하며 더불어 옛 문체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재미 또한 함께 선사한다.

장편 추리 소설의 시조 에밀 가보리오
그가 생명을 불어넣은 두 명탐정의 등장!!
스승과 제자가 ≪르루주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손을 잡았다!


훗날 프랑스 최고의 명탐정으로 이름을 드날리지만, 아직은 애송이에 불과한 르코크 탐정. 그러나 그의 눈썰미는 여간내기가 아니라, 사건이 난항에 빠져들 조짐이 보이자 잽싸게 스승격인 타바레를 고문 역할로 추천한다. 연륜과 통찰로 무장한 노탐정 타바레는 사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작고 동그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온갖 단서들을 척척 찾아낸다.
에밀 가보리오는 ≪르루주 사건≫에 두 명의 명탐정을 등장시키며 명탐정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프랑스의 대중 신문 ≪르 페이≫에 이 소설을 연재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단행본으로 출간된 후에는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추리 소설의 세계를 열어젖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낡은 번역에서 낯설지 않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색다른 묘미


≪르루주 사건≫이 한국 땅에 처음 소개된 지도 100여 년이 흘렀다. 추리 소설로써의 매력과 드라마로써의 특성을 고루 지닌 이 작품은 오랫동안 한국 독자들의 눈길을 끌어왔으나, 1940년 안회남의 번역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번역이 이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세계 최초의 장편 추리 소설이라는 상징성이 있음에도 현 시대의 한국 독자들이 ≪르루주 사건≫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이번 고전 추리 걸작 기획을 통해 프랑스 추리 소설의 족보를 대표하는 주인공을 우리 식의 옛 번역으로 읽는 즐거움과 재미를 만끽해본다.


◈ 책 속으로

“매우 자세하게 아시는군요.”
서장은 약간 빈정거리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것은 뭐,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뻐꾹 시곌 보십쇼. 저 시계는 겨우 십사오 시간밖에 가지 못하는 것이니깐 과부는 하루 한 번, 말하면 자기 전에 한 번씩 태엽을 감아 주었을 것이 틀림없는데 지금 이 시계는 아홉 시에 가서 섰습니다. 그것은 그 여자가 그 시각에 시계에 손을 대었다는 증명이 되는 것으로 즉 바로 아홉 시에 시계 줄을 잡아당기려고 할 때에 범인은 문을 두드렸을 것입니다. 그 증거론 시계 밑에 발돋움으로 썼던 의자가 놓여 있고 그 의자에는 그 여자의 발자국이 확실히 남아 있습니다. 다시 그 여자의 침의를 보십쇼. 저고리를 벗은 채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고로 옷을 고쳐 입을 틈도 없는 까닭에 당황해서 헌 숄을 어깨에다 걸치고 문을 열러 나갔던 것입니다.”
“딴은 용습니다.”
순사 부장은 은근히 감탄하였다.  -본문 p.38

타바레 씨는 파리 생라자르 역에서 약 사 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곳에 한 채 커다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이 건물은 이 노老독신자에게는 너무 넓어서 자기는 아래층 일부분만을 점령하고 일찍이 수집한 만권의 서적을 유일의 장식으로 하고 하녀 한 사람을 부리고는 간소한 생활을 하고 있고 다른 부분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어 거기서 나는 것도 상당하였다. 이 가주요 마음 좋은 노인인 타바레 씨가 티로클레어라는 변명으로 경시청의 고문이 되어 여러 가지 난사건을 해결해 낸 명탐정이라고는 그 많은 세든 사람을 비롯하여 세상에서는 누구 한 사람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타바레 씨 자신도 그것만은 극히 비밀히 하고 있었다.  -본문 p.51


◈ 작가 소개

에밀 가보리오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1863년 세계 최초의 장편 추리 소설 《르루주 사건》을 신문에 연재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가 창조해 낸 르코크 탐정은 코난 도일의 창작에 영향을 주었다. 그 외 저서로 《오르시발의 범죄》, 《서류 113호》, 《르코크 탐정》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안회남
190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안필승으로, 근대 문학 초창기의 작가인 안국선의 삼대독자다. 수송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하여 소설가 김유정과 한 반에서 수학하며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그러나 안국선이 사업에 잇달아 실패하고 와병 끝에 사망하면서 집안이 몰락하자 학교를 그만두었다. 1931년에 등단한 뒤 개벽사에 입사하여 여러 문예 잡지의 편집을 맡아 보는 한편 많은 단편 소설과 평론을 발표했다. 특히 개인의 신변과 세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소설로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신세대 작가로 부상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쳤다. 태평양 전쟁 말기에 충청남도 연기에 내려가 머물던 중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의 탄광에 동원되어 끌려갔다. 해방 직후 귀국하여 징용 체험을 형상화한 소설과 사회 모순에 대한 치열한 저항 의식을 드러낸 작품 세계를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조선문학가동맹의 소설부 위원장 겸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하다가 1948년에 월북했다. 1960년대에 숙청된 것으로 짐작되며, 북한에 유족이 남아 있다. 소설집으로 《안회남 단편집》(1939), 《탁류를 헤치고》(1942), 《대지는 부른다》(1944), 《전원》(1946), 《불》(1947), 《봄이 오면》(1948)이 있다.



◈ 엮은이 소개

박진영  www.bookgram.pe.kr
연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번역과 번안 문학을 통해 근대 한국의 시대정신과 상상력을 재조명한 《번역과 번안의 시대》를 썼으며 《한국의 번안 소설》(전 10권), 《번안 소설어 사전》, 《불여귀》, 《진주탑》, 《신문관 번역 소설 전집》을 펴냈다. 최근에는 《한국에 온 톨스토이》와 《홍난파 소설 전집》을 엮는 일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최초의 추리 소설사가 될 《탐정과 밀정-한국 추리 소설의 역사》를 쓰는 일에도 뛰어들었다. 빼어난 대중 소설이면서도 문학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작품을 찾아내 비평적 정본으로 펴내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 차례

펴내는 말∥오래된 번역의 새로움과 매력
일러두기

옮긴이 머리말_안회남

1. 과부의 집
2. 범인은 정부일까
3. 증거 수집
4. 타바레 탐정
5. 번민하는 모자
6. 묶은 편지 뭉치
7. 가짜 아들
8. 그늘에 핀 꽃
9. 심야의 방문
10. 부자 논쟁
11. 체포
12. 증인 노엘
13. 백작의 술회
14. 하인들의 공술
15. 불굴의 자작
16. 부자
17. 그날 밤의 비밀
18. 임종의 일언
19. 기사와 같이
20. 귀고리를 단 사나이
21. 탐정장의 개선
22. 부재 증명
23. 가면을 버리고
24. 절망

|부록|
일본어 판 《사람인가 귀신인가》 머리말_구로이와 루이코
일본어 판 《르루주 사건》 머리말_에도가와 란포
번안 소설 《마심 불심》 머리말_김내성
복각판 《복면 신사》 머리말_김문서
평론 <탐정 소설>_안회남

해설∥탐정의 탄생과 추리 소설의 청춘 시대_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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