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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김아직 작가님의 SF소설 『녹슬지 않는 세계 』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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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꿈꾼 안드로이드
새 시대의 마녀가 되다

김아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녹슬지 않는 세계』가 북다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노비스 탐정 길은목』은 견습 수녀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탐정물로, 독특한 콘셉트와 치밀한 전개로 큰 호평을 받았다.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신작 『녹슬지 않는 세계』는 ‘천국을 꿈꾸며 병자성사를 받은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SF 스릴러 소설이다. 감히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영역인 천국을 넘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근본주의 교회는 그 안드로이드를 ‘새 시대의 마녀’로 규정하고 사냥꾼에게 파괴를 위한 추격 명령을 내린다.

로봇 시대에 벌어지는 마녀사냥을 그려내는 소설은,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하는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SF의 정수가 담긴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마녀사냥’이라는 종교적 신념과 피아식별의 가치관이 혼란스럽게 얽힌 이야기를 대담한 방식으로 작품에 녹여내며 재조명한다. 작품을 읽는 동안 독자는 독보적인 주제의식과 흡인력을 가진 미스터리 스릴러의 충만한 장르적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인간성의 본질을 성찰하는 SF적 사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선택받은 자들의 도시, 메가시티
그곳에서 펼쳐지는 안드로이드 마녀사냥!

은퇴 사제들의 요양촌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노신부 ‘레미지오’는 치매로 점차 총기가 흐려지는 처지를 한탄한다. 한 번이라도 더 사제로서 쓰임을 다하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던 그에게 어느 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며, 지금 당장 병자성사를 청하는 신도 ‘루치아’의 부탁에 레미지오는 소명감에 고양된 채 빗속을 내달린다. 한 치 앞도 잘 분간되지 않는 폭우 속에서 루치아와 접견한 레미지오는 그녀를 위해 병자성사를 집전하지만, 성사가 끝난 후 루치아가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절망한 레미지오는 이 성사가 무효라 외치지만 루치아는 ‘성사의 사효성(事效性)’을 언급하며 자신은 이제 천국에 갈 것이라 말하고는 종적을 감춘다.

“병자성사를 청하기 전에 다 찾아보았습니다. 엑스 오페레 오페라토(Ex opere Operato). 성사는, 성사를 집행하는 자의 태도나 성사를 받는 자의 상태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유효하다.” (21쪽)

레미지오는 비탄에 찬 채 요양촌의 총책임자인 ‘유안석’ 묜시뇰에게 사건을 고백한다. 반안드로이드 기조의 가톨릭 보수단체 소속인 유안석은 감히 천국을 논한 불경한 로봇의 존재에 분노하며 자신의 수하인 ‘제이’에게 추적을 명령한다.
3년 전, 기억을 잃은 채 유안석에게 거두어진 제이는 왜 안드로이드가 병자성사를 받은 게 큰 사건인지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가톨릭 정보국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프로파일링과 탐문 조사를 통해 빠른 속도로 루치아의 정체를 파악해간다.
조사를 진행할수록 제이는 루치아가 흔한 방식의 오류가 발생한 로봇이 아니며, 로봇의 존재 의의인 ‘명령어 규칙’을 준수하고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제이는 그 추론을 바탕으로 ‘안드로이드의 병자성사’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내며 루치아의 뒤를 쫓는데……. 로봇에게 성사를 주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던 레미지오가 루치아를 찾아 나섰다 실종되며,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각자의 구원을 찾는 사냥꾼과 마녀는
녹슬지 않는 영원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

소설은 ‘안드로이드의 병자성사’ 사건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어느 시대든 ‘마녀사냥’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본질에 대해 예리하게 그려낸다. 작중에서 근본주의 교회를 대표하는 인물인 유안석은 한결같이 천국은 오로지 ‘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피조물’로서 감히 천국을 꿈꾼 불경한 로봇을 없애야만 성스러운 천국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그는 루치아를 인간에게 ‘악’을 불러오는 ‘새 시대의 마녀’로 선언한다.

“악마는 세상의 흐름을 타고 시대마다 새로운 형태의 마녀들을 세상에 들여보낸다.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마녀는, 인간의 외형에 인간의 말을 쓰고 급기야 인간이 되길 꿈꾸는 안드로이드다.” (230~231쪽)

‘다른 것’을 배척함으로써 ‘옳음’을 획득하려는 방식은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유효하다. 하지만 이질적이라는 이유로 안드로이드가 악한 존재인 ‘마녀’가 되고, 그들을 위한 천국은 존재할 수 없다는 그 단호한 논리의 세계를 접하는 동안 우리는 역으로 의심하게 된다. 정말로 안드로이드는 천국에 갈 수 없을까, 절대적인 구원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녹슬지 않는 세계』는 가슴 뛰는 치열한 서스펜스 스릴러인 동시에 인간성의 본질을 묻는 SF이며, 진정한 구원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종교적 깊이를 품은 이야기이다. 작품의 제목은 안드로이드인 루치아가 꿈꾸는 천국의 형태로도 볼 수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녹슬지 않게’ 지키고 싶은 저마다의 가치를 상징하기도 한다. 인물들은 그 가치를 기반으로 저마다의 구원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내달린다. 그 끝이 ‘천국’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우리 또한 필연적으로 녹슬지 않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내면의 가치에 대해 돌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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