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있는 전개와 짜맞춘 설계도에 의한 탄탄하면서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재미도 물론 있었구요.
1권을 잡고 나니 3권까지 거의 쉼없이 주욱 읽을 수 있었습니다.

1권 뒤편에 심사평에서 이미 나온 이야기는 넘어가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먼저 카라에 대해.
글의 시작에 나오는 카라라는 캐릭터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기분 나쁘다, 음침하다 등등입니다.
아마도 패러노말 마스터로서의 어떤 자질 - 혹은 단순한 개인의 성격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 이 알게 모르게 일반인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었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성을 나온 순간부터 아무도 그녀에 대해 그런 혐오감을 품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후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보통 사람 대하듯이 합니다. 아무도 별다르게 보지 않죠.
그녀가 자라온 성의 사람들이나, 그녀를 죽여버리려고 시도하기까지한 둘째 오빠의 행동이나 마지막까지 그녀를 외면한 그녀의 양아버지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갑자기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이 달라집니다. - 혹은 평이해집니다. -

이자드와 루이와 그녀의 관계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얼핏 무척 친밀한 것 같기도 하고, 건조한 것 같기도 한 이들의 관계는 당위성이 부족합니다.
심사평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스케일이 큰 작품에서 작가가 서사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했달까요. 사람들의 관계도 포함해서요. 아무래도 3권보다는 더 길어졌어야 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이야기입니다만 충실히 준비한 설계도에 의해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설계도에 따라 움직일 뿐, 반드시 그렇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부족합니다.
속도감있는 진행 역시, 양날의 칼입니다. 더 설명이 필요한데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하구요. 장면전환이 너무 갑작스러운 부분도 보이구요.

사소한 것이지만 신관, 마법사, 마녀의 마법 체계가 너무 뚜렷이 나뉘는 것이 알피지 클래스 같달까요. 작위적이에요.

아마도 가장 많이 퇴고가 되었을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힘이 딸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만... 안정감 있는 구성과 카드를 한 장씩 펼치며 수수께끼를 조금씩 보여주며 흥미를 돋구는 진행등,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 mirror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1-30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