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1) 후라이드 치킨
2017년 10월 20일 오전 11시 48분. 도쿄. 시나가와.
워드 프로세서의 맞춤법 오류 검사와 자동완성 기능을 아이폰의 증강현실(AR, Augumented Reality)에 접목한 앱을 필드테스트하고 있다. 개발중이라 아직 이름도 붙이지 않은 앱이지만 프로세스는 매우 간단하다. 아이폰 카메라로 텍스트를 촬영하면 시리(Siri)가 인터넷을 검색해서 오류를 검색하고, 추천 텍스트나 이미지를 화면에 보여주는 식이다.
투숙중인 호텔에서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일본어와 영어 두 언어로 씌어진 메뉴를 주문한 뒤 앱을 실행하고 메뉴를 촬영하니 10초가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금새 오류를 찾아낸다. friend. fried에 n이 하나 더 들어가 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당한 성과라고 믿는다. 지금 당장 아무 워드프로세서에서든 맞춤법 오류와 자동완성 기능을 켜둔 상태에서 friend chicken을 입력해 보라. 워드 프로세서는 절대로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나저나, 가엾은 ‘닭 친구’를 양념에 재웠다가 튀겨서 타르타르 소스와 함께 접시에 얹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매니저를 불러 이 사실을 설명해 주었더니 연신 허리를 깊이 숙이며 사과한 뒤에 friend를 fried로 오류를 수정한 메뉴를 가져왔는데, 이번엔 chicken을 chickien으로 썼다. 윽... ;;;
여기에서 한번 더 지적하면 서로 무안해질 것 같아서 잠시 망설였다. 유치원 수준의 영어 단어에서 두번이나 맞춤법에 실수를 한다면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하지만 뒷골목의 자그만 식당이 아니라 제법 규모가 있고, 트립 어드바이저에도 소개되어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는 레스토랑에 '친구 치킨'에 이어 '튀긴 chickien'이라는, 티티카카 호수에 서식하는 자그만 어류의 이름일 듯한 생물이 올라 있다면 더 무안해질 것 같다.
이 앱을 개발하려는 근본적인 의도가 텍스트의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기 위함이기에 앱이 추천해서 보여준 이미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 매니저에게 보여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