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중에서도 짝사랑은 사람 참 힘들게 만듭니다.
자신만의 판타지에 빠져 상대와 그 주변 것들에 대한
모든 것을 아름답게 혹은 가장 악몽스럽게 만들죠.
그러나 가장 순수한 사랑이라고 불리지요.
연애처럼 사랑이 흔들릴 때,
볼 거 안 볼 거 가리지 않고 온갖 안 좋은 일 다 터지는 상황에 비하면,
짝사랑은 그 누구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혼자만의 속앓이를 끝으로
자신의 마음 속에 상대를 조용히 가둬두고 먼 훗날의 추억으로 남기는.

이 작품은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실험체지만 자신만의 마음 속에 담아둔
사랑이 어떻게 현실이라는 비극적 상황에서 최후를 맞이하는지,
오직 읽는 우리만이 알 수 있기에 더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장르만이 가질 수 있는 절묘한 상황과
설정이 사랑이라는 인간 본성의 가장 순수한 욕구와 결합하여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만드는 수작입니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의 시작과 그 끝을 짧은 단편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장르 속 음습한 현실이 드러나는
충격적인 상황 역시 소홀하지 않게 처리하였지요.

단편임에도 장편을 본 듯한 긴 여운이 남고,
시기적절하게 배치된 대사와 화자의 심리가 절절하게 읽는
이에게 다가오게 만든 것은 작가의 재능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상업적인 이야기로서의 장르적 재미를 찾는 일반적인
독자에겐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할 이야기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랑 이야기의 이면에 감춰진 섬뜩함을 음미할 수 있는 독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니까요.
마치 이 이야기의 현실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