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산 기억이 까마득하네요.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싸고, 낑낑거리며 안 들고 와도 되고, 적립금도 쌓이고.

오래도록 잊고 있던 오프라인 서점의 매력은 책 및 저자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도, 실물로 된 책을 집으며 "어, 이건 진짜다!" 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인 것 같아요.

바로 이 책 "재미난 집" 처럼요.

촌스러운 형광 오렌지색 배경에, 뉴욕 타임즈 1위라고 박아놓고 굳이 '그래픽 노블'이라고 해놓은 책을 무심코 집었죠. 낡은 흑백 사진 같은 그림, 잘 차려입었지만 뚱한 어머니와 세 아이, 등 돌리고 네 사람을 마치 사진이라도 찍는 포즈로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의 뒷모습. 그걸 접어 보고 있는 손.

아, 이거다, 싶었죠. 하루면 온다해도, 좀 싸다해도, 당장 집에 가져가서 읽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었어요.

동성애자인 딸, 동성애자인 아버지. 거기에 같은 종류의 책/문학에 심취하고 있죠. 둘은 사회의 비주류이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러지 못했죠. 동성애자 이기 전에 아버지와 딸이었고,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회 분위기와 딸이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사회가/동성애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고, 이미 서로에게 입혀놓은 상처가 있으며......

아버지를 중심으로 두고 쓴, 자신의 성장담인데도 담담하다는 면에서는 "쥐"와 비교할 수 있겠네요. "쥐"만큼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물론 두 작품이 이야기하는 바는 다르지만요.

이 책을 읽을 분은 저자소개와 추천글은 작품을 읽은 후에 읽길 바랍니다. 특히 추천글은요. 심하게 스포일러였어요.

지은이 스스로 슬퍼야 할 일인데 슬프지 않아 타인에게 너무 담담하게 말해, 타인이 동정하게 해 상대적인 감정을 느끼는 방법을 실제 써먹은 적이 있다고 작품 속에도 넣었지만... 꽤 도전적인 문구입니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그렇거든요. 담담하게 서술하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담담하게 엇갈려버린 걸 바라보죠.

글맺기 힘드네요. ㅡㅡ;;
강력 추천합니다! 정도? ㅡㅡ;;
가루
댓글 2
  • No Profile
    유서하 08.03.15 02:16 댓글 수정 삭제
    카트에 넣었습니다. 아트 슈피겔만의 팬으로서 [쥐]만큼 감동적이라는 말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 No Profile
    가루 08.03.15 18:42 댓글 수정 삭제
    오.. 보시고난 후 감상도 듣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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