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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구글 베이비 / Google Baby

2009.09.22 16:3209.22





구글 베이비 / Google Baby (2009) - 지피 브랜드 프랭크  

세계화 시대에 등장한 3대륙에 걸친 아기 생산 방식. 이스라엘 기업가 도론은 자신을 베이비 프로듀서라 소개한다. 그의 고객이 유전자를 선택하고 돈을 내면, 온라인으로 구입된 정자와 난자는 수정되어 인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된다. 첨단 기술의 발달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하면 부모로 만들어 준다. 필요한 것은 신용카드뿐이다.




http://akachaos.textcube.com/90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보통, 동물의 왕국이나 '참혹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우리보다 못난 외국의 실상을 보여주며 동정심을 자극하는 일련의 프로들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점에 본다면 EIDF의 다큐는 영화쪽에 가깝다. 감독들은 단순한 다큐를 찍기도 하지만, 카메라의 기법과 효과를 생각하기도 하고 실험적인 표현과 예술적인 장면 등을 넣기도 한다. 그리고 TV 프로의 어떤 다큐와 달리 특별한 목적이 없는 이들은 (일부의 책임감없는 작가들이 변명하는 것처럼? 좀 찔린다 =_=) 관객에게 주제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 말은 우리가 보는 영상에 '참혹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토와 총, 마약, 굶어죽는 아이들을 연민의 시선이 아닌 이방의 삶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보는 만큼 판단하고 결정내릴 수 있다.


시작부분에 딴짓을 조금 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 기억으로 이 작품의 시작은 인도의 수술실에서 시작했다. 침대에는 한 인도여인이 누워있고, 수술가운을 뒤집어 쓴 의사들이 그녀의 배를 가른다. 메스에 피가 배고 기계의 규칙적인 신호음이 소리로 들려온다. 의사는 배를 가르고 아이를 꺼낸다. 우렁차게 울어대는 아이, 허나 생명의 이목구비는 인도인의 것이 아니다. 의사는 여인의 상태를 훑고는, 재빨리 아이를 부모에게 보낼 수순을 밟는다. 여인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안지도 못한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잠시 새어나온다. 그녀는 아이의 엄마가 아니다. 그녀는 대리모이다.

꽤 자극적인 영상의 시작은 이어 이스라엘 기업가 도론의 집으로 카메라를 돌린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아이를 안고 파티를 벌인다. 그가 안고 있는 아이는 그의 자식이지만, 아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다. 수번의 시도에도 아내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에, 대리모를 통한 자궁시술은 그의 정자를 사용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도론은 파티를 벌이면서 이 기증된 정자와 난자, 그리고 대리모를 이용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업'에 흥미가 생겼고, 보다 저렴한 방법으로 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인도로 날아간다.

제목인 '구글 베이비'란 검색 하나로 아이를 살 수 있다는 작품 내의 주제를 빗대는 제목일 것이다. 작품 내에서도 이것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단체들을 보여준다. 도론의 시선으로, 카메라는 인도의 대리모시설과 난자배아 실험실, 인터넷의 난자전문사이트, 이를 이용하여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의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각자가 이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도 다양하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늙은 의뢰자, 게이 커플, 돈이 필요해서 난자를 파는 미국 여인과 같은 이유로 대리모를 신청하는 인도의 여인. 그리고 이 사람들을 지켜보는 도론. 카메라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 인도를 넘어가면서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많은 것을 담아온 영상은, 작품의 주제 또한 단순하게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극히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는 '몸파는' 직업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난자를 파는 사람들은 자신의 키와 몸무게 등의 신상명세를 동영상으로 작성해 올리고, 인도의 대리모는 일을 위해 시설에 격리되어 9개월간 외부활동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목적은 확연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몸파는' 직업이 존재하는 것은 남성의 욕망을 위해서지만, 이 사업은 결과만 보자면 한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것이 가지는 무게는 쉬이 볼 수 없다. 그래서 인도의 대리모시설 원장을 포주라고 놀릴 이유도 없으며, 난자를 파는 미국의 여인을 쉽게 인생살려고 몸을 파는 골빈년이라고 욕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다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 그리고 그에 얽힌 사람들의 모습이다. 여기서 말해두지만, 섹스를 하나의 낭만으로 생각하려는 시선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이 비정상적이라고 욕할 거라면, 게이문제와 나아가 인공수정 자체를 문제삼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도론과 같이 사정으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입양이 있다고는 하지만 의뢰인들이 원하는 것이 '자신의' 아이임을 생각하면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것들을 감안하고서라도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은 도론과 의뢰인의 통화에서 나온다. 도론은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두명의 대리모에 각각 수정된 난자를 착상시켰다'고 전한다. 의뢰인은 '그거 좋군요, 하지만 둘 다 임신하면 어쩌죠? 둘 중에 하나가, 혹은 둘 다 쌍둥이를 임신하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말한다. 어느 쪽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반농담으로, 혹여나 쌍둥이가 생길 경우 한 쪽을 낙태하자는 말이 나온다. 도론 또한 이것이 불편했는지 이런 말을 한다. '의뢰자 세명에게 이 사실을 전했는데, 세명 다 좋아하더군요. 시설에서 다 해주니까 귀찮은 거 없이 끝에 가서 아이만 받아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지도요. 솔직히 나는 이 기분이 좋지 않아요. 난 내 아이를 얻으면서 필요한 것을 다 하고, 내 아이가 어떻게 태어날까 하는 기대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거든요.'

그렇다면 반대로 그 생명의 그릇이 되는 이들을 살펴보자. 일반적이라면 두 남녀의 사랑 끝에 결실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지만 여기서의 아이는 의뢰자의 검색에 의해, 또 난자제공자가 양식에 맞게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사람은 게이커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난자제공자가 자신의 아이에게 총을 쥐어주는 사람이었다며 그녀를 비난하는데, 살기 위해 총을 쥐는 소년들과 부모의 관리하에 일종의 스포츠로 총을 쥐는 아이들의 환경은 상당히 다르다고, 또 그리 문제될 것도 없다고 본다. 다만 사회적 격차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난자제공자의 경우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일반 생활을 하면서 배란주사를 맞고 난자를 기증하지만 인도의 대리모는 '기본적 생활을 위해' 시설에 들어가 9개월간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고 격리된다. 환경이 너무 다른 것도, 씁쓸한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이 주제가 일으킨 영향이라고 보기에는 살짝 거리가 있다. 걱정이 되는 것은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인도 대리모의 남편은 자신의 아내가 다시 대리모가 되는 것을 반가워한다. 미국의 난자제공자 또한 배에 주사를 꼽아놓는 손놀림이 익숙해졌다. 약간 걱정이 된다. 이후에 자신이 배아파 낳은 아이가.. 실감이 날까?

혹자는 드디어 인간이 도구화되어간다며, 혹은 생명을 사고파는 이 일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거부하고 있지만, 나는 작품에도 나오는 건강상의 문제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부부나 동성애커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원래의 목적을 상기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무조건 찬성할 수 없는 이유는, 위에도 말했다시피 인간윤리에 대한 의식이나 상품화, 도구화, 전문화에 대한 거부감떄문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이 사업은 앞으로 늘면 늘어날 것이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어쨌든 아이는 태어난다. 이를 '충격'이라고만 받아들여서는 나아갈 길이 없다. 감독이 원하는 것은 이 사업, 혹은 문제를 널리 알리고, 하루 빨리 이 사업에 대한 제도적인 '윤리'가 설립되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미 돈이 오가는 사업이 되었다면 정보를 투명화하고 시설을 지원해주는 것. 사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어야'하는 것이지 그 행동에 감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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