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안녕하세요. 가입하고 처음 올리는 감상글입니다. 엄청 떨리네요;;;
 다음 연재중인 두 작품 감상 올립니다. 절대 비평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감상입니다.
 눈팅만 줄기차게 해온지라 직접 쓰려니 좀 무서운 기분이 드네요. 그냥 귀엽게 봐 주세요(...)


//////////하지은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
 최근 <얼음나무 숲>, <모래선혈>을 출간한 작가 하지은씨의 신작입니다. 다음 문학속으로에서 연재하고 있고요.

 <모래선혈>은 미독이지만 <얼음나무 숲>을 엄청 재밌게 읽었습니다. 처음엔 뭔가 하다가 블로그에 리뷰 올라오는 걸 보고 바로 구매 결정! 별로란 평이 거의 없었죠. 게다가 제가 뭔가 괴이담이라거나, 광기 같은 코드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성미이기도 하고. 과연 대단히 재밌었어요. 뭣보다 차갑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섬세한 묘사가 강렬했습니다. 제가 미스터리 덕후인고로 플롯 부분에도 감응하는 편인데, 그 부분도 좋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차차 불타는 감상문을 기약하고(...)

 바로 관심작가 등록하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다음에서 신작을 연재중이더군요. 이름하여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입니다.

 하지은작가 작품 특징(이라고 생각되는 점)이, 제목이 인상적이라는 점입니다. 작품의 분위기에 호응하면서 호기심을 부추기는 수수께끼 같은 작명이에요. 이 작품도 제목만 보고 바로 감이 왔습니다. 아 이건 절대 내취향이다(...).

 뭔가 고딕 호러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제 머릿속에 <고딕 호러 = 음습한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여기에 19세기 영국 테이스트가 들어가면 금상첨화입니다.

 이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빗나갔는데, 일단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영국스럽습니다. 정확히 일치하진 않고 판타지 월드라는 느낌이지만요. 매 연재마다 호화 일러스트가 들어있는데, 그 일러스트의 느낌이 딱 빅토리안 잉글리시입니다. 노렸구나! 싶을 정도로(...).

 한편 "저택"에 대한 취향은 아쉽게도 틀렸더군요(...). 대저택, 이라기보다는 아파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보이드 씨>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관리하는 공동 저택의 주거자들의 이야기를 짚어가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딕호러 테이스트는 무대배경보다는, 각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의 기괴함에 있습니다.

 이야기에 일관된 테마랄까, 모티프로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의 무서움이라고 할까요.

 보이드씨의 저택은 7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맨 꼭대기에는 소문의 보이드씨가 상주. 3층에는 적갈색 머리의 온화한 꽃미남 라벨 씨가 살고 있는데, 이 인물이 작품의 키 퍼슨입니다. 무려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수수께끼의 미남"! 그는 어떤 사람이 '가장 소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읽은 느낌으론 거의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특수기인 듯. 프롤로그에선 정말 하잘것 없는 데 소원을 써버린 비운의 주민도 등장하시고(...).

 라벨씨와 얽히는 보이드 씨 저택의 주민들은 모두 '일생 일대의 딱 한가지 소원'을 이룹니다. 그러나 소원을 이룬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결말과는 이어지지 않죠. 오히려 '재앙'과도 같이, 그들의 이야기에 불행한 결말이 엄습합니다.

 라벨씨가 어쩌다가 그리 된 건지는 아직 묘연. 뭔가 사연이 있겠죠. 그 배경에는 '탐미백작'이라 불리는, 역시 라벨과 함께 전체에 일관된 키 역할을 하는 '마라'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얽혀 있는 듯합니다. 이쪽은 라벨이 '소원을 들어 준' 사람들에게서 '대가'를 취하여 수집한다는 알 수 없는 취미의 소유자인데,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닙니다. 별명부터가 무려 '탐미'백작이니(....).

 1층부터 시작해서 현재 4층의 이야기가 진행중인데, 1층 이야기부터 만만치가 않아요.

 기괴합니다.....

 1층은 박제사의 이야기. 노쇠하고 성질 괴팍한 장인(?)입니다. 어느날 그에게 탐미백작으로부터 "조금 큰 동물을 박제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오고.... 박제사라는 직업에서 느껴지는 섬뜩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그런 것을 형상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임팩트가 강했어요.

 2층은 시인의 이야기. '시처럼 죽고 싶었던' 한 로맨티스트의 달달하지만 조금 섬뜩한 일대 연애사건(...)이 펼쳐집니다. 1층 이야기가 너무 강렬해서 여기서는 또 무슨 사단이 날까 두근두근하며 읽었죠.

 3층은 제일 취향인 이야기! '연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아, 이게 또 빅토리안 잉글리시스러워서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무려 귀족 아가씨와 미남 하인(바렛이라고 불리더군요)의 엇나간 로맨스! 게다가 미남하인은 마약중독자(............). 에피소드 중 제일 퇴폐적이고 어딘지 귀족마님 향수 냄새가 나는 감상이었습니다. 역시나 라벨씨와 탐미백작이 얽혀들면서 전개는 퇴폐기괴비극이 되고....

 4층은 현재 연재중이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당찬 여경관 루서와 매력(이라 쓰고 '똘끼'라 읽는다)넘치는 자작도련님이 보이드씨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살인/변사사건을 추적한다는 내용입니다. 본격 라벨씨 대핀치, 라는 전개일까요. 잘 하면 이 부분에서 중간 클라이막스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앞으로 두근두근 기대중입니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작품이라 섣불리 총평을 하긴 좀 그런데, 인상론으로만 말하자면 '친근한 괴담' 이라고 할까. '친근한'이라는 표현이 좀 어폐가 있습니다만.

 <얼음나무 숲>밖에 안 봐놓고 속단하기도 민망하지만 이 작가의 작풍은 기담 내지 고딕호러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일단 그런 종류에 필요불가결한 게 장면의 연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묘한 맛'의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필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드씨>도 그런 맥락에서 읽히고요. 또 하나 탐미적이고, 어딘가 예술지상주의적인 느낌이 있지요. 기담/고딕호러와 탐미는 뗄 수 없는 단짝 관계입니다. '박제사'라거나 '시인'이라거나 '초미남'(...) 같은 소재가 이런 느낌과 대응하지요.

 한편 '친근하다'는 건 도를 넘을 정도로 엽기적이지 않다는 얘깁니다. 화사하고 섬세한 맛이 있죠. 기담 싫다 그로테스크 싫다 하시는 분들께도 접근하기 쉽습니다. .........1층 이야기에선 좀 강렬한 소재도 나옵니다만, 탐미적인 터치가 살아있어서 많이 커버되고요.

 여튼 고단한 일주일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메이저포탈 연재작이니 마지막까지 잘 달렸으면 좋겠군요. 추천추천!



 //////이수영 <싸우는 사람>

 이수영씨 작품은 오래전에 <쿠베린>을 읽었고 요즘은 <플라이 투 더 문>을 읽고 있습니다. 주로 최근작을 읽었어요.
 두 작품밖에 안 읽었지만 이 분 책은 참 표지가 스타일리시해요. 뭔가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죠.
 작풍에 대한 감상도 비슷합니다. 강렬해요. 선이 굵습니다. 스타일리시합니다.
 이 <싸우는 사람>에 대한 느낌도 대동소이하네요. 강렬! 굵다! 스타일리시! 그뉵남자!(?!)
 이 작품도 하지은씨 작품과 함께 다음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하지은씨의 연재작 <보이드씨..>가 제목부터 기묘~한 뉘앙스를 주는 것에 비해서 이 작품은 참 스트레이트합니다. 말 그대로 싸우는 사람 이야기. 전사죠. 그것도 그냥 전사가 아니라,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 밑바닥으로 추락한 전사.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지옥에서 도망치지만, 기억도 신분도, 자신의 '몸'조차도 반쯤 잃은 채로 고단한 도피의 길을 떠난다....

 약간은 몽테크리스토 백작 이야기가 떠오르는 모티프입니다. 정확하게는 들어맞지 않을 것 같군요. 주인공 조형은 '베르세르크'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꿈도 희망도 없어" "현시창"(...) 타입의 주인공입니다. 게다가 그는 미형조차 아니고(......).

 테마 면을 보면 단지 살아남기 위한 무한 투쟁이라고 할까.

 귀족가문의 차남으로 명예로운 기사였던 주인공은, 전쟁에 패해 적국에 노예 신세로 팔려나갑니다. 가족들은 몰살당하고, 그가 지켜줄 사람은 어린 남동생 뿐. 동생을 한편 짐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지키기 위해 분투하던 주인공이었지만,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인생 최하위인 전투 노예 신세가 됩니다. 게다가 마약에 절어 자아도 기억도 잃어버리고...

 ... 라는 것이 주인공이 후에 떠올리는 아주 단편적인 기억인데, 역시 모두 떠오른 게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투사나 지사적인 지향성은 물론 없고. 단지 '살고 싶다'는 원초적 욕망에 의지해 폭발하는 액션을 연출해내죠(....).

 '삶'을 부르짖는 한편이 있으면 엄습해 오는 '죽음'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앙상블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도망치던 주인공이 '죽음의 신전'에 들어와 굶주린 괴수 '오쿠거'와 합체(;;) 하게 되는 장면이라거나. 죽음의 사제 키나의 호위무사로 임명된다는 전개가 상징적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네타가 되므로 자제자제.

 전체적으로 온도가 높으면서도, 꽉꽉 뭉쳐 놓은 듯한 검은 덩어리 같은 싸늘함이 있는 작품입니다. 주제나 소재 면의 원형성이랄지, 원초적인 에너지 같은 부분이 인상적. "날 것 그대로"의 힘이 있군요. 주인공이 처한 비극적이고 가혹한 처지와 어우러져 묵직한 무게를 전해줍니다.

 한편 액션은 호쾌. 스트레이트! 스타일리시! 그뉵남자! 그리고 죽음의 사제 키나의 가련한 매력!(...) 가르랑가르랑 오쿠거의 귀여움!(..............)

 제 안에서 키나는 치유계, 오쿠거는 귀여움 담당입니다. 주제 쪽으로 언뜻 너무 무거워보이지만, 읽어보면 밸런스가 잡혀 있습니다. 기존의 판타지소설 독자들도 술술 읽으실 듯!

 그러고보니 이게 원래 하이텔 시절 연재작이었다가, 요즘 다시 쓰는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팬들 사이에선 전설의 작품이었을 듯. 저도 지금 완전 홀딱 빠져서 보다가 어른의 사정으로 연중된 작품들이 몇 개 있어서(....) 연중의 비극엔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 나오니 부럽군요ㅠㅠㅠㅠ
댓글 3
  • No Profile
    날개 09.09.07 22:35 댓글 수정 삭제
    읽고 싶지만 연재는 잘 못 따라 읽어서 책으로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 소설들이에요.^^
  • No Profile
    은림 09.09.08 07:04 댓글 수정 삭제
    그뉵남자^^ 풉^^. 일러가 엄청 멋지긴해요. 근육 매니아인 저도 강추~~~ 우쿠거, 짱 귀엽습니다^^
  • No Profile
    연심 10.03.22 00:52 댓글 수정 삭제
    앗, 싸우는 사람. 재미있어요! 저도 <싸우는 사람>과 <플라이투더문>을 비슷한 시기에 읽었어요. 이수영 작가의 작품은 좋아해서 출판작은 죄다 읽은 것 같습니다. 우울한 시기에 쓰신 글이라고 하고 나름 각오를 다지고(?) 읽었는데요, 왠지 <플라이투더문>이 더 잔인(!) 해서 깜놀했어요. 아니 후자는 무려 로맨스소설로 나왔는데.. OTL 물론 멋진 로맨스소설이기도 하고요. ^^

    <싸우는 사람>은 작가의 다른 소설과 비교해서 공통 분모를 제외하면, 아니 제외하고서라도 후반부에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제일 인상깊었어요. 동굴이라는 장소 자체가 은밀하고 비밀스러운데 그 과정이 인간의가장 음흉하고 이기적인 욕망으로 걸어들어가는 것 같다, 라는 느낌이 왔어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죽음을 향해 걸어들어가는 것 같다고 해야 되나... 글 전체가 다루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냥 그 부분이 좋았어요. ^^

자유 게시판

어떤 이야기든지 자유롭게 이야기하실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스팸성 글은 경고 없이 삭제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자유 거울 글의 저작권과 거울 글을 퍼가는 등의 일에 대한 원칙 mirror 2013.06.04
257 리뷰 구글 베이비 / Google Baby [混沌]Chaos 2009.09.22
256 리뷰 하지은 님의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 초록누님 2009.09.10
255 리뷰 싸우는 사람-이수영(다음 연재작) 초록누님 2009.09.10
리뷰 하지은 <보이드씨...>, 이수영 <싸우는 사람> 감상3 김열혈 2009.09.07
253 리뷰 19, 41, AKIRA [混沌]Chaos 2009.09.03
252 리뷰 유로스 님의, <장르문학 평론의 허와 실>에 응답하며2 박가분 2009.08.01
251 리뷰 [추천] 별의 계승자2 날개 2009.08.01
250 리뷰 [리뷰]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날개 2009.07.29
249 리뷰 [리뷰] SF소설 -노인의 전쟁-1 네오바람 2009.07.22
248 리뷰 스티븐 킹, [스탠드] 자하 2009.07.14
247 리뷰 요시나가 후미, [오오쿠] 자하 2009.07.14
246 리뷰 샬레인 해리스, [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 자하 2009.07.14
245 리뷰 샬레인 해리스,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자하 2009.07.14
244 리뷰 배명훈, [타워] 자하 2009.07.14
243 리뷰 닐 게이먼, [신들의 전쟁]2 자하 2009.07.14
242 리뷰 환상문학의 이퀼리브리엄, 조영일과 환상문학 3. 박가분 2009.07.12
241 리뷰 환상문학의 이퀼리브리엄, 조영일과 환상문학 2.1 박가분 2009.07.12
240 리뷰 환상문학의 이퀼리브리엄, 조영일과 환상문학1 박가분 2009.07.12
239 리뷰 노인의 전쟁2 날개 2009.07.10
238 리뷰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날개 2009.07.10
Prev 1 2 3 4 5 6 7 8 9 10 ... 16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