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6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슈퍼전염병이 몰고 온 인류 멸망의 이야기. 진정한 대작. 하지만 대작이기에, 그리고 그 밑에 깔린 기독교적이고 미국적인 전제 때문에 별 하나는 깎는다.
장장 6권으로 이루어진 대작이라서 이번에 겨우 다시 완독했다.
등장하는 인물이 정말 많고, 그 인물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고뇌와 희망과 용기와 품성을 갖추고 있음을 세세하게 잘 그려냈으며, 다양한 요인에 의해 뻔한 것 같으면서도 뻔하지 않은 결말을 향해 간다는 점에서 정말로 대작이었다. 5권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도대체 어떻게 결말을 내려고 그러는지 궁금할 정도. 게다가 몇 사람으로 이루어진 모험물일 것 같았는데 중간에는 사회를 이루는 실험도 한다. 인류 멸망물인 만큼 신비주의적인 면모가 강렬한데, 악마와 미친사람과 용기 있는 사람의 묘사는 가히 킹이다. (응?)
그런데 대작이라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데에는 필요했을 테지만 다시 돌아보기엔 지루하거나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추악한 부분도 있다. 또한 대작이면서도 하나님과 사탄의 싸움이라는 틀과, 미국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으면서 언제나 느끼는 딜레마인데, 너무 미국적이기 때문에 감탄스러우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많다는 거다. 미국인들이 읽을 때에는 정말 무서울 텐데. 어쩌면 청교도 이민으로부터 시작된 '미국'이란 이상체의 신화를 계속 이어나가는 큰 맥이 스티븐 킹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하나님과 사탄이라는 존재의 싸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사실 본질은 정말로 전통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전에 밀턴의 실락원을 공부할 때, 서구 기독교에서 생각하는 하나님의 세상이란 정말 너무나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나님의 눈을 벗어나는 것은 없다. 하나님의 뜻을 벗어나는 일도 없다. 루시퍼는 자신의 의지로 타락하여 천국에서 떨어지고, 이브를 유혹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았으면 그리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믿는 사람에게는 자애롭기만 한가? 그렇지 않다.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믿음으로써 하도록 원하며,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기준으로 어여쁨과 어여쁘지 않음을 판별한다. 이러한 하나님의 존재가 스탠드에 그대로 살아 숨쉰다. 와, 이러면서 스티븐 킹을 그냥 대중소설이나 쓰는 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지. 이 작품이 얼마나 견고하게 서구문학의 전통 위에 서 있는데 말이야. 그것이 동양권 독자들에게는 이질적이거나 불편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지라도.
스티븐 킹은 좋고 감탄스러우면서도 가끔씩 껄끄럽고 취향에 맞지 않는데, 그래도 진짜 대단한 작가임은 틀림없다.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그다지 없을 거다.
그래도 대체로 스티븐 킹은 긴 소설보다 단권이나 단편이 더 좋다, 나는. ;;;; 다크타워는 오히려 취향에 더 맞을 듯도 하지만.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슈퍼전염병이 몰고 온 인류 멸망의 이야기. 진정한 대작. 하지만 대작이기에, 그리고 그 밑에 깔린 기독교적이고 미국적인 전제 때문에 별 하나는 깎는다.
장장 6권으로 이루어진 대작이라서 이번에 겨우 다시 완독했다.
등장하는 인물이 정말 많고, 그 인물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고뇌와 희망과 용기와 품성을 갖추고 있음을 세세하게 잘 그려냈으며, 다양한 요인에 의해 뻔한 것 같으면서도 뻔하지 않은 결말을 향해 간다는 점에서 정말로 대작이었다. 5권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도대체 어떻게 결말을 내려고 그러는지 궁금할 정도. 게다가 몇 사람으로 이루어진 모험물일 것 같았는데 중간에는 사회를 이루는 실험도 한다. 인류 멸망물인 만큼 신비주의적인 면모가 강렬한데, 악마와 미친사람과 용기 있는 사람의 묘사는 가히 킹이다. (응?)
그런데 대작이라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데에는 필요했을 테지만 다시 돌아보기엔 지루하거나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추악한 부분도 있다. 또한 대작이면서도 하나님과 사탄의 싸움이라는 틀과, 미국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으면서 언제나 느끼는 딜레마인데, 너무 미국적이기 때문에 감탄스러우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많다는 거다. 미국인들이 읽을 때에는 정말 무서울 텐데. 어쩌면 청교도 이민으로부터 시작된 '미국'이란 이상체의 신화를 계속 이어나가는 큰 맥이 스티븐 킹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하나님과 사탄이라는 존재의 싸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사실 본질은 정말로 전통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전에 밀턴의 실락원을 공부할 때, 서구 기독교에서 생각하는 하나님의 세상이란 정말 너무나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나님의 눈을 벗어나는 것은 없다. 하나님의 뜻을 벗어나는 일도 없다. 루시퍼는 자신의 의지로 타락하여 천국에서 떨어지고, 이브를 유혹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았으면 그리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믿는 사람에게는 자애롭기만 한가? 그렇지 않다.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믿음으로써 하도록 원하며,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기준으로 어여쁨과 어여쁘지 않음을 판별한다. 이러한 하나님의 존재가 스탠드에 그대로 살아 숨쉰다. 와, 이러면서 스티븐 킹을 그냥 대중소설이나 쓰는 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지. 이 작품이 얼마나 견고하게 서구문학의 전통 위에 서 있는데 말이야. 그것이 동양권 독자들에게는 이질적이거나 불편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지라도.
스티븐 킹은 좋고 감탄스러우면서도 가끔씩 껄끄럽고 취향에 맞지 않는데, 그래도 진짜 대단한 작가임은 틀림없다.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그다지 없을 거다.
그래도 대체로 스티븐 킹은 긴 소설보다 단권이나 단편이 더 좋다, 나는. ;;;; 다크타워는 오히려 취향에 더 맞을 듯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