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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상)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American gods



   기사 투의 제목에서 옐로페이퍼 표제 투의 제목으로 바뀐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을 읽었다. 

  신들이, 자신을 숭배하고 믿고 심지어 자신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따라서 미 대륙으로 이주해왔으나, 새로이 사람들이 믿는 대상으로 떠오른 미디어 등의 싸구려 신흥 신들과 세력다툼을 벌이는 이야기라고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숭배하고 믿는 것에 따라서 새 존재가 나타난다는 것은 요마야행 알피지도 생각났는데, 사실 이 새로운 신들에 대해서는 거의 나오질 않는다. 그보단 옛 신들이 이 삭막하고 각박한 현대 미국에서, 그것도 영향력과 힘이 감소한 채로 어떻게 숨어서 살아가는가가 더욱 공들여 묘사가 되어 있고, 그게 더 재미있기도 하다.

  전공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나름 서양 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국이란 나라가 재밌다고, 구미에 맞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했다. 처음엔 영국으로부터, 나중에는 온 세계로부터 사람들이 밀려들어온 나라. 처음 거주민도 아니고 이주민들이 생각한 이상에 따라 허공에 만들어진, 신념의 나라. 많은 개념을 만들어냈으나, 많은 전통이 사라지고 흩어지고 재조합된 나라. 그래서 가장 늦게 건국된 나라이면서도 가장 신화적인 나라.

   그러한 특성을 나타내는 데에 소설이 너무 많이 투자하고 있어서, 나처럼 미국사와 신화에 동시에 관심이 있었거나, 미국 사람이거나 하지 않는 한 너무 "밑밥"에만 치중한 것 같다는 인상이 많다. 사실상 줄거리 자체는 정말 간단하고, 반전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정말 알 법한 것이고, 실제로 '전쟁'이 묘사되는 부분은 엄청나게 짧다. 그 짧은 전쟁마저도 살과 피가 튀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원제가 그저 "미국의 신들"이었을 것 같다. 미국에 이주해온 (자의로든 타의로든) 사람들이 함께 데려온 신들의 이야기가 챕터별로 사이사이 들어가고, 본편 또한 주인공이 만나는 신들과 머무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중요하고 길다. 주인공이 '행동'하는 것은 많지 않다. 이게 못마땅한 사람은 영 즐기지 못할 것이다.

자하
댓글 2
  • No Profile
    미국의 신이라는 것은 인디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그 신인가요, 전쟁과 수퍼히어로 문화가 만들어낸 상징인가요. 생각해보니 미국에는 오랜 역사에 따른 신화가 없었으니 수퍼히어로 등의 대리적인 신화가 생겨났어야 했던 걸지도 모르겟네요. 그건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과 문화와 같이 신과 신화 또한 그 용광로에 한데 넣고 녹여낸 것인데.
  • No Profile
    자하 09.07.16 02:24 댓글 수정 삭제
    이민 와서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섬긴, 또는 예전에 섬겼던 모든 신들을 말한답니다. 그래서 진정한 만신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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