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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노인의 전쟁

2009.07.10 08:3907.10



노인의 전쟁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대에 입대했다.(8쪽)

  이 소설의 유명한 첫 문장입니다. 영화에서 5분 만에 관객의 시선을 빼앗아야 하듯이, 장르 소설도 초반에 독자에게 흥미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노인의 전쟁』 은 단 첫 문장만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노인의 전쟁』은 샘터 외국소설선으로 나온 첫 번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2002년 작가인 존 스칼지의 개인 블로그에 연재되어 로버트 하인란인에 비견되는 이야기 솜씨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2005년 토어 출판사에서 하드커버 본이 출간되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시대가 변했고, 이제는 개인 블로그에 소설이 연재되어 출판됩니다. 이 소설은 그런 과정을 거쳤으며 그 입소문이 퍼질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흡인력과 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 펼치면 마지막을 읽을 때까지 덮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은 75세가 되어 우주개척방위군에 자원입대 합니다. 우주개척방위군(CDF)은 75세 이상만 뽑아 주는 ‘이상한 군대’입니다. 이 우주개척방위군에 입대하는 순간 지구에서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CDF 요원이나 군인이 지구로 돌아오는 일은 없으므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주인공은 즉 막연하게 젊게 해주고 대신 다시는 지구의 땅을 밟을 수 없는 우주 저편으로 자원입대를 하게 합니다. 하지만 75세이면 죽음에 가까운 나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한 여정에 동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는 지구에 돌아올 수 없다는 점에서 마치 그들은 궤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국 혹은 다른 세계로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새로운 육체를 얻고 마치 환생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 때문에 확실히 죽음 이후의 세계의 은유로 보이기도 하고, 지구에서의 과학은 지금 우리 현실과 비슷하면서 궤도 엘리베이터 위의 ‘우주개척방위군’의 과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도화된 점은 마치, 우리가 각종 SF소설을 읽고 높은 과학력을 체험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 때문에 캐릭터에게 더욱 공감이 잘 되고 마치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처럼 인물에 동화되어 낯선 우주로 진입합니다.
  이 소설은 초반에 이상한 ‘우주개척방위군’의 묘사 즉, 배경 설명에 집중합니다. 온갖 신기한 장치들과 기묘한 일들. 그러면서 교사, 물리학자, 교수, 의사,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유쾌한 인물들도 만납니다. 역시 제2의 삶을 살게 되는 부분들은 인상적이며 작품에 더 빠져들게 되는 점입니다. 나에게 75세가 되어서 제2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과연 어떨 것인가. 지구에서는 그들의 삶을 알 수 없습니다. 즉 우리가 지금 죽음 이후를 짐작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천국에서는 모두 완벽한 젊은 육체를 새로 얻고 즐거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육체는 주어지지만 환경은 천국이 아닌 지옥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합니다. 끝없는 외계 종족과의 대결은 흥미진진합니다. 이렇게 젊어진 다음에는 소설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강인한 신체를 얻게 되는 부분에서는 독자도 같이 흥분합니다. 그리고 그 신체를 이용해 외계 종족과의 혈투가 펼쳐지면서 우주 전쟁 소설로 급격하게 변화합니다. 지혜롭게 대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탄성을 내지르게 하고, 다양한 외계 종족은 우주의 경이와 함께 SF소설의 매력을 극대화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고 경쾌한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전쟁의 참혹함은 그대로지만, 처절하고 암울하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이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대체로 밝고 또 유머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초반부터 주인공은 유머를 잘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글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SF를 좋아하시는 분이나 흥미가 있으신 분은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글입니다. 가볍고 읽기 편하며 정말 놀라운 속도로 읽힙니다. 장르소설을 좋아한다면 올해 출간된 이 『노인의 전쟁』을 놓치면 후회할 것입니다. 블로그에 연재된 소설답게 빠른 속도감으로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이야기는 매 장면마다 재치있고 지루한 구석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읽어내릴 수 있는 책입니다. SF, 우주, 전쟁 같은 키워드를 좋아한다면, 기억해 두었다가 읽어보시길. 그리고 또한, SF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이런 장르소설을 잘 접하지 않은 독자라도 ‘재미’를 원한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SF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 책은 순수한 재미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한 번 펼치면 그 재미에 빠져서 끝을 볼 때까지 읽을 것이고, 곧 『노인의 전쟁』 후속작인 『유령 여단Ghost Brigade』(2006), 『마지막 콜로니』(Last Colony)(2007) 등이 국내에 어서 빨리 번역작이 나오기를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댓글 2
  • No Profile
    갈원경 09.07.10 10:50 댓글 수정 삭제
    흥미진진해 보이는 소설이군요. '죽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볼 수 있겠네요. 인터넷 검색을 해 보고 당장 카트에 넣을 생각입니다.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No Profile
    夢影 09.07.10 11:48 댓글 수정 삭제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블록버스터 같은 느낌이랄까. 외계인은 적, 상당히 단순한 이분법 같지만 적은 적이되 적이 아닌듯한 미묘한 느낌이 괜찮았습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노인의 전쟁이지만 노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눈으로 봐서 그런지 노인의 전쟁 같지 않았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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