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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환상소설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새로운 종족과 법칙으로 움직이는 세계. 우리는 결코 가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세계를 글자를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오는 재미와 감동, 또 경이는 환상소설의 매력일 것입니다.
  노블레스클럽의 열세 번째 소설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는 바로 이 새로운 세계관이 돋보히는 작품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창조한 세계는 아니지만, 패턴화된 국내 장르 판타지와는 차별화된 낯선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이 세계관을 주인공인 무르무르족의 스포러와 탐험하는 것이 이 소설을 읽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낯선 세계관의 매력

  환상소설은 세계관의 매력이 큰 특징입니다. 특히 다른 장르들보다 세계관 자체가 주인공으로 부각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많은 환상소설들이 그 세계관의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많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주제를 세계관으로도 전달할 수 있는 장르인 것이지요. 이 작품도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환상소설은 지구로 비유될 수 있는 ‘가이아’ 같은 무대를 배경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가이아는 이상향으로만 남아있고 일곱 개의 달 중에서 마지막 보이지 않고 잊혀져버린 달을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점부터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과연 일곱 번째 잊혀진 달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 이 세계관에 대한 비밀이 풀려나갈 수록 새로운 의문이 샘솟습니다. 다른 달들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일곱 개의 달에 사는 생명체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가이아’의 모습이란. 그리고 신이 이렇게 세상을 창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독특한 세계 설정으로 인해 이 작품은 다양한 의문이 들게 합니다. 이로 인해 독자는 계속 흥미를 가집니다.

  성장하는 캐릭터의 재미

  이 소설의 주인공은 무르무르 족의 ‘스포러’입니다. 역시 소설의 주인공 답게 평범한 무르무르 족과는 다른 특이한 존재입니다. 이는 처음 아버지인 고돈이 어떤 종족인지 알 수 없는 여성을 아내로 맞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출생의 비밀인 것이지요.
  이 소설의 한 축이 세계관에 있다면, 다른 한축은 주인공인 ‘스포러’와 그 일당들의 우정과 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령들과 수많은 괴물들이 살고 있는 음울한 일곱 번째 달을 무대로 재주 많고 호기심이 많은 스포러는 여행을 통해 능력을 개발하고 세계의 비밀을 향해 다가갑니다. 이 소설은 낯선 세계관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종족들을 선보이는데 이런 종족들의 특징들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너무 많은 종족이 나와서 혼란스러운 감도 있지만 캐릭터들은 꽤 개성이 잘 만들어져서 주요 인물들을 헷갈리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다 익숙지 않지만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세계관을 알아가면서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들

  낯선 세계관을 보는 재미와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힘도 괜찮았습니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함께 있었습니다. 일곱 번째 달의 세계관은 금세 그 모습을 드러낸 다음에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금세 질리게 됩니다. 결국 전체적인 세계관을 기대하는 장치로만 작동할 뿐입니다. 조금 더 이 일곱 번째 달만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 단권 안에서 처리되었으면 작품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이건 엔딩과 이 작품의 전체 틀에서 오는 문제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결국 마지막에 감동이 오기보다는 프롤로그를 본 느낌이 강합니다. 이 단권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독자에게 충족감을 주기 보다는 이제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맛만 보여준 느낌입니다. 즉, 이 작품 내에서 서브 플롯이 부족했으며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흐른 감이 있어 보입니다.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주인공의 신비가 이 이야기에서는 전혀 밝혀질 수가 없는 구조상 필연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들은 개성있게 잘 그려진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어수룩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세계관에 걸맞는 점이기도 하고, 지능이 낮을 필요들이 있지만 그래도 획일화된 느낌이었습니다. 현자조차도 전혀 현자다운 느낌이 나지 않았고 전부 어린애 같다는 점은 작가의 의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설의 배경 세계관에 걸맞지 않게 유치한 느낌이 많이 납니다. 물론, 세계관 자체가 워낙 암울하고 무겁기 때문에 그걸 풀어주고 전환시켜주는 효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대사가 모두 비슷해 보이고 나이가 어린 말투라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느낌을 털 수 있는 것을 작가가 고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투나 호흡, 어휘, 대사의 길이 등에 따라 대사의 분위기가 다양하게 분화되는 법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차이가 전혀 없이 마치 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모든 대사가 처리된 느낌이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접해보고 분석을 하면서 십대의 느낌에서 벗어난 대사들이 조금은 등장해야 작품 전체적으로 반복되고 지루한 느낌을 덜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구성이 지나치게 단순한 감이 있습니다. 여행의 패턴이 비슷하고 스포러의 성장도 단계적이고 지나치게 쉬우며 위기가 약합니다. 읽는 내내 스포러가 죽을 것 같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는 앞에서 말한 대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지나치게 명랑하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구성이 계속 여행, 싸움 등의 같은 패턴의 반복으로 독자를 지루하게 하고 별다른 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전쟁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설명으로 넘아가는 느낌입니다. 괴물들도 크기만 커지고 조금 더 까다로웠다 수준이지 신선한 느낌을 주거나 전투 방법이 획기적이지도 않습니다. 마치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 같은 파티 구성에다가 적절하게 레벨업을 하면서 상황에 맞는 몬스터들을 협력해서 처리하는 느낌이라 김이 빠집니다. 조금 더 주인공을 괴롭히고 긴장감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가볍게 읽기에는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가끔씩 무거운 중압감을 조성할 필요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럴 배경은 충분했는데, 전혀 활용이 안 되어서 어떻게 보면 참혹하며 지옥 같은 세계가 거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자들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읽게 되고요.

  다음 달을 기대하며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그 이유는 이 다음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소설은 정말 주인공이 평탄하게 성장하고 새로운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이야기 거리가 없습니다. 대부분 수수께끼로 남았고 이 권 내에서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 작품만 놓고 볼 때 큰 단점이고 아쉬움이지만, 앞으로 시리즈가 나온다고 전제를 한다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적절한 순간에 멋진 연출과 놀라운 내용으로 풀려나간다면 이 작품 전체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수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는 이제 막 열렸을 뿐입니다. 환상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렇게 우리나라에 또다른 세계가 열린 것이 기쁘고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겠지요. 노블레스클럽이 아니면, 이런 새로운 세계를 우리는 더 이상 접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노블레스클럽이 선전해서 더 많은 세계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세계관 역시 모든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 세계관의 비밀들을 낱낱이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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