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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eer 정지원님(이하 지원님)의 글을 처음 본 건 [혈중환상농도 13%] 제작을 위해 공모를 받을 무렵이었다. [혈중환상농도 13%]는 거울의 첫 소재별 앤솔러지로, 필진 글과 단편 게시판에 응모한 글로 만들었다. 그 때 지원님은 <카나리아>라는 글을 올리셨다. 이 글은 지금 시작에서 나온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에 수록되었다.
<카나리아>가 단편 게시판에 올라왔을 때 심상치 않은 필력을 접하며, 짐작했지만 지원님은 이미 여러 권의 소설을 출간하셨다. 2003년 3월에 [여름의 끝]을 시작으로, 같은 해 8월에 [깊은 밤을 날아서]를, 다음 해에 [푸른 바다의 노래]를 2005년에 북박스에서 [인연]을, 2006년에는 청어람에서 [봄바람]이라는 로맨스를 출간했다.
올해만 해도 시작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에 단편 <카나리아>를 수록하셨고, 대원씨아이에서 [바벨의 도시-上]이, 노블리타에서 [길들여지다]가 나왔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역시 올해 [손안에 담긴 세계사]라는 역사책을 한 권 번역하셨다.

직장을 다니면서 창작에 번역도 하신다. 올해 나온 두 권 말고도 거울에서 연재 중인 장편도 있다. [FireFire]라는 제목의 미스터리 로맨스다. 이쯤 되면 괴물이라고 불러줘도 좋을 것 같다.
괴물이라고 부르기엔 많이 예쁘시지만... ^^ 그럼... 예쁜 괴물? ^^;



사진은 신작 [길들여지다]에서 작가 후기 부분과 [길들여지다]

[길들여지다]는 계약 커플을 소재로 한 로맨스다. 보통은 여자가 남자에게 돈을 빌리며 계약관계를 성립하는데 반해, 이 작품은 남자 쪽이 돈을 빌린다. 그것도 한참 연하~ 이런 것이 바로 로맨스의 맛!

이대에 있는 롤케이크 집에서 만나 커피와 케이크를 한 조각씩 시키고 신작 [바벨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바벨의 도시]는 에피소드 별로 진행된다. 천사가 있고, 악마가 있다. 천사라고 착하기만 한 건 아니다. 천사장 미카엘은 여자 악마 한 명을 속임수로 잡아 길들이며 좋아한다. 정말정말 착한 소녀가, 단 한 명 교황을 죽기 전 아주 잠시 미워했다는 이유로 천국에 가지 못하기도 한다. 도무지 천국에 못 갈 것처럼 살아놓고도, 죽은 후 천사가 되어 활개치기도(?) 한다. 이 지독한 모순과 부조리가 놀라울 만큼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진아 : 제이니(문제의 착한 소녀)는 이제 안 나오나요?

지원 : (냉정하게) 네. 걔 별 거 없잖아요.

진아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려 일러스트도 두 장이나 들어갔잖아요! (... 그게 무슨 상관;;;)

지원 : 걘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서요.

진아 : 우잇- 전 기대했는데... 교황 이야기는 더 나오나요?

지원 : 으음... 봐서요?

진아 : ... 교황 이야기는 나왔으면 좋겠어요. 몰락시켜주세요. ...


지원님과 [바벨의 도시]

[바벨의 도시]는 사후 세계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죽는다고 해서 그 인물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진아 : 하권은 언제쯤 나오나요?

지원 : (살짝 한숨) 모르겠습니다. 원고는 작년에 넘겼으니 편집부에서 내주면 나오겠죠...

진아 : 에구...;; 사실 옴니버스 형태라서, 하 권에서 끝내지 않고 계속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서로 관련 없는 줄 알았던 캐릭터들이 의외의 곳에서 연결된 것들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지원 : 나중에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생기면 그냥 공짜로 거울에 올릴게요. ^^

진아 : 아니,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거울은 좋지만, 그래도 책으로 나온다면 더 기쁠 텐데요. ^^;;
[길들여지다] 후기에 보면 “이 글과 관계된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 뵙게 될 것 같다.”고 되어 있었는데요. 누군지 살짝 여쭤 봐도 될까요?

지원 : 아, 주인공의 형이에요.

... “비밀입니다.” 같은 걸 기대했는데. ...

진아 : 아... 그 어딘지 모르게 꽉 막힌 마초 같은... 그러나 어쩐지 귀여운 구석이 있던 바로 그... ^^ 엑스트라로 끝나기엔 존재감이 크다 했어요. (... 결과론. ...)

지원 : 네, 바로 그 놈입니다. ^^

진아 : 그럼 그 형의 이야기는 언제쯤 출간되나요?

지원 : 8월 말까지 원고를 넘길 거니까, 9월에는 나올 거예요.

진아 : 와아- 기다려집니다. ^^
지원 님 다른 책도 보고 싶은데 이미 다 품절이라서요.

지원 : 네, 저도 없는 책이 있어요. 실수로 제 걸 안남기고 증정본으로 줘버려서요. 어느 날 헌책방에서 하권만 있는 걸 봤는데, 상권도 있으면 샀을 텐데, 하권만 있어서 그냥 안 샀어요. (쓴웃음)

진아 : 아이쿠, 저런...


롤 케이크 카페 벽에 있던 그림.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케이크도 맛있었고. ^^


진아 : 로맨스를 많이 쓰셨는데...

지원 : 처음 출간할 때, 제가 쓴 글들 중 출판사에서 로맨스를 골랐어요. 그래서 죽 로맨스만 나오게 되었죠. 사실 원고는 다른 것도 있는데, 아무도 안 원하더라구요...

... 르 귄이 당시 SF 잡지는 고료를 주었기 때문에 SF작가가 되었다고 말했던가. ...;

진아 : 원래 로맨스를 좋아하셔서 로맨스를 쓰시는 줄 알았어요.

지원 : 원래 좋아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죽 읽다보니, 이 정도면 나도 쓰겠다, 싶어져서요.

진아 : 아하하하하
저도 로맨스 좋아해서 써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던데요. 알콩달콩한 연애씬도 연애씬이지만, 주인공 직업도 설정해줘야 하고, 그럼 그 직업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하고.

지원 : 그런 거 중요하지 않아요. 실제로 연애보다 직업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면 싫어하는 독자층도 있고, 뭐 독자층은 다양하니까요. 실질적으로 로맨스에서 중요한 건 어쨌든 연애 부분이기도 하고요.

진아 : 그래도 지원님 걸 보면, [길들여지다] 같은 경우에도 주인공의 직업과 관련된 용어랄까, 그런 게 좀 나오잖아요. 최소한 그 정도는 알아야 하고...

지원 : 저는 취향이 사소한 데 집착하는 편이라 그런 거고, 보통은 그렇게 디테일하게 안 써요... 제가 쓰는 것도 뭐 그렇게 자세하게 나오는 건 없는데. ^^; 사실 로맨스 외의 다른 장르는 훨씬 조사가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특히 SF! 거울의 SF 작가분들 볼 때마다 감탄한다니까요.

진아 : 거울에서 번역이 아닌 창작으로 가장 책을 많이 출간하신 분인데... 출간을 꿈꾸는 예비 작가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지원 : 장편을 써야 해요. 단편과 장편은 흐름이 완전히 달라서, 단편만 쓰다 보면 장편을 쓰기 어렵고, 장편만 쓰다 보면 단편이 어렵죠. 하지만 장르 쪽에서 출간을 생각한다면 일단 단편으로는 힘들어요. 장편을 쓰세요. 요즘이야 단편집도 많이 나온다 해도, 결국 출판사에서 원하는 건 최소 한 권은 되는 장편이니까요.

... 현실적인 조언이다.;;;

진아 : 장편은 딱 한 번 쓰다가 말아먹은 적이 있는 게 전부예요. 전... 잘 안 되더라구요. 으음... 단편만 써서 그런걸까~

지원 : 사실 단편이 쓰기 어려워요. 장편은 죽 쓰면 되거든요. 근데 단편은 탁, 쳐주는 힘도 필요하고, 그 분량 내에서 완결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요.

진아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지막으로 거울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

지원 : 글 쓰는 사람한테는 계속해서 쓰고 읽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생각하고 계속 쓰는 걸까요. 계속해서 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로맨스 외에 모든 독자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에서도 조만간 뵙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 마디는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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