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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에 어울리는 화창한 날이었다. 배명훈님과 함께 오멜라스 사무실이 있는 대학로에 갔다. 오멜라스는 국내 최초의 SF 전문 출판사(정확히는 임프린트)로 오랫동안 과학소설 번역자 겸 기획자로 활동해 오신 박상준님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이다. 올해 6월 중순, 첫 책 [사이버리아드]가 출간될 예정이다.
   인터뷰에 나온 분은 양은영 씨(편집팀장), 최지은 씨(기획팀장), 박상준 님(대표라기보다는 대장님) 세 분이다.

   점심으로 찜닭을 먹으러 갔다. 은영 씨는 이 때 안 계셨고, 지은 씨와 상준 님이 자리에 함께 했다.
   지은 씨는 영화 기획을 해오시다가 출판 쪽으로 오시게 되었다고 했다. 먼저 지은 씨에게 질문을 했다.


  

   ▲ 오멜라스의 엠블럼.

   진아   영화 기획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영화 기획은 어떤 건가요?
   지은   작가들이 어떻게 하면 작업을 잘 하게 할 것인가, 작가들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고무시켜서 작업을 하게 할 것인가, 그런 일이에요.
   명훈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지은   저는 어떤 식으로 했느냐면, 작가를 만나기 전에 책을 열 권이면 열 권을 읽고 요약해서 브리핑을 했어요. 그 중에서 끌리는 게 있으면, 그걸 가지고 작업을 해보자, 이런 식으로요. 작가들은 자기 작품 안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들이를 시키는 거죠.
   명훈   와, 부지런하세요.
   지은   비디오 하루에 열다섯 편씩 돌려보고 자료 만들고 그랬어요. 만화책을 보면 만화책도 다 요약해두고. 작가들이 작품을 쓰면서 다른 작품을 찾아보기는 힘들잖아요. 그러니 제가 대신 읽어 드리는 거죠.
   명훈   그렇구나. 진아님도 그런 거 하세요.
   진아   (질문지를 뒤적이며) 에... 다음 질문이...
   지은   영화 쪽은 작가풀이 큰 게 아니라서, 있는 작가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해서... (웃음)
   명훈   그건 우리도 여건이 똑같은 것 같아요. 작가풀이 뻔하달까요.
   지은   영화 쪽은 돈의 규모가 워낙 크니까... 매달 직원, 스탭들 인건비부터 시작해서 영화사 쪽에서 나가는 고정 비용이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제작 과정을) 오래 끌 수 없어요. 촬영 시작되면 무조건 하루에 천만 원 규모로 나간다고 보면 돼요.
   진아   작가라고 말씀하시는 게 감독님인가요, 시나리오 작가님인가요?
   지은   감독님도 있고, 시나리오 작가님도 있고요.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시면 감독님을 붙잡고 하는 거고...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명훈   (오멜라스에서의) 일은 재밌으세요?
   지은   전 재미없으면 못해요. (웃음)

   진아   오멜라스에서 기획하는 건 어떤 방향인가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지은 씨를 대신해 상준 님께서 대답하셨다.

   상준   오멜라스에서 책이 나왔을 때, 그 책 하나하나에 대해서 보도자료 돌리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과학소설이, 그동안 봐오셔서 아시겠지만, 단기적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그런 장르가 아니에요. 길게 봐야 하고. 그러려면 일단은 과학소설 이전에 과학 문화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친숙해져야 해요. 과학 문화 확장 내지는, 보급 프로젝트를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 과학소설보다 교양과학서 시장이 더 커요. 책도 많이 나오고. 그건 꽤 됐어요. 우리나라에서 교양과학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며 팔렸던 시기가 80년대 말~90년대 초반인데, 그 때 여러 가지 시리즈라거나 책들이 많이 나왔죠. 교양과학서 독자들을 과학소설까지 끌어와야죠.
   제가 중학교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처음 나왔는데... 집에서 끼고 사는 책이 되었었죠. 굉장히 영감을 많이 주는 글이에요. 그리고 미국에서 칼 세이건의 첫 과학소설 [콘택트]가 나오기 전에 [디스커버리]라는 미국 과학잡지에 맛보기로 실린 적이 있거든요. 대학 신입생 때 그걸 원문으로 읽으면서 영어 공부를 했어요.
   칼 세이건은 과학 대중화를 위해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다른 과학자들은 그런 태도에 대해서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나는 칼 세이건의 태도가 옳다고 봐요. 자기들끼리 어려운 이야기 하면 뭐 하나.

   상준 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칼 세이건의 태도는 과학계 내부에서 소위 ‘쇼’라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과학자라면 연구에‘만’ 몰두해야 한다며,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오멜라스는 과학소설뿐만 아니라 과학 교양서의 출간도 생각하고 있다. 천문우주학, 우주 개발 등과 관련된 논픽션도 검토중이라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볕이 따뜻해 야외 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옮긴 후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오갔다. 명훈 님께서 준비해 온 질문지를 (이제야^^;) 펼쳤다.


   명훈   장르계에 박상준님이 많은데, 정리 좀 부탁드릴게요. 사실 저 초등학교 때 우리 반 반장도 박상준이었어요(웃음).

  

   ▲ 상준 님(오른쪽)과 은영 씨.

   상준   장르계 내지는 출판계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제일 유명한 박상준은 민음사 사이언스 대표 박상준 씨. 그 다음에 요즘은 뜸한데 90년대 초까지 번역가, 그중에서도 명상 서적 이런 걸 전문으로 번역하고, 글도 쓰는, 단편들 중에는 과학소설도 있었던 박상준 씨. 그 다음에 이제 [우주의 항문: 화이트홀]이라는 과학소설을 쓴 박상준 씨도 있고, 그리고 제가 있고, 아, 크로스로드 웹진 쪽에 포항공대 교양학부 교수로 계신 박상준 선생도 있고, 그러네요. 그리고 또 있나?
   흔한 이름이라고까지는 못하지만, 은근히 많이 보이더라구요.
   명훈   활동하는 분 중에 많은 이름인 것 같아요.
   진아   작명학이 과학적으로 맞는 지도요. (웃음)
   명훈   제 이름으로 검색하면 축구선수나 어디 교수님이 나오던데. 야후나 구글 웹검색 쪽은 좀 장악하고 있어요(웃음).
   진아   아, 바로 반론이! ^^

   이 때 은영 씨가 도착했다.

   명훈   회식할 때 뭐 하세요? 술 못 드시는 분이 (세 분 중에) 두 분이나 있으니...

   지은 씨는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고, 상준 님은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은영   저, 증언! 신입사원 환영회 때 카페에서 밥 먹고 차 마시고 보드게임 했어요.
   진아   와, 좋다.
   은영   네. 신선하고 좋았어요. 그 전 직장에서는 동료들 중에서 제가 끝에서 두 번째로 못 마시는 사람이었는데, 여기 오니까 일등 자리도 넘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진아   은영 씨랑 지은 씨가 상준 님을 “대장”이라고 부르시는 걸 들었는데요.
   은영   음... 그 호칭이 어쩌다 나왔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요. 제가 먼저 부른 기억은 나요.
   상준   지금은 오멜라스 대표 자리를 맡고 있긴 하지만 사회적인 직위나 직급을 가지고 절 부르는 걸 그다지 반기지는 않거든요. 그냥 자연인 박상준으로 불리고 싶지. 지은 씨 같은 경우 판타스틱에 있을 때 날 처음 봤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편집장님이라고 불러요.
   대표님, 대표님 그런 것도 영 이상하고. 아무래도 상관은 없는데, 암묵적으로 대장이라는 표현도 나쁘지 않다, 뭐 그런 합의를...
   은영   에이, 그런 합의가 있었나요. 그냥 자연스럽게...
   상준   그런 합의조차 암묵적으로...
   진아   아, 호칭이 편집장님, 대표님 그런 건 너무 딱딱해서 그러다 보니... (대장님이 된 거군요.)
   상준   (은영 씨를 가리키며) 심지어 저 친구는 선생님, 선생님, 그랬어요. 지금도 가끔 그래요.
   은영   이메일 주고받을 때는 박상준 선생님, 그렇게 부르기도 해요.

   진아   사실 저는 상준님 처음 뵀을 때 너무 어색했어요. ^^; 예전에 흥부가 부른... (기억을 더듬는다)
   은영   육각수!
   진아   예. 육각수가 흥부가로 가요 프로그램 1, 2위를 두고 서태지랑 겨루게(!) 된 거예요. 그래서 1, 2위 발표를 앞두고 소감을 묻나, 그런 자리였는데... 육각수가 고등학교 때 서태지를 보며 환호하다가, 같은 자리에 서게 되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그런 느낌?
   저도 상준님이 번역하고 기획한 과학소설을 읽으며^^; 맛에 빠져들었고... 그러다보니 실물로 상준님을 뵙고 나니 너무 쑥스러워서... 여럿이 있는 자리면 괜히 옆에 못 앉고, 멀리 앉고, 그랬었어요. ^^;;;
   명훈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진아   흠흠. ^^; 아, 다음 질문이... ^^;
   원래 과학소설 팬이셨잖아요. 지금도 팬이시고. 번역에 기획을 하시다가 이제 출판사까지 하시게 된 건데 취미가 일이 되었을 때 힘든 점이라면...
   상준   힘들죠. 계속 즐기면서 팬으로만 있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팔자인가 하는 거죠. (웃음)

   명훈   작년에 [판타스틱]도 나오고 해서 작가들이 볼 때는 뭔가... 돈이 되는 게 생기기 시작하면서, 살짝 들뜨는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약간 긍정적인 긴장감? 그런 게 있었어요. 아, 이제 작품을 발표할 곳도 있고,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죠. 그런데 ([판타스틱]이) 국내 창작시장을 넓혀줄 수 있을 지는... (지금은 확실치 않은 것 같아요.)
   상준   생각보다 과학소설이나 판타지 분야에서 신인 작가 등용문이 그렇게 넓은 것 같지는 않죠.
   진아   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 많은 출판사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일단 해외 작품 위주로 내서 시장을 좀 키우고 나면, 그 때 국내 작품 출간도 생각해보겠다. 근데 그게... 일단 파이를 크게 만든 다음에 나눠줄게, 인데... 사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잖아요. ^^;
   그런 생각이 드는 한 편, 이번에 국내 작품 출간을 내고, 준비하는 곳 이야기를 들으며, 그 분이 대략 10년 전쯤에도 국내작품을 출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근데 10년이 지나니까, 결국은 하는구나, 싶은... 그 자리를 지키고 꾸준히 해 온 사람은, 결국... 음... 꿈^^;을 이루어낸다? (웃음)
   상준   저도 진아님 생각에 찬동을 하는데요. 국내 작가 중에서 스타 작가, 스타 작품이 나와야 해요. 이우혁의 [퇴마록],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미스터리 쪽에서는 김성종 같은 스타 작가나 작품이 필요해요. 결국 과학소설만 아직 국내에 스타 작가가 없거든요. 그런 작가를 오멜라스에서 발굴을 해서 내고 싶은 게 제가 제일 원하는 것 중 하나예요. 처음부터 그 점을 생각했고. 열심히 연산 중이에요. 당연히 국내 작가를 발굴해서, 출판사랑 같이 커야죠.
   진아   거울도 요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마땅히 작품을 발표할 곳이 없어서, 발표할 곳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기회가 보이니까, 이걸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요.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모여 있는데, 단지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고.
   명훈   큰 그림이랄까,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거울은 살아남자, 어떻게든 내자, 였다면, 살아남는 건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음 뭔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진아   과학소설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작가들은 이제 보이지만 아직 스타 작가 혹은 대표 작가랄까, 그렇게 부를 만한 작가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상준   그 중에서는 튀는 작가도 있긴 하지만... 그건 그렇죠. 사실 20년 전에 나온 거지만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가 있었어요. 그 작품은 과학소설이라서 히트를 친 게 아니라, 낯선 설정, 새로운 서사라 떴던 거기는 하지만. 그랬다가 복거일이 본격적인 과학소설을 쓰고 나니까 사람들이 그만큼 안 봤지요. 아직까지 일반 대중들은 이 장르가 다른 장르보다 낯선 것 같아요. 유치한 게 아니면, 과학에 대해서만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냐, 그런 선입견도 있구요.

   진아   많은 습작가들이 한 작품을 보고 반해서, 아, 나도 이런 걸 쓰고 싶다, 하며 글을 쓰게 되는데... 가끔 습작가들이 좀 과한 비판을 받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상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죠.
   진아   습작기에는 너무 좋은 작품을 보는 게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어린 싹에 주는 너무 독한 비료가 될 수 있달까요? 그리고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스토리, 한 번은 써봐야 하는데. 사실 이미 대부분의 소재들이 글로 쓰여져 있거든요. 근데 어쨌든 자기 글을 한 편이라도 더 완성하는 경험이 필요한데...
   은영   작가들은 워낙 예민한 존재들이라서... 저는 작가들은 종족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피가 다른 거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제3자는 냉정하게 볼 수 있지만, 그게 안 되는 게 작가들의 본질인 것 같고. 스스로에게 계속 그 의심과 질문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그 질문을 날아오면 상처를 받는데, 그렇게 상처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것(악평들) 자체를 완전히 차단시킬 수 없지만, 그런 일로 인해 작가들이 흔들릴 때 보호막이 되어 줄 수 있는 아군이 필요해요. 일본이나 독일 등에서는 출판사 에디터들이 대부분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독침이 날아올 때 같이 맞아주는 거죠. 우리 작가들에게도 그런 에디터들이 하나씩 있으면 좋겠어요. 악플 군단들을 없앨 수는 없으니까.
   오멜라스에서 추구하는 것은 조금 더 따뜻해지자는 거예요. 작품, 작가, 독자, 출판사가 서로 끌어안고, 보듬으며 가자. 이제 시작하려고 하니까 일단은 칭찬, 박수만 쳐 달라. 따끔하게 지적하는 건 나중에 해주시고, 지금은 시작하려고 하니까 오멜라스도 똑같아요. 창작하시는 분들이 겪고 있는, 고민이랑 같은 걸 갖고 있어요. 지금 뭘 해보려고 하는 건데. 격려가 필요하달까요.

   명훈   작가 입장에서는 국내에 쌓여 있는 장르에 관한 지식들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즉 하위 장르들이 뭐뭐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작가는 그걸 안 써야 하는, 그걸 필사적으로 피해야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론이 있다고 해도, 과학소설 창작 이론이라기보다, 독자가 보는 이론이라고 해야 하나, 독자들은 미국에는 어떤 게 있고 그걸 분류하고 소화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창작하려고 들어갔을 때 그게 써먹을 수 있는 거냐, 그건 모르겠어요.
   쓰다 보니, 제 입장에서도 뭔가 쌓인 노하우라는 게 있어요. 그런데 그 노하우하고 독자가 장르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하고, 저하고는 감이 좀 먼 것 같아요. 저는 최근에 드는 느낌은 뭐냐면, 나는 국내 과학소설 작간데 국내 과학소설 팬하고 거리가 멀구나.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그런 느낌도 받아요.
   상준   명훈 씨 말고 다른 국내 장르 작가들도 그럴 거예요. 독자들하고 나하고 이만큼 간극이 있구나, 라는 생각은 아마 거의 다 할 거예요. 작가는...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예요.
   명훈   그럼 안 되는데... (웃음)
   지은   그런데 독자가 정말 사랑스러워요?
   명훈   사랑스런 독자도 있죠.

   잠시 다들 웃었다.

   은영   한국처럼 온라인, 웹상에서 창작과 감상, 비평이 이루어지는 그런 곳에서 활동을 하고 계실 때, 읽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 그런 거에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둬야 되나, 그런 고민도 되지 않나요?
   지은   좋은 것만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죠.
   명훈   자기 글에 대해 하는 말은 귀가 얇아져서, 지나가는 말로 해도 다 들려요.

   진아   오멜라스에서 국내 SF 작가를 발굴하실 때, 막 글을 시작하려는 예비 작가군에게 에디터로써 조언을 한다면요?
   상준   은영 씨가 대답을 해주시죠. 저는 편집자 출신이 아니라 기획자 출신이잖아요. 에디터와 작가간의 커뮤니케이션이나 그런 쪽은... (은영 씨를 가리키며) 이 친구가...
   은영   장르 쪽은 제가 아직 온 지 신참내기고, 일반적으로 에디터 입장에서 말씀드릴게요. 오멜라스에서는 지금까지 죽 이어져온 골수팬만을 염두에 두고 있진 않아요. 오멜라스에는 박상준 대표라는 엄청난 내공을 가진 분과, “아서 클라크가 누구예요?” 이런 질문을 한 전적도 있는 초보가 함께 있어요.

   다시 웃음이 터졌다.

   은영   다른 한 명인 저는 학생 때부터 읽어오고 좋아했지만, 이 장르는 그냥 취미, 그 정도로만 생각했던 사람이고요. 편집 일도 순문학 쪽에서 했고, 읽어온 책도 순문학이 더 많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거나 다름없는 사람이에요. 이 세 사람의 조화가 구태의연한 표현일 수 있지만 새로운 시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요. 예를 들어서 과학소설을 오래 봐온 분들은 작가가 어떤 글을 써 왔다, 그러면 에이, 그거 몇 년 전에 누가 어디에 발표를 한 그 소재/설정 아니냐, 그런 식의 표현이 나올 수 있는데, 저희 같으면 와, 좋아요! 신선해요! 라고 말하게 되는 거죠. 일단은 작가를 춤추게 하고 보자. 춤추게 해서 일으키고, 그러고나면 설령 팬덤에서는 어디서 영향을 받고, 따온 거고, 진부하고 그런 표현을 들을지는 몰라도, 좋은 작품을 낼 수 있으리라고 봐요. 저는 지금 팬덤과 잘 모르는 일반 대중, 작가의 중간 정도에 있는 것 같아요.
   지은   난 완전 대중! (웃음)
   은영   오멜라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눈높이들이 국내 창작 역량을 지원하고 개발하는데 있어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일을 계속 하고 작품을 읽다 보면 내공이 쌓여갈 거고, 작가의 기를 꺾어놓는, 구태의연한 이야기도 늘어놓게 될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내 작가가) 많이 소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오멜라스가 만드는 국내 과학소설은 팬덤을 위해 만드는 건 아니에요. 일반 대중이 읽고 좋아할 수 있는 책을 만들 거예요. 대장님 생각이 어떨지는...
   상준   승인, 100프로 승인.
   은영   좋은 에디터는 작가를 격려하고, 띄워주고, 너는 할 수 있다, 라고 글이 들어와서 인쇄될 때까지, 작가보다 그 책에 더 취해 살아야 해요. 실제로 많은 에디터들이 장르를 불문하고, 책이 나와서 신문 리뷰를 탈 때까지, 계속 책에 빠져 살아요. 에디터는 제2의 작가거든요. 작가보다 그 책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많이 쌓인 작가들은 에디터 말을 많이 믿어줘요. 둘이서 만들어 가는 거죠. 편집자와 작가가 동시에요. 생각해보면 악플러들은 작가보다 에디터의 적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작가가 대처하기 힘들 때는 에디터가 그걸 막아주고, 차단하고 대응하기도 하고, 영광은 작가에게 다 돌려져야 하고. 그런 게 (에디터의) 할 일이지요.

   지은   제가 처음 과학소설을 접했을 때, 제일 즐거웠던 게 다양성이었거든요. 너무너무 다양하고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들을 한참 벗어나는 새로운 것들이 되게 많고, 컨텐츠가 만들어지는 인큐베이터 같았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나라의 정체된 문화컨텐츠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이 문화를 수용하려면 독자도, 작가도 그렇고, 다양성에 대해 마음을 여는 게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현재는 폐쇄적인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너의 폐쇄성이 나빠, 라고 말하지 말고, 정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모범성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주면, 자연히 그걸 닮아가고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그런 기대를 해요. 한 쪽에서 너무 닫혀 있을 때, 다른 쪽은 열려 있다면. 온라인은 그런 게 가능하잖아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 오멜라스에서 하고 싶은 건 그런 부분이에요.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 느낀 건 뭐냐면, 과학소설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이 98퍼센트인 것 같아요. 관심이 없어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런가 보다, 해요.
   상준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이에요? (쓴웃음)
   지은   네, 바로 그래요. 이 관심을 돌리려면 이 사람들의 일상과 관심과 접목시킬 수 있는 매개가 필요하거든요. 영화 좋아하는 사람, 음악 좋아하는 사람, 미술 좋아하는 사람, 많잖아요. 다행히 예술 쪽은 사람들의 욕구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런 코드를 잘 접목 시켜서, 아, 이런 것과 과학적인 상상력이 만났을 때 새로운 것들이 파생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게 과학소설인지 몰랐거든요. 제가 감탄한 건 그거였어요. 오, 이런 것도 과학소설이네? 제가 재미를 느꼈던 부분이 대중의 눈높이이기 때문에 (아직은 무관심한)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바로 하드 SF를 읽으면서 아, 이거 공부해봐야겠다, 이럴 거 같지는 않아요.
   (사이) 제가 처음에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수학 때문이에요. 재미있는 수학자들 이야기를 읽다 보니까 과학 교양서를 읽게 되고, 과학 교양서를 통해 과학소설을 알게되고. 그러다가 대장님을 만나게 됐고요. 그 과정이 재밌는 연쇄반응 같았어요. 저처럼 더 큰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어요. 팬덤들이 원하는 높은 수준의 그런 창작물이 아니어도, 뭔가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
   과학에 관심을 갖고 나서부터는 하늘을 보는 게 아니라 우주를 봐요. 얼마 전에 천체 망원경으로 토성을 봤는데, 그 순간, 우주를 정면으로 본 것 같았어요. 하늘에는 태양, 별, 달밖에 없었는데, 토성의 선명한 테두리를 보고 나니까 세상이 달라 보이더라구요. 이제부터 나는 우주를 보는구나. 이제 제 시야가 토성까지 간 거죠. 이렇게 세계가 확장하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앉아서 토성 이야기하고, 별자리 이야기하다 보면, 남 상처주고, 쓸데없는 뒷담화나 루머, 이런 이야기 안 해도 되고. 그런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런 즐거움을 알리는 것도 결국은 과학소설이라는 문화가 하는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상준   오멜라스가 건전하고 밝은 사회 캠페인 하는 것 같아. (웃음)

   뒤풀이 때 술 대신 커피를 마시고, 과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보드 게임을 즐기는... ^^

   지은   그럼 너무 딱딱하니까 건전은 빼고, 재밌는 사회?
   진아   그런 거 좋아요. 누구라고 말씀은 안 드리겠지만, 단편 한 작품에서 툭 하면 핵폭탄 떨어뜨리고, 한 작품 내에서 240만 명을 죽이고, 그러면서 남들이 조금만 터프하게 써도 어머, 이게 뭐예요, 그러지 말고, 건전하게...
   명훈   하하하^^; 누구예요?
   진아   있어요, 세계멸망 전문 작가라고.
   상준   이 쯤에서 내가 또 밥맛없게도 한 마디 던지자면, 그런 타이틀을 얻었던 작가가 이미 있었어요.

   다들 웃었다.

   진아   누구예요?
   상준   에드워드 해밀턴이라고, 스페이스 오페라 작가. 그 사람 별명이 세계 파괴자였어요. 뻑하면 수천만 명을 죽이고, 행성 하나 통째로 날려버리고.
   명훈   단편에 사람이 안 죽으면 결말이 안 나요, 이게.

   ...그, 그랬습니까;;;

   지은   작가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박범신 작가 강연회를 갔다 왔는데, 그 다음날 바로 그 사람이 쓴 책을 다 읽었어요. 이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소설을 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도저히 그 책을 안 보고는 못 배기겠는 거예요. 정말 몇 시간 만에 그 책을 다 읽었어요. 그 사람이 던지는 어떤 화두나 질문들이 결국은 내 인생에도 어떤 하나의 질문이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순식간에 그 사람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구나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국내 작가를 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사람에 대해서도 포커스를 맞추는 게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책이 주는 영향력도 크지만 사람이 주는 영향력이 더 크니까요. 작가의 영향력을 제대로 퍼뜨려야겠다, 그런 생각도 해요. 그게 결국은 오멜라스가 가진 저력이 될 거고.
   은영   인간 중심 마케팅?
   지은   네. 저는 인간 중심 이데올로기. ^^
   상준   거울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분들 중에 혹시라도 단행본 간행, 출판 이런 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오멜라스에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어요. 팬덤을 위한 작품, 이런 걸 북스피어 우선적으로 보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다른 출판사의 모토 같은 걸 응용을 해서 좀 그렇지만 북스피어 출판사의 모토가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거든요.
   우리는 뭐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웃음) 일단 재미는 있어야 해요. 팬덤들만 봐서 재미있으면 안 돼요.
   지은   그러나, 거기에 요즘은 한 가지 단서가 붙는 것 같아요. 색달라야 해요. 그래서 오멜라스는 디자인 쪽에도 포커싱을 많이 맞추고요. 책의 형태만 갖춘 책 말고, 보는 순간 갖고 싶다는 욕망이 드는 책을 만들려고 해요.
   한번은 지하철에서 {적과 나}라는 단편을 읽다가, 너무 슬퍼서 갑자기 눈물이 막 나오는 거예요.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서 손 쓸 새가 없었어요. 그 책이 [환상특급]이라는 단편집에 있는 글이었거든요. 그 표지 아시죠?

  

   ▲ 감동의 눈물을 흘릴 만한 표지.

   지은   사람들이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게 느껴지더라요. 그 책 표지가 약간 에일리언스러웠거든요. 심지어 그 때 선글래스도 끼고 있었어요. 어찌나 당황스러웠는지...
   독자가 지하철 등에서 책을 읽을 때, 정말 내놓고 보여주고 싶은 디자인, 책의 외장에도 신경을 쓰려고요. 제 친구 중에는 책을 포장해서 다니는 사람들도 있어요. 자기가 읽는 책이 뭔지 들키기 싫어서 그러는 건지. 책 표지의 유행이 마음에 안 든 건지. (웃음) 어떻게 보면 작은 부분일지 모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 아주 작은 힘든 점도 배려하는 게 되게 의미가 있으리라 봐요.
   상준   오멜라스에서 앞으로 나올 책들은 책의 내용 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만듦새도 기존의 장르 책과는 차별화를 두려고 해요. 내용은 둘째 치고, 일단 책이 예뻐서라도 소장하고 싶은 그런 책.
   은영   물론 편집자로서 책 가격과 디자인 사이에 비례함수관계에 대한 미묘한 고민이 있죠. 원가 몇 십원, 몇 백원에 울고 웃으니까. 쉽지는 않겠지만 ‘왜 그렇게 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진아   올해에는 어떤 책을 준비하시고, 내년에는 어떤 책이 나올지...
   지은   오멜라스가 과학소설 전문 브랜드라는 걸 알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단 장르의 핵심 걸작들을 하나씩 갖추려고 하고요. 올해 많은 책이 나올 수는 없거든요. 거의 1년 전, 대장님과 처음 인연을 맺게 한 책이, 아니 작가가 있었어요. 스타니스와프 렘이라는 작가인데, 국내에는 [솔라리스]와 단편 몇 편이 간헐적으로 소개되었어요. 렘의 작품을 처음 알게 된 것이 작년 4월 무렵인데, 이게 정말 책을 읽지 않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이야기였어요. 우주적인 상상력이라고 딱 이야기하고 싶은데, 주위 사람들이 우주적인 상상력의 실체는 뭐냐, 라고 물어봤을 때 ‘렘의 책을 읽어봐’라고 대답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에요. 팔불출이라고 해도 자랑하고 싶어요. 꼭 읽어보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어쩌면 이루지 못할 뻔한 제 꿈이기도 했으니까요. 근데 그게 오멜라스의 첫 책이 되었어요. 앞으로 렘의 작품이 몇 권 더 나올 거에요. 이 밖에도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는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어요. 오래 전에 나온 고전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낡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작품들이에요.

  

   ▲ 스타니스와프 렘(왼쪽), 시공사 그리폰북스와 집사재에 의해 국내에 두 번 소개된 [솔라리스]의 판본들.

   지은   오멜라스의 라인업은 기본적으로 장편소설선, 작가 걸작선, 우주활극 같이 약간 엔터테인먼트적이어서 신나게 막 읽어 나가는 키치 소설, 그리고 훌륭한 중단편도 준비중입니다. 각 라인업은 디자인 컨셉에서 일관성과 독창성을 살릴 거고, 이번에 작업하면서 느꼈지만 정말 책, 끔찍하게 끌어안고 만듭니다.
   선택과 집중을 발휘해서 책의 소장가치를 공감하는 사람들은 한정본을, 텍스트만 있어도 좋아하는 분은 가격도 저렴하고, 가벼운 보급판으로 하는 식으로 책에 대한 독자의 선택권에도 주목하고 있어요. 우선 올해 안에 각 라인업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지요.

   진아   언제쯤 첫 책을 볼 수 있을까요?
   은영   6월요.
   진아   얼마 안 남았네요.
   은영   네.

   은영 씨는 얼마 남지 않은 책 출간을 위해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명훈   (이때다! 하고) 오멜라스는 좋은 직장인가요?

   마침 이날은 노동절이었다. 일꾼들이 쉬는 날이라는 바로 그 노동절. 오멜라스 세 분은 모두 회사 앞에 모였다.

   진아   추석 빼면 올해 빨간 날이 금요일 아니면 월요일에 많아요.
   은영   그거 싫어요. 빨간 날이 많은 건 샐러리맨으로서 바람직한 현상인데, 저희 6월에 책 나오려면....
   진아   빨간 날 있으나 마나인가요?
   은영   네^^; 차라리 평일이면 다 같이 나오니까 괜찮은데, 빨간 날이면, 나는 나가는데 회사는 텅 비어 있고...
   상준   나는 빨간 날은 쉬어, 쉬어, 이야기는 하지만... 이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그런 모양이라... (웃음) 일이 급해서 빨간 날도 일해야 하는 사정인 거 뻔히 아는데... (웃음)
   명훈   나중에 포상휴가 안 나오나요?

   미묘한 웃음이 번졌다.
   사이에서 했던 SF/판타지 강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상준 님은 송경아 님과 함께 강의를 하셨다.


   상준   사이 1기 수강생들은 지금 2주일에 한 번씩 합평회를 자발적으로 모여서 하고 있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이에서 한 달에 한 번 SF영화 상영회를 했었어요. 그런 프로그램을 했다가 겨울 방학 기간 동안 시험적으로 한 번 (강좌를) 해보자고 해서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 2기 강좌도 열렸죠. 강좌 기간도 1기 때보다 늘었어요. 의외로 수요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죠.
   진아   그간 얼마나 목말랐는지 보여주는 거 같아요.
   상준   수강하러 오는 분들을 보면 심지어는 등단 작가도 왔었고, 동화작가이면서 SF도 쓰고 싶어 하는 분, 영화 쪽에서 일하는 분들, 만화 그리는 분들 다양했어죠. 강좌 이름 자체가 SF/판타지 스토리 창작 강좌니까... 소설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다양한 매체의 형식에 대응될 수 있는 SF나 판타지라는 장르의 창작 노하우를 공유해 보자, 그런 강좌니까 다양한 분양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오시더라고요. 심지어는 이 강좌를 들으러 오기 전까지는 소설 자체에 대해서도 거의 관심이 없었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명훈   저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 게, 전 같으면 장르를 접목시키는 방법이 읽기 쪽에 초점이 많이 가 있었는데, 이 강좌로 인해 쓰기 쪽에 자극을 주는 것 같아요.
   상준   네. 그렇죠. 창작 강좌도 한 번 해볼까 해서 한 건데... 우리나라의 과학소설 예비 작가들도 만나고...

   명훈   우리나라에서 과학소설을 잘 쓰실 수 있는 분들이 번역을 하고 계시잖아요. (웃음) 저는 그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상준   저도 아쉽죠. 당장 생활을 해야 해서 그렇긴 한데...
   진아   번역하시는 분들 중에 내가 한 편 쓰는 것보다 좋은 작품을 하나 번역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런 말 들으면 가슴이 좀 아파요. 잘 쓰시면서...
   명훈   창작하시는 분들이 번역을 하다 (창작 쪽으로) 안 돌아오실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서 되게 아쉽더라고요.

   진아   거울에서 몇몇 분들은 영작할 수 있는 분들을 찾기도 해요. 해외에서 도전해보자, 그런 느낌으로요.
   상준   (고개를 끄덕이며)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가 우리나라에서 출간됐으면 제대로 진가를 인정받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묻혔을 공산이 커요. 미국 시장이니까 제대로 평가를 받은 거고. [뉴로맨서]가 뻑뻑하죠, 난해하고. [스노우 크래쉬]가 그런 면에선 낫고. [스노우 크래쉬]를 읽고 나서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포의 제국]을 읽었는데 [스노우 크래쉬]하고 [공포의 제국], 두 개를 놓고 보면 너무 대비가 되는 거야. 크라이튼 책은 정말 잘 넘어가. [스노우 크래쉬]만 해도 되게 뻑뻑하고, 너무 팬덤형인 거예요. 근데 작품이 담고 있는 개념이랄까, 여러 가지 상상에 대한 모티브 측면에서 보면 [스노우 크래쉬]가 나은 점이 훨씬 많죠.
   [공포의 제국]은 지구 온난화가 사람들이 호들갑 떠는 것처럼 심각한 게 아니다, 라는 얘기를 소설로 쓴 건데, 크라이튼을 읽는 건 굉장히 성실한 작가라서 그래요. 이미 확보되어 있는 굉장히 많은 일반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하니까. 그런 거는 벤치마킹을 해야할 것 같아요. 눈높이를 너무 높이지 말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하우는 크라이튼 같은 작가에게 배워야 하는 게 사실인 거 같아요.

   작품 이야기가 나오자 정신없이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진아   거울 분들께 건필하세요! 라고 말할 때 예전보다 힘이 나요. 요즘은 국내 작가 출판에도 눈을 돌리는 경우들이 생기고, 발표할 지면도 생기고... 국내 작가 발굴에도 의지를 표명한 오멜라스 입장에서 생업에 시달리는^^; 예비 작가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상준   (잠시 생각하더니) 저는 사실 비정하고 냉정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요. (사이) 살아남으세요.

   짧은, 혹은 긴 침묵이 흘렀다. 정말로 대답은 그 말 한 마디뿐일 지도 모른다. 세상에 먹고 살기 힘든 게 어디 소설뿐일까. 멀리서 안 찾아도, 그냥 회사에 취직해서 먹고 사는 것도 힘든 세상이다.

   명훈   뻔한 스토리가 없다는 말이 등단하고 뭘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다거나 그런 게 없다는 건데...
   상준   작가가 되기 위한 어떤 프로세스, 기본적으로 이런 길을 밟으면 작가가 된다는 그런 길이 없다는 게 아니냐, 그런 말인데, 그래도 몇 년 전보다는 지금이 많이 나아졌죠. 거울도 있고, [판타스틱]도 있고.
   진아   거울도 있고. ^^;;
   명훈   거울이 거기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정말 길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상준   또 한 가지, 올해 동아일보에 당선된 작품이 과학소설이에요. 그게 처음이 아니에요. 90년대에도 과학소설로 신춘문예에 등단한 분이 몇 분 계시고요. 그분들이 처음부터 장르 작가는 아니고, 주류문학을 쓰다가 과학소설에 관심을 갖고 쓰다가 당선이 된 그런 케이스이긴 하지만, 그런 전적이 있고. 저는 그래요. 뭔가... 형식과 진정성, 약간의 재미, 약간의 재능, 이런 걸 잘 시너지를 시켜서, 본인이 정말로.. 나는 작품을 쓰고 싶다, 다른 사심은 부차적인 거고, 나는 작품을 쓰지 않으면 못 견디겠다, 이런 분은 결국은 써서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기회를 그래도 한국은 그런 걸 받을 수 있는 상황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이) 이젠 오멜라스도 있어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을 할게요.
   진아   맞는 말씀이에요. 상준님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이 분야에서 번역 및 기획으로 몸담아 오셨잖아요.
   상준   그래 봐야...
   진아   그래서 이만큼은 된 거예요. 살아남으세요, 그 말씀에 공감하는 게, 결국 그 자리를 계속 지켜온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 같아요. 거울도... 사실 중간에 몇 번 접어? 막, 이런 적도 있는데... ^^; 안 접고 버텼기 때문에... 기회도 오고, 기회가 오면 손을 뻗을 수도 있고...
   상준   비슷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외국의 유명한 작가들이 얘기하는 창작론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몇 가지 사항 중 하나가 일단 쓰기 시작했으면, 끝을 내라, 예요. 그거랑 비슷한 거죠.

   명훈   거울이 곧 5주년이거든요. 이번 달에 딱 60번째 업데이트를 하는데, 매달 업데이트를 한 거를 한 번도 안 빼먹고 60회를 채운 건데...
   상준   대단해요. 그럼 5주년 파티도...?
   명훈   에... 하나요? (진아를 보며) ...할까요? ^^;
   진아   에...

   ...생각 안 해봤다;

   진아   3주년 때 외에는 몇 주년 기념, 이런 걸 해 본 적이 없는데... ^^;;

   3주년 기념으로 독자분들을 위해, 자신에게 맞는 문항을 따라가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장르가 나오고, 그 장르에 해당하는 거울 필진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그 한 달간 메인 화면은 평소와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었다.
   막판에 펑크난 원고를 메꾸며―――3주년 기념 이벤트용 메인 화면을 다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펑크난 원고 한 편을 그냥 뺄 수가 없었다. 무엇으로든 메꾸어야 했다―――다시는 이벤트 안 하리, 라는 결심을 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지금은 이벤트 담당자가 계셔서 61호에는 작은 이벤트가 있을 예정이다. 파티는... 모르겠다!

   중고등학교 때 곧잘 쓰던 사람들이 대학에 들어가며 생활이 달라지자 글에서 멀어지는 것, 그 때까지 버텼거나 그 때 시작해서 잘 쓰던 사람들이 취직 후 글을 못 쓰게 되는 이야기로 흘렀다.


   상준   거울은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이 주축을 이루니, 그런 점에서는 유리할지도요.
   진아   농담처럼 그런 이야기도 있었어요. 사회생활 하는 분만 받자, 사회생활의 관문을 넘은, 도망 안 갈 사람으로.
   명훈   장르문학 최대의 적은 직장! (웃음)

   물론 농담입니다^_^

   명훈   60호를 업데이트하며 5주년을 앞둔 거울에 축하의 말 한 말씀 해주세요. ^^
   상준   오멜라스가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서, 거울이 있어서 너무 고맙고 반갑고 그래요. 거울도 없는 상황에서 오멜라스를 시작해야 했다면 정말 더 막막했을 텐데, 거울이 있어서 굉장히 든든하고, 뿌듯한 면도 있고 그래요. 앞으로 새로 저희가 시작하는 오멜라스가 거울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리라 기대가 됩니다. 축하합니다.

   지은   정말 축하드립니다. 요즘은 빨라서 5년이면 강산이 바뀐대요. (웃음) 근데 강산이 바뀌기 전에 5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짠해지기도 하네요. 저도 지금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꾸준히 유지시킬 수 있는 건, 정말 그 60호의 업데이트가 가능하게 했었던 끊임없이 쇄신을 해왔다는 거고. 또 그래서 5년이라는 게 의미가 있는 거고요. 정체된 상태로 5년 지났으면 이 5년이 이런 의미를 갖지 못했을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것 같고요. 거울에서 벤치마킹하고 싶은 것 중 하나고요.
   또 드리고 싶은 말씀은 5년 동안 뭐랄까, 태어나기 위해서 시간을 보내셨다면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시점이잖아요. 저는 작가들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출판사에서 우려먹으려고 하면, 그건 정말 처음부터 바닥이 보이는 일인 거 같아요. 우리가 같이 커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둘이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시너지들이 있잖아요. 거울의 그런 성장에 주목을 했어요. 이제 거울이 크고 오멜라스도 이제 석 달을 내딛었으니까, 오멜라스가 성장하면서, 거울과 같이 커서 성장통을 앓고 뼈가 자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그렇게 가서, 다시 또 5년이 지나고나면 거기서 자랐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문화는 정말 짧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저도 문화에 관심을 가진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자리에 있는 것 같거든요 그 성장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거울이 되어 주시면, 오멜라스도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 축하드려요. ^^

   은영   시작은 5년 늦었지만, 끝까지 사이좋게 지내겠습니다! ^^
   명훈   최고네요. ^^

   너무 과분한 말씀을 많이 들었다. 세 분의 말씀을 들으며 거울와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이 오갔다.

   명훈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 이제 거울은 어떤 비전을 만들어 가야 하느냐, 라는 지점에 온 것 같아요. 이제까지는 살아남자, 였는데, 살아남는 건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비 작가들이 작가가 될 수 있는 다들 동의할 수 있는 그런 길이 없더라고요. 물론 뻔한 스토리가 없으면 특이한 이야기로 가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없기도 하고요. 지금은 새로운, 즉 웹진을 통해서 잘 되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훈수를 하나 주신다면?
   지은   제가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3년 전 전부터 미국 드라마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때 관련된 사람을 통해서 이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영입이 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본 결과, 우리나라는 작가들이 각개전투를 하는데 미국 드라마 시장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각 영역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 풀에서 공동 제작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물론 그 사람들은 그런 프로세스를 잘 만들어서 운영을 하고, 그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형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즐거워하고, 재미있게 보는 이야기가 전혀 없던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그 중에서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거나, 아니면, 똑같은 주제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봤을 때 오는 어떤 신선함이 있다거나. 그런 2차 창작에 대한 시도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책으로만은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라고 봐요. 그래서 오멜라스는 2차 컨텐츠를 발굴하는 데에도 관심을 두고요.
   여기는 이미 작가풀이 있잖아요. 그런 어떤 공동의 프로젝트를 한 번쯤 해보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벤트처럼 단발로 그칠 지 몰라도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면 서로 얻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바라는 바가 비슷한 작가들이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을 해봤는데, 처음에 기대했던 것만큼 그렇게 효과적이진 않았어요. 시행착오를 제대로 겪었지요. 그렇지만 한 번 그런 것들을 시도를 해보니, 나한테 이런 부분이 있는 줄 몰랐다가 알게 되고, 새로운 걸 제안하고 만들어가는 부분이 분명히 생기더라고요.

  

   ▲ 상준 님의 든든한 빽, 은영 씨(왼쪽)와 지은 씨.

   거울 합평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은영   거울 합평회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나요?
   명훈   오프라인이요.
   은영   한 달에 한 번이요?
   명훈   네.
   상준   거울에 올라왔던 작품을 대상으로 하나요?
   진아   제약은 없어요. 올라왔던 글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상준   합평회 갈 때는 읽어보고 가야 하죠?
   진아   네. 작품을 가지고 오는 건 선택, 읽는 건 필수. ^^
   은영   합평회를 한 뒤에 일어나는 과정은 어떤 거예요?
   진아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합평회 끝나고 평을 듣고 수정하신 후 발표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발표하는 매체는 거울일 때도, 다른 곳일 때도 있어요. 다른 경우는 이 글은 여기서 끝, 이러고 들은 조언을 다음 글에 반영하는 거죠. 당장 눈에 띄는 어떤 결과가 있을 때도 있지만, 수정한 후 발표한다거나 하는,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단련하는 과정이랄까요. 다른 분들의 글을 비평하기 위해 읽는 것도, 그 글을 분석하는 것도, 결국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요.
   명훈   다음 글에 반영하는 사람이 전데요. 합평회에 들고 가면 독자들은 어떻게 보나, 한 번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눈이 내면화되는 것 같아요.
   진아   합평회를 하다 보면, 생각도 못한 부분을 찌르는 분들이 있어요.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그런 측면도 봐야 하는구나, 같은 걸 알게 되어요. 타성화된 것, 저도 모르게 습관으로 혹은 당연하게 생각해서 써오던 어떤 걸,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글쓰기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말을 들을 때가 있더라고요.
   은영   꿈을 이뤄내는 과정 같아요. 거울에서 하는 일도 그렇고. 한국에서 장르 작가가 등단할 루트가 없다고 하는, 그 뚜렷한 어떤 하나의 길이 없다면, 하나쯤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순문학 같은 경우, 대부분의 작가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계기가 각 출판사에서 하는 공모전을 통해서잖아요. 문학상 공모전이 아무래도 제일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루트 중 하나고. 출판사에서 하는 공모전이 신문사보다 더 효과적인건 일단 책이란 형태로 세상에 나오게 되는 거니까.
   오멜라스의 올해 큰 목표중 한 라인업이 올 겨울 방학 전쯤에 개척할 중단편선인데, 해외 작품을 전반에 두지만 국내 작가들도 시도해 보려구요. 중단편 컬렉션 쪽을 국내 작가를 위해 할애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앞부분에는 외국 작가를 먼저 출간하고, 국내 작가를 같은 라인업에 넣으면 예를 들어 자기 책이 이제 아서 클라크와 같은 라인으로 나오는 거죠.
   명훈   아서 클라크가 누구예요?

   다들 웃음.

   은영   작가 입장에서는 클라크와 같은 선집에 들어가는 게 되고요. 고무적인 프로젝트란 생각이 들어요. 올해 안에 준비를 해서, 동시에 국내 작품을 다섯 권 정도 연달아 넣는 거죠. 그리고 다시 외국 작가들 것을 연결해서 넣고.
   현실적인 시간으로는 내년 1, 2월 경에 내려고요. 그 정도로 하려면 가을 전까지는 라인업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지은   한국에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200만명이래요. 그래서 그렇게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기획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드라마가 거의 로맨스 일색이긴 하지만, 저 많은 사람 중 새롭고 독창적인 드라마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장르 안에서만 머물지 말고, 창작을 원하고, 자기 상상력에 대해 경이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맞춰야 하지 않을까. 장르가 장르로만 살아남으려 하지 말고 다른 부분들도 같이 고민하고 생각하면 (길이) 열리는 것 같아요. 다양성이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그런 부분들이 열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보거든요. 그런 부분들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나름의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요.
   처음에는 어느 정도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을 넣을 수도 있어요. 밸류가 떨어지면 의미가 없어지니까.
   은영   출판사에서 한 작가를 키울 때는 그 사람이 앞으로 쓸 미래와 과거를 다 보고 기획을 하기 때문에, 한두 편 내고서 끊기면 그건 진정한 의미로 키우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오래 꾸준히 써오신, 작가분들을 먼저 컨택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는 여기까지 진행됐다. 지은 씨는 약속 시간이 늦어서 가시고, 은영 씨는 노동절임에도 홀로 사무실로^^; 가시고, 상준님과 명훈님과 함께 방통대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바람이 안 불었으면 좋았을 텐데, 몇 년 만에 친 배드민턴은 놀랄 만큼 재밌었다!
   심지어 결국 며칠 후 배드민턴 채를 구입하기까지 했다;

   마감 때문에 바쁜 와중에, 그것도 무려 빨간날(!)에 거울 인터뷰에 응해 주신 세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기회였다. 인터뷰는 상대방을 소개하고, 알기 위해 하는 건데, 늘 내가 더 얻는 게 많은 것 같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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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unn 08.05.31 10:48 댓글 수정 삭제
    와~ 알찬 인터뷰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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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문 08.05.31 12:54 댓글 수정 삭제
    오멜라스에서 꼭 훌륭한 작가 발굴해서, 내는 책마다 대박 나길 기원하겠습니다.
    한국 SF가 해외에서도 통하는 스타 작가를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일터 사람들한테도 막 자랑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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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08.06.04 00:29 댓글 수정 삭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영화 기획이 인상에 남네요. 대단한 것 같아요. 오멜라스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국내 작가도 오멜라스를 통해 좀더 많이 알려지고 발전했으면 좋겠고요. 거울 이야기도 곁들여져 있어서 멋진 인터뷰가 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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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60호에 걸맞는 멋진 인터뷰네요. 상준님의 오멜라스의 앞날이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