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4월의 어느 비 내리던 날, 권님을 광화문에서 만났다. 저녁으로 덮밥 두 개, 김치 우동 하나를 사이좋게 해치우고 권님이 안내한 카페에 갔다. 흡연석은 야외라 조금 시끄러웠지만, 카페에서 직접 볶은 커피는 맛있었고 케이크는 달콤했다.

진아 : 아, 디카 안 가져왔다!
권 : 아... 안 가져오셨어요?
진아 : 서하님이 인터뷰할 때 사진 많이 찍으랬는데... 어쩌죠? 가릉이를 지울까.

폰카에 남은 용량이 없었던 터라 고민하자 권님이 핸드폰을 넘기셨다.

진아 : 아, 권님도 폰카셨군요!

... 요즘은 카메라가 달리지 않은 핸드폰이 더 귀하다.;;;
길거리, 메뉴판, 탁자 등등을 찍다가...


진아 : 제가 합평회 진행자 맡아달라고 했을 때 무슨 생각하셨어요?
권 : ...... 올 것이 왔구나.
진아 : 으하하 ^^;; 하기사, 초기부터 참석하셨고, 매달 오신 분은 권님 밖에 없었으니... ^^; (사이) 근데 올 것이 왔구나, 라고 생각하셨으면서 제가 말씀드렸을 땐 그렇게 빼셨단 말이에요?
권 : 아, 아니, 제가 빼긴 뭘요. ^^;;
진아 : 빼셨거든요!

오래도록 수고하셨던 루나벨 님이 어학연수로 더 이상 합평회 진행을 하실 수가 없었다. 권님께 말씀드렸다가 사양하시기에 평회 맡을 사람 없는 줄 알고 울었었다.



진아 : 진행 해보시니 어때요?
권 : 에... 뭐, 일이 늘었죠. 정리하거나, 공지하거나, 그냥 참여할 때보다 신경이 쓰이긴 하죠.
진아 : 참석자 적을까 걱정되시죠?
권 : 아뇨. 그냥 마음 편하게 하고 있어요. 그보다 장소가 문제예요. 대여섯 분 정도면 괜찮은데, 열 분, 이렇게 되면 장소 잡기가 어려워요. 상파울로 방도 열 분 넘으면 좁아요.
진아 : 흠... (상파울로에 비하면) 비싸긴 해도 민토가 넓은 방도 있고 좋을 것 같아요. 사람많을 때는.


권 : 참, 요새 논픽션을 많이 읽으시네요.
진아 : 재밌는 과학 저널은 어지간한 스릴러 뺨치게 재밌어요.
권 : 맞아요! 근데 저 요새 바빠서 통 책을 못 읽어요. ㅜㅜ
진아 : 설마 합평회 때문에 바빠서 책을 못 읽으시는 건 아니죠?
권 : 아니에요. 출퇴근 거리가 길에서 지치고. 회사 다니다 보니 그래요.

다행이다. ^^;;

진아 : 처음 진행하실 때 긴장 많이 하셨었죠?
권 : 아뇨, 하던대로 하면 되겠지, 그런 무책임한 ^^;;
진아 : 아하하 좋아요, 좋아. 마음 편하게 하세요. ^^
권 : 합평회가 진행자에게 뭔가 크게 요구하는 게 있거나 그러지 않으니까요. 딱히 많이 힘들거나 하진 않아요.



권 : 그동안 루나벨님이 잘 이끌어오셔서, 틀이 잘 잡혀 있거든요. 그간 루나벨님과 선비님이 해 오셨던 거고. 이번에 합평회 설명 정리한 것도, 예전에 있던 걸 토대로 다듬은 거니까.
진아 : 아, 지각하신 분들 초컬릿 사오시던가요?
권 : 한 분 밖에 안 사오시던데요. ^^; 다음에는 공지 올릴 때마다 써야겠어요. 근데 초컬릿이라고 하면, 너무 한 사람의 취향이 들어나잖아요. ^^
진아 : (순진한 척) 네? (뺨 톡톡)

진아 : 사실 몇 시간 떠들다보면 당분이 필요해요.
권 : 네. 이번 같은 경우 합평작도 짧고, 두 편 뿐이라 편하게 했어요. 하지만 합평작도 많고, 분량도 길면 지치죠.
진아 : 사람이 많으면 한 자리에서 하기 힘들어지긴 하는데... 저번에 팀 나누니까 다들 좀 재미없어 하더라고요.

첫 공개합평회 때 합평작도 많고, 참석자도 많아 팀을 나눴었다.

권 : 네, 저 쪽 팀은 무슨 이야기하나 궁금하고. 분산되는 것도 그렇고.
진아 : 작품이 많아지면, (팀 나누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 같아요.
권 : (작품 수와 양에 따라) 임의로 나누게 되니까, 다른 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못 들어가게 될 수도 있고.
진아 : 한 주 더 하거나. 다음 주에 시간 되는 분들은 다음 주에 하는 식으로 한 번 더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동안 잠시 대화가 끊겼다.


진아 : 무슨 말씀이든 하세요. 분량 채워야 해요. (진지)
권 : ... 지금 그 말씀도 (인터뷰 기사에) 넣으실 거죠?

...... 넣었다.;;;;;;

진아 : 판타스틱에서 합평회 취재 올 때는 어떠셨어요?
권 : 그 때는 좀 긴장했었죠. ^^



진아 : 권님이 언제부터 합평회에 오셨죠?
권 : 필진 되고 나서도 한참 있다가 왔었죠. 제가 처음 간 합평회는 합평작이 없어서 거미원숭이 놀이를 하며 놀았어요.

거미원숭이 놀이는 그 자리에서 작은 소재를 정해 즉석에서 쓰는 글쓰기 놀이입니다. ^^

진아 : 아, 그럼 저는 안 나갔을 때네요. 첫 합평회는 거미원숭이 놀이였고, 다음부터 합평회 나오실 때는 어떠셨어요?
권 : 아, 자꾸 아무 생각 없었다, 고 대답하면 안 될 텐데. ^^;
진아 : 뭐, 어때요. 아무 생각 없으셨음 없었던 거지. ^^
권 : 저는 합평회가 처음이었어요. 창작 수업을 들었다거나, 문예창작과이신 분들은 경험이 있기도 한데. 저는 처음이어서... 이런 것도 있구나, 이랬었죠. ^^;
(사이)
그리고 거울 분들이 다 재밌으셔서... 회사에서는 정말 할 말이 없을 때가 많아요. 여자 분들은 남자 이야기하고, 거기 끼기도 그렇고. 게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 그것도 별로 할 이야기가 없고. 근데 거울 모임은 대화가 안 끊기고, 정말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진아 : 거울 필진으로 합류하시기 전에도 거울을 보셨잖아요. 필진이 되시기 전이랑, 필진이 된 다음이랑 거울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권 : (망설이지 않고) 생각보다 시끄러운 동네라는 거. ^^; 특히 오프라인 모임 나갔다 와서는 확실하게 느꼈는데요. 밖에서 볼 때는 거울 진짜 조용해 보일 거예요. 한 달에 한 번 업데이트 되는 것 외에는 별 변화도 안 보이고. 근데 (오프모임에 나가보면) 대화가 끊이질 않아요. 근데 오프라인에서 활발했다고 해도, 그게 온라인에는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이)
이번 공개 합평회에 판타스틱에서 기사 보고 온 분도 계셨어요. ^^
진아 : 오... ^^


진아님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거울 편집장 미모설이여 영원하라!
(그림 그리신 ida님의 전언 : 진아님에겐 귀랑 꼬리가 필요해요!) (...... 왜? ㅜㅜ)


권 : 요새 거울 오프 모임은 남자분들이 많아지신 것 같아요.
진아 : 아, 그런 것 같아요. 초기에는 정말 여자분들밖에 없었는데. 아르하님이나 배명훈님, 무한슬픔님이 청일점일 때가 많았죠.
권 : 여자 필진분들 좀 컨택하세요! (버럭)
진아 : 다들 사심이 있다?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요. 거울은 환상“문학”웹진이에요. (사이) 사실 정말 초기에는 여자분들이 왜 이렇게 여자들밖에 없는 거야! 하셨는데... 순식간에 성비가 바뀌었네요. 크큭
권님도 청일점이셨던 적 있을 텐데요.
권 : 두어 번 있었죠.
진아 : 초기에 평회 나오시던 분들이 요새 못 나오셔서...
권 : 거울은 계속 새 필진을 받고, 그렇게 계속 새 힘을 얻으면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진아 : 한동안 글 못 쓰셨던 분들이 요새 글을 쓰세요. 이 달에 시간의 잔상에 jxk160님, 암리타님, sandmeer님, 벌써 세 분이나 글을 주셨거든요.
(사이)
아, 세 분가지고 많대. 말하고나니 급 슬프다. ^^;;

한두 편 가지고 겨우겨우 업데이트한 지 벌써 몇 달. 시간의 잔상 필진 여러분! 건필하세요! ^^+

진아 : 한동안 글을 못 쓰신 분들은 평회에 참석하시라거나, 오프 모임에 나오라고 하시면, 요새 글을 못 써서, 그러시는 거예요. 평회가 꼭 글을 들고 와야 하는 곳은 아닌데...
권 : 나는 뭐지? ^^;;

권님은 본디 리뷰 필진으로 합류하셨으나 한 동안 리뷰를 못 쓰셨다.

진아 : 권님은 이제 리뷰 필진이 아니세요. 리뷰에 대해서는 부담 갖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합평회 운영자로서, 편집진으로 평회만 잘 진행하시면 됩니다. ^^ 물론 리뷰 필진에도 이름이 올라와 있긴 하지만... 그냥 가끔 가끔 쓰시라고...
권 : 와! 꼭 그 말을 붙이시더라!
진아 : 깔깔 농담이에요. 정말 리뷰에 대해서는 부담 갖지 마세요. 사실 거울 초기에는 리뷰 필진이 따로 없이, 시간의 잔상 필진들이 리뷰도 쓰고 그랬는데. 갈수록 역할분리를 하려고 하고 있어요.
정말 거울이 커졌나봐요. 저 혼자서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어요. 그래서 꼭 글을 쓰는 필진이 아니더라도, 운영을 위해서도 사람이 필요해요.
그리고 여러 분들이 여러 가지 일에 함께 해 주시는 덕에 전에는 못 하던 것들도 할 수 있게 되었죠. 3주년 외에는 1, 2, 4 주년 기념호 다 별다른 이벤트 없이 지나갔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이벤트 담당이신 서하님이 계시고...

권 : 3주년 때 ida님이 참 많이 고생하셨죠.
진아 : 그거 만드신 거 jxk160님이세요. ^^;

36호일 때 3주년 기념호로 한 달간 다른 디자인이 메인 화면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 3주년 기념호는 사실은 37호에 했어야 맞았다는 거.
그러나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었다. 올해 5주년 기념호가 60호냐 61호냐 의논하다가 비로소 그 때 37호에 했어야 했다는 걸 알았다.;;


권 : 헉, ida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진아 : 그거 디자인 참 특이했는데. 아, 찾아서 거울 갤러리에 올려야겠다. ^^
(사이)
제가 요새 먹고 사는 일에 치이느라... 이리저리 여러 분들이 거울 운영에 참여하시고, 고생 많으시죠. 그래도 덕분에 거울이 많이 풍성해졌어요.
전에는 홍보도 딱 핵심문구만 넣어서 했는데, 이제는 명훈님께서 카피 문구도 짜주시고.
권 : 그럼 서하님이 꾸며주시고. ^^
갈수록 이상적인 모임 형태로 만들어져가는 것 같아요.
(사이)
한 사람이 이끌어가는 경우도 있고, 어떤 집단이 이끌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한 사람이 이끌어나가는 경우 한 사람이 나가면 와해되고, 어떤 집단이 이끌어가는 경우에는 균형이 무너지면 깨지잖아요. 거울도 약간 그런 쪽이긴 한데... 그 집단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까... 진아님은 구심점 역할을 해주시면 되는 거고.
진아 : (의기양양) 그렇죠, 저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죠.
권 : ..... 그렇게 표현하시니까... 아니, 그건 그게 아닌데...
진아 : 와와- 좋아요. 저는 우아하게 가만히... ^^
권 : ... 이런 걸 가리켜 아전인수라고 하죠, 아마? ...



권 : 루나벨 님이 영국에서 돌아오시면(현재 어학연수 중) 평회 자주 나오시면 좋겠어요.
진아 : 선비님도 회사가 너무 바쁘시고... 회사가 사람들 에너지 다 빨아먹어요. 정시에 퇴근 좀 시키지. 다들 글 써야 하고 바쁜 사람들인데. ...
권 : 다들 글을 보는 관점들이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많이 나올수록 합평회가 더 재밌어지고 풍성해지니까. 루나벨님은 텍스트를 굉장히 분석적으로 보시고. 박가분님도 분석적이시고.
진아 : 가분님은 또 군대에 가셔서...
권 : 그러게요! (사이) 가분님처럼 리뷰 쓰시는 분은 본 적이 없어서... 자기 철학이 뚜렷하고, 그렇게 글을 뽑아내는 것도 능력인데.



권 : 합평회 진행하면서 말이 많아졌어요.
진아 : 좋아요 좋아. ^^
권 : (허탈하게 웃는다.) 제가 평회 맡아주니까 그냥 다 좋으시죠?
진아 : 히히(정곡)



권 : 평회에 오셨던 분들이 계속 오시면 좋겠어요. 평회가 도움이 되는 지도 궁금하고.
진아 : 네. 저도 자주 나갈게요. (.... 장담은 못합니다만...;;;;)

권 : 제가 영원히 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저 다음에도 평회를 운영하실 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게 많이 부담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진아 : 그래도 혹시 다음 합평회를 맡을 분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권 :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듣고, 정리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러니 먼저 서기부터 시키는 거죠!

루나벨님이 진행할 때 권님이 서기셨다.

권 : 저는 합평회를 하면서 글을 읽는 눈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죠.

진아 : 마지막으로, 마무리 클리셰 질문. ^^; 합평회 진행자로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
권 : 많이 오세요. ^^

진아 : 합평회에 참석하실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
권 : 많이 오세요. ^^
진아 : 음... 네. ^^;

퇴근하시고 멀리까지 오셨던 권님, 다음 합평회 때 뵈어요.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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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xk 08.04.26 22:11 댓글 수정 삭제
    권님 홧팅요!!! 늘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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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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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4.28 22:11 댓글 수정 삭제
    권님, 요즘 부쩍 터프해지셨어요. 흐흐. 합평회가 든든하더군요.
    근데 이 인터뷰는 읽다 보면 누가 누구를 인터뷰했는지 헷갈리는 부분이... 으흠..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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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08.05.01 13:35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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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lias 08.05.01 16:47 댓글 수정 삭제
    권님이 진행하시는 합평회 참 좋아요. 이분, 능력자세요. 적절하게 정리해주시는 센스가 있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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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05.21 16:10 댓글 수정 삭제
    좋게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죠... 감사합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