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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나서 배꼼 현관문을 열었더니 길양이 무명씨가 서있었다.
"오랜만이네……."
내가 인사하자 녀석은 대꾸가 없다. 문득 밥그릇을 보니 깨끗하게 비어져 있었다.
사료를 한 움큼 쥐고 와서 가득 채워줬는데…….
무명씨만 있었던 게 아니라 자주 붙어 다니던 졸병(사실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녀석도
함께 있었다.
수줍음 많은 녀석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배꼼 고개만 내민다.
야옹하고 내가 소리를 내자 무명씨는 외면한다.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졸병 녀석만 야옹하고 대답해준다.

때때로 나는 녀석들을 만지고 싶다. 그 부드럽고 촉촉한 코를 만지고 싶고 따뜻한 몸을 쓰다듬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늘 거리를 유지해왔다. 단 한 번도 좁혀 본적이 없다.
우리는 정이 들까봐 걱정하고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했다.

밥을 먹으라고 그 자리를 피했는데. 녀석들은 현관에서 몇 분 더 따뜻한 볕을 받으며 쉬다가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사료는 먹지도 않았다.
배가 고파서 온 것이 아니라……. 그냥 놀러왔었구나.
결국 언젠가는 오지 않겠지. 조금은 쓸쓸한 기분이 들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걸로 만족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그래서 서로 몸을 비비지 않고 어루만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어, 왔네, 잘 가! 안녕!! 이렇게 인사하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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