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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벽 길가에서

2008.05.30 23:4205.30

01demian@hanmail.net

"과속이에요."
딱지를 떼는 경찰 아가씨에게 나는 멍청한 얼굴로 말했다.
"여기까지 교통경찰이 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예측한 곳에 있으면 무슨 수로 위반자를 잡나요."
"물론 그렇긴 하지.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에요."
"여긴 지구로부터 120만 광년 떨어진 곳이라고."

"그러니까 문제라고요. 선생님은 광속에 거의 근접했어요. 이 속도로 가면 당신은 예정보다 20만 년 빠른 시대에 지구에 도착해요. 빙하기 한복판에 떨어질 거라고요. 그 시대 지구인들은 우리를 맞을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요. 배 한척이 도착할 우주 정거장 하나를 세우기 위해서 지구 톨게이트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역사를 조종하고 시대를 맞추고 기술을 전수해야 하는지 알기나 해요. 선생님처럼 이상한 시대에 떨어져서 이상한 전설이나 벽화를 남기고 건전지나 볼펜 따위를 떨어트리고 오는 여행객 때문에  우리가 자료를 없애느라 얼마나 애를 먹는지 알기나 해요. 얼마전엔 강도로 위장하고 박물관에 침입해서 화석증거를 가짜로 교체해 놓은 적도 있다고요. 규정 속도 좀 지켜요. 20만년쯤 좀 빨리 간다고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있다고."

촬영장소 : 평창 섶다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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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태운 08.11.29 03:49 댓글 수정 삭제
    아주 늦게서야 봤는데......본문의 글은 ida 님의 창작 fiction인가요? 너무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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