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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왜 그렇게 태어나려고 기를 쓰는지 모르겠다니까.”
나는 해가 지고 있는 황금빛 구름 위에 턱을 괴고 앉아서 중얼거렸다.

“나는 벌써 1구골* 번이나 태어났다고. 이젠 뭘로 태어나도 새롭지가 않아. 왜 꼭 살아야 하지? 그냥 죽은 채로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어차피 인생의 대부분은 죽은 채잖아. 이승으로 가 봤자 결국은 죽어서 또 여기로 오는걸.”
명일은 웃으며 말했다.
“태어나는 것도 계획을 세워서 잘 하면 의외로 재미있다고. 어디 보자, 이건 어떨까, 이 곤충 도감의 1페이지부터 순례를 해보는 거야. 일주일이나 하루씩 살아보는 거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례한 뒤에 책을 출판하는 거야. 어디 보자…… '가락지나비'부터 시작해볼까? '아니면 '가을흰별밤나방'?”
“좋아, 좋아. 태어났다가 올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나는 잠깐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지금 뭘 한 거야?”
“전자(電子)였어. 3초 정도 살았지. 아름다운 인생이었어. 나는 누구일……까지 생각하다가 죽었지. 그럼 됐지? 난 천 년쯤 자러 갈 거야.”

(구골googol : 10의 100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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