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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시간의 잔상"의 역사

2008.01.26 00:0901.26

mh_bae@hotmail.com“시간의 잔상”의 역사

거울은 침체되어 있는가? 이 기사의 목적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작품의 질적인 부분에 대한 분석보다는 작품 수, 참여 작가 수 같은 양적인 지표에 의한 분석으로 한정했지만, 언젠가 역량 있는 필진이 작품 내적인 변화를 잡아내는 질적인 분석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분석 대상은 “시간의 잔상”으로 한정했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 2006년 6월에서 2006년 11월 사이의 반년동안 거울은 암흑기를 겪었다. 그 이후 장기적이고 완만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1. 정점 후의 침체: 월별 작품 수 변화



월별 작품 수 변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점인 21호(2005년 2월)를 향해 나아가는 강력한 상승세와 그 뒤에 이어지는 침체다. 다음으로 거울 3주년 기념호가 실린 36호의 정점이 눈에 띈다. 이 두 개의 정점과 그 뒤에 이어지는 급격한 하락세로 볼 때 창작 역량이 집중된 뒤에는 꽤 큰 규모의 침체가 온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서, 36호에서 보여준 두 번째 정점은 21호 이전 시기에는 최정상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12호부터 21호 사이에 계속된 활발한 활동과 비교하면 36호는 그다지 선전한 편이 아니다. 특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첫 번째 정점 이후 침체된 분위기에서 편집진이 야심차게 계획한 3주년 특별호는 과거의 활발했던 시간의 잔상을 다시 떠올리게 할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직후에 이어진 극심한 침체는 거울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로 이어졌다.

42호의 도약을 계기로 거울은 다시 안정세를 회복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복은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하락세는 월별 작품 수가 아니라 월별 참여 작가 수를 따져 볼 때 훨씬 뚜렷하다.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2. 암흑기: 37호에서 42호까지
물론 많은 외부적인 요인이 개입되어 있지만, 이 침체를 설명하는 가장 큰 내적 원인은 37호에서 42호까지의 암흑기에서 찾을 수 있다. 첨부한 표는 그간 시간에 잔상에 게재된 작품의 제목과 작가를 정리한 것이다. 표는 각 작가별 게시판을 보고 해당 작가의 글이 몇 호에 실렸는지를 기록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때 작가 순서는 리뉴얼 이전 시간의 잔상 메뉴에 나와 있는 작가 순서에 따랐다. 그 순서는 아래와 같다.

가연 - askalai - hermod - 아르하 - crazyjam - 赤魚 - raile - 가는달 - 추선비 - 은림 - bluewind - inkdrinker - 자하 - 명비 - 루나벨 - cancoffee1 - unica - jxk160 - 무한슬픔 - 정대영 - 미로냥 - 갈원경 - 로비 - fool - ida - 이수완 - 곽재식 - 배명훈 - karidasa - amrita - 유서하
(“가연”부터 “crazyjam”까지는 창간호 게시순. 이하는 거울 합류 순서)

그런데 22번째에 해당하는 “갈원경” 작가의 작품 리스트까지 월별 게재작을 입력했을 때, 암흑기의 정체가 드러났다. 총 31명의 거울 작가 중 거울에 합류한 순서가 앞에서부터 22번째 안에 드는 작가 전체가 37호에서 42호까지 글을 단 한 편도 게재하지 않았다. 23번째인 “로비”는 37호에 한 편을 게재했을 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 작가들이 37호에서 모두 거울을 떠난 것이 아니었으며, 43호 이후에는 다시 시간의 잔상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유독 37호에서 42호까지의 기간에만 기존 작가들의 공백이 있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3주년 특집호 직후에 나타난 침체기에, 거울 초기 필진 전체가 반 년간이나 사실상 거울에서 손을 놓아버렸고, 그 기간 동안 거울을 유지한 것은 후반기에 합류한 작가들이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3. 2006년 6월에서 2006년 11월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설명을 위한 가설

1) “초기에는 총알이 있었다.”


모든 작가가 그 달에 창작한 작품을 내 놓는 것은 아니다. 미리 비축해 둔 작품을 시간의 잔상에 내 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암흑기 근방에 그 ‘총알’이 점점 바닥나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편집장의 증언에 따르면 이 무렵의 어느 업데이트 때 단편 원고 접수가 저조해서 남아있는 ‘총알’을 급하게 긁어모았는데, 그 다음에는 그마저도 긁어모을 수 없었다. 그동안 비축된 원고가 말 그대로 완전히 바닥난 것이다.

물론 이 가설의 설명력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22명 전체가 6개월간 새로 창작해 낸 작품이 거의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어야 하고, 42호 이후에 창작력이 충분히 복원되지 않은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설의 설명력은 충분히 강력해 보인다.


2) 외적 요인의 작용

이 기사에서 이용한 자료 범위에서 해명되지 않는 수많은 요인들이 암흑기를 설명하는 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비슷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생업을 위해 삶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식의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운영진 부담 가설도 가능하다.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일수록 운영진 일을 더 많이 맡게 되어 창작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그 외에도 쉽게 검증될 수 없는 수많은 가설들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외적인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언젠가 거울에서 이 문제를 특집으로 다룰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인터뷰나 대담 형식이 적당할 것이다.


4. 최근의 침체와 앞으로의 거울

시간의 잔상에 실리는 단편 숫자가 거울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이고 완만한 침체 경향은 쉽게 부인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물론 2008년의 거울은 다른 긍정적인 변화들도 많이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거울에 대한 그 모든 긍정적인 평가의 이면에는 실력이 뒷받침되어 있어야 하고, 그 실력의 실체는 오로지 작품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그래도 몇 년이나 해 왔는데, 설마 거울이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거울을 창간하고 활동했던 작가들은 2006년 가을에 거울을 한차례 폐간했다. 2008년이 2006년에 비해 훨씬 좋은 해라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거울은 한 번 더 문을 닫을 수도 있다. 21호의 정점 이후 침체, 36호 정점 이후 침체,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다음 침체일지도 모른다. 차트 따위는 사실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런데 그 차트는, 그 다음 침체기에, 거울이 드디어 “시간의 잔상”에 글을 한 편도 내지 못하는 달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거울은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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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잔상 월별 게재작/작가” 자료첨부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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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unn 08.01.26 00:41 댓글 수정 삭제
    컥... 소리가 절로 나는 기획물입니다. 새삼 반성하게 되는군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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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8.01.26 00:46 댓글 수정 삭제
    노...논문을 쓰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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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 08.01.26 01:03 댓글 수정 삭제
    글들 쓰셔욧! (이 달에 한 편 낸 자로써 허리에 손 턱, 의기양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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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1.26 06:38 댓글 수정 삭제
    처음에는 몇 호에 뭐가 실렸나 정리하는 기획이었는데, 하다 보니 규칙이 보여서...
    전에 말한 학술 용어로서의 "설명력"이라는 단어를 써먹었어요. "엄마의 설명력"에서 "설명력"은 이 글에 나온 용법으로 쓰이는 단어랍니다. 말 솜씨라는 의미 절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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