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melchizedek@naver.com거울의 작가들은 어디쯤을 보고 있을까.
그들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심히 궁금해지는 점이다. 각기 다른 개성의 작가들을 하나로 묶어 지칭한다는 게 망설여지지만, 확실히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현실이 아닌 저 너머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나는 그래서 그들이 무섭도록 질투 나고 사랑스럽다.

-조개를 읽어요
배명훈의 꿈은 놀랍도록 현실적이라 꿈인지도 모르고 꾸는 꿈이다. 이 색있는 이야기꾼은 천일야화의 세라쟈드처럼 독자를 무릎에 눕힌 채 독한 향을 피워 현실의 경계를 뒤흔든다. 묘하게 설득력있는 것은 내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서일까, 그 독한 향 때문일까.
조개를 읽어요,는 제목처럼 조개를 읽는 직업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이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시작되는 그의 이야기에, 마치 정말 그런 일-조개의 무늬에서 글씨를 읽는 학문이 있는데, 너무 희귀한 일이라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은근한 로맨스는 글을 읽으며 지나다보면 따라오는 부수적인 효과같다. 그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진짜인 것 같은 가짜, 가짜이지만 진짜인 이야기 자체다. 읽고나면 한바탕 활극모험에서 깬 것 같은 풍요로움이 있다.

-과회상
지은이의 이름마저 창작의 하나라면, 혹은 작가의 자잘한 일상마저 이야기의 일부라면 이처럼 어울리는 작가가 있을까.
미로냥의 이 이야기에는 작품 말미의 덧붙임을 읽지 않아도 이것이 작가에게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였을지 상상할 수 있는 커다란 무게감이 있었다. 장난스러운 듯, 가벼운 듯, 이야기의 어투는 그렇지만 큰 슬픔과 묻을 수 없는 잔잔한 아픔이 느껴진다. 고양이를 키우는 이라면, 혹은 사랑하는 무엇을 보내야 했던 이라면 동감할 수 있는 동상일몽이다. 배명훈이 남을 꿈으로 이끄는 최면술사라면 미로냥은 자기최면을 거는 이다. 그의 이야기는 때로 폐부를 찔러 큰 관통상을 남길 때가 있다. 정직함과 혼돈이 커다란 시너지를 일으키며.

-옆집의 영희 씨
제목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남다른 환상이라기보단 비슷한 현실감이 느껴지는 꿈이길 바라는 진짜같은 것. 무슨 소리냐고? 이건 판타지가 아니라 논픽션이라는 말. 현실의 따뜻함-밀크티 한 잔의 달콤함 같은 것이, 꿈을 헤매던 나를 단숨에 현실의 나락 그 너머의 한 자락 포근함으로 이끈다.
외계인과 함께 생활하지만 여전한 일상을 간직한 한국의 어떤 도시. 타지인이 외계인으로 바뀌고, 모습이 좀 더 독특하게 표현되었을 뿐, 지금 우리네 일상의 이야기이다. 뭔가 큰 사건이 터진 게 아니라 정말 옆집의 누구의 이사, 전학 같은 일상의 작은 빈자리일 뿐이라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영희 씨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지구라는 작은 별에 와서 무엇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 그가 마지막에 남긴 이야기는 뭐였을까. 다른 이들과 소통이라는 면에서 지구인인 나도, 혹은 모든 지구인 자체가 어쩌면 외계인이 아닐까. 같은.

-갈증
오랜만.반가움. 꿈의 장면.잔인.진짜?어쩌면나일지도. 나와내가아닌자의 혼합,혼란. 이것이야말로꿈의본모습. 이해할수없는. 그러나알수있는이야기. 동감. 그러나무서움. 소름끼치는 이물감과동질감. 알고싶지않은내면을돌아보게만드는.
제목마저 좋았다.

-이 결혼 안됩니다.
제목을 화자는 끊임없이 속으로 되뇌이는데 결국 입으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 긴장감이 재미있었다. 곽재식의 이야기는 화자의 머릿속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해서 이 작품 역시 그랬지만 너무 오랜시간 그래서인지, 혹은 내 자신이 이 화자의 마음에 동질감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라서인지 길게 느껴졌다.(실제 긴 이야기이지만.) 처음과 끝 문장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이 한 눈에 보여서 감탄했다. 이 작가의 이야기는 꿈에 비교할 필요가 없겠지만 굳이 한다면 수학자의 꿈이랄까, 딱딱 맞추어진 퍼즐조각을 보는 것 같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댓글 8
  • No Profile
    배명훈 07.05.28 22:07 댓글 수정 삭제
    늘 하는 생각이지만, 리뷰를 이렇게 쓴다는 게 진짜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존경스럽습니다. 자신있게 읽어낼 때까지, 또 자신있는 문장으로 쓸 수 있을 때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또 정리해야 하는 거잖아요. 부디 언제 한 번 오프라인 모임에서 뵐 수 있기를.
  • No Profile
    가연 07.05.29 21:27 댓글 수정 삭제
    저두요!
  • No Profile
    미로냥 07.05.29 21:50 댓글 수정 삭제
    저두요! (묻어가기)
  • No Profile
    이수완 07.05.30 15:40 댓글 수정 삭제
    저두요! (묻어가기 2)
  • No Profile
    jxk160 07.05.30 19:06 댓글 수정 삭제
    저두요 (묻어가기 3...)
  • No Profile
    세뇰 07.06.01 13:39 댓글 수정 삭제
    저두요! (묻어가기 4... ...=_=)
  • No Profile
    07.06.01 18:46 댓글 수정 삭제
    저두요! (대세는 묻어가기)
  • No Profile
    절영 07.06.02 21:01 댓글 수정 삭제
    댓글이 많이 달렸길래 뭔일인가 싶어 클릭했더랍니다. 혹 뭘 잘못해서 그런건가...싶어 조마조마했어요;; ㅎㅎ재미있군요. 거울에서 이런댓글이 나오기도 하다니~0~
    저야말로 감사하죠. 실은 별로 힘 줘서 쓰고 있지 않아서 죄송스럽기도...;; 아마추어라 별 능력도 없구요. 그냥 감상문 쓰고 있는 거라 창작하는 분들께 항상 존경의 마음으로 글 읽고 있답니다.^^ 언급하지 못했어도 지난 호도, 지지난호의 글, 거울의 모든 글을 즐거워 하는 독자가 있다는 거 있지 마세요.작가님들 화이팅!♡_♡
분류 제목 날짜
거울 절영독경6, 꿈속을 헤매다8 2007.05.26
그림이 있는 벽 태양2 2007.06.30
기획 용재총화와 어우야담에 등장하는 환상동물6 2007.06.30
대담 <제15종 근접조우> 제작진 인터뷰 - 부록14 2007.06.30
대담 <제15종 근접조우> 제작진 인터뷰 - 2/25 2007.06.30
대담 <제15종 근접조우> 제작진 인터뷰 - 1/2 2007.06.30
게르만 신화 아름다운 머리칼의 하랄드의 사가 15 - 헤임스크링라 37 2007.07.27
그림이 있는 벽 히치하이커2 2007.07.27
거울 절영독경7, 낯선 곳에서 현실에 서다6 2007.07.27
그림이 있는 벽 내가 찍은 것 2007.08.31
게르만 신화 아름다운 머리칼의 하랄드의 사가 16 - 헤임스크링라 38 2007.08.31
그림이 있는 벽 의태13 2007.09.28
합평회 27차 거울 합평회 2007.09.29
거울 절영독경8, 돌아온 가연, 절영 제압4 2007.09.29
게르만 신화 아름다운 머리칼의 하랄드의 사가 17 - 헤임스크링라 39 2007.10.27
그림이 있는 벽 고양이의 애정6 2007.10.27
그림이 있는 벽 인생: 몽중몽 어딘가8 2007.11.30
이벤트 산타의 선물3 2007.12.20
이벤트 크리스마스4 2007.12.20
이벤트 헌화가4 2007.12.20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5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