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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pcmania7
글 : 추선비
모델 : 가릉





그녀는 나를 꾹 끌어안았다.
나는 불만스럽게 입을 다물고 몸을 굳혔다. 그녀의 체온은 나보다 낮고, 안기면 서늘하고 푹신한 감촉이 몸에 얹힌다. 나는 진저리치며 다리를 끌어올려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그녀와 나는 아주 오래 같이 살았다.
그녀는 이제 내가 빠져나갈 수 없게 안을 줄 안다.
그녀는 나를 꾹 붙들고 코에 입을 맞췄다. 그녀의 입술은 체온과 달리 뜨겁고, 코에 부드럽게 후끈한 감각이 짙은 담배향과 함께 스몄다. 나는 그녀의 뺨을 손으로 밀어내고 뛰어내렸다. 부르르 몸을 떨어 뜨거운 감각을 떨쳐내고 재빨리 책장 위로 뛰어올라갔다. 꼬리에 부딪친 머리끈 상자가 떨어지면서 우르르, 몸에 거는 반짝이들이 바닥에 쏟아졌는데 결코 전부 떨어뜨릴 생각은 아니었다.
"너무해애-."
그녀는 원망어린 소리를 냈다.
책장에서 내려와 프린터 위에, 프린터 위에서 고양이 집에, 그녀가 비워놓은 의자 위로 자리를 옮기는 동안 그녀는 뭔가를 먹으며 책을 보고 있었다.
슬그머니 그녀의 곁에 다가가보았다. 책을 내내 읽는 척하던 그녀가 덥석 나를 안아올렸다. 나는 버둥거렸다. 나는 스킨쉽을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다.
"이게 뭐야? 어디서 다쳤어?"
나는 잠자코 몸을 늘어뜨렸다. 그녀가 분주히 뭔가 왔다갔다 움직였다. 그녀는 약을 꺼내어 털을 가만가만 헤집고 목 뒤에 약을 발랐다. 이제 거의 아프지 않은데. 이틀 웅크려 있었더니 안 아프고 괜찮은데.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눈꼬리가 처지고 눈꺼풀이 시무룩하게 내려왔다.
"다친 것도 모르고..." 그녀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어깨를 떨군 채 웅얼거렸다. 한참 그러더니 냉장고 문을 열고 옴작거린다. 캔을 꺼냈다.
"간식 먹자?"
그녀는 캔을 따서 바닥에 먹도록 놓아두고 침대 위에 웅크려 앉았다. 여전히 처진 눈꼬리가 도무지 올라가지 않았다.
나는 캔을 보고, 고소한 냄새를 애써 무시하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앞발로 그녀의 무릎을 툭툭 쳤다. 그녀가 물끄럼 보고 있었다. 앞발을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나를 답삭 들어올려 꾹 끌어안았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서늘한 감각을 버텼다. 그녀는 내 뺨에 입맞추었고, 눈을 가만히 떠서 내 표정을 살폈고, 나는 몸에서 힘을 빼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잠시 안겨 있어줘야겠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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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림 07.10.28 12:06 댓글 수정 삭제
    가릉이 배 너무 이쁘다! 녹색 눈인줄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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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 07.10.29 16:14 댓글 수정 삭제
    노란색에 가까워. 사진에선 녹색처럼 나왔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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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7.10.29 19:34 댓글 수정 삭제
    헉, 사진 속에서 가릉 주인님이 동영상으로 움직이는 것만 같아요. "아이이이잉~ 가릉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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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뇰 07.10.29 20:41 댓글 수정 삭제
    머리를 자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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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 07.10.30 08:52 댓글 수정 삭제
    음... 다시 보니 가릉이는 녹색에 가깝고, 연이가 호박색 눈..;;; 이구나;;;(.....;;)
    ida/ ... 그래두 요새는 추워서 종종 안고 잘 수 있어요. ^^
    세뇰/ 모델은 가릉이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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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뇰 07.10.30 16:27 댓글 수정 삭제
    남들이 보지 않는 걸 보는 재주가 글쟁이의 기본요건인 법(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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