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일요일 오후 신천역 근처에서 얼마 전 [화성의 공주]를 출간한 기적의책 대표 toonism(김명철)님과 만났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김치찌개로 점심을 먹고 카페로 이동했다. 커피를 시켜놓고 녹음기가 잘 작동하나 테스트를 해보며 잡담을 나누다 인터뷰를 시작했다.



   돈 생각하면 죽겠어요.

  

   투니즘   돈 생각하면 죽겠어요.
      (눈을 번쩍이며) 그럼 인터뷰의 시작은 ‘돈 생각하면 죽겠어요’로 시작하는 거예요!

   (같이 웃음)

   투니즘   진짜 그럴 거죠?
      이런 것까지 다 넣는 거죠.
   투니즘   요거 감 왔어. 인터뷰 제목 “돈 없어서 힘들어요”, 이렇게?
      에이, 정말 그러지는 않죠.
   투니즘   여하간 돈 생각하면 죽겠어요.

      하하... 그럼 간단하게 기적의책을 소개해주세요.
   투니즘   사실 뭐라고 딱 규정하거나 스타일을 규정하거나 하기 어려워요. 처음에 준비했던 그때와 지금의 상황도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그 때만해도 (SF)출간하는 출판사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임프린트로 대표되는 전문 기획자들의 기획출판도 별로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그런 게 많아졌어요. 그래서 (장르문학) 책을 접하기도 더 쉬워졌어요.
      SF리더스의 신간목록을 봐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많아졌어요.
   투니즘   징글징글해요.
      최근에는 한 달에 40권씩 되는 달도 있어요.
   투니즘   그래서 기적의책이 2, 3년 정도는 일찍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많이 늦었다는 생각도 들고...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기적의책이 원래 불법제본으로 시작을 했잖아요. 물론 그 당시에는 기적의책이라는 이름을 안 달고 있었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고 단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계속 그렇게 불법적인 소규모 제본으로 갈지, 아니면 정식으로 갈지, 방향결정을 못한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결국은 저작권법 자체가 가장 큰 난관이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정식으로 기적의책을 만들게 된 겁니다.
      지금 이게 질문의 요지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투니즘   다시 시작할까요? 처음부터? ㅋㅋ

   (사이)

   투니즘   기적의책은 어떤 기존의 상업적으로 돈을 벌수 없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잘 몰라서 못 봤다든지, 때가 지나서 보고는 싶지만 출판 시스템 상 때를 놓쳐서 못나온 책들 이라든지... 그런 책들 중에서도 팬덤에서 보고 싶어 하는 책들은 굉장히 많아요. 그런 책들을 보고 싶었던 거죠. 결국은 제가 보고 싶었던 거고. 그 책들을 팬덤에게 소개하는 출판사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을 했지요.
   투니즘   그런데 하다 보니까 결국 돈이 걸려서... 돈이 될 만한 책들을 내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러니까 처음에는 그랬어요. 기존의 출판사라면 못해도 두, 세 명의 직원들이 있고, 그 직원들에게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책이라는 게 한 권 한 권을 낼 때 마다 얼마 이상씩은 벌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들을 못 내겠지 라는 생각으로 책들을 고른 건데...
      그런 책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투니즘   예. 의외로 많이 나오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것을 감안해서 실질적으로 몇몇 분들이 도와주시기는 하지만 거의 무급으로 도와주시기 때문에 돈 들어가는 부분이 굉장히 적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자가 될 것 같지 않아요. 굉장히 신기해요. 그 동안의 다른 SF책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SF 내던 출판사들 많이 망했잖아요.
   투니즘   그렇죠. 저 같은 경우에도 아직까지는 한 푼도 못 벌었어요. 시장에 깔린 지 일주일 됐으니까요. 얼마나 팔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목표는 현상유지가 목표에요. 책을 앞으로 2~3권 더 내고 무너지게 될지, 10권, 20권 더 내고 무너지게 될지, 꾸준히 낼 수 있게 될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제가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현상유지가 과연 가능할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사실 지금 가장 큰 고민은 기적의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 기조, 지금도 유지하고 싶은 다른 출판사에서 내지 않는 책을 낸다.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걸리죠. 그래서 [화성의 공주] 같은 경우에도 [화성의 공주] 말고도 소개해야 하는 버로우즈의 책이 10권 정도 있어요. 하지만 아시겠지만 루비박스에서 이미 [화성의 공주] 2, 3권을 내겠다고 공언을 했고, 그런 상황에서 제가 굳이 2, 3권을 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한테 개인적으로 나머지 10권은 언제 낼 거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의외로 있어요. 하지만 지금 봐서는 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내고 싶은데 FTA가 언제 될지 몰라도 10권을 내기 전에는 될 것 같아요.
      FTA 이야기가 왜 안나오나 했더니 바로 나오네요.

   FTA가 발효되게 되면 미국 작가의 사후 저작권이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버로우즈의 책은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하지 않으면 낼 수 없게 된다. 2007년 4월 6일 매일경제의 기사를 참고하면 저작권의 경우 FTA 발효 시점부터 2년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고 한다.
   참고 기사: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7&no=176903




   첫 책, 화성의 공주

  

      어쨌거나 첫 책이 나왔잖아요. 첫 책을 출간한 소감은 어때요?
   투니즘   그게 이상하게도 덤덤했어요. 저는 책을 내고 나서 딱 보면 눈물이 핑 돌고, 온몸에 전율이 돌고, 그러면서 드디어 나왔다. 세상이 다 내꺼 같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덤덤하더라고요. 그거보다는 그때는 아직 창고를 못 구한 상태였기에 일단 급한 데로 친척집에 옮겨뒀는데 이걸 어떻게 다 옮기나 암울했어요.
      책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요? 그러니까 ‘기적의책을 해보자’라고 하고 나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을 텐데,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투니즘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기적의책을 만들겠다고 한건 재작년 9월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전에 장르문학으로 출판을 하고 싶었던 건 2000년경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때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출판사를 하고 싶다’, ‘장르문학을 내는 출판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고, 정작 장르문학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그 때는 그냥 꿈이었어요. 지금 기적의책 이니셜 MB가 의미는 지금과 달랐지만 그 당시에 만들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이후로 학교에 다니고 졸업하고 하면서 그런 생각을 잊었다가 취직을 하면서 더 이상 내가 출판 쪽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랬는데 재작년 취직한 지 얼마 안돼서 첫 불법제본을 했고, 그걸 하고 나서 두 번째 제본을 준비하다가 저작권법 문제로 엎었어요. 그리고 나서 9월쯤에 그 엎은걸 다시 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서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죠. 그러다가 공식으로 출판사를 세우는 게 가장 현명하고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한거죠.
      내려는 책들이 다 외국 책을 소개하려는 거잖아요.
   투니즘   그게 제일 컸죠. 국내작가 같은 경우에는 최소한 우리나라 말로 협의가 가능하니까요. 에이전시를 통해야 하는 복잡한 부분도 없고,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미 거울 같은 경우에는 활성화가 돼서 책이 많이 나온 상태였고, 제가 알고 있는 국내작가들도 다 거울에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국내작가는 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우선 배제하고 있었죠. 그렇게 9월에 출판사 세우겠다는 마음을 갖고 나서 12월쯤에 출판사 등록을 했어요. 출판사 등록을 늦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빨리 한 셈이 되었어요. 등록하고 2년 만에 책이 나왔으니까요.
      그렇게 만들면서 어떤 점이 제일 어려웠어요?
   투니즘   뭐가 제일 어려웠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게 그 하나하나가 지금 이 일만 끝나면 나머지 일은 쉬울 거라고 생각하면서 진행을 했어요. 원고를 받으면 책은 일사천리로 나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원고를 받고나니까 할 일이 굉장히 많았어요. 표지 디자인, 교정, 인쇄 등등 각각의 단계마다 지금만 힘들지 이것만 끝내면 그 다음에는 출간까지 탄탄대로가 펼쳐지겠다는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원고를 받는 과정도 여러 문제가 있었고, 해설을 받는데도 순탄치 않았고, 교정을 보는 과정도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교정보면서 책을 그렇게 수십 번 읽어야 할 줄 몰랐어요. 그런데 볼 때마다 오타가 나오더라고요. 표지는 공모라는 형식으로 진행을 했는데,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 보니 여기서도 문제가 많이 생겼죠. 그래서 지금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덕분에 계획한 것과 많이 어긋났어요. 책을 내는 18개월 동안의 과정 하나하나가 실수의 연발이었어요. 이런 생각도 했어요. ‘책을 내면서 내가 했던 시행착오만 정리해도 책 한 권 나오겠구나.’
      그런 걸 다 말로 하려면 길죠?
   투니즘   그러려면 인터뷰 시간이 한 여섯 시간?

   (같이 웃음)

      과정 일부를 옆에서 본 것만 해도...
   투니즘   나열하라고 하면 다 나열할 수 있어요. 다 기억해요. 물론 제 위주로 왜곡되어 있을 수 있지만 다 기억은 해요.
      사실 진아님이 못 나오셔서 제 위치가 애매해요. 반쯤은 내부인이고 반쯤은 외부인이고...
   투니즘   모르는 척하세요. 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할게요.
      이걸 인터뷰 서두에 넣을까 봐요.
   투니즘   사실 이 이야기를 먼저 할까 했어요.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싶어서.
      진아님이 계셨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거예요. 원래 인터뷰 하는데 옆에 보조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투니즘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진아님이 요새 너무 바쁘셔서...
   투니즘   둘이 잘하면 되죠.



   배후설?



      어쨌든 책을 혼자서 만든 건 아니잖아요. 가장 큰 도움을 준 분,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은 누군가요?
   투니즘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역시 행복한책읽기의 임형욱 사장님이에요. 행책 사장님 같은 경우에는 처음 제가 일인출판에 대한 뜻을 비치니까 여러 모로 도움을 많이 주셨고, [화성의 공주]라는 작품 자체를 추천하신 것도 행책 사장님이셨고, 준비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책도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이름도 못 들어본 책을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해서 보기도 했어요. 기본적으로 출판사 준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들은 행책 사장님이 도와주셨죠. 제 입장에서는 거의 멘토에 가까운 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특히나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고마웠던 것은 책을 서점에 까는 부분이에요. 그에 대해서 전혀 고민을 안했었는데 막상 하려고 보니까 어떻게 서점영업을 해야 하는지 준비가 안 되어있었어요. 그 때 행책 사장님이 기존의 영업망을 이용하게 해주셨고, 행책 영업부장님도 함께 하루 다니면서 도와주셨어요. 그렇게 시작과 끝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도와주셨어요.
      결국 행책 사장님이 배후네요.
   투니즘   배후죠! 그 외에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들은 크게 보자면 화성의 공주 책 판권에 나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 외에도 표지 디자인 공모에 응해주셨던 카인님, 프레야님. 해설을 써주신 잠본이님, 라티루스님.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있는 사이트에서 만난 쏘가리님, 하리야 헌처크님. 또 필자투님도 있지요. 그리고 스페이스오딧세이님이 매달 여는 SF번개가 있는데 그 번개에 오시는 분 중에 출판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꽤 계세요. 이 분들이 하나하나 조언을 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됐어요. 특히 책이 나오려고 했던 4, 5월경에는 많이 도움이 됐어요. 파란미디어라는 출판사도 있어요. 그쪽 사장님하고는 이글루스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먼저 연락을 해오셨어요. 일인 출판하다가 힘든 게 있으면 연락을 해라. 그래서 연락을 했죠. 연락을 해서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받았어요. 언제 술 한 번 사드려야죠.
      그럼 [화성의 공주]가 첫 책이 된 건 역시 행책 사장님이...
   투니즘   배후죠.
      가장 큰 배후는 행책 사장님이었군요.
   투니즘   [화성의 공주]는 굉장히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유치하지 않을까? 촌스럽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결과물로 놓고 보면 100년이나 지난 작품이기에 촌스럽지만 그것을 상쇄할만한 충분한 재미가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훌륭한 오락소설이죠.
   투니즘   그렇게 통속적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SF 100선 하면 그 안에 항상 꼽히는 이유를 읽어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옛날 책이라서, 싸구려 펄프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인 구매리스트에서 빼신 분이 있다면 꼭 사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루비박스와 일이 생겼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투니즘   처음에는 굉장히 황당했죠. 세상에 이 책을 내는 출판사가 또 있으리라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일단은 그 쪽에서 낸다고 한 것까지는 문제가 안됐는데 루비박스에서 초반에 저작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내지 말라는 것을 계속 요구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런저런 일이 있고 나서 통화를 했는데 저작권법상 문제가 없었고 그렇게 일단은 정리가 됐어요. 그리고 그런 부분으로 인해서 다투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무엇보다 장르문학을 내는 출판사가 하나라도 더 있다는 게 좋은 거지 싸워서 이 판에서 나가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제가 나가게 할 만한 그럴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화성의 공주]가 [화성의 프린세스]보다 더 좋다고 독자들에게 내세울 만한 것이 있다면?
   투니즘   책의 전반적인 만듦새로 봤을 때, 편집은 잘 모르겠지만 DVD로 따지면 스페셜 피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화성의 공주]가 더 좋아요. 실제로 팬덤의 힘을 모아서 만들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팬덤 사람들이 쓴 해설과 그 뒤에 있는 [화성의 공주]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들. 이런 부분들에서 그만큼 애정이 많이 담기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SF팬 투니즘

      그럼 이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로는 누구를 꼽으세요?
   투니즘   제가 SF를 좋아하게 된 게 아시모프 때문이거든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관련 단편들, 가볍다는 비판 많고 빅3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이작 아시모프 만큼 팬덤과 일반을 넘나들면서 즐기게 해줄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있나 싶어요.
      작품으로는 어떤 것을?

  

   투니즘   아시모프의 작품 중에서는 [바이센테니얼 맨]이 최고죠. 로봇을 소재로 해서 그 중편보다 더 멋진 작품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그만큼 멋진 작품을 제가 딱 하나 봤어요. 김보영씨의 {종의 기원}. 저는 개념을 역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역시 국내작가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김보영씨죠?
   투니즘   당연하죠. 김보영 ‘빠’잖아요.
      주위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요?
   투니즘   작품만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조지 오웰의 [1984]요. [1984]는 볼 때마다 전율하게 되요. 상황설명을 볼 때마다 그냥 같이 무섭고, 끔찍하고, 특히 결말 부분은 볼 때마다 ’끝까지 읽고 나서 책장을 덮지 못했다’라는 그 뻔한 표현이 [1984]에서는 볼 때마다 느껴요. 그래서 그걸 보고 나서 [화씨 451]을 봤는데 [1984]의 변주 정도로 느꼈을 정도였어요.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웬만한 것을 [1984]에서 다 느꼈던 것 같아요.
      괜히 고전이 아니죠.
   투니즘   [1984] 같은 경우에는 기적의책에서도 내보고 싶지만 기적의책이 가지고 있는 기조상 넣으면 안 되는 작품이죠.
      그리고 지금까지 너무 많이 나왔어요.
   투니즘   그냥 개인적인 욕심이에요. 이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기에 내보고 싶어요.
      앞으로 SF시장은 어떨 것 같나요? [화성의 공주]는 과연 잘 팔릴까요?
   투니즘   그건 SF를 어디까지 SF라고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SF 팬덤이라고 부르는 집단에서 인정하는 SF들, 팬덤에서 소비되는 SF는 지금보다 시장이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SF를 넓게 본다면 이미 시장이 크다고 생각해요. 밀리언셀러들이 많이 있거든요. 가령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개미]같은 책들도 있어요.
      전반적인 SF로 생각하자면?
   투니즘   예. 그건 커지면 커지지 줄어들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갈수록 그런 첨단지식에 대한, 과학이론에 대한,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고, 그게 점점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변용이 쉬워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도 쉬워지니까.
      과거의 SF에 등장했던 것들이 실제로 현실화 된 것도 있지요.
   투니즘   굉장히 많죠.
      근시일 내에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많고요.
   투니즘   사실 SF라는 게 굳이 또 미래의 첨단을 보여주기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를 떠나서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전 SF가 상상을 즐기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상상을 즐기는 것 자체도 사람들이 갈수록 더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이런 걸 뭐하러보나 했던 것들이 갈수록 현실적으로 다가가는 걸 알면서 동시에 즐기려는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는 독자들이 늘어난다고 봐요.
      결국은 좁은 의미의 SF팬, 즉 팬덤 자체가 커지기는 힘들겠지만 전체적인 SF 자체는 확장될 것이다 인가요?
   투니즘   그렇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일본이 지금 그러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SF가 여기저기 녹아들어가겠죠. 얼마 전 조현씨의 신춘문예 당선작도 SF였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순문학계에도 하나 둘 씩 들어가겠죠. 일본의 경우 라이트 노벨에서 단순히 SF적인 코드가 섞인 게 아니라 SF팬덤에서 봐도 충분히 인정할 만한 SF들이 많이 있는데 국내에 소개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소개가 되었는데도 못 보는 경우도 있어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대중문학 속에 SF가 훨씬 더 많이 나올 거라는 거죠.
      기적의책은 앞으로 팬덤과 어떤 관계를 맺어나가고 싶으신가요?
   투니즘   아무리 SF가 대중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반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SF라는 문화가, SF라는 특정 장르가 문화의 저변에 깔리고 있지만 그 기본이 되는 작품들, 고전일 수도 있고 또는 여전히 상상력의 최첨단을 달리는 작품 팬덤 내의 작품들 일수도 있고, 그런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적의책에서는 꾸준히 그런 작품들을 내게 되겠죠.

      앞으로 작품 선정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투니즘   제가 그렇게 SF에 대해서 깊게 알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정보들은 쉽게 접할 수 없어요. 그래서 기존의 팬덤 내의 분들이나 여러 독자 분들에게 조언을 받아야 해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화성의 공주]는 행책 사장님을 통해 기획을 받았어요. 이 외에 오멜라스의 박상준씨에게도 몇 가지 들은 게 있고, pilza2님도 추천해주신 게 몇 가지 있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들도 몇 가지 있어요. 그 중에서 내고 싶은 책들은 어느 정도 구성이 되었어요. 어떤 순서로 낼 것이냐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구체적인 출간 계획은 좀 더 지나야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약속드리고 싶은 것은 앞으로 세 달에 한 권 정도는 책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욕심이기는 하지만 계획을 최대한 그 방향으로 하려고요. 그리고 그렇게 해야 출판사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 작가의 작품을 낼 생각은 있나요?
   투니즘   당장은 어렵지만 물론 있죠.



   일단 10권!

      어째 거나 이제 출판인으로 첫발을 들이셨는데 해보고 싶은 일은?
   투니즘   일단은 SF를 100권정도 내보고 싶고, 꼭 소설 쪽이 아니더라도 만화도 내보고 싶어요. 일본만화 중에서도 SF인데 소개가 안됐거나 잘 모르는 작품들, 특히나 앞으로도 소개가 안 될 확률이 꽤 높은 작품들도 소개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말한 SF 100권 중에 포함이 되겠죠. 그리고 제가 SF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들도 좋아해요. 추리소설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영미권의 탐정소설 외에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을 텐데 아주 아주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그런 것들도 한 번 내보고 싶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고 싶었던 거라면 데츠카 오사무 전집이에요. 그런데 학산문화사에서 완전히 마음을 접은 것 같지 않아요. 물론 추리소설이나 데츠카 오사무 전집이나 먼저 내는 SF 중 초대박 작품이 여러 권 나오지 않으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죠.
      그럼 일단 100권?
   투니즘   일단 10권!

   (같이 웃음)

   투니즘   일단 10권 정도가 1차 목표에요. 내후년까지 10권을 넘기자.

   (다시 웃음)

   투니즘   사실 기적의책을 하면서 두려운 부분이 하나 있어요. 제가 중간 중간 이야기를 하면서도 팬덤의 게토화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를 했는데 오히려 기적의책이라는 존재가 팬덤의 게토화를 부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왜냐면 기적의책이라는 출판사가 다른 출판사처럼 홍보를 많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수한테만 알려진 출판사고 앞으로도 꽤 오래 동안 그런 형태를 유지할 확률이 높아요. 제가 국내 작가의 책을 아직 내려고 하지 않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 돼야 하는데 다른 유명 출판사에서 나왔을 때와 비교해서 훨씬 적은 사람들이 책을 보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전폭적인 지지와 홍보를 할 수 있는 곳에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국내작가 뿐만 아니라 제가 소개하려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에요. 그 나라에서는 굉장한 고전이고 우리나라에서 봐도 충분한 작품이고 이미 소개가 되어도 여러 차례 소개가 되어야하는 작품인데 이상하게 아직 소개가 안 된 그런 작품들이 있어요. 그런 작품들 같은 경우에 더 좋은 출판사에서 나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SF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 봐요. 하지만 기적의책에서 줄곧 나오다 보면 오히려 게토화에 기여하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기적의책이 잘 되면 되죠.
   투니즘   그렇네요.



   거울에게

      그럼 거울 5주년을 기념해서 한 마디 해주세요.
   투니즘   축하드려요. 그리고 신기하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무려 60개월 동안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 공간을 운영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거기에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장르문학 창작에 굉장히 큰 힘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미국의 SF창작 워크숍인 클라리온처럼 거울이 한국에서 이미 장르문학 작가의 산실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좀 더 큰 공간으로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60개월이 아니라 앞으로 600개월이 넘도록 계속 발전하는 멋진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한때 거울 필진이셨는데, 다시 하고 싶은 생각 없으세요?
   투니즘   아. 그 이야기. 진아님이 안 나오셔서 없을 줄 알았는데...
      이 질문은 꼭 하려고 했어요.
   투니즘   제 글 솜씨는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미천합니다. 그래도 보고 싶으세요?



   마침표

      아, 그리고 진아님은 ‘못 나가서 죄송하고요. 담에 시간이 되면 같이 맛난 것 먹어요.’ 이렇게 전해 달랬어요.
   투니즘   혹시 빼먹은 질문 있어요?
      다 한 것 같은데요.
   투니즘   아 이거 뭐예요. (권이 적어간 질문들을 보며)왜 이게 질문지에 섞여 있어요?
      아... 그 질문(한때 거울 필진이셨는데. 다시 하고 싶은 생각 없으세요?)이요? 꼭 하려고...
   투니즘   이런 건 좀 빼먹을 수도 있는 거죠.
      아 근데 어제 강남교보에 갔었는데 책이 들와 있었어요.
   투니즘   아 그래요? 교보에 깔렸단 말이에요?
      예.
   투니즘   제가 직장이 서울이 아니다 보니까 몰랐어요.
      한 권이기는 하지만 들어와 있었어요.
   투니즘   이따 잠실교보에 가봐야겠다.

   이러고도 한참 둘이 잡담을 나누다 슬슬 땀이 나지 않는 속도로 걸어서 잠실교보까지 갔다. 그렇게 인터뷰를 빙자한 두 남자의 수다는 끝났다. 화성의 공주는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이 두 장의 사진은 스페이스오딧세이 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사진으로, [화성의 공주]가 나온 부분을 확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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