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그림이 있는 벽 웜홀

2008.08.29 21:4108.29

demianbo.egloos.com01demian@hanmail.net

순간이동기술이 대중화된 지 5년쯤 지났을 때, 디씨 과갤에 한 공학도가 올린 글로 인터넷이 난리가 났다.

"여러분은 모두 속고 있어요! 우리는 순간이동을 한 게 아니에요. 순간 이동을 할 때마다 원자 분해되어 본체는 죽고, 본체와 같은 기억을 가진 복제가 다시 조립된 겁니다. 우리는 이동할 때마다 죽었던 거예요."

사람들은 당황했다. 이미 대부분의 회사원과 학생들이 출근하거나 등교할 때 순간이동기계를 쓰고 있었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들은 매일 두 번씩 죽고 다시 태어났던 죽었던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어림잡아도 벌써 1만 번은 사망했을 것이다. 조금 전 슈퍼에 다녀왔을 때 태어났으며, 그리고 5분 뒤에 애인을 만나러 가면서 다시 죽을 것이다.

나는 순간이동장치 앞에 서서 잠깐 고민했다.

순간이동하지 않고 움직여야 하다니, 그 느릿느릿한 세상으로, 도로에서 주차하는 세상으로, 차 안에서 피곤에 지쳐 잠드는 생활로, 정거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생활로 돌아가야 하다니! 나는 생각해 보았다. 사실 무엇이 다르겠는가? 나는 순간이동기계가 아닌 다른 이유로 1분에 한 번씩 죽고 다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사실 매 순간 조금씩 다른 평행세계가 공간을 대체하는 것이고, 내가 그때마다 다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나는 이동하기로 했다. 약속시간도 다 되었고, 어쨌든 차 타는 것만은 '죽어도' 싫으니까.



촬영장소 : 캐나다 페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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