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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I wonder as I wander
- White Concert(2002) 앨범에 수록


미국 어느 동네의 민요랍니다. 위키피디아에 이런 가사가 있네요. (뭔 소린지...)

I wonder as I wander out under the sky,
How Jesus the Savior did come for to die,
For poor orn'ry people like you and like I,
I wonder as I wander, ... out under the sky;

When Mary birthed Jesus 'twas in a cow's stall,
With wise men and farmers and shepherds and all,
And high from God's heaven a star's light did fall,
And the promise of the ages, ... they then did recall;

If Jesus had wanted for any wee thing,
A star in the sky or a bird on the wing,
Or all of God's angels in heaven to sing,
He surely could've had it... 'cause he was the King

군복무를 공군사관학교에서 했는데요(공사 출신 아님), 사관학교 안에 공연장이 하나 있었거든요. 그런데 청주에는 다른 적당한 공연장이 없는지, 아니면 부대 전체를 거대한 주차장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인지 김건모 콘서트나 뮤지컬 명성황후 같은 큰 공연들이 거기를 빌려서 열리곤 했어요. 공사에서는 대여료를 표로 받았거든요. 그래서 클래식 공연같이 ‘인기 없는’ 공연들은 공짜 표가 생기기도 했죠. 조수미 공연도 공짜표로 혼자 가서 봤는데요, 보아하니 그 동네 음악 좀 한다는 애들, 어른들은 다 모였더군요.
1부는 오페라 아리아였고, 설명 없이 쭉 노래로 이어졌고, 2부는 팝페라였어요. 팝페라로 창법을 바꾸면서 마이크를 갖다 놓는 걸 보고 좀 놀랐어요. 1부에서는 내내 마이크를 안 쓰고 있었구나. 그런데 더 놀라운 건 2부 첫 곡이 끝나고 나서 조수미 씨가 마이크를 들고 노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는 장면이었어요.
“이 노래는”
하고 딱 네 글자를 말했는데, 객석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깜짝 놀라는 거예요. 그 느낌이 저를 포함한 객석 전체로 순식간에 확 퍼지더니 결국은 무대에까지 전해져서, 조수미 씨가 하던 말을 멈추고, “왜 그러세요?” 하고 되물었다니까요.
사람들이 왜 그렇게 깜짝 놀랐냐고요?
‘아! 사람 목소리가 저렇게 좋을 수가!!!!’
그런 거였죠.

I wonder as I wander는 원래 민요래요.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불렀고, 여러 버전이 있겠죠. 이 버전은 조수미의 White Concert라는 앨범 제일 첫 곡인데요, 반주 없이 노래만으로 되어 있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미국 영화 같은 데서 ‘크리스마스 정신’이라는 공감할 수 없는 용어를 들고 나오잖아요. 빨갛고 흥겹고 자본주의식 싼 티가 물씬 풍기는 버전의 ‘메리 크리스마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크리스마스 이야기에는 좀 더 가난하고, 전원적이고, 궁상맞은 감성이 들어가 있잖아요. 절대 화려할 수 없는 어느 촌구석의 깜깜한 밤에. 마구간인지 외양간인지 알 수 없는 허름한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그리고 별빛. 꾀죄죄한 목동들. 출산. 차기 권력자에게 “인사하러” 먼 데서 거기까지 찾아왔다는 어이없는 내력을 가진 “박사”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왔다는 그야말로 뜬금없는 출산 선물.
어린이, 혹은 어린이를 제작하려는 젊은이들이 주인공이 될 여지가 별로 없는, 그런 궁상스런 감성이 존재한다는 거죠. 크리스마스 안에!

그게 경건하다는 걸로 바로 연결이 되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살다 보면, 혹은 이번 생에서는 내내, 크리스마스를 이런 궁상 버전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 노래는” 바로 그런 영혼들을 위한 캐롤이랍니다.
댓글 2
  • No Profile
    bet 07.12.20 23:39 댓글 수정 삭제
    그러고보니 조수미 씨 노래 안 하는 목소리를 못 들어봤어요- 그것도 생음악(?)으로는! 들어보고 싶네요.
  • No Profile
    배명훈 07.12.21 10:29 댓글 수정 삭제
    네. 목소리 좋더라구요. 헤헤.
    음. 근데 다들 리뷰도 쓰기로 해 놓고 저 혼자만 썼네요. 민망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