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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헌화가

2007.12.20 23:0012.20

amuring@gmail.com

어느 저녁, 돌아설 때 많은 것이 하얗게 피어나는 것을 다시 보리라. 당신을 바라보는 동안 많은 것이 희게 모여들었고, 뭉쳤으며, 손잡았고, 입술을 스치듯 만났으며 지났으리. 공간을 가로지르는 사람과 벽과 유리와 도로와 자동차 위로 빛 흐르고 어둠 일어났다. 그림자가 눈물 생겨나듯이 망설이듯이, 참을 수 없듯이, 고여 들어 흐르듯 현실로 이루어지면. 내 심장은 출렁이는 것만 같아서 발걸음부터 눈부시게 아팠다. 이름없는 신이 지상의 눈치를 보며 강림하듯 조심스레 내리는 흰 눈 사이로 당신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간혹 세상 흔들리는 가운데 내 마음은 그렇게 도로 위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많은 것이 고요했다. 세상을 뒤덮은 정적 아래로 그리움이 홀로 들끓었으며 이윽고 어렵게 입을 다물었다. 떨림은 그대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침묵하는 종류의폭풍을 맞아들이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몸속에서 깊이 구름 모여들었다. 빛나는 것이 무리지어 목을 타고 올라와 혀 안쪽에 고였다. 그것은 이윽고 이마로 거슬러 올라가 비단 같은 벼락을 자아냈다. 조용하고 순한 종류의 광휘. 나는 더는 세상을 찢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인지 이름할 수 없는 것이 소란 없이 얌전히 나를 떠나려 하고 있었으므로. 모든 것이 안개처럼 확실했다. 발끝마다 울리는 세상의 떨림이, 그 잔여물이 또한 땅속 깊이 내려가 다른 세상의 기둥을 이루는 이치처럼. 세상의 흐름 아래로 다른 흐름이 생겨나고 있었다. 눈부시고 어지러운, 떨림으로 가득하고 무섭도록 고요한 세력이 소용돌이를 그려내는 중이었다. 비단 소맷자락을 적시는 그림자처럼 스며들어 기어코 다음 세상을 비워낼 징조가 사방에 가득했다. 어리고 말간 눈망울을 지닌 폭풍이 거기 깊이 있었다. 희게 부서지는 세상 너머에 벌써 당신을 끌어안는 광흔으로서, 바로 지금 세상을 쓰다듬는 바람처럼, 부드러워 차라리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그러니 그만두자, 오로지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 그러니 이만 이별을 건너 재회를 다시금 맞이할 수 있도록, 순간의 부재 속으로 들어가 앉기로. 가장 깊은 그 어둠 속에서, 그러므로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음을 다만 바라보며, 당신의 부재 역시 당신이므로 이 이별 또한 사랑이리라. 나오지 않는 소리의 아름다움이여, 떠나간 이의 빈자리만이 밝힐 수 있는 그리움이여, 그러므로 영원히 떠나가기를. 이윽고 영원히 돌아오기 위하여. 부디 안녕히, 안녕히. 작별 인사만이 불러올릴 수 있는 따스함이여, 서러우나 흔들리지 않는 하늘이여, 그처럼 가까워지려 멀어지는 세상 어딘가에서 찬란하기를. 언제까지라도 언젠가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안녕히, 이 꿈이 언젠가 당신에게 닿으면.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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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7.12.21 10:54 댓글 수정 삭제
    "당신의 부재 역시 당신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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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rita 07.12.22 11:00 댓글 수정 삭제
    세자요약하면 알랍유 정도일지도요(..) 아니 그 이전에... 솔로에게는... 크리스마스에 알랍유를 외칠 상대부터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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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7.12.22 11:23 댓글 수정 삭제
    헛, 그렇다면 이 글로 인해 상처받을 영혼들이... 무지하게 많이 떠오르는군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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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rita 07.12.22 13:30 댓글 수정 삭제
    괜찮아요, 저도 솔로라서^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