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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chizedek@naver.com새로운 작가의 합류를 축하하며...
new란 언제나 호기심을 동반한 즐거운 떨림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같은 날짜에도 달과 해를 구분해서 새롭다는 걸 강조하려 한다. 나도 같은 인간이라,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던 amrita라는 작가에 대해, 이번에 거울 필진으로 합류했다는 변명 하에 끄적 거려 보고 싶어졌다. 사실 그가 필진이기 전에 거울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거울이 아니었다고 이 작가를 몰랐을 거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거울을 보는 이들도 모두 인간이고 작가들도 인간이니까, 이런 작은 욕망쯤은 너그러이 용서해 주리라 믿는다.

amrita라는 닉네임.
닉네임이란 독자가 가장 먼저 대면하게 되는 작가이다. 인터넷 없던 시절 같으면 필명 같은 거겠는데, 이제 작가의 자기 표현력이 좀 더 활발해 졌달까, 다양한 유형의 닉넴이 나오고 있으니 이것 또한 독자의 재미다. 그게 본명이던 간에, 자신의 독창적인 캐릭이던 간에, 혹은 조금은 익숙한 차용물이던 간에 닉에는 작가가 자신에 대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들어가 있다. amrita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에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쯤, 애교로 봐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글을 이어본다.

신화적 존재, amrita
그의 이야기는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2005거울 중단편선의 [아테나의 기원]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독자단편의 [그림자용]은 그 자체가 신화이며, [야래유몽홀환향]은 모험을 떠났다가 돌아온다는 신화적 원형을 간직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그의 닉네임 또한 인도 신화의 불로불생영약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암브로시아가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갖다 붙이자면 신화적 의미를 갖지 않은 소설이 있겠냐만은 amrita의 소설은 신화형이 비교적 많이 살아있다. 그의 이야기 방식이 옛스러운 까닭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가 하는 이야기들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결론도출식이 아니라 감성을 바탕으로 한 동감의 감정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더 클 것이다. 결국 신화란 인간감성의 군무이니 논거가 필요 없는 감정의 뒤엉킴들이 얼마나 설득력 있느냐가 문제이다. amrita의 이야기들은 바탕 신화를 잡아 먹어버릴 정도로 자기 기반이 탄탄한 인화(人話)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게 내가 보는 이 작가의 첫 번째 강점이다.
신화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건 비교적 쉽다. 그럴 듯해 보이는 이름들을 가지고 비슷한 상황연출을 하는 것.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 자체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이러저러한 신화적 의미 부여에 더 매달릴 경우 본인이 정작 신경 써야 할 이야기자체로써의 풍부함을 놓치기 쉽다. 그리고 이건 좀 안다는 독자들이 쉽게 속아넘어가는 함정이기도 하다. 신화적 함의가 있는 경우 쉽게 재미없다고 말하기 보다 어떤 함의가 있는가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움츠러들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괜히 감탄한다거나 박수를 친다. 하지만 그게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왜냐면 맛없는 돌맹이에 꿀칠을 해 놓는다고 씹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신화 차용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작가의 입장에서도 독이 될 수 있다. 감로수가 나오기 전 맹독이 흘러나왔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가 거울에 올린 세 편의 이야기들은 감로가 맞는 거 같다. [그림자 용]은 아직 약간 더 생각의 여지가 있지만, 43호의 작품은 상당히 좋은 SF이며 판타지이다. 이야기의 겉껍질은 SF지만 사랑에 대한 신화적 판타지이기도 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상당한 내공을 보여준다. 그 자신이 신화의 소비자이며 동시의 이야기의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점이, 청년이 관광행성을 돌아보는 동안 잘 보인다. 이 이야기를 그럴 듯해 보이게 신화로 치장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이 소설에 대한 가장 좋은 감상문은 그 소설 밑에 댓글로 배명훈님이 이미 써 놓았으니 읽어보시길 바란다.

amrita, 단 감로주
그러기에 이 작가는 단순한 감로수(水)라고 하기엔 아쉽다. 그 이야기의 향취는 무색무취의 은은한 음료라기보다는 독한 술 한 잔과 같아서 그 잔향이 꽤나 오래 남을 듯 싶다. 이만큼 독특하면 먼저 거부하기 쉬운데, 그래도 일가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작품은 [꽃의 집합]. 영상의 시대에 소설조차 영상을 따라가는 지금, 글로써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놀라웠다. 뭐라고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음... 시간의 흐름이나 원인결과로써가 아니라, 시작점과 끝점을 구분할 수 없는 원형글자를 보는 것처럼 뭉텅이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조합되어야만 머리 속에서 아, 하고 이해가 되는 느낌. 이것이 내가 보는 이 작가의 두 번째 강점이다.
한 잔 거나하게 마시고 걷는 밤거리에서,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흐느적거리는 것 같은 느낌. 그것이 한 문장만으로 소설에서 체화되는 건 신기한 느낌이다. ‘그날 달에 흰 피가 내렸다.’ 잃은 아이에 대한 찬가는 세상에 대한 애가로, 다시 고향을 잃은 지구인의 비가로 변한다. 그것은 순차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깨달음이라 감동이 오래간다. 여기에 이르면 아난나의 의미가 어쩌고 신화적 차용이 어쩌고는 다 날아가 버리는 거다.

화자는 친절하지 않다. 이제껏 과도한 친절의 홍수 속에 있던 우리에게 이것은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신을 쉽게 내어주는 술은 매력적이지 않지. 그러나 술이란 언제나 맞는 이와 가리는 이가 있는 법. 게다가 잘못 마셨을 때 숙취는 또 얼마나 오래가던가. 그가 진정 주도의 길을 깨달아 훌륭한 애주(愛酒)가 되길 기대한다.

p.s 처음엔 신화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끝은 전혀 상관없이 되어 버렸네요.;;; 어쨌든, 작가님의 건필 바랍니다. 단편도 잘 쓰시네용>_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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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 07.01.27 00:10 댓글 수정 삭제
    오랜만에 보네요. 늘 예상하지 못한 식으로 접근하시는 기분. (긍정적 의미로) 절영독경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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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rita 07.01.28 04:14 댓글 수정 삭제
    과분한 감상을 주셨습니다. 막 좋고 막 부끄러워용ㅠㅠ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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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영 07.01.28 23:14 댓글 수정 삭제
    가연/감사합니다. 아직 이 원고를 어떤 식으로 해야할지 망설이는 중이라서요. 다행히 좋은 편집장님을 만나서 부족한 글이나마 이렇게 저렇게 올려보고 있습니다.^^
    amrita/아휴, 작가분이 직접 댓글을 달아주시니, 저도 막 좋고 막 부끄럽네요~ 활발한 활동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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