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demian@hanmail.net
“화초를 길러보세요.”
의사가 말했다. 친구를 가져 보세요, 운동을 해 보세요, 여행을 떠나세요, 뭔가 배워보세요 하는 말에 내가 일일이 ‘그렇게 어렵고 끔찍한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어요.’ 하고 불평하자 마지막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그건 괜찮을 것 같았다. 씨만 심으면 다음에는 지들이 알아서 자랄 거고, 나비들이 알아서 꽃가루는 날려줄 테니까. 그 정도라면 나처럼 게으름병에 걸린 사람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으름병은 봄가을에 오는 유행성 전염병이다. 눈병과 기관지염과 환절기 감기가 오는 시기와 비슷하게 온다. 에너지효율이 극단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병이다. 하루권장 칼로리를 다 섭취해도 할 수 있는 일은 손가락을 까닥거려 TV리모콘 버튼을 누르거나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응가를 보기 위해 바지를 내리는 정도뿐이다. 화장실까지 가기도 녹녹치 않아 데굴거리며 굴러가야 할 때도 있다. 나는 요새 하루 종일 꽃나비를 바라본다. 그것도 꽤나 칼로리를 소비하는 일이라, 저녁이면 남들이 열심히 운동을 한 것만큼이나 노곤하게 잠이 들 수가 있다.
곤충은 쉽게 진화하는 생물들이다. 세대교체가 빠르고 개체수가 많고, 변화하는 환경에 계속 적응해야 할 만큼 약하기 때문이다. 나비들도 오랜 세월동안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모습을 변화시켜 왔다. 주변의 풍경에 녹아들어 눈에 띄지 않게 하거나, 반대로 자신보다 위협적인 생물을 본뜨거나.
나는 그들이 풍뎅이나 독나방을 의태했던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귀여운 시절이었지. 요즘의 나비들은 사람으로 의태한다. 나비들도 요즘 세상에 사람만큼 무서운 동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요새 아프리카 어딘가에는 사람의 상체를 머리부분에 붙인 말이며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늑대가 뛰어다닌다던가.
나비들은 시각세포가 없는 눈과 후각세포가 없는 코, 열리지 않는 입을 더듬이 아래에 갖고 있다. 세 쌍의 다리 중 두 개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고, 그 끝에는 다섯 갈래로 벌어지지는 않지만 분명한 형태를 갖춘 손발이 있다. 다리 한 쌍은 퇴화되어 꼬리처럼 흔들린다. 배 뒷부분은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두 갈래로 갈라져 작은 복숭아 같은 엉덩이를 드러내고, 가슴도 봉긋하게 솟아오르고 젖꼭지를 닮은 분홍색 동그란 반점이 두 개 있다. 그들이 꽃밭을 노닐고 있을 때면, 아이들의 웃음소리 같은 것도 간혹 들릴 때가 있다.
그 중 아직 완전히 의태하지 못한 나비가 있어 사진을 찍었다. 이놈은 그럭저럭 형태는 갖추었지만, 눈코입도 아직 생겨나지 않았고, 뒷다리도 처리하지 못했다. 벌레 먹은 배춧잎 날개는 잎맥 하나하나까지 잘도 흉내 내었건만.
(사진은 엄마가 찍었습니다. 나비가 하도 사람 같아 보여서 만든 이야기예요.)
“화초를 길러보세요.”
의사가 말했다. 친구를 가져 보세요, 운동을 해 보세요, 여행을 떠나세요, 뭔가 배워보세요 하는 말에 내가 일일이 ‘그렇게 어렵고 끔찍한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어요.’ 하고 불평하자 마지막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그건 괜찮을 것 같았다. 씨만 심으면 다음에는 지들이 알아서 자랄 거고, 나비들이 알아서 꽃가루는 날려줄 테니까. 그 정도라면 나처럼 게으름병에 걸린 사람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으름병은 봄가을에 오는 유행성 전염병이다. 눈병과 기관지염과 환절기 감기가 오는 시기와 비슷하게 온다. 에너지효율이 극단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병이다. 하루권장 칼로리를 다 섭취해도 할 수 있는 일은 손가락을 까닥거려 TV리모콘 버튼을 누르거나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응가를 보기 위해 바지를 내리는 정도뿐이다. 화장실까지 가기도 녹녹치 않아 데굴거리며 굴러가야 할 때도 있다. 나는 요새 하루 종일 꽃나비를 바라본다. 그것도 꽤나 칼로리를 소비하는 일이라, 저녁이면 남들이 열심히 운동을 한 것만큼이나 노곤하게 잠이 들 수가 있다.
곤충은 쉽게 진화하는 생물들이다. 세대교체가 빠르고 개체수가 많고, 변화하는 환경에 계속 적응해야 할 만큼 약하기 때문이다. 나비들도 오랜 세월동안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모습을 변화시켜 왔다. 주변의 풍경에 녹아들어 눈에 띄지 않게 하거나, 반대로 자신보다 위협적인 생물을 본뜨거나.
나는 그들이 풍뎅이나 독나방을 의태했던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귀여운 시절이었지. 요즘의 나비들은 사람으로 의태한다. 나비들도 요즘 세상에 사람만큼 무서운 동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요새 아프리카 어딘가에는 사람의 상체를 머리부분에 붙인 말이며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늑대가 뛰어다닌다던가.
나비들은 시각세포가 없는 눈과 후각세포가 없는 코, 열리지 않는 입을 더듬이 아래에 갖고 있다. 세 쌍의 다리 중 두 개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고, 그 끝에는 다섯 갈래로 벌어지지는 않지만 분명한 형태를 갖춘 손발이 있다. 다리 한 쌍은 퇴화되어 꼬리처럼 흔들린다. 배 뒷부분은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두 갈래로 갈라져 작은 복숭아 같은 엉덩이를 드러내고, 가슴도 봉긋하게 솟아오르고 젖꼭지를 닮은 분홍색 동그란 반점이 두 개 있다. 그들이 꽃밭을 노닐고 있을 때면, 아이들의 웃음소리 같은 것도 간혹 들릴 때가 있다.
그 중 아직 완전히 의태하지 못한 나비가 있어 사진을 찍었다. 이놈은 그럭저럭 형태는 갖추었지만, 눈코입도 아직 생겨나지 않았고, 뒷다리도 처리하지 못했다. 벌레 먹은 배춧잎 날개는 잎맥 하나하나까지 잘도 흉내 내었건만.
(사진은 엄마가 찍었습니다. 나비가 하도 사람 같아 보여서 만든 이야기예요.)
가연 : ... 나비로 의태를 했는데 조금 실수한 것? ^^;
강한 생물은 굳이 진화하지 않아도 왠만해선 버틸 수 있으니까 대이변이 닥치면 견딜 수 없겠지요, 음. 요즘 계속 생각 중이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감사히 퍼갑니다(...응?)
그러니 제가 쓴 저 문장도 애매하네요. '진화하려고 맘 먹으면 진화하기 쉽다.' 로 바꿔야 하려나. ^^;
아참, 퍼간다는 건 농담이었습니다:3
........................ 당신을... 다음은 뭐야요? (발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