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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에 김아직 작가님께서 거울 필진으로 합류하셨습니다. 김아직 작가님은 제6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으로 우수작에 선정되셨으며, 2023년 2월에 장편소설 『노비스 탐정 길은목』, 7월에 연작단편집 『낙석동 소시민 탐구일지』를 발표하셨습니다. SF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글을 쓰시며 중세와 피규어를 좋아하시는 작가님에 대해 알아보는 신규 필진 인터뷰입니다.

1. 독자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F와 미스터리를 주로 쓰는 작가 김아직입니다. 독자들이 기다리는 작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스티븐 킹과 주성치, 정세랑을 좋아하고, 귀여운 캐릭터 굿즈를 모읍니다. 최애 캐릭터는 알린과 처키, 최근에는 존윅 피규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2월에 장편소설 <노비스 탐정 길은목>(몽실북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7월에 <낙석동 소시민 탐구일지>(황금가지)라는 연작단편집 전자책을 발표했습니다. 요즘은 중세물과 사회파 호러, 미스터리를 쓰고 있으며, 하반기에 SF 장편소설과 SF 중단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2. 배경이 중세 시대인 작품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중세 시대가 갖는 매력이 무엇일까요?

우리에겐 판타지인 것들이 중세인들에겐 현실이었습니다. 검은 숲에는 수상한 오두막이 있고, 마녀재판이 열리고, 불을 뿜는 용들에게 희생당한 기사들의 소문이 들려오던 시대였죠. 그래서 중세라는 세계로 입장하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소설을 쓰듯 그 시대를 그려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인류의 다신론적 상상력이 유일신관 안에 욱여넣어지던 시기여서, 거기에서 파생되는 기괴함들이 있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분야별 수호성인은 다신들이 관장하던 일들을 물려받은 상속자들입니다. 신에게 봉헌되었던 도시들은 이제 저마다 수호성인을 갖게 되었지요. 중세의 광적인 성인 공경, 성인들의 뼈(성유골)를 숭배하는 기괴한 풍습 역시 유일신교의 맹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봅니다. 신들을 추방하고 나자 그 신들의 역할을 떠맡을 존재들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는 인간인 성인들에게 하위신의 지위를 부여하게 된 것입니다.

그 시대를 여행하고, 이야깃거리를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3. 중세 시대 분위기를 잘 살리려면 어떤 설정들이 필요할까요?

중세의 방대한 문화와 사상을 능수능란하게 체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시대와 공간의 범위를 좁혀서 접근하는 편입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면서 흑사병 시기의 중세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 시기의 사회상이 담겨 있는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데카메론>, <캔터베리 이야기> 같은 중세문학을 사회상 위주로 써머리하면서 중세 흑사병 시대의 복식과 음식문화, 언어습관, 직업군들을 정리했고, 그 시기의 가톨릭 공의회 문헌들도 정리했습니다.

4. 중세 덕후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추천해 주고 싶으신 책이 있을까요?

제게 중세는 주로 SF의 배경입니다. 그래서 실제 중세의 종교와 문화에 접근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중세 프랑스는 <래 모음집>, 중세 영국은 <캔터베리 이야기>, 중세 이탈리아는 <데카메론>, 중세 스페인은 <돈키호테>를 원전 텍스트로 삼고, 거기에서부터 자료들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5. 20232월에 몽실북스에서 노비스 탐정 길은목이라는 SF미스터리 장편을 출간하셨습니다. 소설 소개 부탁드립니다.

팬데믹과 해수면상승으로 ‘작은 종말’을 겪은 세계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장편입니다. ‘구조하지 않되 징수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보편복지 밖으로 밀려난 침수지역에서 다섯 건의 연쇄 투신 사고가 벌어집니다. 메가시티 경찰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침수지역 출신 견습수녀(노비스) 길은목이 진상 조사를 위해 해당 지역으로 파견됩니다.

브릿G에 연재했던 작품이며, 연재 종료 후 한 차례 개고를 거친 뒤 몽실북스에 투고, 계약을 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제목에 ‘탐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작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되었는데, 사실 초보 추리꾼입니다. 선사고 후수습의 일관된 인생 흐름대로 이번에도 탐정 소설을 먼저 내고 미스터리를 기초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2권의 시놉도 존재합니다.

6. 노비스 탐정 길은목이라는 소설을 쓰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브릿G에 연재를 하기 전에 초고를 먼저 썼습니다. 그런데 초고의 중반부쯤 이르렀을 때 건강이 안 좋아져서 강제 휴지기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맥이 끊긴 것입니다. 치료를 받고 돌아오니 원고가 초면이었습니다. 흐름을 놓쳐버린 원고를 다시 붙들고 있을 것인지, 새 작품을 쓸 것인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버리더라도 탈고해서 버리자는 각오로 결말을 향해 달렸고, 다행히 초고가 나올 즈음엔 흐름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초고를 수정, 보완하며 브릿G 연재를 시작했고, 지금의 원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7. 혹시 작가님이 쓰시는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작품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최근 출간된 전자책 <낙석동 소시민 탐구일지>에서는 사람마다, 같은 사람이어도 인생의 분기마다 장르와 질감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팬데믹 시대, 같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지만 SF, 호러, 판타지, 로맨스가 혼재합니다. <노비스 탐정 길은목>에서는 인류의 형이상학이 채비를 갖추기도 전에 들이닥친 손님, 인공지능체에 대한 고민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습니다.

8. 평소 소설 소재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뉴스, 일상, 책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장면들을 N의 망상으로 부풀려서 보는 편입니다. 껌을 요란하게 씹는 행인을 보고 혹시 저 사람이 비밀 히어로이며, 저 껌이 히어로의 동력인 바이탈껌이 아닐까 하는 망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망상이 <낙석동 소시민 탐구 일지>의 [박선화 님께서 다시 껌을 씹으십니다]라는 단편의 시작이었습니다.

최근 김유정 작가님 <용의 만화경>을 재미있게 읽고, 작가라면 한 번은 용의 이야기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머릿속에 용을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저의 용은 대학원 연구실이 아니라 중세 골목 어딘가에 살고 있습니다.

9. 소설을 쓰실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서 쓰다가 막히면 일단 도망가고 봅니다. 다시 돌아가기까지 시간과 용기가 남들보다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주일 내내 한 줄도 못 쓸 때도 있고요.

10. 혹시 글을 쓰다가 막혔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작가님만의 의식(?) 같은 게 있을까요?

원고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만큼 막혔을 땐 전혀 다른 분야나 장르의 책을 읽거나 OTT 순례를 하며 영화를 봅니다. 그러면서 특정 소재에 대한 레퍼런스를 작성하거나 처음 시도하는 장르의 엽편을 써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작은 성과를 내어 성취감을 얻습니다. 그러고 나면 다시 돌아갈 용기가 생깁니다.

조금 힘들게 되었지만 어떻게든 뚫으면 뚫릴 정도로 막혔을 땐 마인드 컨트롤을 합니다. 갖고 싶은 피규어나 문구류, 책들을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10000자 더 쓰고 결제하자.” 이런 식으로 최면을 겁니다. 지금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 피규어를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있습니다.

11. 평소에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피규어나 굿즈를 모읍니다. 알린, 버즈, 존윅, 처키, 명탐정 코난, 자바헛 등 다양하게 모읍니다. 피규어들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행복한데, 내가 구하지 못한 피규어를 다른 분들이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질투가 나서 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랜덤피규어 중복이 나올 때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토이스토리 버터컵, 스타워즈 스톰트루퍼 환멸...

12. 언제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그런 생각이 들고 난 뒤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짧게 들려주세요.

해리포터 시리즈를 계기로 영어덜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배우고 썼습니다. 그러다가 동화와 청소년소설로는 풀 수 없는 소재들이 쌓여서 그 시놉들을 살리고자 장르소설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13. 작가님이 쓰신 소설 중에 애착이 가는 소설 알려주세요. 이유도 간단히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제6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작인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을 좋아합니다. 전부터 괴수를 좋아했습니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케르베로스, 키마이라, 히드라 삼남매를 좋아하고, 그중 최애가 히드라입니다. 그래서 히드라가 헤라클레스(연쇄괴수살인마) 손에 죽는 이야기는 책으로든 그림으로든 마주하기 힘들었습니다. <바닥없는...>이라는 작품에서는 타임리프라는 설정의 힘으로, 헤라클레스의 손아귀에서 히드라를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14.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김유정 작가님 <용의 만화경>이 너무 좋았습니다. 필사하고 싶고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1독 때 이야기의 흐름이 궁금해서 속독을 했는데, 책을 다 읽자마자 첫페이지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2독에 들어간 거죠. 줄도 긋고 메모도 하고 필사도 하며 즐거운 2독을 했습니다. 그리고 <명탐정 코난 로맨틱 셀렉션> 1, 2권도 추천합니다. 신이치와 란의 로맨스만 모아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15. 올 하반기에 사계절 출판사에서 먼지가 되어를 출간하실 예정입니다.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몸속의 수분을 모두 배출하고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가 다시 수분을 흡수하여 몸을 재생시키는 외계종족 타르디그. 그들의 침입으로 아포칼립스를 맞은 시대가 배경입니다. 타르디그에게 물린 뒤 실종된 동생을 찾으려는 K장녀 강유어의 애환과 고군분투를 담아낸 코미디입니다. (사실 ‘물곰’ 덕질하다가 쓴 글입니다 :)

16. 이 이야기만큼은 언젠가 꼭 소설로 쓰고 싶다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알려주세요.

중세시대 마녀 이야기를 꼭 쓰고 싶습니다. 이미 많은 마녀물이 존재하지만 내 세계관으로 풀어낸 마녀물을 꼭 완성하고 싶습니다.

17. 끝으로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책날개에 웹진 <거울> 작가라고 쓸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많은 작가가 문을 두드리고 싶어 하는 <거울>로 남아주었으면 합니다.

 
댓글 8
  • 아이 23.07.15 00:30 댓글

    반갑습니다.

    김아직 작가님의 대활약에 힘입어, 프로필에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이라고만 적어도 충분히 무게감이 느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아이님께
    오돌뼈 23.07.18 16:37 댓글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

  • 서계수 23.07.18 15:21 댓글

    멋진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건필하셔요, 김아직 작가님!

  • 서계수님께
    오돌뼈 23.07.18 16:38 댓글

    감사합니다. 작가님처럼 멋진 작품세계 구축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 노말시티 23.07.19 05:27 댓글

    작가님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 노말시티님께
    오돌뼈 23.07.19 10:24 댓글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

  • No Profile
    갈원경 23.07.19 19:52 댓글

    작가님 어서오세요~!! 거울에서 작가님 작품을 볼 수 있다니 기쁩니다!

  • 갈원경님께
    오돌뼈 23.07.19 20:47 댓글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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