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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에 박낙타 작가님께서 거울 필진으로 합류하셨습니다. 오래전부터 습작을 써 오셨다는 박낙타 작가님은 2023년 창작게시판에 여러 단편을 올리셨으며 이 중 「생산 2팀 황유석 대리의 퇴사사유」가 2023년 2분기 우수작 및 2023년 최우수작에 선정되었습니다. 박낙타 작가님에 대해 알아보는 신규 필진 인터뷰입니다.

 

1. 거울 신규필진에 합류하시게 되어 환영합니다. 더불어 2023년 거울 독자단편 최우수작에 작가님의 ‘생산 2팀 황유석 대리의 퇴사사유’가 뽑힌 것도 축하드립니다. 독자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이 필진에 합류하게 된 박낙타입니다. 자기소개라. 이거 어렵네요. 제가 별달리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대체로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지금은 배우자와 함께 작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배우자가 카리스마 사장님이고 제가 불만 많은 직원입니다). 아, 그리고 두 마리의 예쁜 고양이를 키우고 있네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2. 어디에선가 김영하 작가님이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압니다. “사람들이 내게 무례하게 대했을 때 혹은 내가 불합리한 일을 겪었을 때 보통은 자신을 탓한다. 내가 이상한 건가, 하고. 하지만 실은 그건 내가 약자(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작가님이 쓰신 ‘생산 2팀 황유석 대리의 퇴사사유’를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님이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늑대인간을 약자로 표현해 보고 싶다 생각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생각에 이 소설을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소설의 시작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요. 사실 좀 멋이 없죠. 원래 구상하던 늑대인간은 ‘잘생겼는데 자기가 잘생긴 걸 아는, 기름기 좔좔 흐르는 좀 많이 느끼한, 진짜 재수 없긴 한데 그래도 치명적인 매력은 인정, 뭐 그런 카사노바 늑대인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설정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이 카사노바 늑대인간에게 이런저런 직업을 시켜보았는데요. 드라마에 곧잘 나오는 직업인 의사나 변호사를 시켜보았다가 세계적인 대기업의 유능한 팀장을 시켜보았다가……. 아무래도 재수가 없더라고요. 괜히 약이 오른달까. 약간 악의적인 마음으로 좀 뭐시기한 중소기업에 집어넣어봤습니다(아,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항상 좀 뭐시기하다는 건 아닙니다. 좋은 중소기업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재밌어 보이고……. 생각해 보건대 김영하 작가님의 말처럼 제가 “약자(소수자)이기 때문”에 그런 소설이 나온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원래의 카사노바 늑대인간은 사라지고(애초에 제가 쓸 수 없는 캐릭터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카사노바 인생을 살아봤어야지……), 꽤 많은 부분 제 모습이 투영된 것 같습니다.

3. 필명이 ‘박낙타’이십니다. 짐 싣고 사막을 이동하던 그 낙타가 맞을까요? 필명을 박낙타로 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어릴 적 별명이 낙타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두 눈두덩이 퉁퉁 부어 있고 입술도 퉁퉁 부어 있어서 꼭 낙타 같았거든요(이제는 부기가 거의 다 빠져 낙타같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어릴 땐 듣기 싫었는데, 오랫동안 놀림받다보니 이상하게 낙타가 좋아지더라고요. 동물원에서 만나면 뭔가 애틋하고 반가운 동물. 오랜만이네! 잘 있었어? 난 잘 살고 있어!

4. 소설은 언제부터 쓰셨나요? 그 당시 어떤 생각이 작가님으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만들었을까요?

어릴 때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언제부턴지도 모르게 공책에다 연필로 글을 썼습니다. 자연스레 소설가가 되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게으름이 천성이어서 여느 작가님들처럼 독하게 읽고 쓰고 그러진 못했습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실천이 안 돼요. 핑계 댈 거야 많죠. 돈 벌어야죠. 돈 못 벌면 살 집 못 구하고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옷도 못 사 입어 거지꼴이 되고 말 테죠. 열심히 돈 벌고 나면 지칩니다. 번 만큼 쉬어야죠. 게다가 넷플릭스에 유튜브에, 릴스며 숏츠며 스레드며, 요즘 좀 재밌습니까. 주말 밤이면 프리미어리그도 챙겨봐야 하고……. 2024년이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사투를 벌이는 중입니다.

5. 어떤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읽을 책을 고를 때 장르를 많이 따지진 않습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래도 특별히 더 손이 가는 책이 있다면 환상 소설과 SF인 것 같습니다.

6. 좋아하는 작가나 혹시 영향을 미친 작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개인적으로 프랑스 소설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프랑스 작가네요.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들을 좋아합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의 어떤 문장들은 저를 쿡쿡 찌릅니다. 되게 아프게 다가옵니다. 소설이란 게, 소설을 쓴다는 게 전혀 무용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숏폼의 시대이지 않나요. 우리 모두 늦깎이겠지만 지금이라도 유튜버 지망생이 되거나 하는 게 현명한 일이지 않을까요.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세상엔 소설을 쓰는 일보다 더 나아 보이고 즐거워 보이는 일이 많아요. 그런 암울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을 펼쳐듭니다.

7.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감히 권해드린다면, 옥타비아 버틀러 작가의 <블러드 차일드>와 <킨>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추천의 말을 덧붙여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SF를 사랑하시는 분들뿐 아니라 여타 다른 장르를 사랑하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소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8. 혹시 소설을 통해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아니면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독자들이 무언가 가져가 주었으면 하고 바라시는 게 있을까요?

저는 제가 겪고 느낀 것과 생각들을 담백하게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그걸 재밌는 이야기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누군가 굳이 시간 들여 제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했을 때(무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지 않고!), 딴 건 모르겠고 재밌게라도 읽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소망이 있다면 제 소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소비되는 이야기가 아닌 소유하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당연히 굳이 제 소설을 읽는 누군가에게 바랄 게 아니라 저 자신에게 요구해야 할 숙제입니다.

9. 평소 소설 소재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주로 배우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소설 소재를 떠올립니다. 이러쿵저러쿵 말도 안 되고 허황되고 정말이지 쓸모도 의미도 가치도 없는 헛소리를 많이 늘어놓아요. 배우자님께서는 이제 좀 질린 것 같습니다. 충분히 그럴 만해요. 그래서 이제는 들어달라고 하지는 않고, 그렇지만 입을 놀리는 걸 멈출 수 없으니 그냥 혼자서 신나게 떠듭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이거, 소설로 써볼까?’

10. 다음에 쓰실 소설은 어떤 이야기일까요? 실례가 안 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불경기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불경기가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잖아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쭉 불경기였던 것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불경기일 테죠. 현실의 지독한 불경기는 그 어떤 디스토피아보다 끔찍한 디스토피아인 것 같아요.

11. 작가님이 쓰신 소설 중에 애착이 가는 소설 알려주세요. 이유도 간단히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웹진 거울에 게시한 적이 있는 <태풍 치는 밤과 정전기에 대하여>란 글을 좋아합니다. 육칠 년 전쯤 썼던 습작이었는데, 그때의 제 느낌과 생각이 진솔하게 묻어나지 않았나 싶어요. 실은 아주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였습니다. 때때로 부끄러워질 정도로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 가장 애틋한 글이지 않나 싶어요.

12. 이 이야기만큼은 언젠가 꼭 소설로 쓰고 싶다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알려주세요.

불경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망하는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망하는 과정을 제 마음대로 써보고 싶어요. 요즘은 이런 상상을 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된다면. 군사적인 충돌 같은 거 없이 너무도 평화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그냥 그렇게 된다면. 일제강점기 때와는 다르게 미국이 되게 스윗하게 잘 대해줘. 영어 못하는데 영어 쓰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보다 더 우리나라 문화나 그런 거 잘 보존하려고 노력하고. 몇몇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캘리포니아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살 수 있어서 좋아할까. 눈 떠보니 내 나라 세계 초강대국으로 바뀌어 있어서 좋아할까.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 원래 미국 좋아하잖아. 그래도 독립군, 그런 게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미국은 독립군을 탄압할까. 독립군마저 스윗하게 잘 대해준다면. 그런데 그 와중에 나는 어떨까. 원통해할까. 갑자기 애국심 솟아서 아이고 아이고 땅을 치며 울까. 아니지. 격동의 시대이니만큼 제 살 길 찾느라 바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생각이 많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놓인 개인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요. 한반도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찐하게 써보고 싶어요. 그래서 스케일 크게, 국가 단위로 말아먹는……. 언젠가 써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진짜로 망하기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13. 끝으로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오랫동안 유의미한 공간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6
  • No Profile

    환영합니다. 작품 인상 깊게 잘 읽었습니다.

  • 돌로레스클레이븐님께
    No Profile
    박낙타 24.02.20 00:03 댓글

    환영 감사합니다!!

  • 아이 24.02.17 22:03 댓글

    작가님의 필력을 믿습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라는 양대 산맥으로부터 거울을 잘 지켜주세요!!

    환영합니다.^^

  • 아이님께
    No Profile
    박낙타 24.02.20 00:07 댓글

    가..감사합니다..!!

  • 서계수 24.02.20 07:25 댓글

    환영합니다, 작가님! 앞으로도 재밌는 글들이 작가님의 손에서 마구마구 쏟아져나오길!

  • 서계수님께
    No Profile
    박낙타 24.02.20 18:23 댓글

    감사합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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