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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보라)
*건조함
*보라 님 글은 항상 보라 님 글로 읽히는 뭔가가 있다. 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독특한 고유의 생명력이 있음. 처음엔 1인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3인칭으로 이행되는 게 어색함. 도입부를 좀 더 신경쓸 필요가 있음. 동생이 이미 죽은 몸이라는 것에 대한 복선의 사용도 세련된 편. 돌보고 싶지 않은 아버지지만 돌봐야 하는 상황의 아이러니도 재미있게 잘 잡은 듯.
*동생의 정체가 너무 빨리 보인다. 그게 반전이라면 너무 안일하고 흔함. 이걸 좀 더 꼬아서, 독자가 동생의 정체를 전혀 다르게 파악하게끔-형이 결벽증이 있다는 걸 보여주거나- 다른 종류의 떡밥을 던졌어도 좋을 듯. 대사가 살아 있어서 인상적.
*도입부가 어색하다2 동생이 이미 죽어있다는 걸 몰랐음(.......)
*형과 동생의 관계가 불명확함. 형이 왜 그렇게 동생을 싫어하는지가 잘 제시되어 있지 않다. 보라님의 글은 항상 묘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내러티브의 전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글은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보라님 글의 단점이라고 할 만한 요소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듯. 3페이지 둘의 대화 부분은 몇 마디의 대화로 압축할 수도 있는데 약간 늘어진다. 성격을 드러냄에 있어서도 서술보다는 대사나 다른 표현이 더 효과적.
*약간 다른 관점.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이 작품 특유의 스산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듯. 대사에 둘의 감정선이 잘 드러나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둘 간의 대화문이 소설로서 정리가 잘 안되어 있다.
*1인칭으로 서술해 형의 사고를 서술하면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둘은 왜 이리 사이가 나쁜가? 6년 전 무슨 일이 있었나? 둘의 대화로 봐서 서로를 꽤 잘 아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아버지의 존재도 너무 막연함. 이들의 상황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예전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화가 되어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형제의 대화에 대해서는 참가자들 간에 의견이 크게 엇갈렸음.  
*가족 관계가 상당히 파탄나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여백이 너무 많음. 스산한 분위기는 잘 살아 있지만, 역으로 보자면 그 점이 소설을 읽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반전도 중요하지만 가족이라는 관계 자체가 이 정도로 깨진 뒤에도 서로를 어떻게든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형의 심정이 더 잘 드러나야 했을 듯. 마지막 정리는 매우 좋지만 그런 면면들이 좀 더 사이사이에 잘 외삽되어 있어야 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이 너무 많이 생략되어 있다.
*아버지가 이 정도로 막장이면 형제는 더 친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머니가 집을 떠난 이유를 형이 알았다면 동생을 싫어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그게 나와 있지 않으니 다소 문제가 있다. 형제의 대화 부분에서 과거를 유추할 수 있게끔 하는 기교를 부릴 여지가 분명 있었는데 그게 부족함.
*리듬이 무척 좋음. 충격을 줄 수 있는 지점을 잘 알고 있다(특히 엄마에 대한 부분).
*이건 취향 문제일 수도 있는데, 대사로 글을 시작하는 건 다소 만화적. 그림이 있어서 같이 설명을 해주는 만화와는 달리 소설은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형이 사는 집은 연립주택인가 아파트인가 자취방인가? 이것도 작품의 분위기를 형상화시키고 보다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인터폰으로 대화를 나눈다거나 하는 등의 연출을 통해 디테일을 더 잘 살려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쉬움.
*여백을 잘 활용하면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해지고 작품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썩 잘 쓰인 것 같지가 않다.

슬픈 송곳니(몽상가)
*사람 냄새가 나는 글. 박부장이 왜 하필 얘를 물었냐...에 대해서 이해가 잘 되지 않음. 외로워서라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게 작중에서 잘 형상화 되어 있지는 못함.
*부장이 주인공의 사탕발림을 믿어 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음.
*현대물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섞은 거라면, 시체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 등의 디테일에 있어서 좀 더 충실했어야 한다. 특히 의사를 마시는 첫 장면, cctv라거나 당직의 존재를 어떻게 피했느냐 등의 요소. 그런 디테일의 부재가 작품 전체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전체 분량에 비해 본격적인 갈등이 제시되는 타이밍이 너무 느리다.
*흡혈귀 물의 일반적인 공식이나 공통된 주제의식이 답습되는 느낌. 그걸 줄이고 이 작품만의 고유성을 강화시켜야 할 듯. 윤리적인 문제가 잘 다뤄져 있지 못하다.
*암에 걸린 부인이 너무 착하다(.....) 너무 주변부 인물이라서 잘 다뤄지기 힘든 감도 있긴 하고.
*주인공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대단히 강한 편인데 그걸 뒤에서 해소하거나 어떤 식으로 처리가 되야 하는데 그게 너무 흐릿하다. 엄하게 물린 의사 지못미.
*부인도 그렇고, 의사의 캐릭터에 있어서도 다소 비현실적.
*흡혈귀라는 존재 자체가 귀족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다. 주인공이 흡혈귀가 됨으로써 그게 뒤집히고, 흡혈귀들의 사회 내에서도 존재하는 서열과 질서에 부딪치는 등 길항의 연속이 이어지는 식으로 접근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음.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 삭막한 분위기를 더 어필하면 의사의 끔살 등도 설명이 되긴 하는데....
*오타나 문장 상의 소소한 오류들이 몇 가지 신경쓰임. 의사를 죽이는 장면에서 비문이 있다.
*전체적으로 호흡이 빠르다.
*암이 등장하는데, 왜 암인가? 아내가 괜히 암에 걸렸을 것 같지는 않다. 작중에서 무언가 내부적인 역할이 더 있었어야 했을텐데 너무 일회적인 장치로 소모된 듯.
*임팩트가 약하다. 보다 더 충격적인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복선도 빈약하고 전반적으로 다소 밋밋함.
*후반부는 사건의 전개가 없는 대신 주인공의 의식의 전개는 풍부. 흡혈귀가 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있긴 하되,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서 썩 와닿지 않는다.
*제목이 너무 노골적.
*처음엔 약간 공포 분위기로 가다가 후반에서 일상 분위기로 흘러가는 게 아쉬웠음. 단편이니 분위기를 바꾸기보다는 하나의 분위기를 일관되게 밀며 보다 층위를 늘려가는 게 더 어울리는 형식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박부장을 능가하는 해적왕... 아니 막장왕이 되어 거꾸로 그를 부린다거나 죽이 맞아서 폭주하는 식으로 가도 좋았을 것 같은데 인물들의 면면이 널뛰는 경향이 있음.
*아내가 아니라 딸이 암에 걸렸다면 보다 더 막장스러운 게 좋았을 거 같음...
*부장의 존재가 낭비된다. 주인공을 흡혈귀로 만든 이후 계속 주도권을 쥔 채 휘두르고 다닌다거나 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공기가 되었음.

검은 캔버스(나)
*전통적인 기독교적 세계관과 영지주의적 세계관이 같이 나오는데, 영지주의적 세계관과는 엇갈리는 부분이 좀 있다. 영지주의적 세계관과 기독교적 세계관의 충돌이 모호함. 후반 악마와의 계약은 파우스트적인 세계관인데 이게 또 앞서의 둘과 충돌을 일으켜서 모호하게 읽힌다.
*주인공이 이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은 일관되게 이어지고 그를 둘러싼 상황이 바뀌는 형태인데 왜 하필 악마인가...?
*문단을 좀 띄워주었더라면 좋을텐데. 너무 빽빽하다. 동어 반복이 많다. ‘바다 역시도 역시 이 지상에 속해 있기는 마찬가지며, 삼라만상이 모두 그러하듯 무명(無明)의 영역이다.’라는 문장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추구의 플롯이라고 생각했는데 말라디앙이 거기까지 가닿는 과정이 너무 모호하다. 추구의 플롯이라면 그를 향한 과정이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문둥병에 걸린 이후에서야 그 구체성이 잡힌다.
*말라디앙이 문둥병에 걸리는데, 필연적인 게 아니라 고난을 주고자 하는 작위적인 장치로 보인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풀리다가 발병률도 낮은 문둥병에 덜컥 걸리게 되는 게 설득력이 부족함. 지나치게 기능적인 느낌.
*대단히 오랫동안 공들여 쓴 티가 난다. 하지만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는 느낌. 하나만 떼놓고 보면 아름다운데 전체적으로 삐걱대거나 군더더기 같은 표현이 많다. 말라디앙이 무엇을 추구하며 그를 위해 어떤 역경을 겪는지가 설득력이 부족함. 후반에 병에 걸린 이후에야 그 느낌이 드는데 그 전까지는 희미하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평에는 동의하지만 진을 빼는 소설도 필요하다. 아쉬웠던 점은 그 힘의 배분이 잘 안되어 있어 균형감이 부족하다.
*넣고 싶었던 게 대단히 많았다는 기색이 있음. 단편이라면 하나의 구체적인 기둥을 놓고 그걸 집중적으로 타고 가야하는데 곁다리가 너무 많다.
*억지로 철학적이려고 하는 느낌. 말라디앙의 심리를 쫒기 힘들다.
*주인공의 여정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설명을 통해서 세계관을 제시해 보이는 부분 때문에 독자들은 집중도를 유지하기 힘들다. 지루해지기 쉬움.
*버리는 연습이 필요함.
*왜 그림을 그리냐는 부르뮈에의 질문. 말라디앙이 왜 그림을 그리느냐에 대해 충분히 설득력이 부여되어 있지 못하다.
*문장 하나하나에 지나치리만큼 심혈이 배어 있어 리듬감이 부족하다. 여백이 좀 더 있었어야 할 듯.
*그 세계관을 설명조로 드러내는 것은 작가가 그걸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인 경우가 많다. 좀 더 잘 요리를 했어야 했다.
*세계관들이 충돌하고, 누군가가 그걸 지적한다면 작가는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영원의 세계에 닿기 위해선 악마의 손을 빌어야 한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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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찔러 주시길. 오늘 즐거웠습니다. 집이 멀다고 하신 블루님과 아프락사스 님은 잘 들어가셨을 지 모르겠네요.

ps=유로스 님 감사, 잘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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