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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친구

2017.03.03 23:2703.03


 

 

길을 가다가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날 확률은?

자주 있는 일는 아니지만 아주 드문 일도 아니므로 영화나 소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는 더 자주 발생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누구에게나 친구는 한둘이 아닌데다가 대개 같은 생활권 안에서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학교 친구, 동네 친구 합쳐서 일개 중대쯤 되고 노상 시내에서 싸돌아다니는 경우라면 전혀 약속 없이도 발길에 차이는 게 친구일 것이다. 반대로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사십년쯤 지난 뒤 머나먼 아마존의 정글에서 우연히 재회했다면 그런 경우는 꽤 드문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개연성이 전혀 없는 게 아니므로 얼마든지 시나리오나 소설의 주요 모티브로 쓸 수 있다.

내 경우는 헤어진 지 5년에서 10년쯤 된, 꽤 친했던 친구를 직장과 집을 직경으로 하는 원의 테두리 안에서 만났으니 확률로 따지면 중간쯤 되지 않나 싶었다. 그리 흔하지도 않고 드물지도 않은 재회. 더구나 오늘 같은 경우는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운동 겸 가벼운 산책이나 할까 하고 나선 길의 공원쯤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으니 대충 일상의 연장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 강변의 산책로를 걷다가 우리는 거의 동시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를 본 순간 내 얼굴의 무심했던 근육이 긴장을 잃고 스르르 풀어진 것과 동시에 그의 양쪽 입 꼬리가 살며시 말려 올라갔다. 아는 얼굴이란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서로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법이다. 그 순간 나는 우리가 못 본 지 얼마나 되었나 머릿속을 뒤적거려 보았고 그의 마지막 모습을 애써 떠올려 보니 지금보다 5년에서 10년 정도 젊은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마지막으로 만났던 자리가 언제 어디인지 아리송했고 선명한 초상도 아니었다. 어쨌든 헤어진 지 5년에서 10년쯤 된 친구를 대하려면 어떤 표정과 말과 행동이 필요한지 약 3초간 생각해보았다.

의외로 친구란 만만한 존재가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고 편하지 않다는 건 또 아니었다. 그러니까 편하긴 편한데 그게 또 대놓고 편하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좀 애매하기는 하다.

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멀리 이사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는데 헤어짐의 사유가 그렇듯 대개 아름답지 않은 까닭에 일말의 불안이 발바닥으로부터 스멀스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사정이란 크게 싸웠다든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든지 하는 것일 텐데 정녕 그렇다면 서로 마주치기 전에 피하는 게 상책일 터. 하지만 마주치고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에 별 생각을 다 했다는 것을 가지고 인간의 사고 능력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런데 이 친구에게 큰돈을 빌리지는 않았겠지? 금전 거래가 있었는데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내가 채무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여어, 오랜만일세."

"그래."

"그 동안 잘 지냈나?"

"그럭저럭 지냈지. 자네는?"

"나도 물론 잘 지냈지."

"그래, 좋아 보이는군."

서로 손을 맞잡고 흔드는 동안 몇 마디의 안부가 오고갔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해야겠더군."

"그래서 좋아 보였던 모양이네. 시작한 지 꽤 된 모양이지?"

"아니, 오늘부터 하려고 나온 거야."

내 말에 잠시 말문이 막힌 그는 잠시 하하 웃다가 말을 이었다.

"뭐 시작이 반이라니까 이미 반은 한 거네. 게다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시작하면 효과도 빨리 나타날 터이고."

"뭐 그런 거지."

대화가 자연스럽고 편한 걸 보니 특별히 돈거래나 감정싸움은 없었던 모양이다. 다행이다. 하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니 그 쪽으로 화제가 움직이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첨단 문명을 구가하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아직 우리 생활의 중심은 몸이 아닌가. 건강은 여전히 진리라 할 수 있지."

"자네 말이 맞네. 그래 가족들도 다 건강하지?"

내가 대꾸하고 바로 물었다.

"울론. 처자식은 물론 부모님까지 모두 잘 계시지."

"좋은 일일세. 아무리 많은 돈을 벌고 높은 자리에 오르면 뭐하나. 움직일 기력이 없으면 모두 그림의 떡인 셈이지."

별 내용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표현의 진부함에 나는 속으로 치를 떨었다. 오랫동안 책을 멀리했던 냄새가 풀풀 풍기겠군.

"동감이네. 작년에 열흘쯤 병원에 입원해 있었더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더군."

"병원에 입원했었나, 무슨 일로?"

내가 놀라서 물었다.

"별건 아니고, 암이었네. 폐암 7기였는데 그게 간, 쓸개, 식도, 후두 등으로 전이되어 모두 긁어내는데 애 좀 먹었지."

"저런 고생했군. 그런데 암이 7기라니, 3기나 4기가 말기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 요즘엔 아주 세분되어 9기까지 있다더군. 나도 작년에 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됐어. 왜 바둑이 9단까지 있지 않나."

"바둑이 9단까지 있으니까 암의 진행 단계도 9기로 한다?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건 중간 과정을 빼먹어서 그래. 바둑이 동양 삼국을 넘어 전 세계에 퍼진 지 오래됐거든. 후나 암연합에서도……."

"? 누구?"

"WHO 말일세. 세계 보건기구. 그리고 암연합이란 정식 명칭이 국제암억제연합이라는 곳이지. UICC라고 하더군."

"전문용어들이 마구 등장하는군. 누가 들으면 자넬 암협회 회원이라고 생각하겠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잖아. 요즘은 워낙 생활 리듬이 빨라져사흘이면 가능할 거 같은데 나도 한 일 년 입원해 있었다면 의사 면허 시험도 볼 수 있었을 거야."

"자격이 된다면 말이지."

이 친구가 원래 이렇게 수다를 잘 떨었던가.

"뭐 그렇지."

"한데 바둑과 암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 그 얘길 하던 중이었지. 아까 말한 세계의 암을 연구하는 의사들도 바둑을 두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 중에 러시아의 도이췌 박사라고 하던가, 아무튼 그 양반이 바둑에 심취해서 암치료 연구는 전폐하고 프로 기사 대국에 나가서는 이기고 지기를 수없이 했지. 입문 3년 만에 입신의 경지라는 9단에 올랐다더군."

"그래서?"

"이 양반이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을 얻었는데 암 치료와 바둑의 대국이 같은 원리로 작동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지."

"그거 흥미롭군."

"원래 의학이나 병리학은 동일성에 기반을 두고 있거든."

"동일성이라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같은 치료법에 의해 낫는다는 건가?"

"잘 아네. 바로 그렇지. 약제에 대한 동물 실험도 인체와 유사한 것 위주로 행하니까."

"그건 그렇고 암 치료와 바둑의 유사성이라면?"

"잘 생각해 보게. 암이 발생해서 퍼져 나가는 모습이 어떠한가."

"글쎄."

"우선 간이든 폐든 어느 한 곳에 하나의 점처럼 생기겠지. 그리고는 점차 주변을 잠식해 들어가지. 그러다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이하기도 하고."

". 시커먼 놈이 시커먼 손으로 시커먼 돌을 놓는 모습이 그려지네."

"그렇지? 암을 치료하는 과정이 암과 바둑을 두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바둑에서 이기면 암을 치료하는 게 되지?"

"논리적으로 보면 그렇긴 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암을 개개의 세포단위를 넘어선 통일성 있는 실체로 봐야 하지 않은가."

"바로 그렇지. 그래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했던 거야. 과거의 암 연구와 치료가 암을 절개하고 태워버려야 할 병원균으로 봤다면 이제는 대국의 상대, 적국의 장수로 보는 거지."

"그렇게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 승률이 달라지지."

"정말인가?"

"그래."

그는 확고한 신념이라도 드러내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승률이 달라진다는 건 곧 높아진다는 거겠지?"

"맞아."

"근거가 있나?"

"있지."

"뭔데?"

"암이란 놈이 바둑에 대해서는 영 모른다는 거야. 내 말이 아니라 도이췌 박사의 주장이야."

"? 그건 그렇군."

암을 증식을 하는 생명체로 본다고 해도 바둑까지 알 리는 없겠지. 그런 암과 대국을 하게 되면 아마추어라도 이길 수 있을 터이고.

"그런데 바둑도 모르는 상대와 대국이 되나?"

"가능하다다군. 바둑이 천체와 섬라만상의 운행 원리에서 비롯된 거는 알고 있지?"

나는 잘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천자문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르황집우 집주 넓을홍 거칠황. 곧 집 싸움이 우주 모든 일의 시작이고 끝이라는 거지. 인간사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을 거야."

"그렇겠군."

"암이라고 다르겠나? 놈이 스스로 생명체라고 주장하면 할수록 이 원리에 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지."

", 그런가?"

납득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내 일이 아니니까 납득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싸울 일도 아니고.

"그런데 말일세, 그 암이란 놈이 오래 바둑을 두다 보면 바둑의 원리를 깨치게 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왜 감기 바이러스가 꼭 그렇잖아.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항생제를 개발하면 그 다음엔 그 항생제가 무용지물인 신종 감기가 발생하지. 다른 세균들도 마찬가지고. 암세포 무리라고 진화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겠나?"

"역시 예리한 통찰이군. 이 치료법을 주창한 도박사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두고주시하고 있는모양인데 아직까진 그런 진화형 암이 발생하지 않은 모양이야. 자네 말대로 한층진화한 지능형 암이 나타난다면 그게 우리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네."

"그럼 치료를 대국처럼 한다면 의사와 환자 측의 돌에 해당하는 건 뭐지? 의약품이나항암제인가?"

"그것도 있지만 환자 스스로 암과 싸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정상 줄기세포에서 항체를 배양해 대국을 한다더군."

"그건 의사가 주로 하는 일이겠지?"

"그렇지."

"환자가 하는 일은 없나?"

"환자도 게임에 참가하면 훨씬 효과가 있긴 하다던데."

"그건 반칙 아닌가?"

"죽고 사는 일인데 반칙이 어디 있나?"

", 그런가?"

뭔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 해서 자네가 암을 극복했다 이거지?"

"아니."

"아니라고?"

"난 줄기세포 치료법과 정통 레이저 수술법으로 치료했네."

"그럼 지금까지 바둑 운운한 건 뭔가?"

"일부 병원에서 시범으로 하고 있는 치료법이지. 물론 내가 입원한 병원에도 치료법이 보급되어 있긴 했어."

"보급 초기 단계라서 믿음이 안 갔나 보군."

"그보다는 주치의의 바둑 실력이 낮았어. 입문한 지 2년이나 지났는데 겨우 초단이라더군."

"그럼 승률이 높지 않겠군."

"단순히 승률뿐이라면 굳이 안 할 이유는 없지. 하나 암과의 대결 같은 단 한 번의 대국이라면 백프로의 승률이 아닌 한 쉽게 운명을 맡길 수 없지 않겠나?"

"정말 그렇군. 그럼 바둑을 이용한 암 치료 요법은 처음부터 보급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네."

"뭐 아직은 전통적인 치료법과 병행하거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무엇 때문에 오랫동안 그 얘기를 하며 걸었는지 모르겠으나 한 주제로 심층적인 대화를 나누다 보니 5년 정도의 거리가 단번에 어제로 줄어든 것 같기는 했다. 우리는 어느 새 서먹함을 잊고 어제 헤어진 친구를 오늘 다시 만난 것처럼친밀해졌다.

그런데 이 친구의 이름이 뭐더라. 김동환이었나 아니면 김동인이었나, 그도 아니면 김동명이던가, 김동길이었나. 이거 참 비슷한 이름들이 많아 헷갈린단 말야. 그러고 보니, 모두 옛날 문인들이 아닌가.

"자네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거 같은데. 우리나라 근 현대 문학에 대한 조예도 대단했지. 아직도 여전한가?"

"그건 우리 아버지 얘기지. 난 공학도일세. 사실 아버지와 내가 많이 닮아서 아버지 친구분들이 착각하시곤 한다네."

"어 그렇군. 미안하네."

"미안할 것까지야. 사실 아버지와 닮았다고 기분 나쁠 일은 없지 않은가. 내가 아버지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뜻이니까."

"그렇지. 아버님은 잘 계신가?"

"아직 정정하시지. 가장 친한 친구를 먼저 보낸 후에는 삶에 의욕을 좀 잃긴 했지만."

"가장 친한 친구라면?"

"자네 아버님이지 누구겠나? 자네 아버님과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였다지 않나. 덕분에 우리도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 그렇지."

대답은 했으면서도 나는 속으로 좌우의 뇌를 갸우뚱했다. 아무래도 이 친구가 착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아버지들 때문에 우리가 친구가 된 것이 아니라 우리 때문에 아들들이친구가 된 것이 맞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그랬다. 뭐 못 본 지 오래 되었으니 기억이 혼동을 일으킨다 해도 그 정도의 건망증이야 뭐 대수롭겠나 하며 넘어갈 수 있는 일이긴 한데.

"8년쯤 전이었나, 내가 자네 아버님 장례식에 갔었잖아. 그때 아버지는 외국에 가 있느라 소식을 듣지 못했지. 여동생이 딸을 낳았다고 보러 오라고 해서 엄마랑 같이 나갔거든. 거기가 어디더라, 스톡홀름이었던가, 덴마크 수도지 아마. 나중에 자네 아버님 돌아가시고 장례식에도 못 가 봤다고 아주 비통해 했다네."

"그랬던가."

"하도 사는 일이 바빠 기억이 잘 안 나나 보군. 그 때 우리가 본 게 마지막이었잖아."

그렇긴 하다. 내 기억에도 우리가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다. 장례식은 내 아버지가 아니라 이 친구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아버님의 장례식이었고 때도 8년 전이 아니라 5, 6년 쯤 전이었다. 아니 잠깐,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바로 그 즈음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 친구가 아버지의 장례식에 온 게 맞긴 맞는 모양인데, 다만 그 시기에 착오가 있었던 거 아닌가 싶다. 사람이 불혹을 넘기면 기억력도 쇠퇴하기 마련이니까. 노르웨이의 수도를 덴마크 수도로 착각하는 정도니 말 다했지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런 기억의 오차를 가지고 누가 더 정확한지 따지고 나아가 싸우는 게 과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할 만한 일인지 생각했다. 곧 누가 옳든 큰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판단했기에 기억의 차이가 발생할 경우 내 스스로 감안해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10분 늦게 가는 시계를 가지고 약속을 잡을 때는 10분 일찍 준비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친구란 부부처럼 항상 맞춰서 사는 게 아니니까.

"그게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7년이나 지났다니 세월이 참 무상하네."

"맞는 말일세."

"그 때 내가 좀 울었던가?"

"별로."

"그래?"

"자네, 아버님 돌아가신 충격에 기억도 흐려진 모양이군. 그 비참했던 순간을 빨리 잊고 싶었던 모양이지."

비참했던 순간이라,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이니 비참하긴 했지. 뇌종양이 발병한 후 정확히 1년 후 돌아가셨는데 그 마지막 두 달의 고통은 곁에서 지켜보는 내내 고스란히 내 두뇌에 전해질 정도로 끔찍했으니까. 강한 모르핀을 맞고서야 겨우 행복한 얼굴로 잠들었다가는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아 깨어나서는 다시 지옥 같은 통증을 호소하곤 했다.

"그렇다고 그때 자네가 남들 말처럼 그렇게 냉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네. 깊은 정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는 가족도 많으니까."

"여러 사람들 구설에 올랐던 모양이군."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물론 그렇다. 원래 우리 집안의 풍속이 그랬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도 그랬거니와 부모와 자식 간에도 잔정이 없었다. 서로 무뚝뚝하고 대화도 별로 없었다. 하루 종일 서로에게 한 말들이란 게 일어나, 밥 먹어, 공부 해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그게 내 자식들에게도 이어졌다. 반면 이 친구이 집은 서로가 애완동물인양 온갖 대화와 스킨십이 잦았다. 매일 얼굴을 보는데도 그날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다 보고하기 바빴다. 어릴 때 내 아들이 이 친구네 놀러갔다 와서는 부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아예 그 집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이웃에 사는 몇 년 동안 내 집보다 이 친구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월등히 많아 동네의 대부분이 내 아들을 그 집 아들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 어떤 날은 그 집에서 나오던 아들이 마침 퇴근하던 나와 마주쳤는데 아들이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러자 나도 덩달아 그래, 아들 친구구나. 잘 지내도록 해라, 하고 대답했다. 우리는 몇 초 차이로 집에 들어갔는데 집에 와서는 그 집 앞에서 있었던 일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우리 집의 가풍을 존중한 모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를 못 알아본 그 상황이 둘 다 장난이었는지 둘 중 하나만 장난이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깜박했는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왜 그랬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순간 우리 부자간에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작용했는지 모르겠다. 뭐 아닐 수도 있고.

나는 아들이 그 집에서 지내며 말하고 행동한 일들은 모두 친구를 통해서 들었는데 그게 별로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나는 아들이 우리 집에서 먹는 것보다 친구네서 먹는 게 더 많고 우리 집에서 자는 날보다 친구네서 자는 날이 훨씬 더 많은 까닭에 제수씨, 친구의 와이프에게 정기적으로 하숙비를 찔러 주곤 했는데 제수씨도 그게 당연한 듯 받았다. 아무래도 한참 자라는 아이가 먹고 자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먹고 자는 비용뿐 아니라 학원도 같이 보냈으니 하숙비 플러스 알파를 받는 게 당연한 노릇인지 모르겠다. 그게 초등학교 2학년쯤부터 졸업할 때까지 5년가량 이어졌다. 아이들이 졸업할 때 쯤 우리 집이 버스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럼에도 아들은 매일 버스를 타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 그 집에서 자고 오는 날도 많았으니 매일은 아니었다. 하여튼 그 짓을 몇 년 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각자 다른 곳으로 들어가다 보니 차츰 어울리는 날들이 뜸해지다가 이후로 몇 년에 한 번, 또 몇 년 지나서 한두 번, 그렇게 우정을 쌓아, 아니 그냥 이어 간 모양이다. 내가 아는 한 그랬다.

본디 친구란 게 생각나면 매일 만났다가도 생각이 나지 않으면 수년이 지나도 만나지 않게 되는 법이다. 나와 이 친구가 그랬으니 아들들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어쨌건,

우리 집이 사하라처럼 황량하고 무미건조한 곳의 대명사처럼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었다. 사막 예찬론자가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하라가 얼마나 풍부하고 아름다운데 거기에 빗대다니……. 그럼 남극 대륙. 이 사람이 남극을 도대체 뭘로 보고……. 아놔, 그럼 달 표면이나 화성은? 차라리 비유를 하지 말어.

그러지 뭐.

 

강변의 산책로는 여전히 조용하고 깨끗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적었고 이른 봄날의 아침답게 청량하고 맑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팠다.

"자네 배고프지 않나, 뭐 좀 먹을까?"

"그러지 뭐."

내 제안에 친구는 흔쾌히 대답했다.

"저쪽에 매점이 있구먼."

나는 친구를 산책로 가의 간이매점으로 이끌었다. 파라솔 주위의 야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쉬게 하고 떡볶이와 튀김, 순대, 오뎅 등을 주문했다.

", 먹지."

"오 이건! 우리가 어릴 때 맛있게 먹었던 것이로군. 아직도 이런 걸 파는 곳이 있는 줄 몰랐네."

"그래? 그 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나?"

"한 동안 나가 있기는 했지."

그러면서 그는 나무젓가락으로 떡볶이를 콕 찍어 입에 넣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도 떡볶이와 오뎅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자네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자주 해먹었던 게 기억나는군. 맛도 그 때랑 비슷하고."

"그랬었지. 하지만 요즘엔 재료가 거의 수입 산이라 맛이 좀 다를 거야."

", 그런가? 하여튼 옛 생각이 나는 건 마찬가지야."

"우리들의 추억의 음식."

"그래. 하하하."

유쾌하게 웃으며 우리는 각 1인분인 떡볶이와 순대, 튀김, 오뎅을 냠냠 먹었다. 1인당 2인분의 간식인데도 금방 두 사람의 입 속으로 사라져갔다.

"양이 모자라지 않나, 더 시킬까?"

"난 됐네. 자네가 부족한가 보군."

"천만에. 나도 많이 먹었어."

"자네야말로 어릴 때부터 먹을 거만큼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은 돼지 아니던가?"

"이 친구가. 옛날 일이라고 없는 사실까지 조작해 막 모함을 하면 안, 돼지."

"누가 조작을 했다고 그래. 난 팩트만 말했을 뿐인데."

"글이나 영상 따위를 다루어 본 사람이라면 팩트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지."

"그거야 그렇지. 어쨌든 자네가 불쾌했다면 미안하네."

"뭐 됐고. 그나저나 여긴 웬일인가? 이 근처에 살고 있나?"

"이 근처에 살진 않고, 근처 호텔에 며칠 머물고 있네."

"머무른다, 꼭 나그네 같군."

"그런 면이 있지. 오랜만에 온 데다가 곧 떠나야 하니까."

"정말 여행중인가, 아니면 다른 볼일이라도?"

"겸사겸사지 뭐. 사업차 머물러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렇구먼. 그럼 어디서 왔는데?"

"캄보디아 프놈펜일세."

"동남아에서 여기로 출장을 왔다 이건가? 어쩌다 그렇게 된 건데?"

"얘기하자면 긴데 대충 이런 걸세. 몇 년 전 제이 그룹에서 모바일 사업의 해외 법인을 지역별로 몇 군데 세웠지. 그 중 동남아 지역은 캄보디아 프놈펜에다 설립했고. 한 동안은 잘 되어 갔는데 이 분야가 좋을 때가 있는가 하면 어려울 때도 있고 그러지 않은가. 그런 와중에 M&A가 여러 차례 진행되었고 그 결과 프놈펜 법인이 캄보디아의 국영 통신사에 넘어가게 되었어. 회사가 넘어갔지만 직원 중 일부는 회사의 인수인계 및 관리 차원에서 그대로 남게 되었다네. 또 그 중의 일부는 정식 관리 임원으로 계속 일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몇 프로 인상된 페이를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뭐 있나. 지금처럼 다국적 기업 천지인 세상에 자기 나라 회사만 고집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인 생각이지. 하여튼 그렇게 일하고 있는데 캄보디아 전기통신에서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우리 법인을 전면에 내세웠고 그 시범 케이스로 코리아가 선택되었다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거지."

", 그렇게 된 거군."

그러면서, 그런 유턴은 좀 이상한 걸, 아무래도 매국적인 느낌이……, 라고 덧붙이고 싶었으나 그러지는 않았다. 당장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되받아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데 캄보디아가 통신기술을 수출할 정도로 IT 강국이 되었던가?"

"그렇게 된 지 꽤 되었다네, 친구. 가난한 나라라고 얕보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다니까."

"오 그렇지. 가난하다고 얕보면 안 되지. 우리도 옛날에는 미국의 원조로 살아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미국이나 일본, 우리나라를 얕본다네. 얕볼 수 있을 때는 얕보는 것도 괜찮아. 개구리가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는 말도 있잖은가. 위에 올라가면 아래에 있는 자들을 깔보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잖아. 그게 바로 세상이 순환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니까."

",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일세."

나는 주변을 휘 둘러보며 대답했다. 오른쪽의 강물 위에는 유유히 흘러가는 유람선 옆을 쏜살같이 질주하는 쾌속정과 그 뒤에 매달린 수상스키 타는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의 공중에는 날렵하게 생긴 기구가 떠 가는데, 어라, 굉장히 빠르다. 밑의 객실엔 사람도 많이 타고 있어 커다랗게 보였는데 금방 까마득하게 멀어져 갔다. 기구뿐 아니라 자동차처럼 생긴 것들도 휙 하고 날아갔다. 헛것을 봤나?

"그런데 자넨 뭘 하고 있나?"

친구의 물음에 나는 눈을 비빈 뒤 대답했다.

"난 저기 신촌에 있는 대학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있지."

"오 교수님이시군. 축하하네. 잘 되고 있다니 기분이 좋군."

나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미전임 교수라고 덧붙일 수 없었다. 간발의 차이로 먼저 한 축하를 철회해야 하는 친구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 같아서였다. 나는 언제나 덧붙이지 못한 진실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았다.

"자네가 잘 살고 있는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군. 그래서 말인데,"

"?"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나기 전에 빌린 돈 말일세."

이런 젠장, 역시 금전 거래가 있었어. 나는 속으로 탄식했다. 어쩐지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잘 나간다고 축하를 하더라니.

", 얼마였지?"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나나 보군. 5억일세."

! 목구멍 안에서 억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런가? 전혀 기억나지 않네. 혹시 차용증 같은 거 작성했던가?"

"자네가 친구 사이에 그런 게 뭐 필요하냐고 했는데 내가 고집해서 쓰긴 했지. 물론 형식적인 걸세. 하여튼 그 때나 지금이나 자네는 진정한 대인배야."

", 무슨 소리야?"

"자네가 그 많은 돈을 빌려주고도 차용증을 쓰지 않은 거나 몇 년 지났다고 까맣게 잊어버린 걸 말하는 걸세."

"그 그럼, 돈을 빌려준 게 나라는 말인가?"

"허허 이 친구, 끝까지 대인배인 척 하는군."

그는 내 등을 짝 하고 쳤다. 그 바람에 앞으로 벌렁 넘어질 뻔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내가 그 많은 돈을 선뜻 빌려줄 리도 없을 뿐더러 빌려주고도 까맣게 잊어버릴 까닭도 없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속에 내가 모르는 내가 더 있었던가. 어쨌든 집에 가서 종이란 종이는 다 뒤져봐야겠군.

"어쨌든 조만간 갚을 텐데 말이야, 그거 액면가대로 줘도 되겠지? 물론 이자는 보태서 주겠네만."

"어떻게 주든 무슨 상관인가. 맘대로 하게."

"고맙네."

"액면가라면 그 때 빌렸던 5억에 플러스 이자, 이렇게 되는 건가?"

"그렇지."

"대부분 그렇게 상환하지 않나?"

"물론 그렇지. 하지만 간혹 물가 변화에 연동해서 갚는 경우도 있다네. 그럴 경우 계산이 다소 복잡해지지."

", 그렇구먼."

어쨌든 5억이 어딘가. 그거면 집 한 채는 새로 장만할 수 있을 정도인데. 나는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어쩐지 오늘따라 산책을 나오고 싶더라니. 역시 오래된 친구는 만금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자넨 어릴 때부터 사리에 밝고 매사에 분명하더니 이렇게 사업도 성공하는군."

"그러는 자네는 정이 많고."

우리는 낄낄거리며 어깨동무를 하고 걸었다.

"우리가 이러고 다닌 것도 3, 4십 년 만이지."

"뭐 그 정도는 안 됐지만 오래 되긴 했지."

"정말 옛날 생각나는군. 매일 붙어 다니며 같이 놀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래. 다방구 같은 거 하며 날이 저물도록 뛰어다니며 놀았지."

"다방구? 그런 게 있었나?"

"중학교 다닐 때 많이 했는데 몰라? 우리 동네 오락실의 갤러그는?"

친구는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PS2, 스타크, 서든 어택, 피파온라인?"

그가 몇 가지 게임 이름을 주워섬겼다. 내가 들어보기는 했어도 직접 한 적은 거의 없었다.

"들어보긴 했는데……. 자네 나이가 몇인가?"

"마흔 셋."

"나이는 나하고 같은데……. 이름이 김동일, 아닌가?"

"그건 우리 아버님인데, ."

"그럼 자네는 재석이 친구인가?"

유재석은 내 아들 이름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친구 아들과 같은 나이로 만날 수가 있지? 자네 뭐 아는 거 있나?"

"글쎄요."

우리는 갑자기 서먹해져서 슬그머니 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얼마쯤 터덜터덜 걷다가 그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큰 변괴가 일어났다는데, 천복 또는 시진이라던가 하는 겁니다만."

"천복, 시진?"

"천복이란 말은 천변지복(天變地覆)의 준말이고 시진은, 땅이 뒤집어지는 지진(地震)이 어스퀘이크니까 시간이 뒤집어지는 걸 타임퀘이크, 곧 시진(時震)이라 이름붙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진처럼 시간이 뒤집어졌다? 그러니까 시간의 층이 갈아엎어졌다 이거로군."

"그렇게 볼 수 있지요."

"그럼 연속되지 않은 시간대가 마구 뒤섞이고 만나기도 한다는 말인가?"

"아마도."

"그럼 자네가 있는 거기는 언제인가?"

"2046년입니다."

"내가 있는 곳은 2016년이니까 딱 30년 뒤로군."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생기는군요."

"그렇군. 그러니까 내가 살고 있는 2016년의 한 모서리와 자네가 있는 2046년의 한 모서리가 만났다 이거네."

"아버님 말 대로요."

친구로 만났다가 친구의 아들로 판명되고 보니 갑자기 어색해져서 급격히 표정과 말이 줄었다.

"그럼 자네가 돈을 빌렸다는 것도 내 아들에게서였군."

", 그렇게 되는군요."

좋다 말았다. 어쨌든 아들이라도 받으니 나쁠 건 없지만.

"어쩐지 전혀 기억에 없더라니. 근데 5억이면 얼마 정도 되나?"

"중고 자동차 한 대 살 정도입니다. , 제가 빌렸을 때는 같은 브랜드로 새 차를 살 수 있었지요."

그렇게 되는군.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얼마 후 친구의 아들이자 아들의 친구는 시계를 보더니 약속이 있다며 인사를 하고 멀어져 갔다. 나는 마주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잘 지내고 다음에 보세."

", 그럼 안녕히."

나는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다음에 보세. 다음에 보세? 다음에 언제 본단 말인가.

저 친구가, 친구의 아들이 친구인 내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자네 아버님 장례식 때' 라면? 내가 죽은 건 2046년에서 8년 전이라면 2038. 그 때 내 나이는 예순 다섯? 지금도 평균 수명이 90에 가까운데 거기 한참이나 못 미치는 나이에 죽다니 도대체 무슨 이유로? 죽을병에 걸렸나, 아니면 사고? 그 해의 언제, 몇 월 며칠에 죽는단 말인가?

나는 당황해서 아들 친구의 모습을 찾았다. 그는 이제 까마득하게 멀어지며 다리 끝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 누구야. 아직도 그 녀석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야, 하고 큰 소리로 외쳐댔다. 야 인마!

그 소리를 들었는지 그 놈은 잠시 돌아서서는 손을 흔들었다. 까맣게 줄어드는 점을 붙잡기 위해 안타깝게 소리쳤지만…….

그는 언덕 너머로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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