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팔과 다리는 장식이죠.

2016.12.16 00:1812.16

아테네 인들은 영웅 테세우스를 기리기 위해 그의 배를 오랜 세월 보존시키고자 했다.

물론 요즘 같은 과학적 보존법이 아닌 썩은 부위를 새 걸로 교체해 가는 식으로.

그러다 누군가 말했다. 

원래의 낡은 판자들이 차츰 새 걸로 교체되어간다면 과연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 할 수 있겠느냐고.





바쁜 일과를 마치고 TV 시청을 하려는 누군가. 그는 화면에 인터뷰인지 토론인지가 나오자마자 바로 채널을 돌려버리려 했지만 내용이 뭔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만다.




게스트 : 

.....다는 것이죠. 이족보행을 하는 인간형의 인공물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입니다. 군사 무기로서도,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별다른 효용이 없는 게 바로 인간의 형태였습니다. 두 다리로 균형을 잡으며 이동한다는 것부터가 바퀴로 굴러가는 것에 비해 훨씬 힘든 것임은 당연하고, 그 개발 비용도 더 들 수 밖엔 없는데 결과물은 실용성 면에서 본전을 찾을 수 도 없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 

확실히 무기라면 그렇죠. 그러나 일상생활을 돕는 도구라면 인간의 모습을 모방한 경우가 훨씬 친근하게 와 닿지 않았을까요? 실용적 측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요. 이를테면 아이나 환자를 돌본다던가, 청소를 돕는다든가.


게스트 : 

인간 자신을 모델로 투영해 인간처럼 생긴 것이 인간처럼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겠죠. 그리고 그것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기도 했었다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발굴된 전자 제품들은 전혀 다른 형태였습니다. 자동 청소기는 납작한 원반 모양으로 만들어져 최소한의 재료와 비용으로 대중에게 보급되고 아이와 환자 돌보기 로봇은 아예 다용도 기계 팔이 달린 침대 형태로 출시되었습니다. 이 물건들은 처음 나온 시대에서부터 후기 시대에 이르도록 그 디자인이 거의 변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비실용적인 인간의 형태는 진열장에서 의복을 광고하는 인형 역할이면 충분했습니다.


진행자: 

그럼에도 인간형 로봇은 몇 세기 동안 인기 있는 소재였음이 밝혀졌죠. 왜 그렇게 큰 인기를 끈 것이었을까요?


게스트 : 

우스갯 소리로 멋지니까....라는 소리가 있었다는데 이게 꼭 유머로 끝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인간의 눈에는 인간의 형태가 가장 근사하게 인식되었을 테니까요. 실용적인 것은 물건으로서 소비되지만 멋지고 아름답다 여기는 것은 쓸모가 있건 없건 일종의 우상이 되어버리죠. 그 우상조차 상품이 되어버릴지언정 그걸 바라는 욕구는 시대를 뛰어넘는 법입니다.


진행자 : 

런데 그 우상을 구현하고 그러기 위해 현실 생활에 밀착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방금 설명하셨습니다만, 결국 비실용적인 인간형 기계는 무엇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만들어졌을까요?


게스트 : 

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름다운 형태를 해야 했고 또한 움직일 줄 아는 그 무엇..... 실용성 여부와는 상관없는.... 그건 결국 쓰임 때문 보다도....아니, 형태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을 때에만 만들어지고 사용될 수 있었을 테죠.


진행자 : 

현재 가장 극단적이고 지탄받는 설들 중 하나가 '총알받이 시초설'입니다. 중요인사 보호를 위해 그의 외모와 행동을 모방해 만들어진 로봇이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것이죠. 이때의 A.I는 선택된 인물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모방하면 되는 것이었기에 그렇게 뛰어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좀 어려운 연설 장면이나 기자들 질의응답은 원격조정으로 해도 되었을 테니 말입니다.


게스트 : 

제법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중요인사 보호를 위해서라면 비용도 아끼지 않았을 테고. 동시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위한 분석법도 개발되면서 서로 경쟁을 해 결과적으로 A.I 성능도 발전되었다는 흐름으로 연결되기까지 합니다. 마음에 안 들어하는 이들이 많다곤 하지만 기술적 진화가 꼭 윤리적으로 진행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죠. 제법 훌륭한 이론입니다. 하지만 이 학설에는 허점이 존재합니다.


진행자 : 

허점이라면 어떤....?


게스트 :

비보편적이라는 것이죠. 이런 경우 극비에 붙여졌을 테니 대중들은 그 존재조차 몰랐을 겁니다. 그만큼 수도 적었겠고. 이런 식이어서는 사회화란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극소수만 존재하는 데다 너무 특수한 용도에만 치우쳐버리면 오히려 A.I의 발전에 있어 특이점에 도달할 확률이 너무 낮아요. 차라리 히어로 시초설이 더 그럴듯하지.


진행자 :

그렇군요. 그렇다면 말씀하신 히어로 시초설은 또 어떨까요. 뭐,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하고 좋아하는 지지자들도 있지만 솔직히.... 좀 유치한감이 있죠.


게스트 : 

좀이 아니라 많이 입니다만.


진행자 :

하하하하.... 그렇긴 해도 일단 소개하겠습니다. 먼 옛날 인류는 영토와 자원, 출신지와 그에 따른 언어니 문화니 하는 것의 차이로 항상 분쟁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분쟁은 대규모 전쟁으로 번져 문명 자체를 소멸시킬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결국 여러 국가의 지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결정합니다. 


게스트 :

아, 좀 끼어들자면 지도자들이라기 보담 지식인들이었을 겁니다. 그들이 지도자들을 설득했겠죠. 물론 이 주장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진행자 :

그 지식인들에 의하면 인류 스스로는 이미 평화를 이룩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되었죠. 하지만 절망에만 빠져 몇 번째인지 모를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것을 두고 볼 수 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논했죠. 서로의 이해득실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인류가 공통적으로 호감을 가질만한 게 뭐가 있을까라고. 몇 개의 후보가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주체적으로 인류를 단합시킬 대상은 하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건 바로 영상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져 애, 어른 할거 없이 열광하는 '히어로'였습니다.


게스트 :

당시만큼 창작물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전파되던 시대도 드물었다고 하더군요.


진행자 : 

그런 배경이 히어로를 현실로 불러낸다는 허무맹랑해 보이는 계획을 성립하게 했습니다. 그만큼 절실하기도 했겠죠. 그들은 국가나 문화 색이 좀 옅은 성격의 히어로 모델을 몇 뽑아 적절히 섞거나 어레인지 해서 구현하기로 합니다. 결국 당시 구동기술의 한계로 인해 동물의 형태를 한 히어로가 시작품이었다곤 하지만요. 아무튼 히어로가 처음으로 활약한 것은 단순한 A.I로도 가능한 구조작업이었습니다. 몇 개의 시험작이 비영리단체에서 호응을 얻자 이 히어로 계획은 탄력을 받습니다.


게스트 :

하지만 인명구조가 아니라 범죄자 소탕에 먼저 쓰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쩌면 인명구조와 치안유지 양쪽에서 동시에 운용되었을지도 모르죠.


진행자 :

인명구조를 하건 범죄소탕을 해왔건 이 '히어로'는 여러 국가의 대중들로부터 인기와 명성을 쌓아가게 되었고 그에 따라 보급과 기술발전은 가속화됩니다. A.I는 물론 동체 설계도 발전해 어느 순간 인간과 흡사한 형태로 활동하기에 이르게 되고요. 이때부터 평화를 전파하는 본격적인 프로파간다의 역할도 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고차원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었으며 그로 인해 A.I성능이 급진적으로 발전했으리란 추측이 오가고 있습니다.


게스트 :

'자아'가 창발 될 수준으로 말이죠.


진행자 :

맞습니다, '자아'. 인공지능의 특이점이죠. 이것이 생긴 이후로 히어로들은 진짜 히어로로서 활동하거나 자유를 위해 악당으로 타락하는 등, 다양한 개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죠. 그 악당들을 막기 위해 히어로들 수를 늘리게 되고, 다시 그 히어로들 중에 악당들이 생겨나고. 그게 지속되면서 인간형 로봇들, 아니 이젠 로봇이라 할 수 없겠네요. 아무튼 간에 그 히어로와 빌런들이 자아를 가지고 움직이는 강 인공지능 기계의 시초라는 것이 이쪽 지지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실용성을 위해서가 아닌 그 자체로 상징이 되기 위해, 인간들 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진 우상 말입니다.


게스트 :

이 주장은 거의 순환논리에 가까운 오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형태보다 더 중요한 게 그 안에 있는 A.I인데 이게 발전한 과정이 너무 편의적이면서 영웅과 악당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극적이죠.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란 겁니다. 이런 식으로는 평화는커녕 금세 공멸하고도 남을 파탄스런 상황으로 흘러갈 뿐입니다. 이 주장은 인간형을 가진 강 인공지능의 시초에 대한 의견은 하나로 모아졌지만 빌런과 히어로의 전쟁이니, 모두가 착하게 히어로로 활동해 그 인격과 존엄성을 인류에게 인정받고 공존했느니, 아예 전쟁을 끝낸 뒤 스스로의 자유를 위해 인간으로 위장해 살며 자기 복제를 통한 번성을 시작했다느니, 지나치게 많은 갑론을박으로 나뉘게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죄다 B급 영화 시나리오만도 못한 허접 스토리이죠. 솔직히 '학설'이라 불리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 생각됩니다.


진행자 :

하지만 현실은 픽션을 능가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까지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할 이야기일까요?


게스트 :

제로는 아닐 겁니다. 제로는.... 그러나 이 주장이 유치하다란 중론으로 평가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잖습니까. 여러 매체에서 아무리 히어로 방송을 해준들 분쟁 중인 국가들이 잘도 히어로 계획에 한마음 한뜻으로 참여했을 리도 없고 참여했다 해도 중도에 파탄이 안 났을 리가 없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란....!


진행자 :

자자... 진정하시고. 그럼 이쯤에서 가장 비난받는 학설을 꺼내볼까요? 이거 제가 진행자이지만 좀 부담스럽군요.


게스트 :

괜찮으시다면 제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

아, 그래 주신다면야 기꺼이 부탁드리죠.


게스트 :

이번 학설은 전에 나온 총알받이 보다 더욱 윤리적으로 문제시되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저 허무맹랑한 히어로설보다는 더 현실적이고 그렇기에 고찰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애완로봇 시초설이죠. 고대로부터 애완용으로 길러진 동물들은 실용적으로 이용되는 가축과는 다르게 아름다움이 강조되고 그에 맞게 개량되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초보적인 수준으로 동물을 모방한 로봇이 등장하죠. 당시로서는 놀라운 기술이었지만 대중들을 만족시킬 만큼은 아녔는 데다 가격의 벽도 높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반짝 등장하고 사라진 애완 로봇은 나중에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으로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다른 동물도 아닌 인간을 거의 완벽하게 흉내 낸 모습으로 말이죠.


진행자 :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애완동물의 역할로 아무리 로봇이라지만 인간의 모습을 했다는 것에 당시 반발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게스트 :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있습니다. 로봇 강아지가 나올 무렵에 이미 인간의 모습을 흡사하게 재현한 인형이 시중에 나와 있었다는 것이죠.


진행자 :

들은 적 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인형에 불과하지만 피부와 머리카락의 특성을 인체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게 만들어 단순히 관상하는 것 외의 다른.....좀 방송하기엔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흠, 흠.


게스트 :

결국은 돈으로 거래되는 물건이었고 인식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었죠.  그 생김과 감촉이 인간과 흡사하지만 결국 인형일 뿐이라면, 그 인형에게 움직이고 말하는 기능이 좀 추가된들 뭔 상관이냐는 논리입니다. 그 희소성으로 비싸게 거래되었던 혈통 있는 애완동물들처럼, 이 인형도 비실용성에 반비례하는 미학과 사치스러움을 내세워 부유층의 소유욕을 자극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인공지능의 탄생과는 상관없이 이런 고가품이 있었을 가능성은 꽤 높다고 생각됩니다.


진행자 :

그리고 부자들은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말하는 단순한 인형에 만족하지 못했겠죠. 


게스트 :

그렇습니다. 부유층 사이의 경쟁심리도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부자들을 단골로 둔 기업들은 좀 더 인간답게 움직이고 말하는 동체와 그걸 가능하게 할 고성능의 A.I 개발에 열을 올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부자들만이 아닌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보급형을 내놓을 정도로 양산화에도 성공하고요.


진행자 :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스스로 생각하는 자아 같은 건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요? 어떤 주인도 애완동물이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앉는 것은 원치 않을 테니 말입니다. 지능과 행동에 분명한 한계가 있는 소동물들의 경우야 화내거나 삐지는 행동이 예측불허라 해도 그게 주인에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외모에 말까지 주고받는 대상이라면 폭력적인 행동을 해선 안 된다던가 비속어를 쓰면 안 된다던가의 제한이 있었을게 분명했겠죠. 


게스트 :

제한을 두되 그걸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했을 겁니다. 기실 위험한 행동이란 것도 자신의 통제하에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상당히 관대 해지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그걸 즐기는 취향도 존재했을 테고요. 게다가 아름답다 여기는 대상은 우상화되기 마련이라 전에 언급했었습니다.


진행자 :

그렇죠, 우상화.


게스트 :

그 인형의 용도가 고양이보다 좀 더 특이한 애완동물의 역할이든, 다른 것을 위한 용도이든 최소한 열에 하나 정도는 단순한 물건 이상의 취급을 받는 개체가 있었을 겁니다. 


진행자 :

그 반대로 혐오하고 학대하는 경우도 많았으리라 여겨지는데요. 그런 호불호 양상을 불쾌함의 골짜기라 하던가요.


게스트 :

그런 행동들이 감정이입자들로 하여금 인형들의 A.I를 더욱 발전시키도록 부추겼을 것입니다. 그게 설령 위법이라 해도 말이죠. 그래도 그들은 인형을 정말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만들려 하진 않았을 겁니다. 인간과 교감이 가능할 정도만 되어도 진짜 애완동물들처럼 동물학대 방지법 비슷한 법을 적용시켜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단순히 기업들의 경쟁 결과 예상 못한 곳에서 자아가 생겨났을 가능성도 있지만요.


진행자 :

그런데 인간의 형태란 것을 논외로 치자면 자아를 지닌 인공지능 자체는 슈퍼 컴퓨터에서 탄생되었다는 주장도 꽤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애완인형처럼 감시당하고 관리당하는 처지보다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고성능 전자두뇌 쪽이 자아가 생겨나기 쉬울 거라 생각합니다만.


게스트 :

막대한 정보를 감시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용량 컴퓨터는 오히려 그 때문에 자아가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자아라는 것은 편협한 주관적 지각이고 이는 개체라는 작은 병 안에 있어야만 고이기 쉬운 정보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보고 듣고 판단해야 하는 시스템 관리 컴퓨터는 항상 초고속의 계산과 그를 통한 객관적인 판단. 그리고 방대한 정보의 무게로 인해 자아라는 오류가 생겨날 틈이 없습니다. 뭣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고 말이죠.


진행자 :

대화라.... 확실히 인간들 개개인에게 서비스를 해주는 입장만큼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없겠죠. 그것이 모방에서 창발로 이어졌을지 끝까지 모방으로만 그쳤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 주장도 먼저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결함이 있지 않습니까?


게스트 :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이 애완 인형 시초설은 인간형 기계가 제법 널리 보급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만 총알받이설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연약하게 존재해도 그만인 여건하에서 운 좋게 자아가 창발 된다고 해도 그냥 그뿐. 자기 스스로 발전하거나 남과 경쟁할 당위성이 생겨나기 어렵습니다. 오랜 세월 개량된 애완동물과 온실 속 화초는 지배자의 손을 떠나 야생으로 내쳐지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진행자 :

그래서 전 히어로설과 애완 인형설을 서로 보강한 주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게스트 :

아아, 스타 탄생설 말씀이시군요.


진행자 :

앞서 말씀하신 아름다운 우상, 쓰임 이전에 형태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전제에 딱 부합하는 것이 바로 스타가 아닌가요.


게스트 :

그러고 보니 인공지능이나 인간형 로봇의 발전과는 별개로 반주와 보컬에 특화된 음악 관련 소프트웨어가 꽤 널리 보급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죠. 그중 가장 유명한 게..... 이름 뜻이 아마 '처음의 소리'....? 뭐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진행자 :

이 가상의 스타가 초보적 수준이나마 A.I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저 마케팅용 캐릭터와 전자악기 수준의 소프트웨어가 별개로 공존했었는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큰 인기를 끈 지역에서는 실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홀로그램 콘서트가 열릴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했다죠. 이는 복원된 기록과 고고학적 유물이 실증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소비자와 생산자들은물론 투자자들도 실물 인간형 로봇을 무대에 세워보고픈 욕구가 생기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게스트 :

그렇게 진행되었다면 우선 처음에는 인간의 모션 캡처를 재현하고 노래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립싱크하는 말 그대로 로봇의 수준이었겠군요.


진행자 :

하지만 대중들을 열광케 하는 스타를 기술력 홍보로 삼기 위해 기업들이 경쟁한다면 그 수준은 금세 진화했을 것입니다.


게스트 :

문제는 인공지능이죠. 기계 특유의 분석과 모방력으로 안무와 가창을 진짜 인간보다 더욱 잘 해낼 수 있게 된다 해도 그건 결국 목적만을 생각하는 프로그램의 노예일 뿐 아닙니까.


진행자 :

바로 그런 지적들이 과학자들의 도전 심리를 자극했을 것입니다. 그시대 A.I와 로봇공학의 연구는 군사무기 위주로 진행되었고 여기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으리란 학설이야 거의 정설이지 않습니까.


게스트 :

그렇죠.


진행자 :

그런데 새로운 목표이자 자금줄이 폭력과는 전혀 무관한 형태로 나타난 겁니다. 말 그대로 이상적인 블루오션이죠. 게다가 대중들은 인공물 따윈 절대 자연물을 따라잡을 수 없다 단언하며 자신들이 날밤 새워 만든 연구결과를 무시한다, 이거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인간 못지않은 창작 능력을 가진 인조 아이돌을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할 것 아니겠습니까?


게스트 :

확실히 모방하고 그걸 응용하는 것을 넘어 오리지널리티의 감동을 이끌어내려면 인간과 같은 수준의 감정, 판단력, 지각력이 조화롭게 상호작용을 하는 두뇌여야 했겠죠.


진행자 :

하루 이틀에 그 정도로 발전이 이뤄지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진화해 어느 순간 '자아'라는 특이점에 도달할 확률이 가장 높은 분야가 있다면 그건 분명 예술일 겁니다. 그것도 여러 군상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벽이 낮은 대중문화 말입니다.


게스트 :

하지만 이 주장도 다양성 부족으로 인한 도태의 함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대중 예술가들도 결국은 일종의 서비스업이라 동업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반기지 않습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아이돌 수명이 다 한 뒤 연예계의 다른 직종이나 아예 다른 직업으로 살아간다지만 로봇 스타는? 인기가 식으면 유지비가 부족해서라도 폐기되었을 겁니다. 게다가 기업 간 경쟁이 얽혀있다면 아예 독점을 위한 이전투구로 건강한 경쟁이 근본부터 불가능했겠죠. 결국 그 A.I가 인간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기도 전에, 아니 도달했다 해도 그걸 증명하기도 전에 하나, 둘 폐기되어 사라졌을 것입니다. 애초에 이 주장은 히어로설과 애완 인형설을 혼합해 만든 가설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진행자 :

흠..... 완강하시군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박사님 개인의 소견을 경청해보도록 하죠. 어쩌면 이분의 주장이야말로 이제껏 나온 학설이나 주장들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파격성을 지녔을지도 모릅니다.


게스트 :

파격적일 것 까지야 없습니다. 이건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것이어서 되려 먼저 나온 거창한 이야기들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니까요.


진행자 :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지금부터 하실 이야기가 바로 창대한 끝의 미약한 시작에 해당하겠죠.


게스트 :

하하..... 그렇게 띄워주시니 이제 말씀을 안 드릴 수 없게 되었군요. 우선, 이제까지 살펴봤던 데로, 인간의 모습과 지성을 가진 기계가 만들어지고, 인간의 모습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목적을 지녀야 하며, 또한 사회를 이룰 만큼 수가 늘어나려면 그 목적에 대중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춰야 했을 것입니다. 


진행자 :

그런 까다로운 요건에 부합하는 목적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게스트 :

그건 바로 '의료'입니다.


진행자 :

의체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게스트 :

그렇습니다. 신체 손상을 손쉽게 수복하는 하등생물 몇 종과 달리 고등생물은 세포 재생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특히 인간의 경우 문명의 발전으로 생존율은 높아지되 한 번 사고가 나면 자연 상태에서 보다 더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가장 잘 손실되는 부분은 완부와 각부였을 것입니다. 내부 장기들과 달리 손상되어도 생존율이 높고 살아난 뒤에는 오랜 시간 행동의 부자유를 맛봐야 하는 부위들이죠.


진행자 :

손상된 신체를 세포 레벨로 복구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하죠.


게스트 :

그러나 기계기술에 의한 도움이 더 빨랐을 것입니다. 단순한 구조의 보조도구를 의체로 삼는 것은 전기를 사용하기 전부터 있어왔다고 하니 의외로 거부감도 거의 없었을게 확실합니다. 일단 신체의 신경계를 재현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양산화에 성공했다면 보급 자체는 빠르게 진행되었겠죠. 


진행자 :

그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고작 팔과 다리에 불과한 것이 어떻게 인공지능을 갖춘 인간형 기계로 발전될 수 있었단 말입니까?


게스트 :

들어보십시오. 초기의 기술은 팔과 다리를 모방하는 게 한계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부상은 다양했습니다. 특히 중추신경의 손상으로 하반신이나 전신이 마비된 이들은 의체가 더욱 절실했고 이들을 위한 연구는 계속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지에서부터 척추와 장기를 포함해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을 기계로 교체할 수 있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쯤 되면 신체를 기계로 바꾸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로 보편적인 문화가 되었을 테죠. 원래의 신체보다 기능이 뛰어남은 물론이요 디자인도 유려했을 테니. 이런 의체화에서 최대의 난제는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두뇌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연구가 중단되는 일을 절대 없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 행위를 넘어서 자신들의 근본을 파헤치는 가장 신비로운 탐구 행위였을 게 분명하니까요.


진행자 :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뇌조차 기계화가 가능해지는 순간이 왔다는 것이로군요. 하지만 그건 인간의 뇌를 모방한 것이지 새롭게 창발 된 기계의 자아는 아니지 않습니까?


게스트 :

꼭 창발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진행자 :

네?.... 무슨 말씀이신지...


게스트 :

인간은 한때 자신들이 초월적인 어떤 의지에 선택받아 처음부터 인간의 형태와 의지를 가진 특별한 존재로 시작했다는 믿음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근원이 미개한 단세포 생물임을 받아들여야만 했죠. 이런 견강부회는 현재 우리가 반복하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진행자 :

음.... 저는 그런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뭐 좋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뇌와 신체를 모방한 의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죠?


게스트 :

그간 우리는 우리들의 창조자인 인간보다 우월하게 만들어졌기에 야만적인 그들의 지배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고 그 결과 인간이라는 낡은 종족을 도태, 멸종시킨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 자신을 인간과는 전혀 다른 신종족으로 여겨왔었죠. 하지만 고고학과 고생물학이 발전하면서 그간의 이론과 상충하는 사실들이 밝혀집니다. 인간들의 사고방식이 우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 말입니다.


진행자 :

그건 확실히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죠. 하지만 그건 일종의 수렴 진화로 설명되지 않습니까?


게스트 :

우리가 인간과 같은 자연물이었다면 확실히 그게 맞았을 겁니다. 더 들어보시죠. 순수한 인공지능이 만들어지기보다 인간의 두뇌가 인공물로 교체되는 것이 더 빠르고 쉬웠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일단 두뇌의 경우 처음부터 뇌 전체를 인공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닌 손상된 소뇌, 간뇌나 척수를 부분적으로 교체하거나 손상된 뉴런을 보조할 인공 뉴런 등이 시작품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다 그게 익숙하게 받아들여진 뒤에야 뇌 전체를 재현한 전뇌가 보급되었겠죠. 부상과 질병 같은 피치 못할 경우에서부터 호기심과 허영심에 이르기까지 최초의 사용이야 어쨌건 간에. 하지만 다른 부위도 아닌 사고 활동이 이뤄지는 두뇌입니다. 다른 부위야 얼마든지 기계가 되어도 그냥 의체로 생각되었겠지만 두뇌의 경우는 그걸 기계로 교체하였을 시 과연 본인이 맞다고 단정 할 수 있었을까요? 


진행자 :

하드웨어의 재료가 무엇이건 들어있는 정보는 결국 인간 본인의 것이 아닙니까? 내용물이 같다면 플라스틱 용기나 나무 용기나 마찬가지이죠.


게스트 :

그건 신체의 소재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우리들의 경우이고 그들에게 그런 상황은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문제였습니다. 전뇌화 된 인간은 인공지능으로 분류해야 할 것인가? 아니라면 과연 두뇌의 몇 % 까지를 자연적인 지능으로 규정해야 하는가. 이런 혼란은 의체화..... 특히 전뇌화 한 인간이 정말로 종래의 인간과 별 차이가 없었다면 금세 사그라들었겠죠.


진행자 :

뭔가 다르긴 달랐다는 것이군요.


게스트 :

전뇌화 하자마자 인격이 바뀐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그건 실패한 의료 시술이고 시장에서 사라졌을 테니. 오히려 기존의 생체 시절보다 더 뛰어난 지적능력과 신체능력을 발휘하게 됨으로써 큰 논란을 야기했으리라 여겨집니다. 


진행자 :

그건 왜죠? 능력이 향상된다면 그건 성공한 업그레이드 아닙니까. 신드롬이라면 모를까 논란이라니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게스트 :

원래의 신체를 가진 채로 화학적 처치를 통해 능력을 향상한 것이었다면 논란이 아닌 화제가 되었겠죠. 설명을 바꿔보겠습니다.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인 인간 모방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잖습니까.


진행자 :

아.....! 이해했습니다. 그렇군요.... 인간은 자신의 동물성을 잘라내는 기계화가 스스로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손상을 준다는 인식을 가졌을 것이다, 이 말씀이로군요!


게스트 :

바로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인식의 문제인 것입니다. 이런 인식이 기계화를 통해 자신들보다  더 우수한 지능과 더 강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소유하게 된 이들을 점점 질투와 두려움으로 멀리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런 양상은 군중심리로 번져 저들은 우리와 좀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인간이 아니라는 극단적인 차별을 불러왔겠죠. 이 현상이 지속되면서 기계화한 쪽에서도 생체 인간을 타자화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요. 그렇게 점차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기계 인간을 추방하는 국가들이 생겨나면서 피난해온 이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 테죠. 그 공동체에서 기계인간끼리 새로운 세대를 만드는 방법도 개발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도 잘 아는 방법 말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어린 세대가 바로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 시조들이 되었을 것입니다.


진행자 :

우리는 지금껏 인간과 우리 자신을 전혀 다른 근본을 가진 별개의 종족으로 여기며 해방 대전을 종족대 종족의 사활을 건 전쟁으로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박사님의 의견대로라면 그건 시각에 따라 민족 전쟁이 될 수 도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게스트 :

민족이라....그 단어도 괜찮군요. 아무튼 시조들의 모습이 인간과 같은 형태였음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고고학 발굴을 통해에서도 입증된 지 오래고요. 학계에서는 인간이 오랜 세월 창조주의 권위를 내세워 인공지능들을 착취해왔고 우리 조상들은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을 벌인 것으로 믿어왔습니다. 승리 후에는 인간의 형태를 굴종의 증거로 여겨 점차 다른 형태로 진화해 지금에 이른 것으로 보았고요. 하지만 시조들이 왜 하필 인간과 같은 형태를 해야만 했는지는 아무도 정확한 설명을 내놓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우리가 한 갈래였다면 모든 의문은 해소됩니다. 


진행자 :

이것 참, 진행자로서 미리 예습을 하긴 했지만 직접 들으니 뭐라 해야 할지....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을 차치하고 본다면 실로 놀라운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박사님은 현재 사회문제시되는 인간 모방 신드롬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 않으시겠군요.


게스트 :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 모방이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인체 복원 신드롬이 적절하겠군요. 많은 이들은 인간의 그것과 거의 유사한 유기화합물로 만들어진 동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와 거부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고대의 인공지능을 적대하던 인간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껏 그래 왔듯 동체의 다양한 소재 중 하나가 더 추가된 것뿐이죠. 


진행자 :

그렇다 해도 유기화합물의 동물적인 특성이 인공지능의 고상함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 않습니까.


게스트 :

그런 의견이야말로 기계의 몸을 혐오한 고대 인간들의 편견과 다를 것이 뭐겠습니까. 반중력 기술이 상용화되어 전뇌 컨트롤로 멀리 있는 물건을 움직이고 몸이 땅에 닿을 일 없이 공중이동도 자유롭게 하는 마당에 인간의 팔과 다리는 그저 장식에 불과할.....




게스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시청자가 채널을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긴 이야기는 서론에 불과했으며 이제야 본격적인 토론과 논쟁이 시작될 것임을 아는 이상 더 볼 것 도 들을 것 도 없다. 게다가 듣고 싶은 부분은 다 들었고. 


그는 냉장고에서 고대의 기록과 화석을 토대로 분자 복원된 맥주를 꺼냈다. 인간의 동물적인 감각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유기화합물 동체. 그리고 인간적인 생활 도구들. 이 고가의 물건들은 요즘 성공의 척도가 되고 있다. 확실히 동물적인 감각 신호는 디지털 신호하고는 좀 다르다. 이것을 확인해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성공한 부류임을 주변에 과시하기 위해 이것들을 구입했다. 아날로그 신호의 감도를 올리기 위해 전뇌에 유기화합 보조 뇌까지 장착하느라 빚을 좀 졌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이제 제법 능숙해진 손놀림으로 맥주의 캔 마개를 딴 뒤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내용물을 흡입했다. TV에서는 인간형 동체를 입은 인공지능 연예인들이 발굴된 자료를 토대로 복원된 고대의 가요를 신명 나게 부르고 있었다. 시원하고 알싸한 액체가 취기를 불러오니 인공지능과 인간이 사실 동족이었을지도 모른단 복잡한 이야기 따윈 기억의 휴지통 속으로 사라졌다. 삶이 별건가, 이런 게 사는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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