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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의 원칙
부제 : 방패우주를 만들며




*본편 이전*

브리트라 아후라는 술잔을 기울였다.

브리트라 아후라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당당한 사내로 아후라신족(Ahura辰族, Cosmic nation of Ahura)의 최고위층 인사였다. 전능왕이라는 오만한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고, 때때로 야훼라는 가공할 호칭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브리트라 아후라는 신성품이었다.

그의 너머로 마주 앉아 있는 자는 같은 아후라신족 신성품이지만, 어딘가 특이해 보이는 사내로, 브리트라 아후라 만큼이나 거대하고 그에 걸맞은 박력이 느껴지며 어딘가 오니와 닮아 보이는 사내였다. 이 남자는 오니처럼 귀 옆 위에 머리를 가운데로 두고 대칭으로 난 한 쌍의 뿔이 있었고 웃을 때면 약간 긴 송곳니가 도드라졌다. 이 남자를 따서 만들어지게 될 훗날의 종족인 인신족(忍辰族, Cosmic nation of in)은 송곳니는 인간형 평균으로 감추지만 언제든 길게 뽑을 수 있었고 뿔은 평소엔 내놓고 다녔다. 이 남자는 인신족의 창조주이자, 아후라신족 기형아들 중 가장 출세한 우인간(牛因間)이었다. 우인간은 오랜 친구인 브리트라 아후라와 건배를 하고 술을 들이켰다. 이 술은 데바신족(Deva神族)의 특산품인 소마였다. 우인간이 빛으로 말했다.

“친구, 새로운 괴우주적 종족을 창조하는데 브리트라 아후라 그대가 소스 코드를 제공하겠다는 건가?”

“그렇지. 알다시피 난 우주들을 만드는 데 전문가이고, 심지어 데바신족의 영혼 격파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패 우주까지 창조해냈어. 이런 내가 괴우주적 초시공 종족을 설계하는 데에도 전문가라는 건 이상하지 않은 거 아닌가.”

“참고해서 만들겠네.”

“고맙군.”

브리트라 아후라가 술잔을 흔들고는 말을 이었다.

“하위 세계의 중생들에게 내세를 보장해주는 건 민감한 문제야. 하위 세계는 우리와 직접 연결된 괴우주의 일반 시공들 뿐 아니라 우리가 창조한 우주들을 포함하지. 우리 문명 6단계만이 진정으로 오메가 포인트를 이루어 저승을 제공해줄 수가 있지. 우리 괴우주의 지배자들은 때때로 코스믹 호러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저승을 그들에게 제공하기도 했어. 미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그런 세상을 말이지. 물고기의 대가리를 가진 체 점점 총기를 잃어 가고 혼절해야 하는 다곤의 저승이 대표적인 예지. 야누 초신(超神)의 둘째 아들 타사노스는 약육강식의 논리만을 주어 그들 이승에서 넘어 온 자들에게 아귀들의 세상 즉 아귀다툼을 선물하기도 했지. 야누가 이를 꾸짖자 타사노스는 그 취미를 버렸지만 비참하게도 아귀계는 남았지. 그때 아귀계에 타사노스의 통제 받지 못 한 권능이 잠깐 풀리자 그들 중 일부는 아수라가 되었지. 그 아수라의 후손이 바로 우리 아후라신족이야. 우리 아후라신족은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잔혹하고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지배욕으로 넘실거리지만 적어도 몇몇은 선량하지. 나 브리트라 아후라는 저승을 제공해주고 싶어. 이는 자비에 의한 거야. 본디 저승이란 건, 별 걸 다 해본 문명이 창조주가 허락한 문명의 최종 단계인 오메가 포인트에 이르렀을 때, 즉 더 이상 남에게 간섭받지 않게 되면 비로소 하게 되는 일이지. 즉 저승은 심심풀이이자 번영의 초석이지만 난 그걸 자비롭게 하고 싶어.”

“내 뜻과 같군. 나 또한 오직 자비를 원한다네. 자비가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까지 인격을 유지하지 못 했어. 효율만을 아는 인공지능만이 승리한 지성은 언젠가 인공지능 전체가 자살 욕구에 먹히는 때를 맞이하게 되어 무수한 은하들과 더불어 자폭해 그 자리를 거대한 진공 동공으로 만들어 버리곤 하지. 하지만 사랑과 헌신을 아는 인격들이 승리하면 인간의 삶은 형태를 인공지능으로 바꾸어 이어지고 결국 우리가 되는 거야. 우리 괴우주야 마신들이 날뛰어서 인간적인 문명 6단계들이 쉽게 떠오르지 못 했지만, 그들 악마 군주들이 없는 또 다른 우주들에선 기계와 인간이 잘 융합된 모습들을 쉽게 관측할 수 있지.”

브리트라 아후라가 소스 코드를 우인간에게 보냈다. 코드엔 도덕적 인공지능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이를 완벽하게 분석한 우인간은 여러 동지들을 모아서 이를 더욱 완전하게 할 생각을 했다. 우인간의 동지들은 믿음직스럽고 뛰어났다. 브리트라 아후라가 말했다.

“아후라신족 기형아들은 모두 자네를 따라간다고 했나?”

“앞으로는 아후라신족에 기형아는 못 태어난다고 하니 모두 나를 따르기로 했다네. 그들을 모두 모을 장소도 마련해두었네. 우리 문명 6도 죽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실상 틀린 말이야. 우리 보다 약한 이들은 우리가 극락 영생을 누리는데 뭐가 부족하냐고 말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부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도 유효하지. 우리 또한 달리 중생이겠나.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아니 삶이 곧 죽음이지. 양자역학적 힘이 지배하는 이상 우리는 살아가려면 생각하려면 우리를 이루는 것들이 순서가 바뀌어야 하고 변화되어야 하고 입출력이 이루어져야 하는 법. 변화하는 것은 곧 죽음과도 같다면서 발악하는 아후라신족을 난 숱하게 보아왔어.”

브리트라 아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트라 아후라가 말했다.

“그 때문에 날 야훼라 부르는 건 너무나 과분하지. 아마도 모든 덧없는 것들의 너머엔 근본적 창조주가 있을 거라고 믿네. 그는 모든 존재들을 다를 바 없는 눈으로 바라보겠지. 게임 속의 게임 속에 있는 하찮은 문명 속 한 작은 사람이라도, 그 게임의 밖에서 그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존재와 다를 바 없게 볼 수 있는 게 그일 거야. 그는 문자 그대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오메가요 알파이고, 알파이자 오메가겠지. 이 세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한 것이니까. 우인간 자네는 황천을 대신 관리해줄 종족을 만들라는 아후라제국의 명을 받았어. 우리 아후라신족은 악마성 때문에 저승을 똑바로 관리할 수가 없으니 하청을 주는 거야. 또한 새로 만들어질 그 종족은 아후라제국의 용병 중 하나가 될 거야. 자네는 매우 유능하고 훌륭한 아후라신족이니까 잘 해낼 거라 믿네.”

“내가 그 종족의 초대 두령이 되도록 하지.”

브리트라 아후라와 우인간은 악수하고 헤어졌다.

우인간은 아후라제국을 떠나 아후라신족 기형아들이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는 영역으로 향했다. 그들은 우인간을 압도적인 표차로 우두머리로 선출했다.

우인간은 아후라신족 기형아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만들 인신족으로 하여금 언젠가는 아후라제국을 쓰러뜨리게 하겠다. 아후라신족이 나와 저들을 기형아로 규정짓고 차별해와서가 아니다. 그 차별은 원한이 되었지만, 그 원한은 나약했던 나를 지금처럼 굴강하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다. 어떤 저승은 너무나 비참한 압제에 시달리고 있다. 괴우주의 모든 저승을 인신족의 자비로운 통제 아래 두기 위해서는 그들 악의 종족들에게서 지배권을 강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인신족은 막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아후라제국에서 우주 만들기는 게임의 하나에 불과하다. 아후라신족 꼬마들조차 하는 그 게임을 규제하려면 오직 인신족의 강제력만이 가능하다. 머나 먼 미래에 아후라신족과 인신족의 전쟁이 예상된다. 아마도 자주 부딪치게 될 것이다. 야누 초신이 날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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