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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사람이 사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물질.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이 모든 것을 부르는 말이 하나 있다. 뭐냐고? 당신도 알테지. 의식주(衣食住)! 요즘, 돈 없이 할 수 있는 의식주 있나? 있으면 한 번 말해봐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요. 돈이 있어야 꿈도 있고, 친구도 있고, 사랑도 있는 겁니다. 다같이 배고프던 시절에는 그까짓, 돈 같은 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뭐 이런 소리를 하셨겠지만은……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서 돈 없으면 어른 대접도 못 받는 게 현실입니다.

왜 이런 얘길 하느냐고? 간단하다! 그건 내가 바로 여태 설명한 '돈'이 없어서 괴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시골에 살고 '돈'이 없어서 차도 못 사고 '돈'이 없어서 친구도 못 만나고 '돈'이 없어서 그 흔한 게임기 하나 살 엄두도 못 내는! 그게 바로 나 이.해.찬이다.

사실 나는 군대를 가기 전 까지만 해도 아쉬운 걸 모르고 살았다. 그 때는 돈이 없어도 친구가 있었고 여자친구가 있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르바이트 월급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모든 게 변했다. 내 대학 등록금은 반드시 내주겠다던 부모님은 그나마 있던 전세집 마저 처분하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시골의 어느 월셋방으로 들어가셨다. 당연히 이러한 사실은 전역날 당일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꿈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당시를 잠깐 회상해보면…

"아빠, 이거 인천 가는 길 맞아?"

"거기 이제 안가."

"뭐?"

"우리 집 이사 갔다."

"어디로?"

"…...온양."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온양. 아마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들이라면 20년 넘게 살면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확률이 대략 98.9998% 쯤 될 거다. 어떻게 아냐고? 나도 몰랐으니까!!!

아무튼 나는 2년 동안 지겨운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비록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동네로 이사가는게 그렇게 까지 싫지는 않았다. 이건 군대 다녀온 사람만 알 수 있다. 집 아니라 모텔방도 군대 내무실 보단 낫다는 것을…...크흑

그렇게 인생 제 2막을 생경한 이곳, 온양에서 시작한 나는 당장 내일부터 쓸 돈이 없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꼈다. 원래 계획은 제대하자마자 열심히 공부해서 상위권 대학으로 편입하는 거였지만, 우리 집 형편에 그건 무리다.

어쩔 수 없이 동네 회사에 면접을 본 나는 요즘 각종 뉴스와 신문 등 언론 매체에 심심하면 거론 되는 취업난과는 전혀! 관계없이 당당히!(진짜 당당해도 되는 건가…? 진짜……?) 채용됐다. 회사가 크냐고? 묻지 마라. 사람이 말 안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약 8개월이 지났다. 연고 하나 없는 지역에 이사왔으니 일단 친구, 아니 하다못해 형들하고라도 인맥을 만들어야 겠다 싶어 8개월 간 나름 갖은 노력을 다해봤지만, 남는 것은 허탈감 뿐, 모두 헛수고였다.

생활이 외로운 것은, 다른 것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돈이 넉넉해서 멀리 차를 끌고 놀러 다닌다거나, 아니면 최소한 최상급 게임기라도 갖춰놓고 마음껏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뭐? 너무 속물 같지 않냐고? 흠. 좋다. 견실한 사람이라면 열심히 일해서 자신만의 보람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더 나아가서 자기만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외로움 따위, 아무렴 어떻겠는가?

하지만 이야기가 이쯤 진행되면 다들 알겠지만 절대 해피엔딩으로 가지 않는 법이다(그건 이 세계의 불문율이다.).

비록 시골 작은 회사라지만, 회사는 회사였다. 게다가 이제 갓 군대를 제대한 그나마 학교도 졸업 못하고 회사를 찾아온 이 젖비린내 나는 신입사원을, 회사 생활에 이골이 박힌 '그분'들께서 가만히 놔두겠는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 가까운 친구에게 '이등병'의 삶에 대해 물어보라. 나랑 좀 비슷하다.

그나마 퇴근 시간도 늦는다. 저녁 8시에 끝나서 집에 오면 9시가 되는 거다. 나는 현재 사이버 대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공부도 놓을 수가 없는 상황. 매일 같이 고단한 삶이 이어지는 것은 고양이가 생선가게 못 지나가고 참새가 방앗간에 노숙하는 것 이상으로 필연을 넘어선 '운명'이었다.

정말 힘들 때는, 내 고향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정말, 정말 불쌍한 목소리로(때로는 슈렉의 고양이 눈망울을 휴대폰 액정화면 너머로 전송하며), '한번만 놀아주라…...엉엉' 우는 연기라도 해서 만났지만, 워낙 거리가 먼 탓에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또, 가족이라고 해도 이미 다 시집장가 가서 애 까지 낳은 처지라, 이미 20대 중반인 나랑 어울리기엔, 나는 너무 어리고 그들은 너무 바쁜 상태였다.

온양에서의 삶은, 한마디로 '외로움' 그 자체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회사 사람들은 전부 나이 많은 바보 아저씨들 뿐이고, 그들에 비하면 나는 어릴 뿐이고, 친구들은 멀리 있고, 정말 풀리지 않는 단단한 실타래를 쥐어 뜯는 것 같은 기분이 매일같이 나를 괴롭혔다.

그나마 한 가지 돌파구라면, 차를 사는 건데, 차라도 있으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나는 대학 등록금과 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건데…… 몇 천 만원이나 하는 차를 어떻게 산단 말인가? 중고차를 사라고? 그래, 중고차를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유지비는? 아는 지 모르겠지만 내 월급에서 한 달에 차량유지비 3~40만원을 제하고 나면 정말 남는 거 하나도 없다. 알바생 되는 거란 말이다…...

이런 갖가지 장애물들이 나를 옥죄어 들고 나는 점점 내 삶의 목표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이렇게 외로운 거지? 왜 나는 여기서 살고 있지? 나는 서울이 좋은데...거기 가면 내 친구들도 있고, 차 없이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또……'

어디선가 저명한 인사의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누구나 고민을 하지만, 그 고민은 10분을 넘길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었다. 물론 그의 말을 100% 옮겨적은건 아니다. 이 말을 알게된 시점이 바로 전역 8개월 차였고, 당시에 내가 얻은 결론은 바로, 돈, 돈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규정짓게 됐다.

돈이 없기 때문에 소설가가 꿈인 내가 이 듣도 보도 못한 시골 촌구석에서 내가 전혀 원하지도 않는 그렇다고 재미있지도 않고 페이가 많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친구 하나 없는 시골에 사는 것은 모두 돈. 돈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내가 주님보다 돈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날, 그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도 모두 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니까, 한마디로, 이 세상 모든 문제는 바로!

"돈이 문제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젠장……!"

신세 한탄은 이쯤 해두고, 여러분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들려 드리고 싶다. 그것은 바로 나 이해찬이 어쩌다 우연히 부자가 되어서 이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했는지, 또 부자로서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게 됐는지 뭐 뻔한 거 있지 않은가.

그럼, 지금부터 가볼까?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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