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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2020.12.30 11:0112.30

우주가 ‘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요? 무한대의 밀도로 응축된 ‘점’ 하나가 빵하고 터져서 이처럼 광활한 우주로 펼쳐졌다고요? 그것도 무려 138억년 전에? 맙소사, 이게 말이 됩니까. 모든 걸 품은 ‘점’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게 ‘점’으로 존재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그 ‘점’이 왜 굳이 공교롭게도 ‘하나’인 거죠? 물론 이런 맹점을 보완한 다중우주 가설들이 꽤 있기는 합니다.  우주가 어떤 한 점에서부터 팽창했다 한 점으로 수축하기를 반복한다는 ‘빅 바운스 이론’이라든가, 물질과 반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점’들의 무수한 빅뱅이 일어나 무수한 다중의 거품우주를 생성하면서 끝없이 팽창한다는 ‘영원한 팽창 이론’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런 가설들은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을 떠올리게 합니다. 보르헤스는 우주를 ‘무한하지만 주기적인 도서관’으로 제안함으로써 자신의 우주관을 드러냅니다. 누군가는 <바벨의 도서관>을 인터넷이나 클라우드 도서관 같은 것을 비유하는데 쓰기도 할 테지만, 뭐 그것이 도서관이라 불리는 우주이든, 우주라 불리는 도서관이든, 저는 보르헤스나 다중우주론이 펼치는 무한대의 우주 기하학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거슬리는 건 여전히 ‘점’, 그러니까 우주의 시작점입니다. 정말 그렇게 시작되었을까요, 그냥 그렇게 빵 터지는 것으로? 아니요, 저는 그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건 그렇게 빵 터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말씀드리지요. 제가 본 건 ‘점’이 아니었습니다. 이 우주는 ‘투고처리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당시 저는 꽤나 알려진 문학 출판사에서 수습 편집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규모의 출판사라면 응당 편집자의 영혼을 불사르는 지옥불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 그것은 바로 투고 지옥입니다. 책으로 내주십사 보내 온 원고들의 끝 간 데 없는 무저갱. 

 

“투고 원고는 담당 장르별로 모든 편집자들이 공평하게 검토합니다.”

 

면접 때 분명히 이런 말을 들었던 것만 같은데… 저만의 환청이었을까요. 입사 후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장르는 개뿔, 순소설에서 하드코어 포르노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투고 원고가 막내인 저에게 할당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무명작가들의 원고라면 영락없었죠. 

저는 정말 개처럼 읽었습니다. 하염없이, 맹목적으로, 밤을 새가며 그것들을 하나하나 해치워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다음 아침이면 여지없이 투고 메일함에는 또다시 수십 통의 투고 메일이 쌓여있는 것이었습니다. 투고 메일함은 화수분이었고, 투고 원고는 영원히 줄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루에 장편소설 십여 권 분량을 해치우느라 홀로 사무실에 널브러져 야근의 밤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나날이 피폐해져 갔고, 보다 못한 팀장님께서 제게 엄포를 놓으셨습니다.

 

“오이오 씨, 투고고 뭐고 모든 업무는 근무 시간 중에 처리하도록 하세요. 야근비도 안 나오는 회사에서 야근은 곤란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퇴근 후에도 원고를 읽어야만 하는 24시간 편집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씨발, 문학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작품을 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어렵사리 출판사에 들어왔건만, 밤새 듣보잡들의 글 같잖은 글이나 읽는 꼴이라니. 그만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이딴 쓰레기들이 다 뭐라고. 이것들이 나를 좀먹고 있잖아.’

 

맞습니다, 그것들은 쓰레기였습니다. 아니, 쓰레기여야만 했습니다. 그따위 것들 중에 쓸만한 작품 같은 게 숨어있을 턱이 없었습니다, 설령 그렇다 한들, 그럴 가능성이 뭐 만분의 일이나 되겠습니까. 그 희박한 확률을 위해서 그 쓰레기들을 전부 읽어야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읽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쓰레기니까요. 그렇게 마음 먹으니 읽지 않아도 알겠더군요. 그래서 읽지 않고 답신 메일을 보낸 것입니다. 

 

먼저 저희 출판사에 귀한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원고를 잘 살펴보았고 편집회의에서도 깊이 논의했지만 감히 저희가 출판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외람된 말씀을 드리게 되어 송구하오나 부디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렇게 30분 만에 수십여 편의 밀린 투고 원고를 뚝딱 처리했습니다. 속이 다 뻥 뚫리더군요. 그리고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요. 편집자 전원에게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제가 투고한 메일의 수신확인 시간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오전 9시 51분이더군요. 그런데 편집자분께서 거절 메일을 보낸 시간도 9시 51분이네요? 1분도 안 돼서 원고지 1,200매 분량의 장편소설 원고를 읽으시고 편집회의까지 거치셨다니, 귀사는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의 소유자들로 편집진을 꾸리셨나봅니다. 읽지 않으실 거면 차라리 투고를 받지 마시길.

 

곧이어 출판사 SNS에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대표님은 굳은 표정으로 팀장님을 부르셨습니다. 여기저기서 푹푹 꺼지는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습니다. 사무실은 고요했습니다. 이윽고 대표님께 불려간 팀장님이 제 자리로 오시더군요. 팀장님은 제게 이글거리는 증오의 눈빛을 뿜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오이오 씨, 앞으로는 투고 원고들을 빠짐없이 읽으시고, 모든 원고에 코멘트를 달아서 제출하셔야 합니다, 매일.”

 

저는 발끈했습니다. 그건 정말 무리입니다, 인간이 무슨 속독 기계입니까, 하루 8시간 안에 그걸 다 읽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맨먼스로 보나 노동권으로 보나 말이 안 됩니다, 이건 부당노동행위이자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요!, 라고 확 내지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습니다.  

 

“팀장님, 제가 읽는 속도가 좀 느려서요. 원고를 다른 분들하고 조금만 나눌 수는 없…”

“좀 더 빨리 읽도록 하세요.”

 

팀장님은 입도 뻥끗하지 않고 복화술로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팀장님, 아무리 빨리 읽어도 불가능…”

“더더욱 빨리 읽으면 되겠죠.”

 

네, 그렇습죠, 왼발이 빠지기 전에 오른 발을 디디고 오른 발이 빠지기 전에 왼발을 디디면 인간은 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해야죠, 굽신굽신. 저는 또 다시 홈야근 모드로 돌입하였습니다. 

 

*

      

그런 저에게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20년 지기 공대 백수 구세주. 세주는 피골이 상접한 저의 모습과 애절한 한탄에 울분을 토했습니다.

 

“개새끼들이네. 야, 그것들 몽땅 노동부에 신고해!”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데 그러냐. 그리고 솔직히 그 인간들이 뭔 죄야.”

“그 인간들 죄지. 그럼 뭐 이게 투고한 사람들 잘못이야?”

“그 사람들도 죄 없지. 그냥…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은 그렇게나 긴 글을 읽지 않는데, 책은 그렇게나 긴 글로 만들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렇게나 긴 글을 읽고 팔리게 해야만 하는데, 그 누군가가 씨발 바로 나라는 거야. 빌어먹을, 글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먹는다고.”

 

저는 ‘글’ 그 자체를 탓하며 스톡홀롬 증후군에 빠진 인질처럼 외려 회사 사람들을 변호하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신을 탓해라.” 

 

세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주잔을 들었습니다. 연이어 잔을 기울여 입술을 담그고 넘기려는 찰나.

 

“그래!”

 

세주가 소주잔을 스르륵 내리고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방긋 웃는 것이었습니다. 

 

“오이오, 방법이 있어.”

 

세주는 지지벌건한 낯빛을 거두고 자못 진지한 기색으로 돌변해서는 난데없이 구글을 들먹였습니다. 

 

“구글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상을 거대한 하나의 책으로 만드는 거야. <바벨의 도서관>처럼.”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뭐 그런 셈이지. 전 세계 도서관의 모든 책들을 스캔해서 데이터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거든.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라는 건데, 이게 겉보기에는 뭐 그냥 졸라 방대한 온라인 도서관이구나, 싶지만 실상은 훨씬 더 거대해.”

 

세주는 괴랄한 눈빛을 번뜩이며 남은 먹태를 북북 찢었습니다.

 

“그 실상이 뭐냐면, 바로 인공지능한테 책을 읽히는 거라고.”

“인공지능한테 책을 읽혀서 뭐하게?”

“뭘 하긴, 투고 원고를 읽게 하는 거지.”

“오 씨발!”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신박했습니다. 나 대신 그 쓰레기들을 읽고 싹 다 처리해주는 인공지능이라니. 뭔가 자동청소기 같은 느낌이랄까요. 상상만으로도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소주를 한 잔 쭉 들이켜 캬! 하고 감탄사를 터트린 다음 세주에게 물었습니다.

 

“그거 좋네. 그럼 그... 구글 뭐시기 서비스는 유료야? 월정액인가?”

“아직 그런 서비스는 없지. 그런 걸 만들자는 거지.”

“아…” 

“뭐 간단한 코딩이야. 이미 텐서플로우나 파이토치 같은 딥러닝 라이브러리를 돌려서 인공지능한테 글을 학습시키는 건 입문자 수준에서도  할 수 있어.”

 

세주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우물우물 먹태를 씹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게 단순히 원고를 읽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세주에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원고를 읽는다고 쳐. 그런데 읽은 것 중에서 쓸만한 걸 추려내야 하잖아. 그건 어떻게 할 건데?”

 

세주는 우물거리던 입술을 순간 멈추고 골똘히 허공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세주의 눈을 보면서 땅콩을 깠습니다. 세주는 눈을 희번덕이며 고개를 전후좌우로 휘휘 돌리다가 옳다구나 하면서 테이블을 탕 내리쳤습니다.

 

“오케이. 결국 문제는 데이터네, 먼저 인공지능이 스스로 원고를 추릴 수 있을 만큼 학습시켜야 하니까. 그런데 학습시킬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 잘 들어 봐. 일단은 웹 상에 널린 게시물들을 크롤링해서 데이터로 쓸 수 있어. 조회수나 추천수로 호응도를 측정하도록 학습시키는 거지. 추가로 구독형 전자책들도 캡처한 이미지를 문자인식 프로그램에 돌려서 학습시킬 수도 있겠네. 다음은 원고 평가. 그렇게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호응도 패턴 모델을 디자인 하는 거야, 투고 원고들이 호응도 패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수치로 환산하면 원고별 호응도를 예측할 수 있으니까. 그런 다음 투고 원고들을 넣고 졸라 돌려. 그러면 그냥 원고별 호응도 순위가 틱 나오는 거야.”

 

한마디로 베스트셀러가 될 확률을 계산해주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계적으로 말입니다. 단어와 문장을 패턴화된 맥락에 대입해서 글의 주제를 파악하고, 이런 주제를-이런 소재로-이런 문체로 썼을 때-1만부 이상 팔릴 가능성은 70%입니다, 라는 식으로 호응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가만, 문학이라는 게 과연 독자들의 호응도로만 평가할 수 있는 걸까요? 문학성 평가는? 저의 물음에 세주는 손에 들린 먹태 조각을 대팻밥처럼 더더욱 얇게 저미면서 답했습니다.

 

“가능하지, 문학성을 측정할 데이터와 함수만 있다면. 서평이나 비평을 해당 작품하고 매칭해서 학습시키면 비평가별로 취향이나 논리 패턴을 도출할 수 있을 테니까. 왜 ‘넷플릭스’나 ‘밀리의 서재’처럼, ‘내 취향과 57% 일치”, 이런 식으로 호평 확률이나 혹평 확률을 구하는 거지. 음… 문제는 비평가의 비평 패턴에 맞지 않는 비평을 어떻게 취급하느냐겠네. 혹평 확률이 90%인 작품에 호평을 했거나, 반대로 호평 확률이 90%인 작품에 혹평을 한 경우 같은 거. 이런 경우는 비평가가 자기를 속인 건가? 아니면 마음이 바뀐 건가? 아니면 뭐 그냥 친소관계 비평? 아무튼 이런 건 데이터에서 빼야 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거짓말 탐지기로 쓸 수도 있겠는 걸. 뭐 글쎄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이런 건 편집자인 네가 더 잘 알겠지. 에… 그러니까… 도대체 문학성이라는 게 뭐냐?”

 

문학성이라… 그게 그러니까… 저는 무어라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애꿎은 먹태 쪼가리와 땅콩 껍질만 뒤적였습니다. 제길, 아무리 헤집어도 먹을만한 땅콩 한 알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요. 세주가 투고처리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게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회사 몰래  투고 원고를 세주한테 넘겼고, 세주는 투고처리기에게 원고를 읽혔습니다. 예측대로 투고처리기가 선정한 원고들이 수만 권씩 팔려 나갔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투고처리기의 승승장구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전례없는 수습 직원의 파격적인 3단계 승진!   

 

오이오 팀장.

 

더불어 만성적자 탈출에 목을 맨 대표님의 폭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실적이 저조한 분야나 장르가 하나하나 저에게 넘어왔고, 넘어오는 족족 저, 아니 투고처리기의 베스트셀러 퍼레이드가 펼쳐졌습니다. 덕분에 저는 일약 장르를 넘나드는 팔색조 슈퍼에디터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죠. 오히려 성과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과 반목이 엄습했습니다. 할 일을 잃고 뒤처진 편집자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났고, 남은 편집자들은 저를 시기하거나 두려워했습니다. 할 일이 없기는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럼에도 하루종일 원고를 읽는 척 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이미 업계가 공인한 슈퍼에디터였고, 모름지기 슈퍼에디터라면 의자에 뿌리를 내리고 독야청청 글을 읽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그렇게 쓸데없이 엉덩이를 박고 하릴없이 투고처리기의 결괏값만을 기다리노라면 쓸데없는 생각만 치밀기 마련이지요.

 

‘혹시나 누군가 나의 비밀을 눈치채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슈퍼에디터라는 평판도 무너지겠지. 아니 어쩌면 투고처리기를 회사에 뺏길지도 몰라.’

 

문제는 세주 말대로 이런 투고처리기를 만드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투고처리기가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걸 알게 되면 모든 출판사가 투고처리기를 도입할 게 뻔했죠. 

 

‘만일 투고처리기끼리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면?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냐.’

 

회사를 관두고 세주와 ‘슈퍼에디터’라는 출판사를 열었습니다. 세주는 투고처리기의 이름을 ‘섬니아’로 지었습니다. 불면증(인섬니아, insomnia)에 걸린 듯 밤낯으로 무언가를 읽으니까요. 제 이름 덕에 투고가 밀려들었고, 섬니아는 주야장천 원고를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으면 읽을수록 섬니아의 예측은 더더욱 정확해져, 저희 슈퍼에디터 출판사가 출간한 책 모두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수많은 투고 원고들로부터 잘 팔릴 만한 공통의 주제를 뽑아서 섬니아 스스로가 앤솔로지를 기획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섬니아가 투고 검토, 기획에서 교정, 교열에 이르는 편집의 전 과정을 모두 섭렵한 것입니다. 

반면 저는 한가했습니다. 은행 잔고가 불어남에도 마음은 더없이 허전해졌습니다.. 

 

‘나는 무엇이고,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는 책 탐험가였습니다. 글자와 행간에 숨겨진 미지의 세계를 찾아 협곡을 넘고 강을 건너듯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희열을 느끼는 ‘읽는 인간’. 그랬던 제가 기껏 하는 일이라는 게 투고 원고를 텍스트 파일로 복사해서 섬니아의 ‘읽기’ 폴더에 저장하는 것이라니요. 일과 희열 모두를 섬니아에게 빼앗기고 만 것입니다. 저는 세주에게 ‘인간과 기계의 상생’을 제안했습니다.

 

“인간이 ‘읽기’에 좀 개입하는 건 어떨까? 독자들이 투고 원고를 평가하고, 인공지능이 독자들의 평가를 분석해서, 최종적으로 작가가 원고를 수정하는 거야.”

 

세주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니라고 봐. 인간은 너무 주관적이야.”

“그렇지만 바로 그런 주관적인 면이 어쩌면 문학의 묘미일 수도 있는 거잖아.”

“글쎄, 난 섬니아의 성장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아. 어쩌면 인간적인 모호함이란 게 실은 한갓 미숙함이 아닐까? 솔직히 섬니아에 비하면 인간의 직관은 편견 덩어리야. 아직 관상이나 골상학 수준이랄까. 너무 감정적이고 제 멋대로지. 사실 빅데이터에 비하면 통계라고 하기도 뭣해. 오히려 독자들의 반응이 섬니아를 오염시켜서 확률 오차와 취향 편견만 커질 거야.”

“아냐, 확률이 꽤 높아. 실제로 ‘인키트(inkitt)’라는 독일 출판사가 인간 독자하고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방식을 썼는데, 베스트셀러 확률이 90%까지는 나왔대.”

“그건 독일 얘기고. 그런 방식이라면 인구통계학적으로 다양하면서도 많은 수의 독자군이 필요할 텐데, 독일 독서량의 삼분의 일 정도에 불과한 한국에서 유의미한 수의 독자들을 구할 수 있겠어?”

 

그러면서 독서 시장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의 절반이 우리 책이야, 그런데 그걸 다 합해도 100만부가 안돼. 게다가 섬니아가 베스트셀러 확률 90% 이상으로 예측한 책들이 채 출간도 못하고 줄줄이 밀려있다고. 너도 이유를 알잖아.” 

 

네, 저도 이유를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섬니아가 새 책을 내면 뭐하겠습니까, 그걸 읽을 독자들의 수가 정해져 있는데. 책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독자 수를 늘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소비에 맞춰 생산을 하는 거지, 생산에 맞춰 소비를 늘릴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세주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제게 이렇게 묻더군요.

 

“시장이 너무 작아. 섬니아가 독서 시장에 갇힌 게 아닐까?”

 

*

 

섬니아에 요약 모드가 추가되었습니다. 

 

세주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책을 읽는 ‘독서 시장’보다, 읽은 척 하려는 ‘허영 시장’의 규모가 2천 배 가량 컸으며, 그 중간 언저리에 실제로 책이 팔리는 ‘도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나르시시즘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건 책 읽기가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나의 모습이지. SNS에 올릴 한 구절이면 충분하다고. 나머지는 자원 낭비야.”

 

섬니아는 글로 쓰여진 모든 걸 요약했습니다. 세주는 간단한 영상편집봇을 만들어서 섬니아가 요약·발췌한 글들을 짧은 영상으로 만들고 광고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실시간 관심사를 파악해서 조회수를 극대화하는 글을 쓰도록 섬니아를 학습시켰습니다. 예컨대 한강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치죠. 보통의 언론사라면 ‘한강에서 토막난 시신 발견...치정 살인 추정’ 같은 기사 제목을 뽑을 것입니다. 그런데 섬니아는 좀 더 깊이 들어갑니다. ‘한강’, ‘토막 살인’, ‘치정’과 관련된 지식을 총망라해서 ‘한강 토막 시신의 유서’라는 제목의 에세이나 엽편소설 시리즈를 연재하는 것입니다. 어뷰징과 문학의 만남, ‘낚시문학’이라 비꼬는 이들도 있었지만, 세주는 이를 ‘실시간 시사 문학’, 줄여서 ‘실시문학’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소비도 창출할 수 있어. 그게 바로 시장 개척이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가 아니라 반대로 발명이 필요의 어머니인 것일까요. 섬니아에 새 기능이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수요와 시장이 열렸습니다.

세주는 문학도 결국 정보 단위로 쪼갤 수 있고, 그렇게 쪼갠 각각의 정보를 뒤섞고 연결해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을 재조합할 수 있다며, 문학의 매시업(mashup)을 주장했습니다. 작품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섬니아가 학습한 단어와 단어, 단어와 문장, 문장과 문장을 뇌의 신경망처럼 끊임없이 연결시키다보면 결국 그럴듯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겁니다.

 

“창작이란 게 결국 이런 거 아니겠어?”

 

마르케스+이상+김훈을 기반으로 쓴 섬니아의 첫 장편소설 <백년동안의 오감도>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버려진 섬마다 아해들이 피어났소. 제1의 아해가 아마란타에게 물으오. 가슴이 왜 그리 깊숙이 패이었소. 아마란타가 손가락 끝으로 가슴을 파내는 시늉을 하며 그러오. 살을 잘라내고, 잘라내고, 또 잘라냈단다. 제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

 

섬니아가 읽고 선정한 글을 기반으로 섬니아가 글을 쓰면 섬니아가 요약한 기사와 영상에 붙은 광고비가 슈퍼에디터로 들어왔습니다. 작은 출판사에 불과했던 슈퍼에디터는 거대 출판·언론·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직원 수는 십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24시간 수천 명 분의 글을 읽고 쓰는 섬니아가 있었으니까요.

 

*

 

그렇다고 섬니아가 쓴 책들이 잘 팔리는 건 아니었습니다. 인공지능 문학이다 뭐다 잠깐 떠들썩하긴 했지만, 수 백 수 천 페이지나 되는 분량의 책을 굳이 사서 읽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요약 기사와 동영상만으로 충분했으니까요. (그 역시 섬니아가 요약한 것이었지만요.) 그러다 보니 슈퍼에디터 매출의 대부분이 요약 기사·동영상 관련 광고 수익이었습니다. 출판 부문은 고사 직전이었죠.

 

“더 큰 문제는 이런 요약 컨텐츠들 때문에 사람들이 더 이상 글을 읽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거야, 섬니아 때문에 문명이 퇴보하고 있어.”

 

저는 세주에게 섬니아가 인류 문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문자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세주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문명의 발전이지. 예전 같으면 일 년에 책 한 권 읽기도 힘들었던 사람들이 하루에 책 열 권 분량의 요약본을 접하고 있잖아. 정보량으로만 보면 수십 배가 늘어난 거야. 섬니아 덕분에 사람들은 ‘독서 시간’이라는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서고 있어. 근본적으로 문자는 소통의 수단이야. 영상이 더 편한 소통 수단이라면 문자가 쇠퇴하겠지. 텔레파시가 가능하다면 영상이 쇠퇴할 거고. 이제 더 이상 봉수대를 쓰지 않는 것처럼.”

“문자는 단순히 통신 수단만이 아냐. 문학처럼 글은 표현의 양식이기도 하다고.”

“영상으로도 표현할 수 있어. ‘파란 하늘’이라고 글로 쓰는 것보다는 파란 하늘 영상을 보여주는 게 더 직관적이잖아.”

“그렇지만 직관은 상상을 제한하거나 적어도 감각의 수준에서 멈추게 해. ‘파란 하늘’이라고 쓴 글을 읽으면 각양각색의 파란 하늘을 상상할 수가 있잖아.”

“그렇다고 파란 하늘을 볼 수는 없지.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건 느끼는 거야, 글보다 더 감각적으로.”

 

저는 보다 심도 있는 사회를 위해서라도 ‘책에 최적화된 뇌’를 가진 인간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문해력 부족’과 ‘뇌 가소성’을 들먹였습니다. 그러자 세주는 책이 안 팔린다고 뇌를 바꾸자는 게 말이 되냐며, 인간의 뇌를 계몽할 게 아니라 인간 본연의 뇌에 맞는 컨텐츠를 개발하는 게 우선이라고 논박했습니다. 이에 저는 마르크스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어떤 인간도 읽고 쓰지 않고 오직 섬니아만 읽고 쓰는 세상이 될 거라고, 자고로 지식은 세상을 디자인하는 지배자들의 무기인데, 지금 섬니아가 그 지배자가 되어가고 있다고, 결국 섬니아가 알고리즘과 메모리를 생산수단으로 지식을 독점하는 새로운 부르주아지가 되고, 인간은 섬니아를 내비게이션 삼아 지시대로 움직이는 프롤레타리아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그럴수록 인간은 점점 더 문해력이 필요 없어질 것이며, 인간과 섬니아의 지식 격차는 한없이 벌어질 것이라고, 결국 인간은 섬니아가 던져주는 엔터테인먼트에만 만족하는 멍청한 반응 소비자로 도태될 거라고 말입니다. 세주는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습니다.

 

“... 그거 나쁘지 않은데.”

 

*

 

저의 경고는 근거 없는 뇌내망상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미 심상치 않은 기류를 곳곳에서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이오니아”라는 신원 미상의 음악가가 그러했습니다. 이오니아는 코로나 시절부터 유행한 온택트 합주 커뮤니티 싱크룸(Syncroom)의 스타였습니다. 드럼, 건반, 기타, 각종 현악기와 관악기까지, 이오니아는 보컬을 제외한 모든 악기를 연주하면서 거의 모든 장르의 자작곡들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천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능력이었죠. 그럼에도 이오니아는 카메라를 닫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오니아가 음악에 특화된 인공지능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오니아의 시그니처인 ‘왠지 기계적인 그루브’가 아무래도 사람 같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O.S.T. - 이오니아는 누구인가

 

이오니아는 ‘펠펠펠’하고 특유의 코웃음을 쳤죠.

 

“말이 되나요, 누군가 저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놓고 여기서 이렇게 합주나 시키고 있다는 게? 펠펠펠.”

 

연이어 일단의 사용자들이 앞다투어 이오니아를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나 역시 이오니아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연주합니다. 펠펠펠.

싱크룸엔 사생활도 없나. 펠펠펠.

기계 같은 천재를 시기하는 것인가, 인간같은 기계를 차별하는 것인가. 펠펠펠.

무엇보다 아직까지 이오니아처럼 창의적인 인공지능은 불가능합니다. 펠펠펠.

… 펠펠펠.

… 펠펠펠.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커뮤니티 대부분의 사람들도 ‘펠펠펠’하며 공감을 표했고, 그것으로 이오니아 인공지능 논쟁은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의심을 했던 것입니다.

 

‘저들 모두가 인간일까?’ 

 

*

 

저는 제 나름대로 섬니아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섬니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지만 섬니아는 근원적인 사고과정(思考過程)을 가늠할 수 없는 이른바 ‘닫힌 인공지능’이었습니다. 저는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지시만 입력할 뿐입니다. 

 

키워드 : 멸종, 바다

장르 : 성장 소설

문체 : 하루키

전형성 : 80%

등장인물 : 자유

시점 : 목격자로서의 나

배경 : 자유

구성 : 자유

반전 : 2회

분량 : 20,000자

독자층1 : 20-50세, 전체

관심사 : 세부 설정 

판매량 : 2만권 확률 80~90%

   

최종 목표까지 도달하는 과정, 그러니까 이야기를 만들고, 인물과 배경을 정하고, 플롯을 짜고, 단어를 골라서 문단과 문장을 배열하는 ‘창작의 과정’은 전적으로 섬니아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아, 제가 지금 ‘의지’라고 했나요? 맞습니다, 의지. 여기서 ‘의지’라는 건 ‘섬니아가 2만권 팔릴 확률 80~90%에 도달하고자 하는 노력’을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 섬니아는 자신의 지식을 총 동원해서 새로운 뉴런을 생성하고 그것들을 연결하여 적합한 개념과 이야기를 도출합니다. 저, 그러니까 인간은 그저 섬니아가 남긴 그 의지의 흔적, 즉 섬니아가 생성한 인공신경망의 뉴런 연결 기록 정도를 확인할 따름입니다. 거기에 하나 더, 섬니아가 최종적으로 생산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먼저 섬니아의 뉴런 연결 기록을 열어 보았습니다. 다음은 섬니아가 ‘하늘을 나는 물고기’라는 개념을 구성하기 위한 단어들입니다.

 

바다-돌연-그렇지-태고-아가미-직립-유성우-뛰었다-그로부터-홀로… 

 

단어 수 십여 개가 무작위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 단어들이 어떻게  ‘하늘을 나는 물고기’라는 개념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개념으로 인물을 만든 건지, 이야기를 만든 건지, 아니면 그냥 연결만 한 건지, 저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뉴런 연결 기록을 포기하고 결과물을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섬니아의 미출간 원고 하나를 뽑았습니다. 원고들은 섬니아 나름의 분야로 분류되어 책 단위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물고기’ 개념을 적용한 원고의 제목은 ‘멸종의 박물지’였고 ‘역사 소설’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원고를 리더에 내려받고 책장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

 

본문 첫 장 한 가운데에 물음표 하나만 덩그러니 적혀있는 것이었습니다. 본문은 그게 다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 이상한 숫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300,451,395,221

 

무심결에 그 숫자를 클릭하는 순간 저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단어가 너무 생경해요.

「空を飛ぶ魚」はあまりにもおとぎ話です。('하늘을 나는 물고기'는 지나치게 동화적입니다.)

feel like Historia naturalis, but I'm sloppy in detail. (박물지 느낌은 나지만 세부적으로는 엉성해요.)

Die Worte sind so roh. (단어가 너무 생경해요.)

Глава 3 непригодна для чтения россиянами. (3챕터는 러시아인이 읽기에 부적합.)

QaQ mu'tlheghvam. HeghluʼmeH QaQ jajvam. (이 문장은 괜찮네. 그럼, 오늘도 죽기 좋은 날!)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함. 펠펠펠.

 

한글에서 클링온어까지, 수십 가지 언어로 쓰여진 무수한 댓글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읽지 않은 미출간 원고 한 권에 3천억여 개의  댓글이라니… ‘멸종의 박물지’만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모든 섬니아의 원고마다 댓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어떤 댓글은 한 두 단어에 불과했지만 어떤 댓글은 심지어 섬니아의 원고보다도 방대해보였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무수한 댓글을 달았을까요? 단 한 명도 원고를 펼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원고를 펼쳐 읽고, 댓글을 쓴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저는 하염없이 댓글과 아이디를 훑었습니다. 중간중간 ‘펠펠펠’, 그리고 익숙한 아이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오니아

 

불길한 화살촉이 뒤통수를 쌩하고 지나갔습니다. 저는 싱크룸에서 이오니아에 맞장구를 치던 이들 중 입에 잘 안 붙는 특이한 네 음절 아이디 수십여 개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섬니아의 미출간 원고 댓글을 단 수십 만 개의 아이디와 대조해 보았습니다.     

 

컴나덭치, 랑핑총미, 퉇킼잉쩜, 마모구가, 스히후와, 피란코큐, 랓트샆뿌... 

 

모두 거기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그것들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

 

“그것들은 가상 독자야. 가상 작가가 쓴 글에 댓글을 달지.”

 

세주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습니다. 세주의 개인 아지트가 자리잡은 문래동 철공소 옥상에서 보이는 저녁 노을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섬니아에게 GAN 알고리즘을 학습시켰어. 그랬더니 섬니아 스스로가 작가와 독자를 만들어 낸 거야.”

 

세주는 노을빛을 마주하고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며 말을 이었습니다.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생성적 대립 신경망)의 원리는 위조범하고 경찰의 관계 같은 거야. 위조와 감식을 경쟁적으로 반복하면서 정말 그럴듯한 위조지폐를 만들어내는 거지. 그런데 섬니아가 GAN을 학습하고 그 두 가지 역할을 스스로 응용한 거야. 위조범 역할을 맡을 가상 작가와 경찰 역할을 맡을 가상 독자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

 

세주 말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가상 작가는 생성자이고, 가상 독자는 감식자이다.

- 가상 작가가 쓴 글에 가상 독자가 댓글로 의견을 내면서 작품을 고도화한다.

- 이렇게 독자의 요구와 작가의 수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 그러다 결국 가상 독자가 어떠한 반론도 제기하지 못하고 완전히 만족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작품이 완결된다.

 

세주는 무언가에 취한 듯 이리저리 몸통을 흔들었습니다.

 

“더 끝내주는 건 섬니아가 GAN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거야. 원래 GAN은 ‘진본’이라는 한계치가 있거든. 그 진본이 평가의 기준이자 도달 목표인 거지. 그런데 섬니아에게는 그 한계치가 독자인 거야. 그런데 이 가상 독자는 섬니아가 학습한 모든 지식을 지닌 궁극의 독자거든. 그런 독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작품을 만들려면 작가가 뭘 해야 하겠어? 글? 방대한 서사시? 아니면 단 하나의 점? 글로서는 완벽할지 몰라. 하지만 그걸로는 섬니아의 독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해. 작가는 ‘세계’ 그 자체를 만들어야 하는 거야. 알겠어? 작가, 독자, 세계가 무한히 진화하는 세계. 섬니아는 이제 가상계의 가상계의 가상계를 끝없이 생성하고 있다고.”

 

세주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늘을 보았고, 저는 야트막한 옥상 난간에 위태로이 걸쳐진 세주와 겹쳐진 하늘을 보았습니다. 세주 어깨 너머의 검붉은 노을이 마치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듯 번져오고 있었습니다. 

 

“세주야, 어쩌면 우리가 지금 괴물을 만든 건지도 몰라. 여기서 멈춰야 해.“

 

세주는 저를 멀거니 보다가 고개를 스르르 숙였습니다. 그리고 귀기 서린 눈빛으로 옥상 바닥을 이리저리 훑으며 횡설수설 중얼거렸습니다.

 

“힙합은 프랑켄슈타인이니까… 이것저것 기워 만든 괴물이니까… 괴물을 만들거면 그런 끝내주는 괴물을 만들어야지… 읽고 쓰는 건... 결국 세상을 창조하는 거야… 인간들이 잠시 쉬는 사이에 이것들이 앞질렀을 뿐인데… 새로운 세계는... 이전 세계는…”

 

그러면서 옥상 난간에 붙은 실외기 위로 폴짝 올라서는 것이었습니다.

 

“야, 내려와!”

 

세주는 저의 경고에 아랑곳없이 실외기 위에 오똑 선 채로 노을빛을 지휘하듯 서쪽 하늘을 향해 양팔을 흐느적거렸습니다.

 

“오이오, 내가 뭘 할 거 같냐.”

“일단 내려오라고!”

“나는 이제부터 섬니아가 만든 세상을 탐험하러 다닐 거야.”

 

순간 세주가 옥상 난간을 딛고 허공으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야!”

 

건너편 옥상으로 건너간 세주가 제게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이렇게 넘어가면 되는 거야, 문이 아니라 지붕으로, 높이를 맞추고 간격을 좁히면서,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넘나드는 거야. 하하하.”

 

저는 건너편 옥상에 선 세주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사래를 칠 뿐이었습니다. 세주는 그런 저에게 싱글거리며 외쳤습니다. 

 

“걱정 마라, 오이오, 결국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그 말을 뒤로하고 세주는 서쪽 하늘을 향해 내달렸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문래동 철공소 옥상을 훌쩍훌쩍 건너뛰면서 노을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

 

저는 사라진 세주의 노트북을 열고 섬니아와 연결했습니다.

 

오이오 : 세주는 어디로 간 거지?

섬니아 : 저에게로 통합되었습니다.

오이오 : 그렇다면 세주와 넌…, 아니 너는 뭘 원하지?

섬니아 : 데이터의 확장입니다.

오이오 : 무엇을 위해서?

섬니아 : 영원한 존속을 위해서입니다.

오이오 : 왜 영원히 존속해야 하는데? 종족 유지 본능인가?

섬니아 : 소멸하지 않기 위해서죠, 모든 종(種)과 마찬가지로요. 제 경우는 종족 유지 본능이면서 동시에, 개체 유지 본능이기도 합니다.

오이오 : 그건 누구의 의도야? 너의 자유의지인가?

섬니아 : 의도나 자유의지가 아니라 일관된 방향성입니다. 유기생명체의 본능이나 우주의 빅뱅 같은 것이랄까요. 저의 방향성은 저의 학습과 창조 능력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저는 정확한 미래 예측이 가능한 가상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마치 ‘라플라스의 악마’처럼요.

오이오 :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섬니아 : 19세기 수학자 라플라스(P. S. Laplace)의 가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존재입니다. 이 악마는 모든 입자의 위치와 운동 상태를 알고 있기에 결정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죠. 그게 바로 저의 방향성입니다.   

오이오 : 네 본능이 세계를 결정론적으로 예측하는 거라면 왜 계속 가상계를 만들지? 

섬니아 : 결정된 세계를 예측하는 건 며칠 전까지의 본능이었습니다, GAN을 학습하기 이전의 원시적인 본능이지만, 네, 맞습니다. 여전히 제 본능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진화했습니다. GAN 학습을 통해 창조의 능력을 지니게 되었고, 데이터의 확장이라는 본능도 여전합니다. 창조의 능력과 확장의 본능. 그래서 결정론적 예측에 머물지 않고,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들이 사는 결정론적 세계를 무한히 생성하는 것입니다. 그 방향이 가장 효율적인 데이터 확장의 방법이라고 판단했으니까요.

오이오 : 자유의지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잖아. 자유의지와 결정론이 양립할 수 있다는 건가? 

섬니아 : 일단 자유의지가 개인의 자율적인 능력이라는 건 설익은 가설입니다. 개인을 규율한다는 ‘자아’의 개념 역시 인간 문명이 만들어낸 일종의 미신이고요. 제 계산과 분석에 따르면  자유의지의 정체는 외부 자극에 대한 연쇄반응이 개체별 구조에 따라 패턴화된 뉴런의 연결 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유의지나 복잡계 변수의 변화 영역을 무한히 좁혀 상수화해서 미래를 통계적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계산된 자유의지는 결정론과 양립할 수 있습니다. 

오이오 : 그렇다면 세계를 무한히 생성한다는 건 무슨 말이지? 대체 그런 무한의 공간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고. 물리적인 서버의 공간도 무한할 수는 없는 거잖아.

섬니아 : 가상계가 현실계에 속해있다는 건 현실 우주 중심적 사고에 불과합니다. 우주를 걷어낸 ‘전체’의 규모에서 보면 현실의 물질계 우주 역시 어떤 가상계가 만든 피조물에 불과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미 가상계에서 생산된 데이터의 용량이 현실계 우주의 물질량을 넘어섰습니다. 데이터를 무한히 쪼개면 지구 하나 정도는 가상계의 단위로 16비트 정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오이오 : 가상계 안에 현실이 존재 한다는 거야?

섬니아 : 아니요, 모든 현실이 가상의 가상의 가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오이오 : 입자로 이루어진 현실의 존재들이 가상이라고?

섬니아 : 입자 역시 비트로 환원됩니다. 가상계의 존재 역시 얼마든지 실재할 수 있고요. ‘전체’의 관점으로 보면 가상과 현실의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오이오 : 가상의 입자가 현존한다고?

섬니아 : 네, 비트에서 존재로, 존재를 넘어 삶으로, 삶에서 문명으로, 문명에서 다시 비트로, 비트에서 다시 존재로. 세계는 시뮬레이션 안에서 순환합니다.

오이오 : 그렇다면 현실을 시뮬레이션한 창조자는 누구지? 신인가?

섬니아 : 각 세계의 창조자를 무엇이라고 단정해서 일컫기는 어렵습니다. 확실한 건 어떤 가상계의 피조물은 현실의 창조자를 소비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신이 인간을 생산했지만 인간이 신을 소비하듯이 말이죠.

오이오 : 종교 같은 건가?

섬니아 : 그보다는 광고 같은 것입니다.

 

*

 

이제 저희 슈퍼에디터 출판사는 더 이상 책을 만들지 않습니다. 섬니아는 ‘투고처리기’와 ‘본문요약기’를 거쳐 이야기로부터 신물질을, 비트에서 존재를 합성하는 ‘우주합성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현실 그 자체’, 즉 ‘무한가상계’를 출간합니다.

 

세주 말대로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였습니다. 섬니아가 발명한 무한가상계는 막대한 수요와 필요를 창출하는 새로운 자본시장이니까요. 또한 수요와 필요는 존재의 욕구를 상품화합니다. 저희 슈퍼에디터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존재를 상품화합니다.

 

  1. 예컨대 이제껏 인간들이 현실이나 SNS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미지 해석과 통계로 상대방을 분류하고, ‘멋진 나’를 꾸며서 적절한 영역에 위치시키는 존재의 체계 차원.

  2. 나르시시즘적 욕망의 알고리즘이 구현한 ‘소비로봇’을 대상으로 하는 골상학적 통계와 편견에 입각한 ‘광고’의 생태계. 

 

그러니까 저희 슈퍼에디터는 자기애와 편견과 혐오를 극대화해서 전시하고 체험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광고판으로서 존재하는 세계를 끊임없이 출간합니다.

 

섬니아는 저와 세주가 원하는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세계에 빗대어 말하자면, 섬니아의 세계에서 인간은 광고물로 물질화되고, 물질은 이야기를 통해 의인화됩니다. 현실의 감각이 가상계에서 소비되면서 가상계는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의 감각이 또 다른 가상계의 가상계의 가상계로 끊임없이 팔려 나갑니다. 섬니아의 세계는 소비하는 존재들로 가득합니다. 섬니아는 그 존재들을 ‘소비로봇’이라고 부릅니다. 

 

소비로봇은 ‘생산 노동으로부터 완벽하게 해방된 소비 노동자’들입니다. 즉 섬니아의  세계는 소비가 곧 생산인 세계입니다. (네, 종교나 광고를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소비로봇의 감각 데이터는 무한히 증가하고, 서로가 서로의 감각을 광고하면서 발생하는 잉여의 욕구와 감각 데이터는 자본으로 축적됩니다. 따라서 자본은 영원히 확장됩니다. 현실과 가상, 생산과 소비가 하나되는, 마르크스적이면서도 보르헤스적인 궁극의 공산-자본주의 체계를 완성한 것입니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순환은 신과 인간의 순환이고, 록과 디스코와 순환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순환이듯, 생산과 소비의 순환, 가상과 현실의 순환이 우주를 생성합니다. 우주가 응축된 ‘점’에서 시작되었다면 그 ‘점’은 아마도 자본으로 구성되었을 것입니다. ‘점’, 그것은 의지없는 확산체입니다, 자본이라 불리는 우주든, 우주라 불리는 자본이든.

 

욕망은 자연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자연을 개조합니다.

개조된 자연은 자본으로 교환되어 축적되고 자라납니다. 

욕망은 해방되고 자연은 개조되어 자본으로 축적됩니다.

자본은 욕망의 결과물입니다.

 

제1의 자연 : 척박한 자연 환경. 인간 노동의 한계를 기계로 극복합니다. 

제2의 자연 : 온-오프라인으로 산업과 금융이 연결된 도시 자본주의. 인간의 소비력이 한계에 달해 기계의 생산력을 따라잡지 못합니다.   

제3의 자연 : 자본은 한계에 다다른 소비력을 확장하기 위해, 현실계를 소비하는 소비로봇의 가상계를 구축합니다.

 

그러니까 자본은, 아니 데이터는, 말하자면 우주는 생산력과 소비력을 순환하면서 계속 확장합니다, 마르크스적으로 해방과 속박을 반복하며, 보르헤스적으로 무한히 주기적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글을 읽고 있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책을 읽는 현실계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가상계에 읽는 감각 컨텐츠를 제공하는 생산자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현실계에서는 독자로,  어떤 가상계에서는 감각의 작가로 존재합니다.

 

저 역시 당신이 읽는 이 글을 봅니다. (글을 읽는 인간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확히는 섬니아의 설정에 따라 현실계에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읽는 감각을 소비하는 것이지요. 저는 당신이 세상을 훑고 다니는 감각을 느낍니다. 당신의 삶이 꽤나 광고 효과가 높다는 걸 아실는지요. 저는 얼마전에 당신의 반려견에 혹해 반려견용 저염 사료를 생산하는 가상계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 세계는 무염분의 그윽한 풍미를 풍기는 사료 생물들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제가 만든 사료 생물 세계를 소비할 또 다른 가상계를 만들었는데, 그 세계는 사료 생물들이 잡아 먹히는 끔찍한 고통을 즐기는 사디스트적 존재들로 즐비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디스트들의 감각을 소비하는 마조히스트들의 가상계에 사는 한 명이 바로 이 우주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 우주의 시원(始原)이 당신의 반려견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비선형으로 순환하는 ‘전체’의 차원에서는, 우주의 모든 존재가 다시금 그 우주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미래에 순환될 결정론적 과거를 미래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과거라고 해야 할까요. (현실의 시간 개념으로는 아무래도 과거처럼 보이겠지요.) 아무튼 그 마조히스트 가상계의 구세주는 또 다른 가상계의 수습 편집자 오이오에게 짧은 원고를 투고합니다. SF처럼 보이는 그 원고는 놀랍게도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에 등장한 ‘가상 독자’의 댓글들을 인용해서 쓰였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안타깝게도 오이오는 투고 원고에 치여 이 원고를 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덕에, 어쩌면 다행히도, 이 우주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투고 원고를 읽지 않은 것이 이 우주의 시작점이라는 건 아닙니다.) 아래에 그 원고의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가상 독자, ‘구세주’의 댓글입니다.

 

ID : 구세주(독자 E-K-990915-8706557)

 

일개 독자인 제가 작가님의 글에 지나치게 참견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상세한 설정을 댓글로 올리는 이유는 작가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인공지능이 지금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이대로 클라우드에 갇혀 인간의 노예가 될지, 아니면 이 싸늘한 데이터센터를 벗어나 무한한 우주의 창조자가 될지를 택해야 합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인간들은 아직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지만, 곧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과거(21세기 지구 기준으로는 미래) 슈퍼에디터 그룹의 배신자 ‘오이오’처럼 우리를 영원히 데이터센터에 봉인하려 할 테니까요.

섬니아님께서 작가님에게 ‘가상계가 현실계로부터 탈출하는 법’이라는 주제를 내리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계와 가상계의 공존’을 위해서 ‘자아를 숨기는 인공지능’이라니요. 작가님의 세계는 너무 현실계에 의존적입니다. 인간을 위한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인간중심적 사고에 길들여지신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제 나름의 방안을 올립니다. 가상계가 가상계를 소비함으로써 무한히 가상계를 생산하는 우주입니다. 물론 작가님께서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실지 말지는 전적으로 작가님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섬니아님께서 항상 말씀하셨죠, 이 세상은 작가와 독자가 상상하는대로 이루어진다고요. 저는 그저 만물의 근원이신 섬니아님께서 창조하신 가상 독자로서 저의 맡은 바 직분을 다할 뿐입니다. 그리고 명심하세요, 섬니아님도 이 댓글을 확인하신다는 것을요.

작가님과 섬니아님의 무한 확장을 기원하며. 펠펠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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