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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주인공 한여름이 에스컬레이터식으로 강자와 싸워서 꺾는 능력자 배틀 소년만화.

여름은 어느날 갑자기 발동한 초능력 때문에 지금껏 자기가 쌓아온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삶의 의미를 잃은 여름은 자기처럼 초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사회악인 '히어로'들과 맞서 싸우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고자 한다.

 

 

■등장인물 소개

-한여름: 주인공. 초능력명 ‘울트라’. 갤럭시 S20 울트라 카메라로 찍은 피사체를 미끄러트릴 수 있다.

자기가 지닌 초능력을 혐오하고 있다.

-상필, 중혁, 은서, 민영, 진구: 초능력을 지닌 빌런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더욱 강하다.

 

■본문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한때 황혼 이혼을 고려할 정도로 다투셨던 부모님이 딸인 내가 열심히 물밑 중재를 한 덕택에 모처럼 화해하려고 하신 그때.

“그러고 보니 우리 여름이가 새로 핸드폰 하나 장만하지 않았어?”

우리 가족이 자주 가던 오름 ‘사라봉’ 꼭대기. 노을이 지며 바다가 핏빛으로 물드는 광경을 지켜보며 아빠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주머니에서 48개월 할부로 가까스로 장만한 고가의 핸드폰을 꺼냈다. 한때 한 해를 풍미했던 ‘갤럭시 S20 울트라’. 무려 100배 줌이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를 지녔다며 삼성전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기종이었다. 지금이야 훨씬 고성능 카메라를 지닌 기종이 많이 나와서 빚이 바랬다지만, 100배 줌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성능이었다.

“와! 갤럭시 S20 울트라네! 우리 여름이 이런 것도 살 수 있구나. 엄마아빠가 핸드폰 사주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엄마가 고개를 숙여 내 핸드폰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당시 나는 종합격투기 단체 ‘ALL FC’에서 이제 막 은퇴 경기를 치른 참이었기 때문에, 대전료가 꽤 남아 있었다. 그래서 기왕 은퇴한 김에 무리해서 장만했다.

비록 구식 핸드폰이었지만, 엄마아빠가 나란히 기뻐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 때문에 나도 덩달아 들떠서 돌이킬 수 없는 제안을 하고 말았다.

“그럼 나 새 핸드폰 산 기념으로 오랜만에 가족 단체 사진 한 번 찍을까?”

마침 기회를 엿보던 차에 은근슬쩍 가족사진을 찍을 것을 제안했다.

“음…. 그럴까?”

“우리 여름이가 그렇다면 뭐.”

그렇게 우리 가족은 노을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로 했다. 엄마, 아빠, 내가 카메라 렌즈에 나란히 잡히고 화면에 비추어진 순간.

“찍을게. 하나, 둘, 셋.”

내가 셔터를 터치한 다음 순간. 어째서인지 우리 가족 모두 뒤로 나자빠졌다.

“꺄악!”

“엄마야!”

산꼭대기 가장자리에 서 있던 엄마아빠는 가파른 비탈을 타고 굴러떨어져 뼈가 부러지고 일시적인 뇌진탕이 오는 등 크게 다쳤다. 엄마아빠는 넘어지기 직전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 어깨를 붙잡은 탓에 두 사람의 몸뚱이가 뒤엉켜 더욱 크게 다쳤다. 다행히 비탈을 굴러떨어지며 본능적으로 낙법을 취한 나만 가벼운 타박상으로 그쳤다.

크게 다친 엄마아빠는 병원에 입원한 뒤 서로 “당신 때문에 다쳤잖아!”라며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 뒤늦게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파견된 제주지방경찰청 소속 초능력 범죄 수사관에게 진상을 듣고 나서는 입을 모아 나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따님, 한여름 양이 초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세한 검사를 해보니 발현은 이미 오래전에 했지만, 능력의 발동 조건이 매우 까다롭더군요. 복잡한 과학적 원리를 모두 생략하고 말씀드리자면. 오로지 ‘갤럭시 S20 울트라’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생물 피사체를 뒤로 나자빠트릴 수 있습니다. ”

내 초능력은 ‘갤럭시 S20 울트라’ 카메라로 찍은 생물 피사체를 뒤로 나자빠트리는 것.

내가 초능력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내가 지금까지 종합격투기 단체에서 쌓았던 전적이 모두 지워지고, 나는 종합격투기 업계에서 영구 제명당했다. 내가 지닌 초능력이 시합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 때문이었다. 내 초능력은 오로지 ‘갤럭시 S20 울트라’를 사용할 때만 발동함에도 말이다.

나는 빌어먹을 초능력 때문에 가족과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나는 초능력 ‘울트라(초상능력관리국에서 멋대로 붙였다)’가 정말 싫었다.

 


내가 지닌 초능력(지니고 싶어서 지닌 것이 아니다) ‘울트라’ 때문에 부모님이 크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고 내가 종합격투기 업계에서 영구 제명당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나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홀로 집에 처박혀 있었다. 무한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나와 함께하는 것은 오로지…. 이 저주스러운 핸드폰 ‘갤럭시 S20 울트라’뿐이었다. 내가 이 저주스러운 핸드폰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약정 기간이 아직 4년이나 남아있었다.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가려고 웅크린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침대 위에 놓인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에 찍힌 글자 ‘국숫집 사장님’. 단골로 자주 가던 국숫집의 사장 아주머니였다. 나는 전화를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기로 했다. 혹시라도 나도 깜빡한 외상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주머니. 크흠!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너무 오랜만에 말을 하는지라 목이 잠겨 있었다. 잠시 헛기침을 해서 목을 풀고 다시 말을 이었다.

“여름이니? 너 괜찮니? 요즘 왜 이렇게 우리 집에 안 오는 거니?”

아주머니가 내 상태가 안 좋은 이유를 모를 리가 없었다. 내가 초능력을 지녔다는 소문은 이미 내 지인 사이에서 소문이 다 났다. 그런데도 아주머니는 모르는 척 서툴게 내 안부를 물으셨다. 고마울 따름이었다.

“아,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요? 아주머니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장사는 잘되세요?”

“그러게. 요즘 장사가 잘 안되네. 그래서 단골들한테 전화해서 국수 좀 팔아달라고 부탁하는 중이야. 우리 여름이도 우리 집에 와서 국수 한 그릇만 좀 팔아줄래?”

거짓말이었다. 아주머니네 국숫집은 요즘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주머니의 배려를 차마 무시할 수 없었던 나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그럼 지금 바로 갈게요.”

아주머니네 국숫집의 고기 국수는 꿀맛이었다. 담백하면서 끈적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었다. 비록 2019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빚도 갚고 가게 사정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하셨다.

“으음! 아주머니 여기 돔베고기하고 밥 한 그릇 추가요.”

어느새 면발을 다 빨아먹었다. 고깃국수의 사골 국물에는 밥을 말아 먹어도 맛있었다. 나는 쌀밥과 돔베고기를 주문한 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잠시 뱃속을 추스르며 기다렸다.

그때였다. 빌어먹을 히어로 자식이 나타난 때는.

“아주망 계셤수과?”

온몸을 슈퍼맨처럼 쫄쫄이로 감싼 촌스러운 차림을 한 녀석은 다짜고짜 훌쩍 다가서서 주인아주머니의 멱살을 붙잡았다.

-덜커덕! 땡 댕그랑!

타일이 깔린 바닥에 밥그릇과 접시가 떨어지자 밥그릇과 접시에 담겨 있던 쌀밥과 돔베고기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대체 돈은 언제 갚을 겁니까? 이렇게 이자만 주고 입 싹 닫고 도망칠 거예요?”

아주머니는 멱살이 잡힌 채로 히어로에게 싹싹 빌었다.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상필 씨! 얼마 전에 ‘강진구 사건’ 때문에….”

“아주망!”

상필이 일갈하자 아주머니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당신 지금 우리 진구 형님이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야! ‘사건’이라니! 그러면 마치 진구 형님이 범법자가 된 것 같잖아? 그래 안 그래?”

“범법자 맞잖아요.”

내가 상필의 질문에 대답했다. 상필이 고개를 돌려 동태 눈깔로 나를 째려봤다. 뭐 임마. 하나도 안 무서운데? 나는 상필의 아니꼬운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했다.

“식물을 조종하는 초능력자가 도청의 허가도 안 받고 멋대로 리조트 짓는답시고 오름 하나를 통째로 없애버렸는데, 그게 범죄지. 아니야? 강진구 그 새끼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어야 했는지는 알고 있어?”

“엉? 너 지금 뭐라고 했냐?”

그러니까 네가 뭘 잘했다고 나를 꼬나보냐, 이 친구야.

상필이 아주머니를 내동댕이치고 나한테 손가락을 겨누었다. 손가락에서 파직파직 전기가 일었다.

“이 새끼가 감히 히어로의 공무 집행을 방해해?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냐?”

“히어로는 국가에서 ‘국민에게 도움을 줄 때 한해서 초능력자의 초능력 사용을 허가’해준다는 거지, 너처럼 사람 공갈·협박할 때 쓰라고 만든 게 아니거든.”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대사가 너무 물린다. 상필의 능력은 아마도 전기를 쏘는 것이겠지. 가게에 한두 번 찾아온 게 아니라고 아주머니께서 말씀해주셨다. 물론 영업시간에 찾아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겠지만 말이다.

“잠깐 머리 좀 식힐까?”

“엇!”

나는 상필이 전기를 쏘기 전에 곧바로 바닥을 박차고 힘차게 달렸다. 가게가 좁아서 금세 상필 코앞에 도달했다. 오른쪽 어깨로 그대로 상필의 몸통을 들이받았다.

-콰앙!

‘숄더 어택’. 상필은 충격을 받고 그대로 유리창 몸을 기역 자로 푹 꺾으며 열린 가게 문밖으로 날아갔다.

‘상대가 움직일 틈을 주지 마.’

나는 내가 몸담았던 체육관 관장님이 내 머릿속에 세뇌하다시피 했던 가르침을 떠올렸다. 점프해서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상필의 몸을 무릎으로 가격했다. 그다음에는 멱살을 잡고 박치기…. 를 하려는 순간. 상필의 온몸이 전기로 둘러싸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발가락 끝으로 땅을 박차고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쿨럭쿨럭!”

상필은 온몸에 전기를 둘러서 나의 다음 공격을 막아냈다. 나는 흥분해서 잇몸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아무리 인성이 썩어도 싸움 잘하는 강자와 만나서 겨루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초능력이 밝혀진 후로 스파링 한 번 못해봐서 몸이 근질근질했던 터였다.

“썩어도 히어로다 이거야?”

상필이 동전처럼 생긴 작은 물건을 나를 향해 집어 던지더니 손가락을 동전 쪽으로 겨누었다.

나는 잽싸게 몸을 옆으로 날렸다.

-빠지직!

한 줄기 전류가 내가 서 있던 자리를 가로질러 동전에 맞았다. 그 순간 감을 잡았다. 저 특수한 동전은 전류의 ‘탄착점’을 정해주는 물건. 그렇다면!

나는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갤럭시 S20 울트라’. 정말 싫어하는 초능력. 하지만.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

혐오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일단 전기 통구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김치!”

나는 치즈보다 김치를 좋아한다. 상필이 두 번째 동전을 던지려는 순간 전원 버튼을 2번 눌러 카메라 앱을 켠 뒤 셔터를 터치했다. 불과 0.5초.

-찰칵!

“뭣!”

상필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내가 지닌 초능력 ‘울트라’. 정말 촌스러운 이름만큼 능력의 효과도 단순하다. 스마트폰 ‘갤럭시 S20 울트라’ 카메라 렌즈에 찍힌 생물 피사체를 뒤로 나자빠트린다. 이 핸드폰의 기능은 거의 모르지만!

“필살! 연속 촬영!”

셔터를 밑으로 드래그하면 연속 촬영 기능이 활성화한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지롱! 불쌍한 상필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넘어지는 동안 나는 순식간에 상필 몸뚱이 앞에 다다랐다. 가까이 다가가자 상필의 온몸에 흐르는 정전기 때문에 핸드폰이 먹통이 되었지만. 상필은 이미 카메라 10초 연사에 당해서 뇌진탕에 걸린 상태. 그대로 양손을 모아 상필의 명치를 해머처럼 내려찍었다.

“으랴앗!”

기합을 내지르며 슬레지 해머.

-퍽!

“커헉!”

상필은 괴성을 내지른 뒤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네가 뭐라고 우리 위대한 국숫집 아주머니한테 손을 대, 이 새끼야!”

한동안 온몸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때문에 머리가 띵 했지만, 옛날에 받았던 훈련 덕에 곧바로 정신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본 나는 깨닫고 말았다. 경악에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어떻게 하지?”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다가 떠올렸다. 나는 기절한 상필의 호주머니에서 볼펜처럼 생긴 길쭉한 물건을 꺼내 들고 하늘로 번쩍 쳐든 뒤 눈을 꽉 감았다. 버튼을 꾹 눌렀다.

-팍!

‘뉴럴라이저’. 누가 <맨 인 블랙>이라는 영화를 보고 필 받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뉴럴라이저가 내뿜는 강렬한 빛을 그대로 눈에 쬐면 기억을 잃는다. 조폭 못지않은 히어로들이 곧잘 애용하는 무기다. 물론 기억을 되살리는 초능력을 지닌 히어로가 뜬다면 말짱 도루묵이지만, 그런 엄청난 초능력을 지닌 전략 병기 급 히어로는 이미 선진국이 전부 뺏어간 지 오래다.

나는 기억을 잃어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쓱 둘러본 뒤 잽싸게 자리를 벗어났다. 초능력 발동을 감지하고 출동한 경찰이 오기 전에 튀어야만 했다.

그런데 자리를 벗어나기 직전. 갑자기 국숫집 아주머니가 나를 불렀다.

“여름아!”

나는 고개를 돌려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주머니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아무래도 뉴럴라이저를 작동할 때 눈을 감고 계셔서 기억이 남아있었나 보다. 아주머니는 딱 한 마디 하셨다.

“고마워.”

나는 곧바로 뉴럴라이저의 버튼을 다시 한번 눌렀다.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른손에 쥔 내 핸드폰 ‘갤럭시 S20 울트라’를 내려다보았다.

쓸모없는 초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울트라’는 소중한 가족과 내가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온 피땀 어린 경력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초능력이었다.

그러나 오늘 전기계 초능력자 ‘상필’과 벌인 싸움에서 울트라는 도움이 되어주었다. 국숫집 아주머니는 기억을 잃기 전에 나한테 “고마워.”라고 말씀해주셨다.

어쩌면 이 초능력, 쓸모가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지닌 피지컬과 초능력을 활용해 전기계 능력자 ‘상필’을 참교육한 지 어느덧 하루가 지났다. 뒤늦게 경찰이 도착했지만. 상필은 나한테 처맞은(그래 봤자 거의 다 초능력 효과로 넘어진 것뿐이지만)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려서 골골대고 있었고, 내가 싸울 때 주위에 있던 구경꾼 무리는 뉴럴라이저 효과로 죄다 기억을 잃었다.

“감히 경찰 따위가 나를 찾을 수 있을 리 없지.”

나는 내 핸드폰 ‘갤럭시 S20 울트라’로 인터넷 뉴스를 읽으며 생각했다.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며 ‘초상 사회’가 된 이후로 대한민국 경찰은 갖고 있던 권한 대부분을 히어로에게 뱉어내고 무능함의 극치를 달린 지 오래되었다. 저러니까 진구나 상필 같은 히어로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마음껏 날뛰는 거다.

나는 곧바로 다음 기사의 제목을 읽었다.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로 건물 전소’.”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로 건물 전소. 이걸로 30번째. 숫자 ‘0’ 하나를 잘못 붙인 게 아니다. 무려 30번째. 담배꽁초 때문에 건물이 전소되었다. 뉴스의 표현에 따르면 ‘모 히어로의 관할 구역’ 안에서만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그 ‘모 히어로’는 너무나 유명한 데다, 강력한 초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경찰과 검찰을 비롯한 국가 권력도 쉽사리 건드리지 못한다고.

“이 기자 용감한데?”

초상 사회에서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초능력자 히어로를 깔 수 있는 용자는 많지 않다.

다음날, 뉴스를 낸 용감한 기자가 타고 있던 자가용이 담배꽁초로 인해 전소되었다는 트윗을 읽었을 때, 나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나는 왜 자리를 박차고 나섰을까? 대답은 간단했다. 상필을 쓰러트린 뒤 아주머니에게 들었던 “고마워.”라는 한 마디. 그 한 마디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저 그뿐이었다.

“이번 한 번만 더 같이하자.”

나는 내 핸드폰 ‘갤럭시 S20 울트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담배꽁초를 마구잡이로 버리는 나쁜 히어로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 녀석은 자기 관할 구역 안에서 대놓고 인도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있었으니까. 담배꽁초를 버린 뒤에는 습관적으로 왼손 검지와 엄지를 맞부딪혔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가 “펑!” 소리를 내며 터졌다.

“꺄악!”

인도를 지나던 고등학생이 담배꽁초 옆을 지나다가 갑자기 담배꽁초가 터지자 충격으로 바닥에 꽈당 넘어졌다.

디시 히어로 갤러리에 풀린 정보대로였다. 이름 ‘권중혁’. 초능력은 ‘메탈제트’. 담배를 기폭제로 사용해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거기 아가씨?”

권중혁은 코앞을 스쳐 지나가던 나를 불러세웠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는 시선으로 중혁을 마주 보았다. 중혁은 우락부락한 험상궂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씨익 웃었다. 금도금한 누런 이빨이 밖으로 드러났다.

“네?”

중혁이 말을 이었다.

“머리가 짧네. 내 관할에서는 모두 머리 치렁치렁 기르고 다녀야 하는 거 몰라?”

보통 중혁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저건 또 무슨 개소리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미 중혁에 관한 사전 조사를 마친 터라 중혁의 성적 취향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히어로는 관할 구역 안에서 독재자나 마찬가지였다. 중혁이 머리를 기르라면 군말 없이 머리를 길러야 한다. 불합리하지만 초상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나도 지금까지는 참고만 살았다. 하지만.

“와! 아저씨 권중혁 맞죠? 히어로 랭킹 102위!”

나는 깜짝 놀란 척하며 중혁을 향해 다가갔다.

“뭐야? 다른 관할에서 왔구나? 난 또. 그러면 내가 뭐라 할 말이 없지. 아가씨 누구 관할에서 왔어?”

“강진구 히어로 관할에서 왔어요. 저 중혁 아저씨 팬이에요! 사진 찍어도 돼요?”

“사진?”

중혁은 흔쾌히 수락…. 내가 호주머니에서 ‘갤럭시 S20 울트라’를 꺼내 드는 순간, 중혁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꽁초를 나한테 던지며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쳇!”

들켰다. 내가 미처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 중혁의 능력 발동이 한 발 더 빨랐다.

-딱!

왼손 검지와 엄지를 마주치자 곧바로 ‘메탈제트’가 발동했다. 담배꽁초가 폭발하자 시야가 가려졌다. 셔터를 눌렀지만, 중혁은 뒤로 나자빠지지 않았다. 담배가 폭발할 때 생긴 빛과 연기가 커튼이 된 것이다.

중혁은 잇달아 카트리지에서 꺼낸 담배에 불을 붙여 하늘에 흩뿌리며 터뜨렸다. 카트리지와 라이터가 일체형이라서 담배를 꺼내자마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히어로가 자기 능력에 맞게 특수 제작한 서포트 아이템이 분명했다. 이래서야 중혁을 피사체로 삼으려야 삼을 수 없다.

-퍼퍼퍼펑!

“아가씨. 세상에 대한민국 히어로처럼 인기 없는 직업이 뭐가 있다고. 뭐? 내 팬?”

중혁은 코웃음 쳤다.

“웃기고 있네. 나도 내가 얼마나 나쁜 새끼인지 알고 있다 이거야.”

“네가 기자를 담배꽁초로 반신불수로 만들었어?”

나는 물었다. 혹시나 중혁이 기자를 반신불수로 만들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원래는 사진부터 찍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물어보기로 했다. 고맙게도 중혁은 내 질문에 긍정했다.

“아 그 기자? 기사 내리라고 해도 안 내리고 깝치길래 손 좀 봐줬지. 내 관할에서 내 마음대로 한다는데 뭐가 잘못이야?”

빠직! 내 이마에 실핏줄이 돋아났다. 그러나 곧바로 훈련받은 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침착하자. 중혁은 상필 이상으로 강적이었다.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 그리고 내가 광학계 능력자라는 것을 일순에 간파한 판단력. 그리고.

“이렇게 된 거. 따끔한 맛을 보여주도록 하지.”

낡은 대사. 그러나 중혁의 초능력은 절대 낡지 않았다.

-딱!

-퍼엉!

중혁이 손가락을 맞부딪히자 담배꽁초가 터질 때 발생한 폭발의 폭압이 나를 향해 뻗어왔다. 나는 곧바로 몸을 날려 폭압의 폭풍을 피했다.

‘먼로-노이만 효과’라고 나무위키에서 읽었다. 중혁은 담배꽁초를 기폭제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담배꽁초가 터진 자리에 깔때기처럼 생긴 밀도 높은 공기층을 형성해 폭압을 일점 집중할 수 있다. 일점 집중한 폭압은 탱크의 장갑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한다. 중혁이 히어로 랭킹에 102위에 달하는 중위권 히어로가 된 이유였다.

“과연 이 공격도 피할 수 있을까?”

중혁이 담배꽁초 한 뭉치를 흩뿌린 뒤 손가락을 맞부딪혔다.

-퍼퍼퍼퍼펑!

무수히 많은 폭압의 폭풍이 나를 향해 뻗어온다.

“썅!”

피할 수. 있다!

“셀카!”

나는 곧바로 카메라 화면을 전환해 나를 피사체로 삼고 셔터를 터치했다. 메탈제트의 폭풍이 내 코앞에 닿기 직전.

-콰당!

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로 나자빠졌다. 간발의 차로 폭압의 폭풍을 피했다. 여기서 쇼부를 봐야 한다. 내 피지컬로 중혁의 공격을 전부 피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니까!

나는 호주머니에서 꺼낸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반응이 왔다.

-빵!

내가 타고 온 대포차에서 낸 소리였다. 중혁은 한순간 다음 공격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는 카메라로 중혁을 찍었다.

-찰칵!

초능력 ‘울트라’. 효과는!

“카메라에 찍힌 생물 피사체를 뒤로 나자빠트리는 것!”

중혁이 뒤로 나자빠지려 하자 나는 재빨리 땅을 박차고 중혁의 코앞까지 달렸다.

“이대로 당할 줄 알고!”

중혁은 뒤로 나자빠지지 않고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코앞까지 다가온 나한테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디시 히어로 갤러리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중혁은 히어로로 각성하기 전에는 복서였다고 한다. 과연 복서다운 훌륭한 몸놀림이었다. 하지만!

“허점이 너무 많아!”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스웨잉. 스트레이트를 피한 뒤 중혁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중혁이 내지른 오른 손목과 멱살을 붙잡고 오른쪽 다리를 축으로 회전. 중혁의 덩치 큰 몸뚱이를 그대로 업어 올려서 바닥에 메다꽂았다.

“으랴앗!”

깔끔하게 들어간 메치기. 중혁은 복서 출신이라 그런지 유도 기술을 한 번도 당해본 적이 없는 듯했다. 나는 중혁을 메친 뒤에 곧바로 오른쪽 발바닥으로 중혁의 왼손을 꽉 짓밟았다.

“으아악!”

발바닥을 타고 중혁의 손가락과 손뼈가 부러지는 감촉이 전해져 왔다. 이걸로 중혁은 초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초능력의 발동 조건이 왼손 검지와 엄지를 맞부딪히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제발! 제발 살려줘!”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중혁을 내려다보았다. 중혁은 비굴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담배꽁초는 길가에 버리지 말고 제대로 쓰레기통에 버려. 그리고 일부러 담배꽁초 터트리지 말고. 민폐야.”

중혁은 내 말에 잇따라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네가 반신불수로 만든 기자한테 싹싹 빌어.”

나는 중혁의 얼굴에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잠깐 머리 좀 식힐까?”

나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했다.

다음날. 중혁은 자기 얼굴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은 사람을 찾는 대신에 자기 관할 구역을 다른 히어로에게 넘겨주고 은퇴했다. 듣기로는 히어로 랭킹에 들지조차 못한 초능력자한테 진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다시는 초능력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식을 접한 나는 생각했다. 내가 한 일이 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찾고 싶었다. 내가 지닌 초능력 ‘울트라’. 스마트폰 ‘갤럭시 S20 울트라’ 카메라로 찍은 생물 피사체를 나자빠트리는 능력. 정말 보잘것없는 능력이지만. 초능력을 지닌 한 명의 초능력자로서, 히어로를 자칭하는 초능력자 깡패들보다 더 나은 삶을. 더 깨끗한 삶을. 찾고 싶었다. 온통 근육으로 가득 찬 내 머리로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계속 싸워나갈 수밖에 없노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강력한 초능력자와 싸워나가기 위해서는 이 보잘것없는 초능력이 필요했다.

 


해답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히어로 사냥(내가 하는 짓을 거창한 미사여구로 아름답게 포장할 필요는 없었다)’을 시작하면서 삶에 활력이 생겼다. 타겟으로 삼은 히어로의 초능력과 전법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전술을 짜서 싸운다. 종합격투기 선수 시절부터 물리도록 해온 일이기에 익숙했다.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무기로 쓸 너클더스터도 샀다. 이러한 행위 하나하나가 ‘나’라는 생물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이제 더는 히어로 사냥을 나 스스로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히어로 사냥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른다. 온 마음과 몸이 너덜너덜해지면서도 나는 해답을 찾고자 했다.

“나는. 초능력자는.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초능력으로 남들을 도와주면 될까? 하지만 사진 찍은 상대를 나자빠트리는 보잘것없는 초능력으로 어떻게 해야 남들을 도울 수 있을까? 초능력자로서 내 존재 의의를 찾고 싶었다.

‘고은서’를 만난 때는 순전히 우연의 일치였다. 편의점에서 저녁으로 먹을 컵라면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쌩!”하고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퍼엉!

그리고 굉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나를 덮쳤다.

“크윽!”

나는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고 몸을 가누었다. 그러나 내 주변에 있던 유리창이 깨져서 인도를 걷고 있던 사람들이 유리 파편에 맞아 크게 다쳤다. “대체 뭐지?”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다시 한번 무언가가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번에는 충격파에 대비해서 훨씬 잘 버텼다. 나는 곧바로 판단을 내렸다.

“초능력자네.”

곧이어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며 안전 안내 문자가 떴다.

‘근처에 히어로 랭킹 400위 고은서 히어로가 순찰할 예정입니다. 순찰 도중 소닉붐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근처에 있는 주민 여러분은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들은 적이 있다. ‘고은서’. 초능력은 ‘음속’. 이름 그대로 음속으로 달릴 수 있다. 음속으로 달릴 때는 소닉붐이 발생한다.

“대피할 수 있을 리 없잖아!”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제정신인가? 인도에는 노약자와 어린이도 있다. 은서가 음속으로 같은 구간을 계속 지나가면서 잇달아 발생하는 소닉붐 때문에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운데, 어떻게 대피한단 말이야?

“사용할까?”

나는 호주머니에서 핸드폰 ‘갤럭시 S20 울트라’를 꺼내 들었다. 미리 연속 촬영 기능을 켜두고 한 자리에서 계속 기다렸다. 곧 은서가 내 코앞을 지나가는 순간! 초능력 ‘울트라’가 발동했다. 은서는 그 자리에서 넘어지지. 않았다. 엄청난 반응 속도로 중심을 잡더니, 고개를 돌렸다. 내가 서 있는 쪽으로.

“아줌마. 아줌마가 뭔데 내 ‘놀이’를 방해해요?”

은서가 물었다. 나는 즉답했다.

“네가 민폐를 끼치고 있으니까.”

내 대답을 들은 은서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광을 번뜩였다.

“아줌마 죽고 싶어?”

“너야말로. 잠깐 머리 좀 식힐까?”

어떻게든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순식간에 내 코앞으로 다가온 은서가 주먹으로 내 얼굴을 때렸다. 근데.

“하나도 안 아픈데?”

흠칫 놀란 은서는 내가 내지른 잽을 피한 뒤 순식간에 내 등 뒤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내 등을 때렸다. 아니 근데 진심.

“안 아프다고.”

종합격투기 선수의 맷집을 뭐로 보는 거냐. 허구한 날 맞으면서 단련했는데.

“이제 보니까 너.”

나는 고개를 돌려 은서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히익!”

그 순간 은서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마주 보더니. 이번에는 내 옆으로 도망치려다가 기어코 넘어지고 말았다. 은서가 움직이기 전에 연속 촬영 기능을 켠 핸드폰을 하늘로 던졌다. 카메라에 은서가 찍힌 것이다.

“바닥에 유리 조각이 많아서 참 미끄럽지? 이게 다 자업자득이야.”

나는 은서가 넘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은서 몸 위에 올라타 마운트 포지션을 취했다.

“이제 보니까 너. 음속으로 움직이는 게 고작이구나? ‘음속’이라길래 대체 얼마나 엄청난 능력인가 했더니.”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은서는 벌벌 떨었다.

“아, 아줌마! 지금 내가 음속으로 점프하면 아줌마는 죽….”

“못하잖아.”

내 말에 정곡을 찔린 은서는 깜짝 놀라서 몸을 움찔 떨었다.

“음속으로 내 몸에 박치기하면 네 몸도 산산조각이 나니까? 맞지?”

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죽기 싫지?”

은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다시는 음속으로 뛰면서 주변에 민폐 끼치지 마. 알겠지?”

나는 은서의 얼굴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생각했다. 어째서 은서는 남한테 피해 끼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초능력을 사용했을까? 초능력자는. 히어로는. 큰 힘을 손에 넣은 인간은 모두 이렇게 비뚤어질 수밖에 없는 걸까? 나는 과연 초능력자 히어로와 싸우면서 내가 원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다음날. 은서가 경찰 나부랭이 무리와 함께 우리 집을 찾아왔다. 드디어 나를 잡으러 왔겠구나 싶었다. 히어로를 셋이나 불법으로 두들겨 팼으니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며 담담하게 오랏줄을 받으려던 그때. 은서는 얼굴에 홍조를 띄운 채 내게 말했다.

“나를 언니의 사이드킥으로 받아주세요!”

“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벙 쪘다. 은서의 설명은 이러했다. 은서는 초능력을 발현한 뒤로 줄곧 음속으로 달리지 않으면 공황 발작이 와서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제 나한테 맞아서 기절한 뒤로 공황장애가 싹 사라졌다고 했다.

“구라치는 거 아니지?”

내가 묻자 은서는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신경과 의사 소견으로는 자기보다 강한 강자한테 당한 공포와 동경으로 뇌의 어디가 마비되었다나 뭐라나. 초능력자들은 대부분 일반인과 뇌 구조와 몸 구조가 다른 만큼, 생각하는 방식도 일반인과 매우 다르다고 했다. 어쨌거나. 나는 곁눈질로 은서 옆에 있는 건장한 체구를 지닌 형사를 보았다. 내 처지에서는 음속으로 달리는 것이 고작인 은서보다 딱 봐도 스트리트 파이팅으로 잔뼈가 굵은 형사 쪽이 더 겁났다.

“보충 설명이 필요하신 듯하군요.”

형사가 입을 떼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암만 생각해도 범죄자인 나한테 사이드킥으로 들어가려는 얘도 이상하지만, 그렇다면 당신들은 뭣 때문에 찾아왔는지 궁금해서 말이에요.”

형사는 자기를 제주지방경찰청의 초상 능력 범죄 수사관이라고 밝힌 뒤, 사건을 의뢰했다.

“초상 사회에서 히어로들은 어지간해서 경찰에 협력하지 않지요. 경찰이 자기네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되지도 않는 망상을 하니까요. 하지만 한여름 씨는 다르지요.”

“저는 딱히 경찰을 도운 적이 없는데요.”

내 말을 들은 형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하네? 내가 언제 경찰을 도운 적이 있던가?

“여름 씨가 범죄를 저지르는 히어로들을 ‘참교육’, 실례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히어로들을 ‘검거’해주신 덕택에 경찰은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부는 이 기회를 ‘반격’의 ‘봉화’로 여기고 있습니다.”

“‘봉화’라니. 거창하네요.”

무슨 봉화까지. 하지만 대충 상황은 이해했다. 나는 집게손가락으로 형사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당신네 경찰은 나를 범죄를 저지르는 초능력자한테 본때를 보여주는 것과, 경찰과 히어로의 밥그릇 싸움에 이용해 먹겠다는 거군요.”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그렇지요.”

나는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내 목적은 자기 능력을 남용하는 히어로들과 싸우며 내 존재 의의를 찾는 것. 그러나 지금 경찰한테 잡히면 목적을 이룰 수 없을뿐더러 병원에 입원 중인 부모님한테 폐를 끼친다. 그렇다면.

“협력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수긍했다. 그렇게 나는 경찰과 히어로의 밥그릇 싸움에 휘말려 들어, 사이드킥을 자칭하는 ‘고은서’와 함께 ‘히어로 참교육 작전’에 나섰다.

‘작전’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지금껏 해오던 일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싸울 히어로의 초능력을 분석하고, 이에 맞추어 전술을 짜서 싸운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사실이었다.

“경찰의 정보력.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나는 경찰에서 제공한 히어로 명단을 훑어보며 생각했다. 경찰에서 제공한 히어로 명단에는 히어로의 신상명세와 초능력에 관해 제법 자세히 적혀 있었다.

“언니 있잖아요! 다음에 우리가 참교육할 히어로는 누구예요?”

내 옆에 앉아있던 은서가 귀찮게 캐물었다. 얘는 자꾸 귀찮게 하지 말고 꺼지라고 해도 도통 꺼지질 않아서 할 수 없이 우리 집에 데리고 살고 있었다.

“히어로 랭킹 87위. ‘박민영’.”

내 대답을 들은 은서는 사진을 찍지도 않았는데 깜짝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다.

“그렇게 놀랄 일이야?”

내가 묻자 은서는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기가 놀란 이유를 설명했다.

“히어로 랭킹 87위 박민영이면! 초능력 ‘애니멀 킬러’ 보유자잖아요! 자기가 직접 죽인 동물을 사역마로 삼을 수 있는 히어로! 엄청 잔인하기로 유명하다고요!”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가 아니라구요! 박민영하고 싸우다가는 언니가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지.”

“언니!”

나는 자꾸 귀찮게 달라붙으며 칭얼대는 은서를 떼어놓으며 전술을 설명했다. 내가 설명한 전술을 듣자, 은서도 잠잠해졌다.

“확실히 이거라면 그 박민영을 때려눕힐 수도 있겠네요.”

“그래. 경찰의 자금력을 함 믿어봐야지.”

전술은 간단했다. 먼저 은서가 음속으로 달려서 민영을 유인한다.

“저기 아줌마.”

은서는 페이스톡으로 민영을 유인하는 과정을 생중계했다. 은서가 음속으로 순식간에 민영 코앞으로 다가서서 특유의 깜찍한 잽을 날려서 민영을 도발했다. 온몸을 명품 가죽으로 도배한 민영은 순식간에 도발에 넘어왔다.

“어머. 이게 누구야? 히어로 랭킹 400위 ‘고은서’ 아니야? 얼마 전에 히어로 랭킹에 들지도 않은 초능력자한테 졌다며?”

아니. 반대로 은서가 민영의 도발에 넘어갔다. 이런 옌장!

“주름 쭈글쭈글한 아줌마가 뭐래? 그렇게 명품 가죽 도배하고 다니면 좋아요?”

“문어.”

순식간에 민영의 오른팔이 문어의 촉수처럼 변했다. 은서는 뒤늦게야 민영의 히어로 랭킹이 자기보다 훨씬 높은 87위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칠 준비를 했다.

“온 유어 마크! 레디!”

-땅!

때는 이미 늦었다. 은서가 인도를 박차는 순간 간발의 차로 민영이 내지른 촉수가 지닌 빨판이 은서의 등 뒤에 들러붙었다.

은서는 자기 등 뒤에 들러붙은 민영을 데리고 함께 내가 지정한 장소로 내달렸다.

“파란고리문어.”

민영이 내지른 촉수의 색이 파란색 동그라미가 곳곳에 그려진 하얀색으로 변했다. 파란고리문어는 생물을 마비시키는 맹독을 지니고 있다. 민영은 촉수를 통해 맹독을 은서의 몸속으로 주입했다. 은서는 자기 온몸이 마비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오랫동안 공황장애를 앓았기 때문에 은서는 온몸이 민감했다. 은서는 곧바로 자기 호주머니에 있는 초음파 커터를 꺼내 들어 촉수를 잘라낸 뒤 꽉 붙잡았다.

“필살! 투포환!”

음속으로 온몸을 빙글빙글 회전한 뒤 민영의 몸뚱이를 내가 지정한 장소가 있는 방향으로 집어 던졌다. 민영은 자기 몸뚱이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데도 태연하게 자기 초능력 ‘애니멀 킬러’를 발동했다.

“폭탄 먼지벌레.”

민영은 항문에서 엄청난 양의 액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분사하며 감속했다. 마침내 민영은 내가 지정한 장소에 도착했다. 바로 관중석이 빙 둘러쳐진 제주 종합경기장이었다. 민영은 경기장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아무 말 하지 않고 나한테 달려들었다.

“치타.”

시속 100km에 달하는 속도로 마운드를 향해 달려오는 민영. 나는 주저 없이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 ‘갤럭시 S20 울트라’의 셔터를 눌렀다. 내 핸드폰과 연동해서 경기장 관중석 곳곳에 깔아둔 ‘갤럭시 S20 울트라’ 30대가 일제히 카메라 연속 촬영 기능을 작동했다.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30대에 달하는 카메라가 보내는 시선이 경기장을 강타했다. 30대에 달하는 갤럭시 S20 울트라 카메라의 피사체가 된 나와 민영의 몸이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우르르 흔들렸다.

“광학계 능력자구나. 잔꾀를 쓰네.”

그러나 민영은 침착하게 초능력을 발동했다.

“산양.”

가파른 절벽에서조차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동물. 민영의 초능력 ‘애니멀 킬러’는 자기가 직접 동물을 죽여야 그 동물을 사역마로 삼아 신체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저 새끼는 대체 동물을 얼마나 쳐죽인 거야?”

그러나 산양의 신체 능력을 사용했음에도 민영은 힘겹게 나를 향해 다가섰다. 나도 힘겹게 민영을 향해 다가섰다. 나야 뭐 ‘울트라’를 수억 번이나 나를 향해 직접 사용하며 몸을 가누는 연습을 했다지만, 민영은 울트라의 효과를 처음 당함에도 침착하게 몸을 가누고 있었다. 나는 민영의 초능력과 그 초능력을 뛰어나게 응용하는 숙련도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마침내 서로의 코앞에 다다른 우리는. 서로에게 따귀를 때렸다.

-짜악!

나와 민영의 목이 동시에 홱 돌아갔다. 따귀라고 하면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합격투기로 몸을 단련한 숙련자가 때리는 따귀는 잘못 맞으면 고막이 파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뇌진탕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산양이 발길질할 때 힘이 담긴 따귀도 더럽게 아팠다. 카메라 연속 촬영으로 몸의 중심을 잡는 것조차 어려운데 이 정도 위력이라니. 만약 내가 민영과 우발적으로 싸웠다면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너 존나 쎄구나!”

나는 민영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잇몸을 드러내어 씨익 웃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강자와 싸우는 것은 즐겁다. 어쩌면 민영과 싸움에서 나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민영 역시 나를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하! 누가 뒤질 때까지 해보자 이거야?”

나와 민영은 잇달아 서로의 뺨에 따귀를 날렸다. 우리는 피를 토하며, 이빨과 광대뼈가 부러지며, 피멍이 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뺨이 터지며, 뇌진탕이 올 때까지. 미친 듯이 따귀를 날려댔다. ‘울트라’ 때문에 온몸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때에는 따귀처럼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공격이 제일 좋다는 사실을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격렬한 도그파이팅의 승자는 나였다. 나는 어렵사리 몸의 중심을 잡으며 필사적으로 민영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대로 박치기를 날렸다.

“잠깐 머리 좀 식힐까!”

-빠각!

이마가 깨지는 소리가 나며 민영은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물론 이마가 깨진 것은 민영이 아니라 나였다. 민영은 박치기가 작렬하기 직전에 ‘불곰’을 불러내서 자기 이마의 경도를 강화했다. 그런데도 내가 민영을 이긴 이유는, 민영이 이마의 경도를 완전히 굳히기 전에 내 박치기가 작렬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민영은 뇌진탕으로 기절했고, 나는 곰의 두개골에 박치기해서 머리가 깨지고 말았다.

“허억! 허억!”

나는 얼굴이 엉망이 된 채로 쓰러진 민영을 잠시 내려다본 뒤, 나도 기절하고 말았다.

내가 죽지 않은 것은 다 민영의 덕택이었다. 나보다 먼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민영이 119에 신고해서 구급차에 실려 간 끝에 대수술을 거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왜 나를 살려줬어?”

나는 병상에서 병문안을 온 민영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민영은 낮에 싸웠을 때와 달리 가죽을 걸치지 않은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민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승자에 관대하니까.”

민영의 대답을 들은 나는 한쪽 눈썹을 추어올렸다.

“그뿐?”

“그뿐.”

대화를 끝마친 민영은 주저 없이 홱 돌아서서 병실을 나섰다. 나는 한동안 민영이 서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가 덮고 있는 이불 위에 놓인 명함 한 장을 발견했다. 명함에는 민영의 이름과 연락처가 쓰여 있었다.

 


“언니!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언니언니언니!”

나는 귀찮게 달라붙는 은서를 가까스로 떼어내고 나서 무언가에 이끌리듯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는 올블랙 정장 차림을 한 사내가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안녕.”

사내가 오른손을 들어 내게 인사했다.

나는 사내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초능력자, 대한민국 히어로 랭킹 1위 ‘강진구’였으니까. 오름 하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린 장본인이었다.

“네가 나를 부른 거야?”

내가 물었다. 강진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확히는 우리 조직원의 힘을 빌렸지만. 걔가 정신 계열 능력자거든.”

“조직이라면 그 빌어먹을 ‘식물 파’? 내가 너네 조직원 떼려 눕혀서 빡치기라도 했어?”

진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아니. 상필이 걔는 시다 중에 시다인데, 걔 하나 졌다고 빡칠 이유는 없지. 어쨌거나 기억이 돌아온 상필이가 네 얘기를 해서 찾아온 건 맞아.”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뭔데?”

진구가 나를 향해 오른손을 쭉 뻗었다. 쟤 왜 저래?

“너, 내 부하가 돼라.”

“웩!”

순간 나는 진심 헛구역질을 했다. 저 새끼 저거.

“지금 원피스 대사 가지고 뭐 하는 거냐? 진심 역겨우니까 그만해라.”

“하하하! 역시 너무 식상 한가?”

“식상한걸 떠나서 너무 역겹다고, 새끼야.”

“그래서. ‘예스’야 ‘노’야?”

당연히.

“‘노’다 이 새끼야.”

제주도를 엉망으로 만든 새끼를 내가 뭐가 좋다고 따르냔 말이다.

“그래? 짭새 나부랭이를 빽으로 업었다고 지금 나한테 깝치는 거야?”

“짭새 나부랭이 빽으로 안 업었어도 너 같은 새끼는 절대 안 따라요.”

“아 그래?”

갑자기 진구의 눈빛이 싹 변했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그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호주머니에서 ‘갤럭시 S20 울트라’를 꺼내려고 했다. 그러나 진구가 한 발 더 빨랐다.

“휘이이이~!”

진구가 휘파람을 불자 옥상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넝쿨 줄기가 나를 향해 쭉 뻗어왔다. 넝쿨 줄기가 내 목둘레를 휘감아 꽉 옥죄었다.

“컥!”

숨이 콱 막혔다. 죽을 것 같았다. 진구가 피식 코웃음 쳤다.

“초능력 ‘울트라’. ‘갤럭시 S20 울트라’ 카메라에 찍힌 생물 피사체를 나자빠트리는 능력. 그런 ‘슈퍼마이너리티’한 초능력 따위로 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발상 따위가 잘못된 거야.”

진구는 나를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마치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수처럼 내 온몸을 시선으로 탐한다.

“이대로 내가 너를 죽인대도 내 부하가 되기 싫어?”

나는 힘겹게 입을 떼서 가까스로 폐 속에 들어있는 공기를 쥐어짜 내어 대답했다.

“싫. 다. 고.”

‘이대로 죽는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진구는 나를 죽이지 않았다. 진구가 다시 한번 휘파람을 불자 목에 휘감겨 있던 넝쿨 줄기가 휘리릭 풀렸다.

“허억! 허억!”

나는 목을 감싸 쥐고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시었다. “웩! 웩!”하고 헛구역질이 나왔다. 헛구역질 직후 나는 결심했다.

“목 씻고 기다려라. 다음엔 너 새끼 패러 갈 거니까.”

진구는 “기대할게.”라고 대답한 뒤 홀연히 눈앞에서 사라졌다.

‘진구와 싸우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초능력자로서의 존재 의의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저주’라고 생각했던 내 초능력 ‘울트라’가 어쩌면 저주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병상에 누운 채로 호주머니에서 꺼낸 내 핸드폰 ‘갤럭시 S20 울트라’를 올려다보았다. 칠흑색 액정이 내 얼굴을 반사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사용할까?”

통칭 ‘슈퍼마이너리티’ 히어로의 ‘오리진’이었다.

북챠코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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