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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프타우스의 인형

2020.12.16 01:1812.16

보캉송이 만들었던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할 수 있어요.

물론 자네는 해낼 수 있겠지만, 다른 조각을 찾을 기회는 영영 사라진 것 같아.

- <베스트 오퍼>, 주세페 토르나토레 作

 

그 인형과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를 기억한다. 지옥의 홍염마저도 침범할 수 없는 암실에서 수십, 수백 년을 견뎌낸 그 두 눈은 순수한 그믐밤의 색깔이 어른거리는 영롱한 푸른 빛을 자랑했다. 지상의 바다처럼 오만한 태양이 흩뿌린 누런 티끌들에 오염되었을지라도, 그 색에서 드넓은 해원이 기원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모두들 각자의 감상을 쏟아내며 감탄할 때에도 나는 그 두 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필립과 그의 동료들은 내게 직업병이 도졌다고 놀려댔지만, 그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필립을 포함한 관절학자들은 그 인형의 손가락 마디마다 자리한 관절의 세밀함을 칭송했고, 피부학자들은 인형의 내부를 단단히 가둔 피부의 현실성에 감탄했다. 모발학자들은 전혀 관리되지 않은 인형의 머리털이 여전히 윤기가 흐르는 것에 놀랐고, 근육학자들과 골격학자들은 인간의 신체 비율을 오차 없이 재현해낸 그 모습에 흥분했다. 세포학자들은 저마다의 연구소에 최고 배율의 현미경을 준비하라 전화했고, 신경학자들은 그 인형의 내부를 탐구하여 그 구조의 비밀을 알아낼 생각에 기뻐했다. 그리고 나 같은 안구학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 두 눈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프타우스의 사고하는 인형. 고대 인형사(史)적 측면에서 가장 앞선 종이의 시대에 등장한 최고의 인형술사 가운데 하나인 프타우스는 유사 이래 모든 인형의 기원과 발전상이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는 근대 인형역사학의 정전인 <인형사>의 첫머리에 다루어지는 인물이다. 저자는 디오뉘소스적 인형술사1의 대표격으로 프타우스를 제시하면서 아폴론적 인형들은 기바리안의 마트료치카와 중국의 전통 인형극인 오색금십자영(五色錦十字影)의 대립 구조로 끊임없이 변화해 왔으나, 디오뉘소스적 인형은 프타우스의 사고하는 인형으로 이미 완성되었다고 평가한 우르술라의 <인형계보학>을 인용했다. 프타우스의 감각하는 인형, 사고하는 인형, 행위하는 인형 연작은 세 원숭이 인형과 더불어서 10세기 이전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희대의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였으니, 프타우스는 실로 불멸이었다. 그 세 인형 가운데 감각하는 인형과 행위하는 인형은 그 구조와 형식이 밝혀졌으므로 각각 센서와 로봇 제작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오직 사고하는 인형만이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채 그것의 존재를 증언하는 문헌들만 수십 권에 달했다. 사고하는 인형은 세계 각지에서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으며 그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웠다. 프랑스 남부를 순회하던 서커스단에서는 ‘말하는 기계’, 부다페스트의 극장에서는 ‘모조 수학자’, 콘스탄티노플의 아야 소피아에서는 ‘주님의 상상력’, 바그다드에서는 ‘인형 세에라자드’, 델리에서는 ‘시바의 종’, 아바나에서는 ‘기계적 사상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라플라타의 소인’이었다. 한때는 모두 다른 인형, 혹은 특이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이 모든 이름은 지난 천 년간 온 세상을 유랑하던 사고하는 인형에 붙은 이명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증언이 있는데도 인형이 도통 발견되지를 않았으니, 인형학자들은 사고하는 인형을 입에 올리기조차 두려워했다. 사고하는 인형의 기원과 구조를 파악하여 재현하려는 무지막지한 욕망과 의지는 수백 년의 세월에 모두 부식되고 희석되었다. 그리하여 마치 페르마의 그 유명한 마지막 정리가 수학자들에게는 ‘그 정리’라고 불리우며 360년이나 증명되지 않은 미정복의 영역으로 남았듯이, 사고하는 인형은 ‘그 인형’으로 불리면서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꿈이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는 차마 꺼내지 않는 허상이 되어 지난 이천여 년간 모든 인형학자들을 괴롭혔다.

1)  디오뉘소스적인 인형과 아폴론적인 인형의 구분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구분이다. 그러나 그 대립항을 재정의하고 재정식화한 사람은 <인형계보학>의 저자 호세.A.우르술라 박사이다. 우르술라 박사는 <인형의 황혼>에서 아폴론적 인형을 무대에 서는, 즉, 눈앞에 보여지는 것으로 대표되는 인형의 감각적인, 인상적인 모습이 중요한 인형으로 정의하고, 디오뉘소스적 인형을 인형이 작동하는 형식이 제작 목표인 경우, 즉, 인형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인형의 유일한 목적인 인형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디오뉘소스적 인형은 기본적으로 제작자의 머릿속에서 이미 완성되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으며, 그것이 물리적인 것으로 실현되었는지는 이론적으로 가능하기만 하다면, 고로 만들 수 있기만 하다면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인형학 역사상 최대의 심포지엄이 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허상이 실체가 되고 미몽이 현실이 된 것이니, 모든 인형학자는 공공연히 프타우스의 연구가 자신의 목표였음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에 기뻐했다. 심지어는 프타우스라는 인물을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인 인간이라고, 즉, 프타우스는 수많은 인형술사들이 공유한 하나의 이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던 인형학자들도 사고하는 인형의 실물 앞에서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 세계가 잊힌 이름의 본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나와 필립 같은 인형공학자, 인형기술자들은 물론이고 인형역사학자, 인형고고학자, 인형보존학자, 인형구조학자, 인형철학자, 진화인형학자, 그리고 분류인형학자와 종이인형학자, 밀랍인형학자, 비단인형학자, 자기(瓷器)인형학자까지 모든 분과학문에서 거장들이 발표회장에 등장했다. 종이인형학의 거두이자 태엽색지인형2을 최초로 구현한 87세의 노학자 소츠 몸킨 박사가 13년간의 칩거를 깨고 회장에 등장한 것은 단연 그날의 뉴스거리였다. 노학자는 제자의 도움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으나, 오로지 사고하는 인형의 실물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회장을 찾았다. 몸킨 박사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감격했다. 그의 퇴임 이후, 재질의 한계 때문에 거의 발전이 없다시피 한 종이인형학에 사고하는 인형이 새로운 영감을 전해주고 잠재력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나긴 투병에 쇠약해진 신체와 정신에도 박사의 학문을 향한 의지는 형형(炯炯)했다.

2) 胎葉色紙人形. 종이인형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인형으로, 몸킨 박사는 태엽을 감으면 상하로 움직이는 종이축을 이 인형에 최초로 사용했다. 몸킨 박사는 그 이후에도 좌우로 움직이는 종이축, 회전하는 종이축을 개발했다. 이 인형으로 몸킨 박사는 사고하는 인형에 가장 근접한 학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사의 연구는 헤엄치는 색지인형과 비행하는 색지인형을 제작하는 연구에 응용되고 있으며, 밀랍인형학 같은 다른 소재의 인형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심포지엄은 결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강렬한 흥분과 과잉된 격앙의 순간이 지나가고 감정이 가라앉자, 학자들 특유의 욕망과 욕심이 서서히 분출하기 시작했다. 나와 필립처럼 공공연하게 그러한 욕심을 드러낼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한 ‘젊은’ 인형학자들은 그저 학계의 거장들끼리 벌이는 열정적이고 예리한, 그러나 유치하고 치졸한 논쟁을 감상하면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피부학자들은 인형의 외부가 피부로 둘러싸여 있으니만큼 피부학자들이 사고하는 인형을 처음 관찰하고 연구해서 피부의 구조를 밝힌 뒤에 나머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세포학자들은 고작해야 피부일 뿐인데 관찰할 필요가 뭐가 있겠냐면서 프타우스의 인형이라면 그 구성은 생물체와 흡사할 것이며, 따라서 세포학자들이 먼저 기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포학자들의 주장에 골격학자들과 근육학자들이 동조했다. 그러나 의상학자들은 오히려 인형을 둘러싸고 있는 건 저 휘황찬란한 옷이라면서 자신들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그 옆의 역사학자들이 인형이 입고 있는 것은 프타우스가 살던 시대의 의상이 아니라 그 이후에 제작된 것이므로 인형역사학에서 가장 중대한 사료가 될 것이니 자신들이 가져가야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러면 옷만 벗겨서 가져가라, 피부 한 조각 떼어 주면 되는 거냐, 너희는 손가락만 있으면 되지 않겠냐 같은 폭언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열띤 토론의 이면에서는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다. 자기 연구실에 사고하는 인형이 오기를 바라는 연구자들과 학생들은 물론 자신의 지도교수를 응원했고, 인형역사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고고학, 보존학자들은 역사학자들을 응원했다. 세포학자들은 신경학자들과 의기투합했고 외부구조학자들, 그러니까 피부학자나 골격학자, 근육학자들과 나 같은 안구학자나 관절학자 같은 내부구조학자들처럼 서로 반복하던 학계도 이번에는 힘을 합쳤다. 아아, 꿈을 꾸던 사람이 그토록 많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고하는 인형은 전무후무한, 유일한 인형이었다. 몸킨 박사의 색지인형은 수십만 개가 있다고 할지라도, 아니 그것이 수십만 개나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고하는 인형의 가치와는 감히 비교될 수 없었다. 그러니 그것을 복제해낼 수 없는 한, 함부로 손을 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 세계의 보존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배운 지식, 축적한 연구물들을 모두 종합하여 그 어떤 인형도 부식되고, 손상되고, 파괴되고, 소멸하지 않을 보관함을 제작했다. 정밀하고 정확해야 하면서도 신속해야 하는 작업. 그 어떤 인형학자들도 보존학자들에게 그러한 재능이 있는 줄은 알지 못했다. 영속할 가치도 없고, 영속할 수도 없는 인형들만을 보아 왔기에 인형이 영속할 수 있는 보관함 따위는 만들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어리석고 유치한, 그러나 필수적인 싸움에서 승리한 것은 피부학자들이었다. 이성적으로 당연한 귀결이었다. 피부학자들은 다른 학자들이 인형의 내부를 보기 위해 그 몸을 가르는 광경을 좌시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조그마한 생채기가 날 새라 아주 조심스럽게 헐벗은 인형을 현미경의 재물대에 올려놓고 관찰했다. 그들은 인형의 피부를 문지르고, 긁고, 적셨다. 모든 과정은 보존학자들이 감독했으며 절차에 맞게 진행됐다. 그리고 피부학자들이 내어놓은 결론은 이러했다.

“해당 인형의 피부는 인형세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피부를 가장 잘 모사했다고 평가받는 미메시스 사의 STM-6 모델과 미메시스 사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상업인형 제타의 피부인 Z.3가 복합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STM-6는 미메시스 사가 10년 전에 발표한 제품이고 Z.3는 제타의 판매개시연도인 2003년에 첫 100부가 제조되었다. 따라서, 피부는 단 1제곱밀리미터도 프타우스의 작품이라 볼 수 없다.”

인형의 피부가 프타우스의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은 피부학자들에게는 좌절감을 다른 학자들에게는 소소한 기쁨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 저변에 희미한 두려움이 싹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는 아무도 내색하지 않았고 피부 정도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피부는 인형의 외피이니만큼 상하기도 쉽고 오염되기도 쉬운 게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으니, 도중에 적어도 한 번은 누군가가 갈아끼웠을 법도 했다. 허나, 불행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한다고 했던가. 인형을 향한 갈망에 밤잠을 지새운 지가 3년이 훌쩍 넘은 날의 때늦은 새벽에 필립은 완전히 실망한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걸었다.

“뭘 하겠다고 그깟 인형에 2년을 쏟은 건지 모르겠어.”

“그깟 인형이라니?”

“그 인형 말이야.”

필립은 많이 취해 있었다.

“그냥 인형이랑 다를 것 없었어. 차라리 색지인형이 더 복잡하다고 느껴질 만큼.”

“관절도 우리가 만들던 거랑 똑같은 거였다고?”

필립은 고개를 저었다.

“다르긴 다르지. 종이축을 철사에 응용했으니까.”

“그럼 뭐야? 관절도 결국 프타우스가 만든 게 아니라는 건가?”

“그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몸킨 박사는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비록 자신의 인생이 잊혀가는 종이인형에 바쳐졌을지라도, 그는 자신의 의지로 그렇게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저 단순한 종이접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던 종이인형을 오토마타의 위상으로 끌어올린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러나 그가 평생을 바쳐 연구했던 종이라는 재질의 한계를 버틸 수 있는 작동방식이 이미 이천 년 전에 태어난 인간이 개발했던 것이라는 사실은 노학자에게 버틸 수 없는 무기력함을 떠안겼다. 몸킨 박사는 칩거해서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인간 모양의 종이접기에 둘러싸여 사망했다. 현장을 찍은 사진에는 그 무수한 종이인간들이 마치 몸킨 박사의 죽음을 증언하듯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었다.

“이제 인형학은 끝났어. 적어도 인형관절학은 끝난 거야.”

필립은 그 어떤 말로도 위로받을 수도, 위로받고 싶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는 겨우 종이 쪼가리를 만지고 살 수는 없다고 울었다. 필립에게 사고하는 인형의 관절이 프타우스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건 시한부 선고와도 같았다. 앞으로 무한하게 발전하고 영속할 것만 같던 관절학의 상아탑이 놀랍게도 꽤나 가까운 곳의 투명한 천장에 닿은 꼴이었다. 그리고, 불현듯, 필립이 몸소 겪는 현실은 내게 닥쳐올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인형의 안구도 지금의 인형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인가. 그 심오한 눈동자에서 나는 범인(凡人)의 솜씨는 볼 수 없었다. 그것의 불순함은 그것 안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 내 능력의 한계에서 비롯했다. 빛이 없다면 색을 볼 수도 없는 불온한 눈알을 타고난 내 탓이었다. 그 푸른 홍채는 분명 바다의 기원이었고 하얀 수정체는 하늘의 뿌리였다. 그리고 그 깊고 어두운 동공은 대지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이 그 인형에서 창발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찌할 것인가. 만약 안구마저 프타우스의 것이 아니라면 어쩔 것인가. 필립의 갑작스러운 전화는 그것을 묻고 있었다. 그것을 경고하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팀은 모두 신경학자들과 함께 작업하기로 되어 있었다. 입과 코 같은 다른 감각기관들을 담당하는 근육학자들과 음성학자들도 함께하는 큰 작업이었다. 모든 감각기관과 모든 신경 구조의 연결성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했기에 모두가 필요했다. 나는 상상했다. 두개골 내부에 들어있는 눈에서 수정체 삽입술의 흔적이 보이면 어떡할 것인가. 삽관법으로 홍채를 염색한 흔적이 보이면 어떡할 것인가. 혹은, 더 나아가서, 근세포 유전재생법이 사용되었다면 어떡할 것인가. 하나같이 프타우스가 눈을 만들어낼 수 없는 방법뿐이었다. 내가 아는 한, 프타우스가 알 만한 방법은 없었다. 프타우스만의 고유한 방법은 없었다. 프타우스는 어떻게 인형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었을까. 나느 그 한 문장의 질문에 사로잡혀 고통받았다.

더욱 암울하고 악몽과도 같은 생각이 피어오르는 것을 나는 막을 수 없었다. 만일, 만에 하나, 신경학자들이 인형의 신경 구조가 그들이 발명한 방식 가운데 하나를, 혹은 여러 개를 기초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면? 그래서, 인형의 신경 구조도 프타우스가 만든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프타우스의 사고하는 인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악의적인 의도로 허구를 윤색하여 그곳에 가져다 두었다는 말이 된다. 그런 천박한 범죄를 저지를 자는 로봇쟁이들 말고는 없다. 아니, 컴퓨터쟁이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비겁하게 인형의 형상에 로봇의 내면을 삽입하고 코딩한 것일지도 모른다. 온전히 기계적으로 사고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해서 인간의 언어조차도 될 수 없는 저급한 숫자배열을 가지고서 장난을 친 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신경학자들은 사고하는 인형의 본질을, 그 인형의 ‘사고’를 해설할 수 있을 것인가. 프타우스가 만든 ‘사고’만큼은 여전히 그 인형의 본질로써 존속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형학계에는 회의주의가 만연해졌다. 모든 인형학은 이미 있는 인형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말했던 헤르보스의 말처럼 우리는 사실 프타우스의 발명품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답습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이미 프타우스의 인형은 모조리 분해되어 사라졌고, 우리가 해체한 인형은 사고하는 인형의 모든 본질을 상실한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훨씬 극단적인 가설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대로, 프타우스의 사고하는 인형은 후대의 창작일 뿐이며 우리 인형학자들은 그에 놀아난 것일지도 모른다. 또는, 더욱 대담하게, 프타우스는 어떤 악마적인 거래를 통해서 미래의 이러한 상황을 예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프타우스의 사고하는 인형은 진부하거나 허황되었거나 거짓되었거나 악마적인 것이며, 우르술라가 칭송했던 인형 제작의 디오뉘소스적 본질 따위는 허깨비에 홀린 노인의 광분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우리의 수술대 앞에 누운 인형의 몰골은 좋게 말해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겨우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인형은 좌반신이 거의 해체되어 있었다. 왼다리와 왼팔은 피부가 벗겨져 내부의 뼈와 근육구조가 그대로 들여다보였고, 손가락은 하나도 붙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관절학자들이 연구차 모두 떼 간 것 같았다. 완전히 뒤집어진 복부는 비단으로 만든 창자와 그 위를 둘러싼 실로 만든 인대가 꼭 사람의 뱃속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소장과 대장, 위와 심장은 물론이고 간, 쓸개, 이자, 심지어는 맹장과 횡경막까지 보였다. 그 얇은 막에도 가느다란 실이 이어져 있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까지 구현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모두에 혼이 빼앗겨서 신경학자들이 인형의 두개골을 갈라서 본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사고하는 인형의 뇌는 동력으로만 작동하는 기계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깟 로봇에 쓰이는 프로그램과는 결이 다른 세밀함과 정밀함을 가진 극소의 부품들이 조밀하게 모여 신경학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분해해야 할지 난감해할 정도였다. 현미경에서 렌즈만을 떼어내서 들여다본 신경학자는 경악했다. 모든 신경세포는 정육면체의 각 면에서 기다란 원뿔 형태의 가지가 솟아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 가지에는 아주 작은 톱니바퀴가 달려서 다른 세포의 가지와 맞물려 움직였다. 그 조밀한 구조가 한 치의 헝클어짐도 없이 서로 어지러이 비틀리고 겹쳐지고 이동하고 변형되면서 인형을 작동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인형신경학자들이 이미 50년도 전에 발명한 육면첨단 구조를 40센티미터의 크기에 맞는 수준으로 확장하여 구현한 것뿐이었다. 그처럼 많은 수의 세포를 사용한 예는 없었지만, 그 절반 정도의 뇌를 구현한 신경학자는 이미 죽은 지도 이십 년이 넘은 사람이었다. 신경학자들의 경탄은 프타우스의 창의성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할 정도의 고집과 의지를 가진 다른 누군가를 향한 것이었다.

그리고 눈. 나는 이 눈을 볼 때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희열과 안면을 뒤흔드는 비감을 느낀다. 작업실에서 본 그 눈도 처음 봤을 때처럼 여전히 한없이 푸르르고 푸르렀다. 나는 이것이 준 감흥과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비록 지금처럼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완전한 암실에서 이 눈을 보고 있을지라도, 나는 홍채의 빛깔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어두운 곳에서 아마도 정말 오래간만에 빛을 보았을 그 인형이 서서히 고개를 돌리던 때를 기억한다. 그 느릿한 움직임과 그 움직임이 끝나기만을, 내 눈앞에서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두근거림을 기억하고, 마침내 본, 그 깊은 심연을 둘러싼 푸른 바다를 기억한다. 그 눈은 사진에 담겨서도, 눈물에 젖어서도, 그리고 내 손바닥 안에서도 불변하고 파랗다. 그 어떤 시술로도, 기술로도 구현할 수 없는 색. 다른 모든 것들이 가짜라고 해도, 이 두 눈 만큼은 진짜라고 확신한다. 삽관법이 아니라 다른 어떤 방법이 사용되었건 상관없다. 이건 진짜니까. 그 회의주의자들이 주목하지 않아서 멍청하게 놓쳐버린 것이니까. 프타우스가 만든 눈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 눈은 진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몸이 가짜라면 그에 걸맞는 몸을 만들면 그만이다. 눈을 본 순간부터 내 가슴을 헤집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이 그것을 알려준다. 나는 이 두 눈에 걸맞는 몸을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 그것이 나의 목적이고, 운명이며,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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