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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INA - 전쟁 나팔

2020.12.10 20:3212.10

수색대는 구원자의 모든 껍질 사이사이를 확인하며 수인이 침입한 공간을 찾으려 애썼다. 무기를 든 자들이 이곳저곳으로 고성을 질러 대었다. 발견되는 것은 없었다. 한나는 손에든 장대를 세게 쥐어 잡았다. 땀이 배어 축축해진다.

 

[안되겠어.]

 

[밖으로 나가봐야겠는 걸.]

 

남자 둘이 구원자의 천장에 매달린 보석을 바라본다. 햇살을 담아 지하를 비추는 거대한 수정.

 

[지금쯤 바깥은 밤일거야.]

 

[움직이자.]

 

한나는 그들의 뒤에 숨어 소리 없이 움직였다. 수색대들이 정해진 규칙대로 장비를 챙기고 조를 짠다. 한나는 그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멀찍이 떨어져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구원자의 부지런한 움직임 덕에 수색대들은 외진 곳에 세워진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달이 구름에 가려져 길은 어둡고 밖을 돌아다니는 수인도 없었다.

 

수색대가 마을로 조용히 다가간다.

 

한나는 그들과 떨어져 혼자서 행동했다. 눈을 가늘게 떠 주위를 살핀다. 멀리로 마을에 접근하고 있는 무리가 보인다. 나무와 바위를 따라 몸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

 

[엄마.]

 

한나가 몸을 움츠려 고개를 숙였다. 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들었다. 작고 어린 아이 하나. 작은 뿔이 돋아나 있고 푹신한 숨 뭉치로 온 몸이 덮여 있다. 어리숙한 목소리로 어눌하게 말하며 마을로 다가가고 있는 수색대를 보고 있었다.

 

[엄마!]

 

몸을 틀어 수인 아이를 덮친다. 자신을 올라탄 한나에게 어린 양이 울음을 울며 버둥거린다. 그의 입을 막으며 한나는 허리춤에 감은 밧줄을 꺼내려 한다. 손이 빈 한나를 양손으로 밀치는 어린 양과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 한나.

 

아이 양이 그녀에게서 벗어나 마을로 달려간다. 커다란 울음을 울며 연신 엄마를 부르고 있다. 마을로 불이 켜지고 수색대는 아주 근처까지 다가가고 있었다. 한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장대를 쥔다. 어깨를 뒤로 틀고 몸을 젖힌다. 가터 씨가 가르쳐준 사냥 방법.

 

장대를 최대한 멀리 던지려면.

어깨 힘으로 던져야 해.

 

[엄마!]

 

장대를 쥔 손에서 진땀이 배어 팔뚝으로 떨어진다. 숨을 고른다. 방향을 정한다. 울음이 우는 곳. 마을로 달려가는 아이 양 한 마리. 한나는 되뇌었다.

 

나는 사냥 중이다.

나는 사냥 중이다.

 

던진다. 장대가 한나의 손에서 뛰쳐나가 앞으로 나아간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기다란 장대가 아래로 고꾸라진다.

 

[한나!]

 

가터 씨. 그가 한나의 뒤로 달려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뭐하는 거야,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그의 눈으로 땅에 박힌 장대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정보를 얻으러 왔지.]

[누굴 죽이러 온 게 아니야.]

 

[아저씨가 말했잖아요.]

[마녀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은 마을은.]

[사라진다고요.]

 

[한나!]

 

[그럼 여기서 몇 명 쯤 죽어도 상관없잖아요!]

 

[한나!]

 

가터가 한나의 양 팔을 붙잡고서 엄하게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마녀에게 팔리는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여.]

[아무나 죽이는 게 아니란 말이야!]

 

풀이 죽은 한나가 고개를 숙이고 가터는 장대가 박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맙소사.]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가터는 한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녀는 저항했지만 가터의 얼굴은 창백해져있었다. 구원자로 돌아간 그는 곧바로 마을의 사원으로 빠르게 걸었다.

 

구원자의 품속에 세워진 사원으로 들어가 마을의 지도자들에게로 가터는 숨 가쁘게 말하였다.

 

[곧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사원 문지기는 어수선해진 마을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어서 빨리 사건이 정리되고 침입자를 잡기를 바랐다. 그런 그의 앞으로 웬 꼬마 하나가 다가와 당돌하게 말을 건다.

 

[마을로 숨어 들어온 수인을 잡을 방법을 알고 있어요.]

 

문지기는 심드렁하게 아이의 말을 받았다.

 

[그러냐, 그럼 저기 윗분들께 말해보렴.]

 

아이가 자신을 지나쳐 사원을 오른다.

 

[꼬마야, 안 돼!]

 

문지기가 허겁지겁 달려가 아이를 붙잡았다. 아이의 눈이 빛나고 있다. 문지기는 그 아이가 지은 눈빛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십 수 년 동안 구원자의 품속에 숨어 살면서 많은 이들이 지었던 표정. 그것은 증오와 닮아 있었다.

 

[먼저 나에게 말해다오.]

[내가 윗분들에게 전해줄 테니.]

 

아이를 달래며 문지기는 몸을 숙였다. 아이가 말한다.

 

[그 수인과 친한 아이를 알고 있어요.]

 

[뭐?]

 

꿋꿋이 서 또박또박 말하는 아이. 또래답지 않은 분위기와 무게가 느껴졌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로 문지기는 혼이 나간 듯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수인과 친한 인간이 있다고. 아이가 문지기의 앞으로 이 사건을 해결할 방법을 이야기 한다.

 

[그 아이만 이용하면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나무를 등지고 앉아 낮게 고로롱 거린다. 갈색 줄무늬의 꼬리가 지친 듯 힘없이 땅위로 늘어져 있다. 기운이 바닥난 캐시는 다리를 죽 뻗었다. 땅 밑으로 작은 진동이 느껴진다. 땅벌레들이 흙을 갉아 먹고 아래로 파내려가는 움직임을 캐시는 좋아하였다. 차갑게 식은 땅을 짚으며 몸을 감싼다. 캐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이 끼어 길 위로 빛 하나 닿지 않는다.

 

베스가 캐시의 옆으로 다가와 함께 앉는다.

 

[베스, 제가 그 아이에게 괜한 말을 했어요.]

 

어둠 속으로 베스가 등을 기대었다. 캐시의 걱정스러운 눈치에 베스는 작게 들썩이는 숨으로 답을 한다.

 

캐시가 말한다.

 

[그 아이도 마녀에게 팔리겠죠?]

 

베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녀에게 팔리면 어디로 가는 줄 알아요?]

 

베스는 숨을 들이쉬고 어둠 속으로 가라 앉아 있다.

 

[아이 뿐만이 아니에요.]

[저 쪽 세계로 온 모든 이들이 마녀에게 팔리면.]

 

캐시는 언제고 들었던 이야기들을 곱씹었다. 마녀는 인간들을 잡아 깊은 심연 속에 가둔다. 한 명씩 마녀의 손에 끌려가고 갖은 고문을 당한다. 마녀에게 인간은 좋은 유흥거리라고 어른들이 말했었다. 캐시가 어른들에게 들었던 인간이란 그저 한없이 연약한 사냥감이자,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런 인간들의 편에 서서 마녀와 싸웠던 영웅이나 신화와 같은 이야깃거리는 금방 식어 모두가 외면하는 과거가 되었다.

 

[좋은 대접을 받지는 않잖아요.]

 

캐시의 꼬리가 가슴팍에 모아진 그의 다리를 감싼다. 얼굴을 묻으며 풀이 죽은 줄무늬 귀가 늘어져 있다. 베스는 말없이 그를 보며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베스 역시 과거로부터 눈을 감았다. 그때 있었던 일들은 아주 한때의 일뿐이었고 사라져야할 일들이었다. 대부분은 잊었고 입을 열지 않았다. 물소. 그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지금 마을들은, 사라지고 없는 포프 마을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베스가 캐시의 손을 잡아 무언가를 끄적인다.

 

캐시는 그녀가 자신에게 남긴 말을 받고는 손가락을 움츠려 주먹을 쥐었다. 베스는 채 쓰지 못한 말들을 그의 손등에 전하려 한다. 캐시가 손을 놓으려 한다. 베스의 손아귀에 캐시의 손목이 붉게 물이 든다. 작게 버둥거리던 캐시는 베스의 힘에 눌려 마지못해 힘을 빼었다.

 

베스의 손가락이 채 완성하지 못한 말을 끝까지 적어 내린다.

 

[그럼 그 애도 전혀 상관없어요?]

 

캐시가 울분을 토하듯 외친다.

 

[그 괴물에게 팔려도 상관없어요?]

 

베스의 손가락이 대답을 끄적였다. 짧고 간단한 대답과 말 하나.

 

- 그래.

 

[어른들에게 들었어요.]

[마녀에게서 사람들을 구하던 마을이 있었다고.]

[수많은 전투 중에서 살아남은 전사가 하나 있다고.]

[그런....]

 

캐시의 목소리가 떨린다. 다른 생명의 희생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들. 선조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저주 했을까. 이렇게 태어나게 한 그 괴물을 증오 했을까. 적어도 지금 수인들은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캐시가 어릴 적 있었던, 마녀에게 반기를 든 유일한 마을, 포프. 포프의 전사들에 대한 모험담. 하지만 그런 이야깃거리들을 수인들은 꺼내지 않았다. 캐시의 말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런 영웅이 있었다고.]

 

수인들은 자신들의 존재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결국 살아야하니까. 이유가 무엇이든 생존해야 했으니까. 베스가 남긴 문장이 캐시의 손을 아프게 했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해.

 

그 한 마디가 그녀가 남긴 대답이었다. 수 만 가지의 의구심들이 자신들을 괴롭히는 수인들에게 그 대답은 하나의 신앙과도 같이 그들이 하는 모든 행위에 이유가 되어 주었다. 캐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풀 죽은 갈색 줄무늬 캐시의 옆으로 베스는 포프의 맹세, 잊히어 진 과거의 망령으로부터 등을 돌려 눈을 감았다.

 

 

 

 

 

 

[그만, 그만, 그만해!]

 

타냐가 사람들에게 끌려간다. 어린 소녀의 비명소리가 찢어질 듯 번진다. 사람들이 사원을 올려다보았고 여 사제들이 타냐의 양 팔을 각각 붙잡아 그녀를 무릎 꿇리었다. 구원자의 등껍질 안으로, 무장을 한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전쟁을 나타내는 비상 나팔을 이곳저곳으로 불고 있다.

 

최초의 다섯을 상징하는 다섯 갈래의 횃대들이 타냐 주위를 감싼다. 나는 발을 동동 굴렸다. 반대편에서 트라나가 보인다. 그녀 역시 긴장한 듯 손을 떨고 있었다. 햇살을 강하게 뿜어내는 수정들에 마을은 밝았지만 사원의 높은 지붕 때문에 타냐가 있는 곳만은 그늘이 져 어두웠다.

 

횃대에 불이 켜진다. 쇠를 달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사람들의 틈에서 타냐를 보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스르릉.

 

날카로운 소리. 쇠가 부딪히고 발갛게 달구어진 철 막대기가 여 사제의 손에 높이 들린다.

 

[하지마!]

 

타냐가 소리를 지른다.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멋진 왕자님처럼 나타나 자신을 도와줬다던 하얀 늑대 수인. 타냐는 속으로 그녀가 오지 않기를 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여사제가 팔을 내린다. 사람들의 인파에 가려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틈으로 작게 보이던 트라나가 사람들을 헤치고 달려 나가려 한다.

 

[안 돼!]

 

달군 쇠막대기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사람들이 외친다.

 

[수인이야!]

 

[잡아 당장!]

 

인파가 급작스럽게 뒤로 몰려간다. 나는 사람들에게 밀려 나동그라졌다. 사람들의 발과 다리가 내 몸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간다. 움츠렸던 몸을 펴 눈을 떴다. 붕대로 눈이 가려진 하얀 늑대 수인. 코를 벌름 거리며 내 쪽을 본다. 그녀는 여사제의 목에 발톱을 겨누어 타냐를 보호하고 있었다. 타냐가 울음을 터뜨린다. 하얀 늑대가 나에게 중얼거린다.

 

[그녀를 지...]

 

그물과 몽둥이가 하얀 늑대를 덮친다. 머리를 맞은 그녀는 별다른 저항 없이 사람들의 발길질을 맞고만 있었다. 줄에 묶이고 바닥으로 질질 끌려간다. 타냐는 울기를 멈추지 않았고 트라나가 그녀를 감싸 안고 있다. 마을에 잠입한 수인을 잡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불안을 거두지 못하였다.

 

나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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