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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여섯번째 꿈의 감각

2020.11.19 16:0611.19

[우주의 한 처음, 마고가 존재했다. 마고는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자각한 순간부터 존재했으니 마고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시기, 마고곁에는 무엇도 있지 않았는데 그것에 대해 그녀는 아무런 결핍도 느끼지 않았다. 애초에 아무것도 가지지않고 출현한 이 응축된 거대한 의식은 무언가를 원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마고는 그렇게 홀로 지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다른 존재가 마고 곁에 나타난다. 그것을 무어라고 표기할지 탐구자들 가운데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먼지, 티끌, 우주에서 가장 하찮은 작은 끈. (*이 탐구서에서는 먼지로 칭하겠다.) 어쨌거나 그것은 이 우주에서 가장 작고 중요치 않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 먼지가 마고의 세계에 나타나는 순간 마고는 그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우주에 사랑과 기쁨과 같은 우리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에너지와 개념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곧 먼지는 마고의 곁을 떠난다. 이 역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 이전까지 사랑으로 가득했던 마고에게 비로소 외로움과 절망이 자리잡게 된 것은 전적으로 마고의 곁을 떠난 이 먼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타 행성의 과학자들은 이 시기에 빅뱅이 일어나 우주에 물리적인 거리가 생겨났다고 말한다. 이 의견에 입각하자면 먼지는 그 힘에 매달려 저 우주 너머로 사라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의식의 확장이 시작되었다. 마고는 우주 전역으로 신체를 뻗었다. 먼지를 잡기위함이었다. 그와 동시에 우주 곳곳에 의식이 도달했다. 마고의 슬픔은 우주를 가득 채웠다. 이 거대하고 위대한 존재가 가장 작고 보잘것 없는 것을 그리워 한다는 것을 밝혔을 때 우리는 어떤 슬픔을 느꼈다. 아마 이 슬픔은 마고의 것이었으리라. 한편 물질과 의식, 이 양면적인 개념들이 온 우주를 덮어갈 무렵 우주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했다. 우주에 생명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생명이 수많은 모습으로 변화하여 지금에 이를 때까지 마고는 단 한번도 먼지를 만나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가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의 유전자에 외로움이 새겨져 있는 까닭이다. 이 오래된 감정에 대한 것은 다른 장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간혹 다른 행성의 과학자들은 우리에게 마고는 환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문명으로는 마고를 밝혀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로오라인들에게는 익히 알려져 있듯이 여섯번째 감각이 있다. 뮤온이라고 부르는 감각이다. 우리는 뮤온을 포함한 여섯가지의 감각으로 세계를 본다. 시각이나 청각, 그 외에 다른 감각을 모두 잃더라도 이 여섯번째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뮤온을 통해 우리는 마고를 느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마고란 우주 전역에 가득 들어찬 의식의 고향이다. 그리하여 여러 행성에서 그녀를 바탕으로 신을, 영혼을, 그 밖에 수 많은 ‘비과학적인 개념’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그녀를 그녀 자체로 알아 볼 수 있다. 우리는 마고를 탐구한다. 거대한 의식을 탐구한다. 무엇을 알아내고 싶은지는 우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마고를 입증하기 위해 이 탐구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마고는 존재한다. 존재하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비극이 우리의 감각, 마고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마고를 탐구할 것이다.]

 

*

 

커다랗고 화려한 지구행 비행선이 서서히 비행장에 내려 앉았다. 창을 통해 밖을 보던 소요는 이국적인 지구의 풍경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일’이 있고서 로오라의 시간으로 나투만큼이 지났다. 아마 지구 기준으로는 육개월 정도일 것이다. 소요는 지구안내서라고 쓰여있는 종이를 손으로 꾹 쥐었다. 지구의 시간 기준이라는 페이지가 금새 구겨졌다. 소요는 이 곳에 온게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도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밟아본 땅의 중력은 다소 어색했지만 로오라와 크게 다르지는 않아 금세 익숙해졌다.

 

공항밖으로 나왔을 때 소요는 지구인들이 얼마나 물질에 집착을 하는 지 느낄 수 있었다. 수 많은 장신구와 옷이 그들을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자신들의 몸을 보석이 잔뜩 박힌 기계로 바꾼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값 비싸 보였다. 소요는 얼굴을 찡그렸다.

 

[매거진을 구매하시겠어요?]

 

갑자기 작은 로봇이 소요의 앞을 막았다. 당황한 소요가 팔을 휘젛자 로봇은 멀어지는 듯 싶더니 다시 다가와 매거진을 내밀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주변을 보던 소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거진을 구매하는 것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소요가 고향에서 챙겼던 물건들은 비싼 값을 받고 팔렸기 때문에 그의 수중에는 제법 돈이 있었다. 소요는 주머니에서 지구 화폐를 꺼냈다. 매거진을 구매하기엔 충분한 금액이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로봇이 소요의 손에 홀로그램 장치를 쥐어줬다. 다른 사람들은 전자기기를 이용해 매거진을 읽고 있었다. 아마 소요에겐 그런 것이 없어서 임시 기기를 준 듯했다. 소요는 한숨을 쉬며 기기를 가방에 넣고는 정류장으로 달려가 택시를 잡았다. 소요가 탑승하자마자 택시는 가볍게 날아 올랐다.

 

“어디까지 가시나요?”

 

택시에 탑재되어 있는 자동운항기가 목적지를 물었다. 소요는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가방속에서 매거진을 꺼내 슬쩍 내려다보았다. 매거진은 전 우주에 관한 가십거리가 가득했다. 몇 개의 글을 읽던 소요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로오라의 비극]

 

소요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홀로그램 화면을 거칠게 닫고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의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소요는 자신이 물살을 거꾸로 올라가는 포토우가 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이 결정했지만 지구에 온 것은 버겁고 힘든 일이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라는 우주 난민센터 핼퍼들의 말을 무시하고 그는 모든 계획을 최대한 빠르게 밀어 붙였다. 소요는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걸 보상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모든 건 사고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로오라의 고유종인 포토우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을 만날 수조차 없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을 터였다. 이 기분을 이해하는 사람도 이제는 만날 수 없을 테고, 소요는 영원히 혼자 남은 기분을 견뎌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이 편이 마고를 탐구하는데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외로움 안에서 살아가는 마고의 의식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건 탐구자로써는 좋은 일일테니까. 소요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는 뮤온을 열어 다시 창 밖을 보았다. 눈에 보이는 세계 위로 얇은 막이 겹쳐졌다. 그러자 의식들이, 흘러가고 춤을 추며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의식들이 보였다. 모두 아름다웠다. 지구에 도착해서 본 것 중 마음에 드는 것은 오직 이 풍경뿐이었다. 로오라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의식과는 다른 색과 다른 형태였다. 소요는 그 아름다운 의식들이 차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의식을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택시가 멈췄고 뮤온이 닫혔다. 그와 동시에 소요는 잠에서 깨어나듯 놀라 숨을 삼켰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로봇이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소요는 대답하지 않았다. 택시는 아랑곳하지않고 즐겁게 곁을 떠났다. 고개를 든 소요의 눈에 세련된 하얀 건물이 들어왔다. 건물에는 번역모듈을 이용하지 않고는 알아 볼 수 없는 글씨가 쓰여있었다. 사실 그게 무슨 글씨인지는 소요에게 아무 상관이 없었다. 여기 오기 전에 사진을 통해 수 번을 본 건물이었다. <리버스데이 스튜디오>. 분명 그렇게 쓰여있을 것이다. 소요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

 

 

"선금은 잘 받았어. 남은 잔액은 말했듯이 금으로 받아. 준비했겠지?"

 

눈앞의 어린 남자가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소요는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이 남자가 ‘영체(永體)’를 만든다는 천재 바디메이커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드러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정말 이 소년이 그 바디메이커라면 괜히 기분 상하게 만들어 좋을 일은 없었다.

 

“여기요.”

 

소요가 주머니에서 금괴을 꺼내 주자 남자는 그것을 뺏다싶이 낚아채 자신의 공구통에 던져 넣았다.

 

“내 이름은 ‘지오’야. 당분간 같이 지낼테니 이름 정도는 외워 둬.”

 

남자가 소요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구에서 쓰는 인사법 중 하나로 ‘악수’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소요도 천천히 지오의 손을 맞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비슷한 행성끼리 행성연합을 맺어서인가… 웃는 게 꼭 지구인같네."

 

"당신도 로오라인과 비슷하게 생겼어요."

지오의 평가에 소요가 응수했다.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지구인중심적인 이야길했는지 깨달은 지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러나 사과는 없었다. 소요는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지오의 무례함을 지적하진 않았다. 어차피 몸만 얻으면 다신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 행성도, 아마 평생 다시 방문하진 않겠지. 소요는 어서 추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에 상담할 때 설명했듯이 몸을 만드는 데에는 적어도 세 달은 걸려. 로오라인에 대한 자료는 찾아 봤지만 궁금한 게 있으면 네게 물어봐야 하니 이 건물에 머물러야 할 테고. 뮤온을 구현할 방법은 이미 준비해 놨지만 혹시 모르니 프로토 타입으로 바디가 만들어지면 서너 번 시뮬레이션 해 볼 거고. 혹시 질문 있어?”

소요가 고개를 저었다. 수번을 연습한 지구식 제스처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보인 모양인지 지오는 아무 말도 없이 건물의 3층으로 소요를 안내했다.

“자, 여기가 네가 쓸 방이야.”

열린 방문 사이로 작지만 높은 천장을 가진 방이 보였다. 위로 길게 난 창틈으로 노을이 지고 있어 주황빛의 햇살이 방 한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이건 마음에 드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소요가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지오는 그런 소요의 뒷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인 뒤 문을 닫고 나갔다. 소요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노을을 보았다. 그것은 로오라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소요는 거대한 그리움이 자신에게 속절없이 밀려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것이 온전한 자신의 감정인지, 마고의 감정이 섞여 들어온 것인지 조금 고민했지만 이내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끝도 없이 석양을 바라보았다.

 

*

 

 

로오라의 사람들은 여섯번째 감각을 가지고 있다. 로오라인들은 그것을 뮤온이라고 칭했지만 다른 행성민들은 ‘꿈의 감각’이라고 불렀다. 로오라인들이 그 감각을 열면 그들은 세계 위에 덮힌 막과 그 너머의 의식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게 다른 별의 사람들이 듣기에는 마치 꿈을 꾸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로오라인들은 그 별명을 꽤 좋아했다. 로오라인들은 잠에 들어도 꿈을 꾸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로 다른 행성의 사람들이 말하는 꿈을 상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오라인들이 이해하는 세계는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물질세계 밖에 사는 존재를 알았다. 그리하여 그것을 기록하고 탐구했다. 로오라의 이 탐구는 전 우주에서 아주 유명했다. 아무도 로오라인의 감각과 그들의 탐구를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행성에는 로오라가 연구하는 대상에 대한 다른 이름이 있기 때문이었다.

 

신, 혹은 절대적인 운명. 그 의식 자체가 우주이자 모든 것이라는 로오라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성은 적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낭만이 되었다.

 

[로오라의 사람들은 신을 볼 수 있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여섯 번째 감각으로 그 거대한 의식을 느낄 수 있대.]

 

모두 그것을 선망했다. 그들은 깨어있으면서 동시에 꿈을 꾸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단 한 곳, 지구만은 달랐다. 모든 지구인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지구의 많은 과학자들은 로오라의 뮤온을 믿지 않았고 다른 지구인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면 그들이 말하는 것들이 수많은 점술가들이나 무당들이 하는 얘기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논리가 없는 것을 지구인들은 믿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과학을 믿을 뿐이었다. 당시 지구의 과학은 모두 물질중심적이었다. 기계나 로봇을 발명하고, 우주를 물리적으로 계산하는 시대였던 것이다. 그런 지구인 과학자들은 언제나 명확한 답을 요구했다. 그에 비해 로오라의 탐구자들은 같은 질문에도 매번 다른 답을 했다. 왜 답이 계속 바뀌냐는 지구인들과 의식이란 원래 그렇게 다층적으로 존재하여 명확히 고정 되지 못하는 답이라고 말하는 로오라인들의 다툼은 제법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 논쟁은 결국 지구의 과학계가 뮤온의 존재를 인정하되 믿지는 않는 것으로 분류했을 때 비로서 끝이 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지구의 과학자들이 그런 입장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개인의 의견은 서로에게 제대로 전달 되지 않았다. 남은 것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뿐이었다. 두 행성은 이후 더 이상 학문적인 교류를 하지 않았다. 소요는 그 일을 겪은 탐구자였다. 따라서 소요는 지구에 오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에겐 몸이 필요했다. 병에 걸리지도, 늙지도 않는 그런 몸. 영원을 살 수 있는 몸. 그것이 소요 자신이 물려 받은 유일한 유산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꿈의 감각. 뮤온에 로오라인들이 사랑하는 별명을 붙여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인들이었다.

 

*

 

소요와 지오는 며칠간의 동거로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피곤하게 만드는지 배울 수 있었다. 둘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 소요는 지구에 온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가시가 서 있었고, 애초에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에 비해 지오는 말이 많았고, 소요가 느끼기엔 다소 산만했으며 정신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둘은 서로가 다르다는 걸 눈치 챘으므로 최대한 부딪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소요는 지오가 몸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하면 끝이었기 때문에 그의 기분이 상하지 않길 바라야 했다. 하지만 둘의 이런 조심스러운 관계는 한달을 채 가지 못했다. 아예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모를까, 소요의 몸을 만들기 위해선 그의 정보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물론 다른 여러 방법도 있었지만 대화가 빠지기 어려웠으므로 둘은 부딪힐 수 밖엔 없었다. 그래도 그동안은 한 명이 물러나는 식으로 상황을 무마해왔다. 그리고 그 날은 어느쪽도 물러 나지 않았을 뿐이다.

 

“영체를 신청한 이유가 원래의 몸이 망가져서라고 했지?”

 

지오가 여느때처럼 차트를 정리하며 질문을 던졌다.

 

“네.”

 

“몸의 손상도는 크게 문제 없는 것 같은데… 체력이 약하다는 것 외엔 장기쪽도 문제 없고. 어디가 아프다는 거야?”

 

“그것까지 알아야 하나요?”

 

“당연하지.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데. 영체는 모든 사람이 같은 모델을 갖는 게 아니야. 원래의 몸을 바탕으로 디자인 되는 거지.”

 

지오는 더 이상의 질문을 받고 싶지 않는다는 듯 딱잘라 설명을 마치고는 책상을 톡톡 쳤다.그런 지오의 태도에 소요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꾸욱 참고 짧게 답했다.

 

“뮤온 때문이에요.”

 

지오가 고개를 올려 소요를 쳐다보았다. 뮤온 때문이라니. 로오라인에게 뮤온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지오의 질문에 소요는 입술을 물었다.

 

“네. 로오라의 모든 생명체들이 뮤온을 가지고 있고, 문제 없이 사용하지만 어떤 개체들은 그것을 감당할 수 없거든요. 뮤온은 다른 감각들과는 달라요. 잃을 수 없죠. 뮤온을 잃는다는 건 죽는다는 의미에요. 그러니까 살아있는 한 로오라의 생명체들은 뮤온을 열 수 있죠. 하지만 그걸 견디지 못하는 나같은 존재들은, 보통은 태어나지 못하거든요. 태어나기 전에 죽어요. 뭐, 인류중엔 저희 세대엔 저 하나뿐일 정도로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요.”

 

소요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병원에 갇혀 지내야 했던 나날들, 다행히 자라면서 몸은 많이 회복 되었지만 나약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탐구자가 됐네.”

 

지오가 툭하고 내뱉은 말에 소요가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요?”

 

차가운 소요의 목소리에 지오는 금세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

 

“아니, 미안. 내가 잘못 말했어.”

 

“뭘 잘못 말했는데요? 당신은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있는 사람은 탐구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어.”

 

“그럼 뭔데요.”

 

지오는 얼굴을 쓸어 내리며 웅얼거렸다.

 

“난 그저, 로오라가 부러워서 그랬던 거야.”

 

“그걸 변명이라고…”

 

“변명 아니야. 로오라는 그런데에 차별이 없다고 책에서 읽었단 말이야. 지구는 ‘평범’이라는 기준을 정해두고 그 기준을 벗어나면 자격을 박탈시킨다고. 물론 그건 불공평하니까 겉으로는 모두 자격이 있다고 얘기는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쉽게 제외 되거든. 만약 대중의 기준에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어떤 자격을 얻게 되면 그 사람의 능력을 의심받게 되기도 해. 그래서 그랬던 거야. 네가 탐구자가 ‘됐다’는 게 아니라, 그런 거 아무 신경 쓰지 않는 로오라가 부러워서.”

 

지오가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물론, 나는 네가 아니니까… 실제로 로오라가 어땠는지, 네가 탐구자가 되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내가 말을 이상하게 했어. 미안해.”

 

소요는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지오의 사과를 받아주며 입을 열었다.

 

“아녜요. 저도 너무 예민하게 받아 들였어요. 지구 과학자들이랑 예전에 언쟁이 있었거든요. 우리쪽 탐구자들이랑 지구의 과학자들이 사이가 안 좋았던 건 전 우주에서 다 알잖아요. 아무튼 사람들을 싸잡아서 생각하면 안되는데 그 사람들때문에 지구인에 대해 제가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다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오가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소요는 지오가 그런 식으로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어떤 감정도 묻어있지 않은 미소였고, 기뻐할 때 자연히 나오는 그런 표정이었다. 소요는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와 감정을 나눠 본 게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깨달았다.

 

“참, 내일은 아직 프로토타입이지만 영체랑 네 정신을 연결해 볼거야. 연결한 다음 오류를 잡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는 계속 제공해 줘야해.”

 

“알겠어요.”

 

“드디어 첫 시작이네. 오늘은 푹 자두는 게 좋을 거야.”

 

소요는 손을 흔들며 작업장을 나서는 지오를 향해 주먹을 두어번 쥐었다 폈다. 로오라식 인사였지만 지오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미 아는 것처럼 미소를 띈 얼굴로 방 안으로 사라졌다.

 

*

 

그 다음날부터 둘은 서로가 놀랄정도로 문제 없이 지내게 되었다.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의 영체는 소요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었다. 점차 뼈대 위로 살이 붙었고, 형태가 잡혀 갔다. 그 모습을 보던 소요는 지구인들이 물건을 사들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물건은 자신을 대체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적어도 그렇게 느끼게 한다. 따라서 물건의 값이나 가치가 높을 수록 자신 역시 그런 사람이 된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물질 세계에 기반을 둔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 한다. 소요는 자신의 몸을 대체할 인공 몸체를 쓰다듬었다.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지오의 설명에 따르면 메모리 아이언을 사용한 이 몸은 어떤 폭발에 휘말려도 다시 복구가 가능했고,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 떨어져도 자가 발전 시스템 덕분에 멈추거나 고장나는 일이 없었다. 이것만 있다면 소요는 계속해서 탐구를 진행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몸이 정말로 영원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로오라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다른 행성을 찾거나 이 탐구를 뮤온 없이도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만 버텨만 준다면 충분했다. 그렇다면 이 탐구를 이어가줄 사람들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소요는 아주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쁨은 불청객과 함께 일주일도 되지 않아 사라졌다.

 

“로오라의 유일한 생존자로써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우주난민센터의 도움으로 소요를 괴롭힐 만한 기자들은 대부분 그의 행적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지구인 기자는 지오의 스튜디오까지 소요를 추적해 들어왔다. 그는 아주 무례했고, 집요하게 소요를 쫒아 다니면서 로오라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알아내고자 노력했다. 소요는 정중하게 인터뷰를 거절했으나 기자는 굴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자가 소요를 쫒아다닌지 사흘이 지났고, 마침내 소요가 로오라의 온갖 욕설을 다 끌고와 내질렀을 때쯤 이 일은 더욱 꼬이기 시작했다. 기자가 자신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것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전에 인터뷰에 응해달라며 소요를 협박했던 것이다. 지구의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소요는 매우 당황할 수 밖엔 없었다. 정말로 기자가 소요를 고소한다면 영체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던 것이다. 그 모습을 발견한 지오가 기자에게 다가올 때까지 소요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지오는 무슨일인지 묻고 소요의 떨리는 등을 쓰다듬어 준 다음 기자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쪽이야 말로 남의 사업장에 몰래 들어와서 사람이나 협박해 놓고 고소하겠다는 말이 나와? 역으로 고소 당하기 싫으면 나가는 게 좋을 텐데.”

 

그러나 기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오를 무시하고는 소요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는 로오라에 대한 온 우주의 관심이 상당하다면서 소요를 설득하려 들었다. 모두 알 권리가 있지 않냐는 기자의 말을 무례하기 짝이 없었지만 소요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화가 나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지오가 남자를 막아 섰다. 그리고는 소요가 단 한번도 듣지 못한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남자의 말을 받아치기 시작했다. 욕은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지만 차라리 욕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소요는 지오가 마치 작은 폭탄 같다고 생각했다. 기자는 점점 뒷걸음질 치더니 어느새 밖으로 쫓겨났다.

 

“괜찮아?”

 

현관을 닫으며 지오가 물었다. 소요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요를 보며 지오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나중에서야 소요는 지오가 우주난민센터에 연락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센터에서 정확히는 알 수 없는 어떤 조치를 취한 덕분에 그 기자가 더 이상 자신을 찾아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알았다.

 

다음날 지오는 소요를 도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밖은 도시와 달리 숲이 울창했다. 소요는 자신이 꼭 로오라에 돌아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라는 나무는 달랐지만, 도시에 비하면 숲은 소요가 거주했다 로오라의 콜로니와 많이 닮아 있었다. 소요는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저희 어디 가는 거에요?

 

“강에 갈거야.”

 

“여기에도 강이 있나요?”

 

“당연하지.”

 

소요가 소리내 웃었다.

 

“강에는 왜 가요?”

 

“연어 보러.”

 

“연어요?”

 

“응. 지구의 어류인데, 지금은 연어의 산란기라 알을 낳으려고 여기로 돌아오거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모습이 꽤 멋있어.”

 

소요는 지오의 팔을 잡아 끌었다.

 

잠시 뒤 도착한 강에서 소요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 앞에 포토우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실제로는 연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지만, 물살을 이겨내며 강 상류로 올라가는 그 생명체는 로오라의 고유종인 포토우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나는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 쏟아지는 고난에도 저렇게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잖아.”

 

소요는 지오가 자신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 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마 지오는 소요가 연어의 강인함을 보면서 기운을 차리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소요는 다른 의미의 위로를 받았다. 그는 포토우를 설명했을 때 그 동물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잃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제 다른 별에도 포토우와 비슷한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희 고향에선 포토우가 살아요. 연어랑 비슷하게 생긴 어종이에요. 그리고 포토우는 로오라에서 그 자체로 고난을 상징하죠.”

 

“난 그런 의미로 보여주려고 했던 게 아닌데… 미안.”

 

지오의 눈썹이 팔자로 내려갔다. 그는 로오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채로 실수 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 고마워서요. 포토우와 같은 습성을 가진 동물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기뻐요.”

 

물살을 거스르는 포토우의 모습을 로오라인들은 가엽게 여겼다. 하지만 여기선 달랐다. 흐르는 강물과 반대로 나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희망적이었던 것이다. 연어와 포토우는 분명 다른 생명체였다. 그러나 지구인이 로오라에서 포토우를 보더라도 그들은 아마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포토우는 더 이상 고난의 상징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온 둘은 연어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나서는 다른 지구 동물들과 지구 그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로오라에 대한 이야기는 나왔지만 금세 들어갔다. 지오는 소요가 로오라를 언급하는 걸 불편해 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 이후로 둘의 사이는 더 없이 좋아졌다. 따로하던 식사도 함께 했고, 지오가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여가시간도 함께 보냈다. 영체 역시 차질없이 만들어졌다. 소요는 모든 것을 낙관했다. 지구에 오고서 처음으로 느껴본 안정감이었다.

 

*

 

영체를 만드는 것은 소요의 생각 이상으로 오래 걸렸기 때문에 그는 남는 시간동안 마고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소요의 부탁으로 지오는 소요가 필요하다는 서적들을 구해주었다. 하지만 더 나은 탐구를 진행하기 위해서 소요는 지구의 학술지를 뒤져보기로 했다. 지구가 로오라의 탐구를 믿지 않기로 하면서부터는 로오라에 대한 논문이나 인터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그 이전에 쓰여진 자료는 아직 남아 있었다. 때문에 소요는 십년도 더 된 자료들과 기사를 검토해야만 했다. 그런 소요가 <영체 프로젝트>와 지오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뮤온에 관한 기사를 보던 중 알고리듬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 된 영체 연구에 관한 기사를 추천해 준 것이다. 소요는 저도 모르게 기사들을 하나 둘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영체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당시 가장 주목받던 기계공학자인 수아였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라고 불렸고, 그런 찬사에 전혀 기죽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그녀의 기술은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기계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런 수아가 영화에나 나올법한 영원의 몸을 만들기로 마음 먹은 것은 친구의 죽음을 겪고 나서였다. 사람들은 그녀가 친구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유한함에 대한 공포를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소문에 불과했지만 어느순간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는데, 수아가 보육원에서 친구의 아들인 지오를 입양해 제자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유한하지만, 다음 세대를 남김으로써 영원해진다. 그 사실을 믿기 위해 친구의 아들을 맡은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이후 방송에 출현한 수아는 친구의 부탁으로 지오를 입양했다고 답했다. 오랫동안 봐왔던 아이였기 때문에 자신이 돌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 수아의 생각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지오의 능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입양을 한 것을 넘어 제자로 삼는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대중은 믿었다. 수아는 이 이야기를 무척 싫어했다. 지오의 능력은 물론 빼어났다. 또래는 물론이고, 다른 기계공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능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수아를 잇는 영재였고, 우수한 재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지오를 제자로 삼은 이유로 여겨지는 것은 지오에게 잔인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과 같았다. 그 잣대를 만족하지 못한다면 지오에게 분명 비난이 쏟아질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정말로 지오의 능력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그의 출신에 모든 눈길을 쏟았다. 고아인 지오가 수아의 선택을 받은 것은 능력 때문이 아니라 친구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는 매우 커다란 모순이었지만, 어떤 방향으로 지오를 보든 대중이 그를 공격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아의 제자가 되고 싶어했기때문에 지오가 제자가 된 것을 아니꼽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수아의 도움으로 다행히 지오는 그런 소문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정신 깊숙한 곳은 이미 난도질 당했다.

 

한편 연구는 지오가 수아에게 입양 된 뒤로 7년간 지속 되었고, 둘은 영체의 골격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실제 사람의 정신을 영체에 이식하는 것만을 앞두고 있었을 무렵, 수아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녀는 의식을 잃었고, 빠르게 죽어갔다. 소식을 들은 지오는 수아의 정신을 만들어진 영체 안에 입력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아주 잠시동안은.

 

영체 안에서 깨어난 수아는 제법 긴 시간을 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영체 기술은 완벽하게 완성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정신과 정확하게 맞물리지는 못했다. 지오는 쏟아지는 오류에 대응했지만 결국 수아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지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자랑스럽다는 것이었다. 그 한마디를 내 뱉은 것도 지오의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이었지만 그 사실은 그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 뒤로 지오는 수아의 유일한 제자라는 타이틀 위에 버텨나가야 했다. 그러기위해서는 그전까지의 모습과는 달라져야 했다. 지오는 더 이상 유약하지 않았고, 수아의 연구를 이어나가 마침내 영체를 완성시켰다.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을 발전시킨 것 또한 지오였다. 그는 기술을 사겠다는 대기업들을 모두 무르고 수아와 함께 지냈던 작업실을 보수해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세웠다. 그를 거쳐 영체를 얻은 4명의 사람들이었고, 그 중 누구도 매체에 나서지 않았기때문에 영체는 비밀스러운 기술이 되었다.

 

[만약 대중의 기준에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어떤 자격을 얻게 되면 그 사람의 능력을 의심받게 되기도 해.]

 

소요는 지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게 어떤 배경에서 나온 말인지 알게 되자 기분이 이상했다. 로오라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뮤온 덕분이었다. 뮤온을 통하면 세상은 하나로 보였다. 모든 의식은 한 곳에서 태어난 한 곳으로 사라지고, 그 앞에서는 더 잘난 사람도 더 부족한 사람도 없었다. 소요는 탐구자가 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고, 그것만으로 훌륭한 자격을 얻었다.

 

그는 자신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을 지오에게 알려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남의 상처를 들추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소요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영체는 이제 충분히 완성 된 기술이었다. 이미 몇 번의 리허설을 해 보았고, 그 기계 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잘 움직여주었으니 덧 붙일 이야기는 없었다. 이제 며칠 후면 그는 새롭고 튼튼한 몸을 얻게 될 것이다. 그거면 충분했다.

 

*

 

“뭔가 잘못 됐어요.”

 

완성 된 몸에 들어선 소요가 중얼 거렸다.

 

“어디 불편한 곳 있어?”

 

“의식들이… 안 보여요.”

 

소요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는 다시 한번 의식을 향해 감각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른 감각들은 멀쩡한데, 뮤온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패닉에 빠진 소요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아 얼굴을 감쌌다.

 

“안 보인다니? 리허설 해봤을 땐 아무 문제 없었잖아? 그때도 이 몸에 정신을 이식 했던 건데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달라진 게 없잖아.”

 

지오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다가와 소요의 두 팔을 마주 잡았다. 소요는 그것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그걸 나한테 묻는 건가요?”

 

“미안.”

 

지오가 짧게 사과하고는 소요의 몸을 컴퓨터와 연결시켰다. 그는 뮤온을 구현하는 장치에 오류가 잡히는지 확인했으나 소요의 새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뮤온은 열리고 있었으나 소요는 의식을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리허설 때랑 달라진 건 정신을 완전히 옮긴 것 뿐인데…”

 

지오는 리허설을 되뇌어보았다. 소요의 원래 몸에 전극을 심고 기계 몸을 움직이는 것은 가능했다. 기계 몸을 다른 방으로 옮겨서 원래 신체와 완전히 차단시켰을 때 기계몸에서 보는 것, 듣는 것, 움직이는 것 모두 제대로 반응했고, 그 방에서만 보이는 의식들을 소요는 분명히 목격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원래 몸에서 기계몸으로 옮겼을 뿐인데 뮤온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지오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로오라의 여섯번째 감각. 그것은 지오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다른 방법이 있겠죠? 지금 무슨 문제가 일어난 것 같은데…”

 

소요가 몸을 일으키며 자신에게 연결 된 선을 뽑았다. 지오는 상황을 정리하여 소요에게 알려주며 선을 다시 연결하려했지만 소요가 이를 막아세웠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지구인인 당신으로써는 무슨 문제인지 알 수 없다는 거야?”

 

소요의 물음에 지오가 눈알을 굴렸다. 소요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지구인이 로오라의 몸을 이해할 리가 없는데...”

 

소요가 중얼거렸다. 순식간에 공기가 얼어붙었고, 소요는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모든 것이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지오와 쌓았던 신뢰가 한번에 무너졌다. 왜 처음부터 그런 이야길 하지 않은 것인지 소요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 지오 역시 영체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거기에는 함정이 있었던 것이다. 영원의 몸을 만드는 것은 지구인이다. 여섯번째 감각이 없는, 마고와는 완전히 단절 된 의식체들.

 

“당신이 그랬잖아. 이 몸으로 옮겨도 내 감각은 멀쩡할 거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거지?”

 

지오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소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 소요는 짜증이 치밀었다. 무언가 잘못된 거라면 엔지니어인 지오의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게 소요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소요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몸. 내 진짜 몸, 아직 폐기 안 됐죠?”

 

소요의 물음에 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기로 돌아갈래요.”

 

“그럴 수 없어.”

 

“네?”

 

“처음에 설명 했듯이 한 번 이 몸으로 옮기고 나면 되돌아가는 건 어려워. 정신을 옮기면 몸은 죽으니까. 그건 동의 했던 거였잖아. 게다가 당신의 몸은…”

 

“그건 알면서 내 감각이 사라질 건 몰랐다고?”

 

소요가 다그치자 지오는 고개를 떨궜다.

 

“당신 기술이 불완전해서 그래.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기 스승도 못 살렸다는 걸 알았을 때 그만 뒀어야 했어.”

 

소요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오를 쳐다보았다.

 

“그걸 어떻게…”

 

“기사에서 읽었으니까. 기업에서 기술을 사겠다고 한 걸 모두 거절했다고… 그건 자신의 기술이 불완전하기 때문 아니야?”

 

“아냐! 기술은 이제 완벽해. 스승님은 그저…”

 

그대로 입을 다문 지오의 얼굴은 충격에 일그러져 있었다. 지오가 유일하게 믿는 것은 그의 기술이었으니 그걸 부정하는 건 지오를 부정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오는 소요가 스승에 대한 일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의 얼굴엔 절망이 가득 비쳤다. 하지만 소요는 그것에 신경쓸 여유따윈 없었다. 소요는 그저, 그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지구인들은 이럴 때 모든 게 꿈이길 기도한다고 했다. 하지만 소요는 로오라인이었으므로 꿈은 존재하지 않았다. 잠이 들면 어둠 뿐, 눈을 떠야만 꿈을 꿀 수 있었다. 소요는 달리기 시작했다. 방향은 알지 못했다. 의식을 볼 수 없는 머리 위로는 어두운 하늘 사이 누구나 볼 수 있을 만큼 눈부신 광고들이 빛나고 있었다. 소요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는 끔찍한 기분에 파묻혀 시가지를 내달렸다.

 

*

 

한참을 달린 소요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구역의 작은 골목에 주저앉았다. 골목은 어두웠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는 문득 로오라를 떠나 연구를 위해 로오라의 위성인 추로 향했던 날을 떠올렸다.

 

[소요, 이걸 꼭 기억하도록 해. 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거대한 의식이 사랑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 없고 하찮은 자그마한 먼지 한오라기라는 것을. 그러나 그 먼지를 사랑하는 마고의 마음은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하단다. 그것만으로 그 먼지는 이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지. 이 진리를 잊지마렴.]

 

소요가 처음 추의 연구소에 도착했을 때 한 선배가 그에게 해준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요가 생각한 것은 가장 전지전능하다고 여겨지는 마고조차도 그녀가 원하는 것을 곁에 둘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마고는 상실의 고통안에 온전히 머물러야만 했다. 소요는 원하는 것이란 절대 가질 수 없는 게 아닌지, 그리하여 영원히 원할 수밖에는 없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마고란 무엇인가. 우리의 의식은 도대체 무엇인가. 소요는 고개를 들어 온 우주에 가득찬 아지랑이를 보았다. 의식의 움직임들. 그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형상들은 대기가 있는 로오라에서 관찰되는 의식들보다 더 거대하고 또렷했다. 이 모든 것을 완벽히 이해하는 탐구자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요는 그런 탐구자가 되고 싶었다. 그는 몰려오는 졸음을 맞이하며 깊은 잠에 들었다. 그것이 소요가 추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밤이었다.

 

“그때로 돌아가면 좋을텐데.”

 

소요는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소요는 정말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 소망을 빌어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마음은 안정을 찾아갔다. 마음이 가라앉자 소요는 상황을 되뇌어 보았다. 이 모든 것은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일이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삶에는 언제나 시련이 함께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은 절대로 이겨낼 수 없는 것도 있다. 만약에 지오가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소요는 자신이 이미 이 상황을 모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몰려오는 절망 속에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추에 도착했던 날, 그때로 돌아간다면 소요는 자신이 어쩌면 다른 로오라인들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두려워졌다. 소요는 무릎을 꽉 껴 안으며 고개를 숙였다. 지오에게 화를 냈던 것은 소요 입장에서는 물론 타당한 일이었을 것이다. 뮤온을 잃은 것은 마고를 탐구하기 원하는 소요에게는 너무나 치명적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분노 너머에 잠들어 있던 절망은 로오라가 사라지던 그 순간부터 소요의 정신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소요는 너무 지쳐있었다.

 

똑똑.

 

그때 소요의 머리 위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소요가 고개를 들자 그 곳에는 지오가 서있다.

 

“괜찮아?”

 

지오의 걱정어린 목소리에 소요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를 내쫓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오는 허리를 숙여 소요와 시선을 맞췄다.

 

“뮤온은 여전히 열리지 않아?”

 

“네.”

 

“미안해.”

 

지오가 사과했다. 소요는 고개를 젓고는 입을 열었다.

 

“나도 미안해요. 스승님 일 말에요. 아무리 화가 났어도 남의 상처를 그렇게 들추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아냐. 당신은 탐구를 위해 그 몸이 필요했던 건데, 뮤온을 잃었으니까. 다 내 잘못인걸.”

 

소요는 지오가 얼마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숨기려 하는 듯 했지만 지오의 목소리가 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요는 이 모든 것의 원인을 되짚어 보았다. 만약 로오라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만약 자신이 마고를 탐구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애초에 로오라인에게 여섯번째 감각이 없었다면,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았을까?

 

“꼭 당신 잘못만은 아니에요. 물론 이 몸에 관해선 당신이 책임을 져야겠지만… 내 원래 몸은 어차피 죽어가고 있었잖아요.”

 

소요는 팔을 뻗었다. 어떤 통증도 없는 몸. 한편으로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로오라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이 탐구를 계속 진행했을 테니 이렇게까지 목숨에 집착할 필요도 없었겠죠. 그저 탐구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했을 거에요. 하지만 로오라에서 살아난 사람은 오직 저뿐잖아요. 그게 내가 가진 문제의 근본이죠.”

 

소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로오라의 비극]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나요?”

 

“로오라인들은 뮤온을 통해 자신들이 죽을 것을 알고 운명에 순응했기 때문에 멸종했다는 이야기?”

 

“맞아요.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죠. 유일한 생존자인 제가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그 일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영영 사라지게 될 거라고 믿었어요. 그러면 내 고통도 모두 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로오라에서는 ‘나투’라는 단어가 있어요. 나투는 무언가를 잃고서 사람이 괜찮아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해요. 지구에서는 여섯 달 정도 되는 시간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죠. 로오라가 사라진지 나투가 훨씬 지났고 그 동안 내가 깨달은 건 이거에요. 내가 로오라에서 일어난 사건을 나 혼자만 간직하고 있으면 결국 나만 파괴되는 거라는 거요.”

 

지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요는 지오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계속 미안하다고 느낀다면 대신 제 이야길 들어주실래요?”

 

로오라의 멸망기에요. 소요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로오라의 사람들은 쫓을 수 없는 것을 쫓고 기록하여 나누는 일을 사랑했어요. 다른 행성의 사람들이 하늘에 떠있는 별을 궁금해하듯이 우리 역시 생명들에게서 태어나는 의식을 궁금해 했죠. 뮤온을 열고 본 세상은 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그 의식들 끝에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그 존재에게 마고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사실 이 점은 불명확한데, 원래 그녀의 이름이 마고여서 우리가 자연히 그 이름을 붙이게 된 건지, 정말로 우리가 지어준건지 알 수 없거든요. 그정도로 우리들은 마고와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로오라에선 태어날때부터 마고를 알고 있죠. 그리고 우리는 마고가 무엇인지 탐구하기로 했어요.

 

마고를 탐구하는 탐구소는 추에 위치했는데, 아시다시피 추는 로오라의 위성이죠. 우리가 거기에서 탐구를 진행하는 이유는 추에 대기가 없기 때문이에요. 우주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있으니까요. 저는 탐구원이 되기 위해 로오라에서 공부를 하다 탐구소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처음에 가족들은 절 걱정했어요. 저는 몸이 약했으니까요. 하지만 뮤온을 쓴다고 몸이 더 나빠지는 건 아니었고, 추에는 탐구소 주변에 작은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 치료를 지속 할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원하는대로 추로 갈 수 있게 되었죠. 본격적으로 탐구를 시작 할 수 있게 된 거에요. 몇 년은 즐거웠어요. 마고에 대한 탐구는 워낙 고대부터 진행 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익히는데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지만 저는 제 동기들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서 정식으로 탐구자가 될 수 있었죠. 제 몸은 로오라에 있을 때보다 더 나아졌어요. 행복한 날들이었죠.

 

그러다 그 날이 왔어요.

 

그 날, 우리는 로오라로 다가오는 거대한 혜성을 알 수 있었어요. 그 혜성이 로오라를 완전히 파괴할 것도 알고 있었죠. 지구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어요. 지구에선 그 일 이후에도 살아남은 생명들이 있었지만 로오라는 그럴 수 없었거든요. 우리는 이미 그걸 알고 있었어요. 어떤 수치나 계산에 의해 알게 된 게 아니에요. 뮤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죠. 다른 행성에서는 이런 걸 예언이라고 생각하겠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본 거니까. 그래요. 우리는 로오라의 미래를 알 수 있었어요. 그 어느때보다 선명하게요. 예언은 우리에게도 일상적인 것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우리들은 이 비극이 비극으로 끝날것임을 알았죠.

 

로오라는 멸망한다. 지금부터 탈출선을 만든다해도 혜성이 떨어질 때가진 완성되지 못할것이며, 도움을 요청해도 우주연합은 운석이 떨어지는 것보다 늦게 도착할 것이다. 결국 로오라의 모든 생명들은 먼지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걸 알았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을 포기했어요. 포식자에게 목이 물려 죽어가는 모든 피식자처럼 로오라에겐 더 이상 삶의 의지가 없었죠. 뮤온이 없었다면, 그랬다면 달랐을지도 몰라요. 죽기 전까지 몸부림이라도 쳐봤을 거에요. 방법을 찾았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우리는 그럴 수 없었어요. 이건 아무리 설명해도 잘 전해지지 않을 거에요. 벗어날 수 없다는 확신이 우리의 의지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의 정신을 채워나갔어요. 우리는 그저 우리의 멸망을 받아들일 뿐이었죠.

 

하지만 추에 있던 탐구원들은 살 수 있었어요. 추는 당시 혜성이 떨어질 부분과 정반대에 위치해 있었거든요. 물론 로오라에 혜성이 떨어지면서 생길 여러 문제 중 일부는 추에도 영향을 미칠테지만 그리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를 제외한 탐구원들은 로오라로 돌아갔죠. 가족과 친구들 품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거에요. 탐구원들은 마지막 순간에 사랑을 택했어요.

 

하지만 저는 달랐어요. 저는 추에서 로오라로 돌아가지 않았죠. 우주난민센터에 구조요청을 구했고 구조가 오기 전까지 탐구소 밖을 나가지 않았어요. 살기위해서 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어요. 하지만 사실은 사라지고 싶었어요. 안식에 몸을 기대고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죠. 그러나 나는 내 탐구를 사랑해요. 나마저 사라진다면 누가 남아 마고를 탐구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도저히 죽을 수 없었어요. 왜 내게만 그런 생각이 든 건지는 모르겠어요. 마고의 의지였을지도 모르죠. 나는 죽음을 원하는 내 마음을 애써 누르고 버텨서 마침내 구조됐어요. 구조선을 타고 내려다본 불타는 로오라는 더 이상 내가 알던 아름다운 별이 아니었죠.

 

우주난민센터에 들어갔을 때 헬퍼들이 저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왜 로오라의 사람들은 추로 피신하지 않았느냐고.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이제 영원히 이해 받지 못할 것을 깨달았어요. 그 질문을 하는 것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니까요. 왜 죽음을 받아들였는지, 왜 나만 살아남았는지, 이 우주 전역에 펼쳐진 의식들이 대체 무엇인지, 마고는 또 무엇인지… 아무도 몰라요. 그건 언어로 전할 수 없는 거에요. 탐구서를 썼지만 그건 원래 로오라 내부에서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서에요. 타행성에서 우리의 탐구서를 보면 물론 어떤 부분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뮤온 없이는 한계가 있죠. 마고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비유되는 것처럼요.

 

그리고 전 제 몸이 오래가지 않을 걸 알았어요. 그렇다면 이 운명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해 봐야했죠. 그건 정말 로오라인답지 않았어요. 운명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다니 말에요. 하지만 나는 정말로 마고를 알아내길 원해요. 이 세상의 진실을 알고 싶어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알고 싶어요.”

 

소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지오는 소요에게 다가섰다.

 

“이 몸에 뮤온을 구현 할 방법을 찾아보자.”

 

지오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소요는 자신이 없었다. 앞 뒤가 완전히 막힌 통로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소요를 뒤 덮고 있었다.

 

“찾을 수 없을 거에요. 불가능해요.”

 

“왜? 내가 마고를 이해 할 수 없는 지구인이어서?”

 

“그게 아니라…”

 

무엇이 문제일까. 소요는 생각했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뒤덮고 있었다. 뮤온을 잃은 그는 이 생각이 옳은 것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지구에도 신이 있어. 저마다 믿는 신은 다르지만 신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그리고 스승님은 신을 믿었어.”

 

지오가 소요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스승님은 우리 엄마가 죽은 이후로 죽음을 두려워 했어. 물질의 유한함을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계속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까? 아니, 스승님은 영체를 만들었어. 기사를 읽었다면 영체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었을 거야. 다들 스승님이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 기술을 연구한다고 믿었지. 이래서 내가 기자들을 싫어한다니까. 모든 기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매스컴에 비춰지는 인생은 늘 극단적이잖아.”

 

“그건 그래요.”

 

소요가 두 손으로 눈물을 쓸어 내렸다. 지오는 소요의 기분이 나아졌다는 것을 느꼈는지 안도의 한 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스승님이 영체를 만든 이유는 그게 아니야. 스승님은, 늘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지. 신이 있는 한 인간에겐 늘 한계와 절망이 주어진다고. 신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무력한 존재라고 말이야. 그리고 그 가운데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포기하지 않는 거라셨어. 그래서 그 몸을 만든 거야. 죽음을 두려워만 하는 게 싫어서, 그 절망에 파묻히지 않고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그 말씀은 옳았어. 스승님이 돌아가시고나서 나 역시 죽음이 너무나 두려웠거든. 심지어 영원의 몸을 연구했는데도 그랬어. 그게 사실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사람들이 내게 가지는 편견이나 소문도 견뎌야했고. 내가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거 혹시 알아?”

 

지오의 질문에 소요는 조용한 목소리로 기사에서 읽었다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 하지 않기로 했어. 결국 그 기술을 완성했지. 그것이 영원히 갈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 몸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고칠 수 있게 평생을 보완해 나가기로 마음 먹은 거야.”

 

소요는 지오가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뮤온이 없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는 희망과 기대는 자신의 소망과 닮아 있었다. 끝이 없는 시도를 해낼 것이라는 믿음. 운명을 믿는 게 아니라 자신을 믿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끔찍하고 저주스러운지 알면서도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도 뮤온을 구현해 보자. 우주는 넓잖아. 어딘가 방법이 있을 거야. 너는 탐구를 이어나가고 싶다며. 그럼 우리 한 번 해보자.”

 

어느새 지오의 손이 소요의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소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고를 상상했다. 수많은 형체로 존재하는 거대하고 외로운 신,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거대한 의식은 소요의 머릿속에서 명확하지 않은 형태로 계속 변해갔다. 소요는 어째서 그 신이 외로운지, 어떻게 그 미어지는 마음이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유기체들에게 옮겨 붙었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그 궁금증이 소요를 움직이게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영원히 알아낼 수 없는, 심지어는 정확히 무엇을 알아내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그 미지를 탐구하도록 말이다. 그는 동시에 마고에게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고가 사랑하는 먼지는 우주가 태어난지 수도 없는 시간이 흐르고도 마고의 손 안에 잡히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에게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니 소요는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좋아요.”

 

모두에게 한계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누군가는 로오라로 돌아갔던 추의 탐구자들을 어리석다고 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요는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용기였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었다. 더 없이 로오라인다운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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