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기분 나쁜 드와이트

2020.10.02 10:2310.02

1

 

하하하하.

 

2

 

드와이트 환은 13살 남성이다. 자상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드와이트를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했다. 아들이 나비처럼 찢겨 죽기라도 할까 봐, 늘 노심초사했으니까. 아무튼 밝은 사람들이었고 남들을 기분 좋게 하는 페로몬이 있었다. 항상 드와이트가 보는 곁에 있었던 까닭은 바로 그것이었으리라.

 

3

 

“알파, 놈들이 너를 쫓아가고 있다.”

그녀는 무전기에 대고 중얼거린다.

알고 있어.

드와이트 환은 생각하며 방향을 바꾼다.

밤이라는 양념을 한 스푼씩 타는 것처럼 하늘은 차차 어두워지고 있다.

해변에 거꾸로 찍어둔 발자국이 그에 대한 추격을 늦춰줄 것이다.

일부러 벗어둔 웃옷도 똑같은 역할을 하겠지.

“방심하지 마. 놈들은 프로야. 넌 아직 그들의 하얀 바지를 입고 있단 걸 기억해. 높은 곳에서 눈에 띄지 않도록 언제나 그늘 속에서 움직여.”

너무 가까이 다가온 사냥꾼에 의해 사냥당하는 일이 없도록, 목적지로부터 그를 도와주는 비밀스러운 무전이 계속된다.

사실 그런 건 없지만, 기왕 있었으면 그의 탈출이 좀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드와이트 환은 자기만의 놀이를 계속한다.

 

4

 

그의 세계에서는 원래 벽이 갈색이었다! 알다시피, 그건 나무와 흙의, 신장 2m 이하의 색깔이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드와이트는 낯익은 향수에 빠져들었고, 하하하, 해방감을 느꼈다. 참나무 껍질의 향긋한 냄새와 풀 밟히는 소리, 메뚜기가 폭죽처럼 뛰어오르고, 귀뚜라미가 울고, 녹색과 갈색의 파노라마가 360° 이어지는 장소. 이 광경에서 부조화스러운 것은 자신의 흰 바지뿐이었다. 하얀 세계는 드와이트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됐다. 그곳의 백색 소음은 또 다른 낯익음, 또 다른 무전파로 가득한 집을 보여주었으나, 드와이트는 이미 익숙하다는 이유로 순응하는 꼬맹이가 아니었다. 지금은 자기 삶을 둘러싼 법칙들을 완전히 깨닫고, 과감하게, 그리고 기꺼이, 스스로 적합한 세계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하.”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토록 오랜 시간, 오랜 수난이 필요했음에도, 깨달았다는 사실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준다.

 

5

 

드와이트 환의 눈앞에 번득이는 칼날이 놓여 있었다.

드와이트 환은 떨리는 눈동자로 그것을 응시했다. 이것은 나중의 여러 순간 그가 흥분하고 지쳤을 때, 반복하여 떠올리게 되는 인상적인 기억이다.

드와이트 환은 그때도 최면에 걸린 듯이 나이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자기를 향해 우주에서 쏟아지는 목소리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혼란스럽고,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애원하는 듯 가냘팠지만, 한편 굉장히 컸다. 그리고 너무 재빨라서 따라가기 버거웠다. 나중에는 머릿속에서 드와이트 자신의 되짚는 목소리와 겹쳐서, 말 그대로 머리에 고약한 쥐가 나는 줄 알았다.

드와이트 환은 자기가 파리가 된 것처럼 느꼈다. 개구리의 사정권 안에 든 파리. 온갖 겹눈 속 눈들을 총동원하여 개구리가 움직일 조짐을 알아내려고, 온몸과 온 날개를 긴장시킨 채로 붕붕거리는 벌레. 그렇지만 본능적으로 개구리가 더 빠르다는 걸, 뒤로 돌아 날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걸 알고 있으며, 그처럼 순식간에 붙잡혀 다른 우주로 떠나는 일이라면─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을까─ 하고 물끄러미 기다리고 있는 무기력한 화물이었다.

어머니가 드와이트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거의 직후, 아버지가 드와이트를 향해 달려오며 으르렁거렸다.

“이런 미친 새끼.”

 

6

 

머릿속에서 춤추는 아버지는 그녀의 아버지. 화란 영이 먼저 인사하러 왔을 때, 진작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 사람은 화란 영에게 병이 있다고 했었다. 어디가 아픈 건지 궁금해하며 드와이트는 화란 영의 새까만 머릿결을 빤히 쳐다보았다. 틀림없이 마음속에 병이 있을 거야. 드와이트는 생각했다. 그녀는 다리도 절지 않고 말도 더듬지 않고 배도 아파하지 않고 아무튼 멀쩡해 보였으니까. 자기 아빠처럼 머리가 빠지는 것도 아니었다. 제길! 왜 몰랐을까? 한 가지 의심할 만한 단서는 비밀이 많다는 점이었다. 화란 영은 비밀이 너무 많았다.

 

7

 

“간단해. 그 집 딸아이는 신경쇠약에 걸려 있어.”

드와이트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것도 유전인가?”

드와이트의 어머니가 못마땅하게 되물었다.

“아마 후천적인 증상일 거야. 간단한 문제야.”

“아까부터 뭐가 자꾸 ‘간단’하다는 거야?”

“당신이 그렇게 날을 세울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지.” 환 씨가 오른쪽 어깨를 으쓱했다.

“난 이제 ‘이웃집’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아. 아니면 이 동네에 뭐가 있는 건가?”

“38번지에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의 용도를 알면 당신 까무러치겠군.”

“38번지와 저기 2번지 사이에는 20km짜리 숲이 놓여 있어.” 어머니가 분개했다. “전혀 다른 문제잖아.”

“그래. 그러니까 120m 거리에 사는 우리 1번지 사람들이 그렇게 굴면 안 돼.”

“그렇게 굴면 안 된다고?”

“당신처럼 굴면.”

“이젠 이웃 사람들까지 챙기라는 거야?”

“여보, 최소한 그 화란이라는 애한테만큼은 잘해주라는 얘기야. 우리가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잖아.”

“무슨 시한폭탄을 달고 있는 것 같던데.”

“그걸 터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있지, 난 당신이 봉사 형식으로 누구한테 얼마나 친절을 베풀든 간섭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사실상 애 하나를 더 키우는 식이라면 용납할 수 없어.”

“화란은 스무 살이 훌쩍 넘었어, 드와이트 같은 애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더 문제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고 있지?”

“이미 늦었다는 거야?” 드와이트의 아버지는 자리를 피하면서 덧붙였다.

“아닐걸. 오늘 파티에서 나는 더 나아질 여지를 봤어.”

 

8

 

곁눈으로 숲이 활동사진처럼 지나쳐 가는 것을 본다. 귓가에서 울리는 자신의 소리와 추적자의 발걸음. 살인자의 단짝인 바이올린을 활용해 작곡한 OST. 반짝이는 호수. 웃음소리의 자취. 새벽의 온도와 춤추는 악마. “정지.” 그 광경은 물론 드와이트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불쌍한 절름발이 소년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조금 거친 손길이었다는 게 기분 나쁜 일이었지만. 그들은 드와이트를 새하얀 방에 가두었다. 피에 젖은 와이셔츠. 생활은 나쁘지 않았는데, 드와이트는 식당에서 TV를 볼 수 있었다. 아주 잘생긴 남자가 선상에서 낙지 조업에 대해 인터뷰받고 있었다. 그들은 드와이트 같은 사람을 많이 모아서 화물칸에 실어 놓고 있었다. 드와이트도 낙지였다. 바닥에서 흐느적거리는 것은 재미있었다. 하루 정도는. “이제 움직여도 좋다.” 화란 영의 무전.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조금 더 흐느적거리며 지내는 것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드와이트는 ‘선점당한’ 몸이었다. 그것도 화물이 아니라 승객으로서 맡은 자리가 있었다. 그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그가 남긴 발자국에 담긴 밤의 크기는 동일하게……

 

9

 

“TV가 재미있니?”

화란 영이 물었다. 그녀는 이 집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아주 재밌어요.”

화란 영에게 대답하며 드와이트는 발을 쭉 폈다. 어머니가 이사 오면서 TV를 갖다 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화란 영의 집까지 찾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머니가 집을 비웠을 때에 한해서. 아버지도 화란 영의 집에 간다고 하면 어련히 보고 싶었겠거니 하며 모른 척 보내 줬다. 드와이트 옆에는 화란 영의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영 아저씨는 대개 소파에 축 처져 앉아서, 멍청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찾아올 때마다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TV를 보고 있었다는 얘기는 확실치 않다. 입을 벌리고 다른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와이트가 채널을 바꿔도 되냐고 물어보면, 아저씨는 항상 허락해 주었다. 한 박자 늦은 고개 돌림과, 끔뻑거리는 눈, 그리고 “어─” 하는 평이하고도 중독성 있는 목소리로.

드와이트는 언젠가 아저씨를 만났을 때와 달리 온몸에 힘이 없는 모습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화란 영은 영 아저씨 곁에 붙어서 밥을 떠먹여 주거나, 약을 챙겨 주거나 했다. 한 번은 아저씨가 화란 영이 자리를 비운 틈에 불쑥 드와이트를 보고 말을 했는데, 자주 찾아와 달라, 뭐 그런 얘기였다. 심심한 화란 영과 자주 이야기를 해 달란 취지였다. 그래서 드와이트는 자주 찾아갔다. 화란 영이 워낙 훌륭한 청자였기 때문에, 드와이트는 이사 오기 전에 학교에서 기절한 얘기까지 다 해 버렸다.

물론 화란 영은 그 일로 소음을 일으키지 않았다. 드와이트 환이 겪기로 이것은 화란 영이 처음이었다. 드와이트는 그녀의 성정에 매우 만족했으며, 덩달아 그녀의 아버지인 영 아저씨에게도 이유 없는 호감을 갖게 되었다.

화란 영네를 방문하는 일은 언제나 드와이트 아버지의 마중으로 끝났다. 환 씨는 드와이트의 어머니가 돌아오기 전에 드와이트를 데리러 왔다. 한결같이 완전 범죄를 지원하는 조력자로서, 환 씨는 훌륭한 스파이와 같았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그의 패션은 가히 문어의 보호색에 버금가는 카무플라주라 할 만했다.

 

10

 

UFO에서 나는 소리를 알고 있는가. 같은 우주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해주러 온 먼 별의 친절한 손님들. 하지만 그 조건 없는 친절성이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그 방문의 빈도는 어쩌면 그들의 죄책감에 따르는 것이 아닐까? 트랄파마도어의 은색 연구소가 틀림없이 우리 머릿속 바이러스의 원천이겠지─

 

11

 

“너는 내 UFO를 탈 자격이 있구나!”

머리가 벗어지고 있는 앙상한 몰골의 불그스름한 사내가 말했다. 그는 얼굴빛이 좀처럼 짙어지거나 다채로워지는 경우가 없었다. 그럼에도, 오늘은 즐거워 보였고, 자기 옆에 앉은 꼬마에게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훌륭한 충고를 전해주는 데 관심이 있었다.

드와이트는 초조하게 자신의 두 발을 꼼지락거렸다. 그것은 영 아저씨의 위화감 탓이기도 했지만, 가족도 아닌 남에게 어머니의 험담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마음에 걸려 불안해진 까닭이었다. “UFO요?” 그는 영 아저씨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남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면 으레 그러하듯이 자기가 실제로 마음에 품었던 것보다 더 과장해서 표현했고, 그 결과 어머니를 뜻밖에 모욕한 셈이 되었다. 고민하고 있는 드와이트 환에게 영 아저씨가 말해주었다.

“너도 나도 사냥감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인 것 같구나.”

“사냥감이라뇨?” 드와이트는 기가 죽은 얼굴을 들었다. 영 아저씨가 어머니를 추가로 모욕하게 했다는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 세상에서는 사냥해야만 한단다.” 그는 슬픈 추임새를 곁들이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그게 법칙이야. 우리들 모두 서로에게 살아갈 양분을 지니고 있거든. 사냥감이란 게 별 게 아니다, 드와이트. 희생되는 쪽이 사냥감으로 정해지는 거야.”

영 아저씨는 엄숙한 표정으로 드와이트에게 몸을 굽혀서 그림자를 드리우며 말했다.

“재수가 없는 사람들이지. 행운─ 불운의 유무로 결정되는 거야.” 그는 표현을 고쳤다.

‘사냥당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드와이트는 이 질문과 다음의 질문 사이에서 고민했다.

“누가 사냥꾼인데요?”

“너도 알잖느냐.” 영 아저씨는 입을 비죽 내밀었다. “무전 치는 사람들. 시끄러운 사람들.”

“잘 모르겠네요.” 드와이트는 반응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냐?”

영 아저씨가 고개를 돌렸다. “아무튼 사냥꾼들은 도처에 있어.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야 해. 각자 무리를 짓고 자기들끼리 무기를 다듬으며 연습하는 거야. UFO의 법칙.”

“UFO의 법칙?”

“‘자기를 돌봐줄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탑승시켜라.’” 그는 경구를 외듯이 중얼거렸다. “단, 힘 조절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만 선별해서 말이야. 잘못해서 선장이 다치면 통째로 추락하는 거니까.”

드와이트는 영 아저씨의 이야기를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이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영 아저씨의 말 속에 쉬운 진실이 숨어있다는 말뜻이었다. 나중의 어느 순간 드와이트는 이 대화를 복기하면서, 자기 주변에서 느껴지는, 페로몬으로 덮이고 있던 불가사의한 중압갑의 정체를 비로소 깔끔하게 깨닫게 된다.

영 아저씨는 짧은 사이 몹시 피곤해진 것 같았다. 드와이트는 아까 전까지 영 아저씨가 안방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들어가서 다시 주무시는 게 어떠세요.”

“음.”

영 아저씨는 졸린 듯 끄덕끄덕했다. 하지만 눈은 말똥말똥했고, 잠이라곤 전혀 자본 적도 없는 신비한 인간의 얼굴로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현관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누웠다.

“알겠니 드와이트? 이 세상에 한 가지 법칙이 있다면, 바로 나와 같은 편과 함께여야 한다는 거야.”

드와이트는 이불을 덮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거실로 나와서 얼마쯤 서성거리다가, 심심해서 결국 소파 위에 도로 앉았다. 둘밖에 없는 집 안에 TV 소리가 다시 채워졌다.

 

12

 

드와이트 환은 +3살 남성이다. 자살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들이 드와이트를 위해서 그러한 짓을 했음은 자명하다. 불나방은 자기를 생각하고 화톳불에 몸을 던지지 않는다. 언제나 더 큰 광명이 그들의 신경 조직 내부에서 화학 물질의 멋있는 결합으로 일어난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 데서 죽는 게 더 나을 뻔했어, 악마를 이길 생각을 하다니 건방지잖아. 퉷, 퉷.

 

13

 

파티 다음 날,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러 온 건 화란 영이었다. 본인이 그러한 의식을 갖고 행동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단정한 원피스를 차려입고 나오는 길에, 정원 벤치에 앉아 있는 가족을 발견하고 똑바로 다가왔다.

“어제 있었던 일에 관해서는 사과드려요.” 그녀가 점잖게 말했다.

“놀라셨을 것 같은데. 죄송해요. 제대로 설명 한 번 못 해 드렸죠. 실은 아버지는 항상 진정제를 드셔야 해요. 신경증을 앓고 계시거든요.”

뻔뻔하다고 해도 좋을 얼굴로 화란 영은 자기를 다스리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드와이트의 아버지 환 씨는, 불안해서 눈에 띄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는 의식적으로 드와이트의 어머니에게 거슬리게 굴었다.

“약만 제때 드신다면 괜찮아요.”

“어제는 무슨 일이었습니까?”

“원래는 잘 챙겨 드시는데……. 어제 파티 날이라고, 조금 무리해서라도 기분을 내고 싶으셨던 모양이에요.”

화란 영은 머리를 숙였다. 환 씨는 엄격하게 굴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아, 그만해, 여보.”

드와이트의 어머니가 제지했다. 그걸로 화해는 성립된 셈이었다.

“아버님은 괜찮으신가요? 다시 돌아오실 때 보니 표정이 좋지 않으셔서, 걱정되던걸요.”

“사람을 좀 가라앉게 만드는 약이니까요.” 화란 영이 세상의 이치를 말하는 노인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쩔 수 없어요. 보셨다시피 아버지는 그런 약을 안 드시면, 굉장히 활동적으로 변하셔서.”

“무슨 일을 벌이게 될지 모른다는 말씀이시죠?”

뜨악한 분위기가 흘러갔다. 드와이트의 아버지는 비틀린 웃음을 발하는 드와이트의 어머니를 놀란 듯이 쳐다보았다. 그녀는 불쌍할 지경으로 전락해서 화란 영과 자기 사이에 바짝 드러누운 남편에게, 다소 경멸감 섞인 노여움을 느꼈고, 곧이어 찾아온 복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 같네요.” 그녀는 눈썹을 치키면서 미소를 곁들여 말했다. “우리 애도, 기분이 나빠지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요.”

드와이트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러나 속을 체하게 만드는, 괴상한 무전의 잡음이 가까운 데서부터 차츰 시끄럽게 지직거리는 것을 느꼈다.

 

14

 

그 아저씨는 UFO를 찾아 나왔음이 틀림없다. 새벽녘 소쩍새만 우는 시간에, 풀밭을 단거리 선수처럼 달리는 사내를 보았다. 해방감에 열광하여 감격한 듯 밤하늘을 올려보던 사내. 눈에선 눈물이 흘렀고, 사무친 듯 그러나 기쁘게 탄식했다. 필시 UFO를 찾아낸 것이리라. 아니면,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모성을 찾아낸 것만으로 그처럼 감격할 수도 있었을까.

화란 영이 그를 찾아 따라 나왔다. 그녀는 겁 많은 연인처럼 속삭이면서 그에게 달라붙었다. 사내의 얼굴은 일그러졌으며, 부끄러움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두 손을 붙잡혀 오줌 싼 혀짤배기 꼬맹이처럼 집으로 돌아갔다. 드와이트는 자기 방 창문 너머로 그 광경을 보았다.

 

15

 

머릿속에서 춤추는 그 악마는 그녀의 창조주 ♪ 신나게 피아노 치고 페달 위로 발을 구르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노래하네 ♬ 당신을 반주자로 만들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야.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이지. 파티를 제안한 건 나, 그리고 이렇게 말한 것은 당신. “딸아이가 이번 파티를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좀처럼 이런 기회가 없었거든.”

 

16

 

영이라는 사내는 그 아이를 하차시키는 것이 옳다고 떠들었다. TV에서는 아주 잘생긴 남자가 낙지 조업에 대해서 인터뷰받고 있었다. 그는 그 남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무튼지 나는 이길 수 없어.” 그의 소감이었다.

비관주의는 그날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드와이트는 그날도 창문 너머로 산책하는 영 아저씨를 보았다. 마침 잠도 안 오던 차에, 창문을 넘어보기로 했다. 영 아저씨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서로 좋아하면 그만이지. 안 그러냐?”

영 아저씨는 드와이트를 돌아보지도 않고 발소리만을 향해 말했다. 드와이트 환은 이것이 즉각 오후 내내 이어진 독백의 연속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흥미를 잃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주구장창 똑같은 취지의 중얼거림을 들었고, TV와 영 아저씨의 말 어느 한쪽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내가 아니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도움이 된다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드와이트 환은 청명한 바람을 맞으며 영 아저씨의 뒤에서 귀를 기울였다. 전번의 소쩍새가 다시 울고 있었다. 대기에서 이슬 냄새가 났다. 고개를 들어 영 아저씨가 향하는 방향을 들여다보았다. 호수 건너에 위치한 산이 비현실적인 바리케이드처럼, 새벽의 푸르스름한 반사광 속에서 오려져 있었다. 그 앞에 해자처럼 도사리고 있을 호수는 그들을 둘러싼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왜 UFO의 법칙을 포기하지 못할까?”

영 아저씨가 돌아보았다.

“응? 드와이트.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싫은 일을 해야 할 때처럼, 드와이트는 머리 한구석이 피로해지는 걸 느꼈다. 풀밭을 내려다보았다. 찌르르, 귀뚜라미가 잠에서 깨어나 우는 소리가 났다.

다시 영 아저씨를 올려보았을 때, 그는 이미 트랄파마도어 행성을 찾는 일로 돌아가 있었다.

“너도 알겠지만, 초광속 항해에는 힘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드와이트는 또다시 바보처럼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아주 조금만 방향이 빗나가도 전혀 딴판인 동네에 도착하지 ─ 방향타를 쥔 손의 잘못일 수도 있고, 선체의 무게 중심을 잘못 계산한 탓일 수도 있어. 그때마다 바로잡는 것이 선장의 역할이란다. 가끔은, 무리해서 화물을 더 싣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

드와이트의 머릿속에 점점 더 많은 귀뚜라미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불쾌함의 전조를 느꼈고, 양 볼에 닿는 냉기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둘러싼 미열의 형태를 감각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커피를 마셨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드와이트 환은 이 시간까지 깨어 있어서는 안 됐다.

“보통은 원래 있는 무게를 더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지만 말이다.”

영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드와이트 환은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드와이트, 어딜 가는 게냐?”

“몰라요.”

“가지 마.”

“아저씨 얘기만 하니까 재미없어요.”

“내가 무슨 상황인지 알고도 이럴 수가 있니? 난 하루 종일 고민하고 있다.”

드와이트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영 아저씨는 입을 비죽 내밀고 두 팔을 벌려 보이는 도중이었다. 지치고 겁먹은 듯한 두 눈은 예전에 파티에서 본 화란 영의 눈과 비슷했다.

드와이트 환은 영 아저씨가 화란 영과 스스로 외에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마음이 상해서 고약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아저씨 고민이지 내 고민은 아니잖아요.”

“드와이트!”

“아저씨 좋을 대로 하세요.”

드와이트 환은 멀어졌다.

“드와이트!”

영 아저씨는 멀리서 그를 한 번 더 소리쳐 불렀다.

그는 드와이트 건너 아름다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은빛으로 가득한 그 숲의 귀뚜라미 소리 속에서 맥없이 외쳤다.

“드와이트, 우리는 왜 항상 서로 상처 입혀야만 할까?”

드와이트는 절뚝거리면서 자기 방 창문까지 도달했다. 어떻게든 타 넘고 침대까지 무사히 돌아와, 쓰러져 잠들었다. 그는 다음 날 한나절 동안 기절해 있었다.

 

17

 

트랄파마도어인들은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리는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일 수 있다. 사실 그것 외에는 다른 치료법이 없다. 그들의 의료 기술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났고, 빨간 와이셔츠를 입은 꼬맹이에게 무료로 찾아와 시술해 줄 만큼 자비로움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절름발이이면서 절름발이이지 않을 수 있었다. 영 아저씨네 UFO의 낙오자이면서 자기 UFO의 선장일 수도 있었다. 사냥감이면서 동시에 동족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일 수도 있었다. 고마워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종족들이다. 고마워, 트랄파마도어 성인.

 

18

 

영 아저씨는 그날 노란 하와이안 셔츠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났다. 선글라스가 거의 얼굴 절반을 뒤덮은 까닭에, 화란 영이 퍼뜩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화란 영 자신이 많이 흥분해 있었다. 그래서 영 아저씨의 한껏 멋을 낸 차림도, 자신의 치장에 보조를 맞춘 것일 뿐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말았다.

그러나 화란 영 그녀는 과연 신경증 환자였다. 자신의 아버지가 평소보다 들뜬 상태라는 것을 알아채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화란 영은 눈에 띄게 초조해졌다. 해변에서 벌이는 환영 파티가 너무나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그녀 자신의 문제, 노란 하와이안 셔츠의 사내에게서 겁먹은 눈을 떼어놓을 줄 몰랐다. 영 아저씨는 그릴 주변에서 세차게 뛰어다녔다. 얼굴은 햇빛 때문에 붉었고 어쩌면 햇빛이 아니었더라도 붉게 상기되어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그의 신난 발걸음을 주목하고 있을 무렵, 마침내 영이라는 사내는 팔을 껄떡거리기 시작했고 그러다 실수로 그릴을 엎어뜨리고 말았다.

“아버지!”

화란 영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즉시 튀어나가 영 아저씨의 두 손을 붙잡고 바다로 끌고 갔다. 찬물로 사내를 식혀주면서 그녀는 작은 소리로 무어라 소곤거렸다. 화란 영의 인내심은 별로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의 불면증에서 비롯된 정제되지 못한 에너지가 점차로 세게 들끓으며 표출되기 시작했다.

“왜 그러셨어요?”

드와이트 환이 알아들은 말은 그 한 토막 정도였다. 화란 영은 몹시 성화를 냈고 영 아저씨는 반면에 쩔쩔매고 있었다. 언젠가 드와이트의 어머니가 표현했듯이, 무슨 시한폭탄을 달고 있는 것 같았다. 드와이트의 아버지 환 씨가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화란 영에게 질문을 했고, 화란 영은 부끄러워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영 아저씨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지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바닷물을 떠서 스스로 얼굴을 적신 다음, 일어나 환 씨에게 우물거렸다. 자기가 미처 빼먹고 챙기지 않은 것이 있다고 했다.

영 아저씨는 혼자 텐트로 돌아갔다. 따라가려는 영을 환 씨는 붙잡더니 얘기했다. “잠깐 기다려요.” 그러더니 환 씨는 자기 텐트로 돌아가서 그녀가 잊어버린 동종의 약을 찾아 건네주었던 것이다. “꼬마가 쓰는 약이니까, 좀 다르더래도 괜찮을 겁니다. 임시론.” 무심코 조언하는 말은 보너스. ‘이런 일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좋지 않아.’ 운운─. 환 씨의 심중에 그런 말이 채 만들어지기도 전인데, 텐트 입구에서 둘을 바라보던 영 아저씨의 낯에는 복잡한 표정이 실려 있었다. 마치 사냥꾼들의 무전을 엿들은 사냥감의 표정이었다고나 할까.

잠시 후 화란 영은 텐트로 돌아갔고, 오래 지나지 않아서 도로 나왔다. 영 아저씨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선글라스는 접어서 하와이안 셔츠 앞주머니에 꽂아 두고, 예의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움직였다. 환 씨는 해변의 시간 내내 입을 다물어 버린 화란 영을 달래고 독려하면서 보냈다. 결국 얼마 못 가서 화란 영이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지만. 그래도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헤어질 때 그녀는 마침내 웃음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렇게 돼서 정말 죄송해요. 나중에 추스르고 제대로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아무튼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선생님…….”

그날 많은 것들이 오갔다. 환 씨가 화란 영의 비밀을 직감적으로 눈치챈 예시처럼, 그것들 대다수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불안과 우려, 추적과 격리 등 다양한 의도가 담긴 무전이 서로 오가는 가운데, 누군가 다른 누군가를 ‘내 편’이라고 인식하는 프로토콜이 슬그머니 생성되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 프로토콜은 사실 무전이 통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 만들어지도록 되어 있다.

 

19

 

따뜻하고 날이 좋던 어느 날. 그날의 기억은 단편적으로 남았다.

드와이트는 자기 집 문간에 서 있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밖에는. 그녀는 모자를 찾으러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 있었다. 배웅하기 위해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어쩌면 함께 나들이를 가려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을 많이 해 봤다, 드와이트.”

그때 드와이트의 아버지는 집 뒤로 돌아가 있었다. 화란 영이 배웅을 나왔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 함께 외출하려던 것이 맞았던 모양이다. 몇 박짜리 여행이었다. 기억난다. 문간에서 세 명이 준비물을 점검하는 동안, 소식을 알고 있던 화란 영이 때맞춰 도착했고, 어머니는 모자를 찾으러 되돌아갔다. 환 씨는 화란 영과 함께 조금 걸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게 돼서 미안하구나. 나는 별로 자신이 없다.”

그날 드와이트 환은 새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불편해서 평소에 자주 입는 옷이 아니었다. 아마도 어머니가 입혔을 것이다. 드와이트의 어머니는 드와이트 환의 모양새를 신경 쓰느라 자신의 준비물은 깜빡 잊었다.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녀 자신에게는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믿어주렴. 정말로 고민은 많이 해 봤단다. 나도 나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 집 뒤에서 환 씨는 화란 영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게 행동했고, 정중했으며, 어른스러웠다. 그래서 화란 영도 평소보다 그를 더 존경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무엇이 감사했던 것일까? 그녀의 그 모든 부주의와, 태만과, 요즈음 확실히 효과를 봤던 편안한 숙면에 대해서. 화란 영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바로 정확한 힘 조절과 엄밀한 줄타기였다. 그러나 드와이트의 어머니가 정확하게 보았듯이, 화란 영은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한 사람이었다. 그만한 방치가 얼마 정도건 의도적이었다는 점에서, 또 그 점에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란 영이 가만 방치해 둘 수 없는 또 하나의 인물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안 돼, 드와이트.”

그래서 드와이트 환은 이번에도 이 트랄파마도어 요법 시술 환자와 단둘이 남게 된 것이었다. 햇빛이 쨍하는 날씨를 멍하니 맞으면서 드와이트는 자기 앞의 그림자를 올려다보았다. 영 아저씨는 머리를 마구 휘저으면서 숨을 들썽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안 돼. 내 선별 기준하고 맞지가 않아. 그냥 넘어가려고 해 봤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 영하고는…… 안 돼.”

그는 쯧쯧, 혓소리를 내면서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혓소리는 강박적으로 되풀이됐다. 드와이트 환은 쉿쉿거리는 뱀 앞에 굳어버린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면, 개구리 앞에서 붕붕거리는 파리라든가.

“그러니 내 UFO에서 화란 영을 내리고, 그 사람을 태운 다음, 멀리멀리 떠나는 수밖에 없어. 이대로 도망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구나.”

영 아저씨는 수치심에 몸을 떨면서도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려 애썼다. 드와이트 환은 그의 가상한 노력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는 머리에 쥐가 나는 것을 느꼈으며, 뒷덜미부터 출발한 경직이 온몸을 타고 돌아와 등 뒤로 미끄러지는 땀 한 방울을 통해서 작별 인사를 건네는 일련의 과정을 슬로모션으로 하나하나 체감했다. 그의 멍해진 두 눈은 이미 우주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만 타면 너와 네 엄마가 슬퍼. 전번에 내가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 그 부분이지, 응? 그러니 너희 가족 모두 내 UFO에 올라타는 거야.”

반짝이는 걸 들고 있던 영 아저씨가 드와이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모자를 챙겨 나오던 드와이트의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다.

“이런 미친 새끼.”

아버지가 그들에게 달려왔고, 어머니도 따라서 곧 쫓아 내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UFO를 타고 함께 떠났다.

 

20

 

화란 영, 이제는 우리 둘만 남게 되었으니, UFO는 어쩔 수 없게 된 거야. 우리는 결국 같은 걸 타게 된 거야. 나는 만족해. 당신은 좋은 동승객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엄마는 별로였고, 아빠도 내 UFO에 같이 타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였지만, 화란 영은 그러지 않았지. 화란 영은 춤추는 악마에 맞섰지. 망설임 없는 사냥꾼처럼, 냉철하게, 그 나이프를 빼앗아 들고……. 그러니까……. 당신은 항상 그 안에서, 마치 어렸을 적의 자상했던 내 부모님처럼, 언제나 내 곁에 남아 있어 주는 거야. 기분 좋은 페로몬을 발산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며, 이미 손목 위로 피를 넘치게 흘린 주검이 있는 집 안으로 드와이트는 들어갔고, 기분 나쁜 드와이트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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