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돌을 던지듯>

 

스바루는 뼈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으로 숨을 죽이면 부러진 뼈가 붙는 소리가 들렸다. 휠체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오래 걸을 수는 없었다. 엄마는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로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다. 간호사 누나가 걱정이 담긴 안부를 아침마다 건네지만 이런 일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무관심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늘 그랬듯이 스바루는 혼자서 몸을 씻고 환자복을 갈아입었다.

간호사들은 그런 스바루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밤 중 몰래 자신을 도운 그 간호사도.

 

너 같은 애는 처음 봐.

 

분명 일도 많을 간호사, 미코는 스바루가 앉은 벤치로 다가와 한가로이 음료수를 들이켰다. 미코가 캔을 내밀자 스바루는 손을 내저었다. 미코가 탄산이 가득한 음료를 한입에 털어 넣는다.

 

어머니랑은 화해 했어?

 

스바루는 고개를 저었다. 말 수가 없는 소년.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에서 미코는 자신이 본 것을 잊지 못한다. 메일이 왔다고 했을 때, 보였던 설레하던 눈빛.

 

그 행복을 가져왔다느니, 다 무슨 말이야?

 

소년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말하였다.

 

저도 모르겠어요.

 

미코는 맑게 갠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원래 엄마랑 그렇게 싸우니?

 

대답이 없는 소년. 미코는 자신이 괜한 걸 물은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네.

 

미코의 말을 앞질러 소년은 제 얘기를 하였다.

 

늘 싸워요.

 

왜?

 

미코는 자신의 방정 맞은 입을 때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런 대화는 상대에게 불쾌하고 무례하게 들릴 것이다. 대답하지 않아도 되. 미코는 어른스럽게 말을 하려 했다.

 

모르겠어요.

 

미코는 다리를 흔들며 스바루의 눈치를 살폈다. 이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자만스러운 생각.

 

엄마랑 무슨 일 있었니?

 

소년은 입을 열었다.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말들이 범람한다.

 

어릴 적에 아빠가 돌아가셨대요.

아주 옛날 일이라, 전 아빠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엄마는 아빠를 무척 보고 싶었나 봐요.

저 같은 건 신경도 쓰고 싶지 않을 만큼.

 

얘, 그런.

 

소년은 미동도 없이 말하였다.

 

전 그런 거 익숙해요.

 

미코는 이런 종류의 대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우울함에 관한 책을 최근에서야 펼쳐보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이 아이에게 내가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고민이 머릿속을 휘저으나 뻔한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절대 그런 거 아닐 거야.

 

한심하다. 겨우 머리를 쥐어짜 내 한 말이 이 정도 밖에 안된다. 미코는 자책하였다. 되려 자신의 말에 상처를 입은 건 아닐까. 스바루는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멍하니 어디인지도 모를 곳으로 소년은 질문을 던졌다. 아무 강물에나 던지는 조약돌처럼.

 

그렇게 생각해요?

 

소년은 던졌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동료 간호사가 멀리서 자신을 불렀고 소년에게 줄 적당한 대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내일이나 모레 즘에 좋은 대답을 줄 수 있지도 않을까. 그런 그녀의 바람과 달리 소년은 이른 시기에 퇴원 절차를 밟았다. 그의 어머니가 입원비를 내지 않은 것이다. 아직 스바루의 다리는 낫지 않았고 관리가 필요하다. 미코는 소년에게 매일 아침 건네었던 아침인사나 안부를 더 물을 수 없었다. 다리를 살펴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소식이 끊긴 채 지나가는 듯했다.

 

- '우리 마트'에서 일하던 점원이 실종되었습니다.

- 제보자는 같이 마트에서 근무하던 동료 00씨로

- 약 일주일 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 여전히 행방은 묘연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실종자 소식과 사진. 그리고 실종자의 아들. 미코는 그 길로 일하던 병원을 나와 낯선 주소로 향했다. 환자의 신상정보를 멋대로 알아내는 건 물론 불법적인 일일 것이다. 우울증에 '우'자도 모르고 어른스러운 모습도 부족한 사람일뿐더러 그럴싸한 말도 하나 못한다. 그렇지만 동생과도 같은 아이가 걱정스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부족할까. 급하게 휘갈겨 쓴 주소지를 쥐고 기도하였다. 제발 늦지 않았기를. 

어설프게 읽은 우울증 서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의 사람들이 등 뒤로 비춰지고는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미코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숨을 골랐다. 제발 늦지 않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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