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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2020.06.29 15:4506.29

개를 키우고 싶다.

 

문득 지수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애완견은 지수의 로망이었다. 조그만 단칸방에 몸을 구겨 넣고 살던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강아지만큼 간절한 소원이 없었다. 영상 매체의 발달로 각종 애완견 관련 영상이 쏟아져 나오자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강아지 영상에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고 매일 밤 잠들기 전까지 보는 것은 거의 일상 생활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없었다. 더 정확히는 키우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당장 동생들과 부모, 그리고 지수 자신이 누우면 빈 공간이 없는 좁은 집에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몇 년이 지나고 꾸준히 아르바이트 일당과 장학금을 모아 독립했을 때는 남자친구가 발목을 잡았다.

 

사회인이 된 후 처음 사귄 남자친구 ‘형태’는 개를 싫어했다. 지수가 개를 좋아하는 것만큼 혐오 수준으로 싫어했다. 언젠가 왜 강아지를 싫어하냐 물었을 때 형태는 짧고 굵게 대답했다.

 

개새끼는 말을 안 들어.

 

확실히 형태는 한번 말했을 때 알아듣지 못하는 대상을 싫어했다. 그것은 귀찮음과 우위 의식에 기반한 성격이었다. 그런 사람이 꾸준한 훈육과 가르침을 요하는 강아지를 좋아할 리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였다. 때문에 지수는 일전에 형태와 몇 번 싸운 전력이 있었다. 개들은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알려주면 된다는 주장을 내세운 지수에게 돌아온 것은 형태의 손찌검이었다. 그렇게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그 이후로도 형태와 갈라지지 않고 계속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 사실 ‘유지했다’는 말이 무색했다. 형태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직장을 정리하지도, 유서를 남기지도, 하다 못해 뭔가 단서가 될 법한 물건을 남기지도 않고 그대로 증발했다. 지수의 인생은 큰 지장이 없었다. 남자친구 없이 이십 몇 년을 살았는데 고작 몇 달의 변화로 큰 파동이 일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다시 똑 같은 일상의 변주가 시작되자 조금은 지루함을 느꼈다. 그래서 지수는 결심했다. 이번 기회에 애완견을 집에 들이기로 했다.

 

 

 

지수의 계획을 듣자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자신의 단골 펫샵을 알려주었다. 일반 펫샵에서 사는 애완견은 품종견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애완견 시장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입양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달라는 말은 덤이었다. 지수는 동료의 말이 옳다 생각했다. 자신이 찾는 것은 고급 혈통의 개가 아닌 자신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아이였다. 굳이 핏줄 운운하며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

 

경기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샵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 정보가 일체 나오지 않던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만약 차가 없었다면 오는데 꽤 고생했을 위치였다. 샵은 마치 거대한 고택(故宅) 같았다. 누군가가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들었다 거짓말을 해도 충분히 믿을 법한 모습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환한 미소를 띄며 달려왔다. 분홍색의 앞치마를 입은 채 편한 긴 팔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강아지를 관리하는 가게 주인 보다 어린이집 원장에 더 가까웠다.

 

“아이고,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전영희 고객님 소개로 오신 분 맞으시죠?”

 

“아, 안녕하세요. 홍지수 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편하게 이모님, 아주머니, 뭐 편하신 호칭으로 불러주세요. 다른 분들은 그냥 주인 아주머니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불러 주셔도 괜찮고요. 어떻게, 강아지 입양하러 오신 거 맞죠?”

 

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 하셨어요. 강아지만큼 사람에게 좋은 동물이 없다니까요? 사람과 가장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낸 동물이 바로‘개’라는 조사 결과는 이미 유명하죠? 어떤 아이가 고객님과 함께 갈 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가게에 있는 아이들은 제가 특별히, 잘 가꾸고 관리한 아이들이랍니다. 다들 얼마나 순한지 모르겠어요, 하하!”

 

활발한 성격이시구나. 지수가 문득 생각했다.

 

“물론 다들 처음 들어올 땐 말썽꾸러기들이죠. 하지만 다 가르치고 차분하게 훈육하면말 안 들을 친구가 없어요! 조금 사나운 애기들 보고 지랄견이다 뭐다 하는데, 저는 그거만큼 나쁜 별명이 없다고 생각해요. 애기들 마다 특성이 다른 거지 어디서 ‘지랄’같은 경박한 단어를 붙이고 난린지….가장 나쁜 건 사람이죠. 자기 마음에 들게 수술 시키고, 때리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버리기까지 해요, 세상에!”

 

“아아….”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어요, 다 가르치면 착해져요.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어머,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손님을 너무 오래 세워뒀네. 이제 안으로 들어가셔서 보실까요? 미리 말씀해두신 소형견 아이들을 미리 바깥 케이지에 꺼내뒀답니다!”

 

겨우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구매자보다 더 설레는 것인지 여자가 콧노래까지 부르며 문을 열었다. 예상치 못한 활기에 지수는 정신을 못 차리던 찰나였다. 그래도 음울한 얼굴로 비관적인 말을 내뱉는 것 보다 밝은 것이 훨씬 나았다. 크게 문제될 부분도 없으니 따로 지적할 것도 없었다.

 

“아, 참. 고객님은 따로 ‘개’만 보시는 거죠?”

 

“네?”

 

“어머, 제가 실수를.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확실히, 여자는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밝았다.

 

 

 

여자가 미리 바깥에 내둔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들은 하나 같이 관리가 잘 된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공 하나를 두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주인이 잘 관리를 했다고 말해도 믿을 정도였다.

 

“저기 보이는 푸들 친구는 ‘예삐’인데 고속도로에 버려져 있던 친구를 구조센터에서 데려와 여기로 보낸 거고요. 요 앞에 공 물고 있는 점박이 친구는 ‘삐삐’라고 이름을 붙여줬어요, 폐가에서 떠돌던 아가를 제가 직접 데려왔지요. 저기 보이는 말티즈 친구는….”

 

지수는 약간의 황홀경을 느꼈다. 자신이 꿈꿔온 모습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는 것이 조금은 실감나지 않았다. 심장이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이 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 아이들 너무 귀엽죠?”

 

지수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잠시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제가 지금 잠시 안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면 안쪽도 같이 구경하러 가실래요? 아니면 우리 작은 친구들 조금 더 보고 계셔도 되는데.”

 

대형견을 돌보러 가는 것 같았다. 입양은 소형견으로 할 생각이었지만 구경만 하는 것이라면 대형견도 보고 싶었다. 지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들어가라는 듯 손으로 문 안쪽을 가리켰다. 지수의 머릿속에 덩치 큰 개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개들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는 지수의 예상과 달리 여자는 지하로 내려갔다. 확실히 개가 있을 것 같은 곳은 아니었다. 빛이 점점 사라지고 희미하게 흔들리는 조명만이 가는 길을 밝혀주었다. 아래로, 점점 아래로 내려갈수록 습한 공기가 폐부에 찼다. 여자는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지수는 문득 되돌아갈까 싶었지만 파도처럼 밀려드는 호기심에 결국 끝까지 뒤를 따랐다.

 

“사실 저희가 완전히 ‘개’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고객님.”

 

지하실에 당도하고 나서야 여자가 한 말이었다.

 

“저희는 사실 일반 강아지 친구들 외에도 사람 역시 조금씩 사육하고 있답니다.”

 

“…네?”

 

“아아, 이상한 포르노 그런 건 아니니 오해는 말아 주세요. 아까 말씀 드렸던 대로 말썽꾸러기들의 성격을 착하게 바꾸는 것 뿐이니까요. 조금 속된 말로 ‘개 같은’사람들을 사람으로 바꾸는 정도? 전영희 고객님이 거기까지 말씀을 하신 줄 알았는데 안 하셨을 줄은 몰랐던 지라 ,하하.”

 

여자가 지하실의 자물쇠를 열고 들어갔다. 지수가 따라 들어갔다. 방 안에는 대형 동물이 들어갈 법한 큰 케이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추레한 꼴의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형태씨?”

 

“…지수?”

 

실종된 형태였다. 여자가 형태와 지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는 사이신가요?”

 

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 홍지수! 나 좀 꺼내줘, 응? 여기 좀 이상해, 이상한 아줌마가 갑자기 나 가두고 지랄하는데, 시발, 잘 말해서 나 좀 꺼내봐봐, 응? 우리 자기, 착하지?”

 

“…저 사람, 왜 저깄어요?”

 

여자가 방 한 구석에 걸려있던 차트판을 가져와 뒤적였다.

 

“음…. 이 친구는 일단 여자친구 분이 훈육 후 자유롭게 판매해도 된다면서 제게 넘기고 가셨네요.”

 

“…여자친구요?”

 

“네, 본인을 그렇게 소개하셨네요. 여기에는 유기된 친구들 외에도 훈육이 필요한 친구들을 전 주인들이 넘기고 갈 때가 종종 있거든요, 이 친구는 유독 말을 안 들어서 문제지만.”

 

“야, 자기야! 저 여자 말 믿지 말고 나 꺼내줘, 응? 여기서 나가면 우리 결혼하자. 내가 손찌검한 것도 미안해, 물론 자기가 말 안 들어서 그런거긴 한데 앞으로는 안 그럴게.”

 

형태가 무릎까지 꿇고 손을 싹싹 비볐다.

 

“ ‘이딴 놈이랑 잤다는 게 내 인생 최대의 수치다. 이 개새끼는 줘도 안 가질 놈이니 그냥 팔겠습니다, 판매 금액은 강아지들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쪽지 남기고 가셨네요, 여자친구 분이요.”

 

“얼만데요?”

 

여자가 부른 금액은 지수가 강아지를 데려오기 위해 모아둔 금액과 같았다. 잠시 지수가 고민된다는 듯 눈가를 찡그렸다.

 

“홍지수! 야, 너 지금 망설이냐? 너 시발, 나가면 뒤졌….아냐, 아냐. 자기야, 내가 실언했네, 여기서 그냥 내보내 줘, 그러면 나 자기가 하라는 거 다 할 게. 자기가 나 개처럼 살라고 하면 진짜 박박 길게, 응?”

 

“이 친구를 데려가시겠어요? 아직 말을 안 들어서 조금 추천드리기는 그렇긴 한데….”

 

결론은 그리 어렵게 나지 않았다.

 

“밖에 있는 아이들 중에 어떤 아이를 고를지 조금 더 고민해 볼 게요.”

 

“야!!”

 

형태가 케이지 밖으로 손을 뻗으며 허공에 주먹질을 해댔다. 당연하게도 지수에게 닿지 않았다.

 

“좋은 생각 하셨어요. 금방 올라갈 테니 먼저 가 계세요. 우리 아이들은 모두가 다 착하고 말도 잘 듣는답니다, 이 친구도 그렇게 될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야, 홍지수! 시발, 너 이거 방조죄야!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해봐, 너부터 죽일 거야! 오냐오냐 해줬더니 니가 이제는 막 나가는 구나? 야, 홍지수, 돌아와! 돌아오라고, 시발!”

 

지수는 계단을 올랐다. 벌써부터 어떤 아이를 데려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누구를 데려가든 착한 아이일 테니 큰 걱정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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