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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광고 버전

2020.04.30 02:4604.30

광고 버전

 

스마트폰이 울린다. 어, 언제 내가 최신 폰으로 바꾸었지?

일단 받아본다.

‘김동수 씨죠? 아까 면접 보셨죠? 아르바이트 하러 오실래요?’

‘네? 정말요? 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좋아서 펄쩍 뛰었다.

‘시간당 10만원 아르바이트라니. 별로 힘들지도 않은 일인데... 이런 행운이 있나!’

펄쩍펄쩍 뛰다보니 몸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나의 몸은 아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계속 솟아오르던 몸은 강의실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나 싶더니 어느새 교수연구실에 들어와 있다. 나는 경영학 교수님을 마주보고 있다.

‘자네 성적을 내가 잘못 매겼다네. 실수가 있었어. 에이 플러스로 바꾸어 주겠네.’

평소와 같지 않은 교수의 상냥한 말투에 어리둥절해졌다.

‘경영학 성적이 C였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에이를 받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행여 교수님 말이 바뀔까 봐 재빨리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인사를 마치고 교수실을 빠져 나왔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불이라도 났나? 살펴야 하는데 목도 움직여지지 않고 발도 떨어지지 않았다. 사이렌 소리는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울려댔다.

‘그만해, 그만...’

 

꿈이라는 걸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아 빌어먹을...’

술도 먹지 않았는데 머리가 띵한 것이 여느 아침과는 느낌이 달랐다. 꿈속에서 들리던 사이렌 소리와 비슷한 멜로디가 울리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찾았다. 이불을 더듬어 겨우 폰을 찾아 쥐고 실눈을 뜬 채 알람 메뉴를 찾았다. 알람은 켜져 있지도 않았고 야속하게도 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가 현관에서 울리는 벨소리라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벨은 자비없이 연신 울려 댔다. 간신히 묵직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인터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내 또래 청년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분명 많이 본 얼굴인데 누군지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누구였더라... 왜 생각이 안 나지?”

‘분명 아는 얼굴인데. 도대체 누구지?’라고 다시 생각하는 그 순간, 어디선가 나에게 속삭였다.

 

 - 누군지 궁금할 땐 000 어플. 세계 최대의 인명사전. 사돈의 8촌의 뒷집 조카까지 나옵니다. -

 

직접 귀에 대고 속삭여도 그렇게 선명한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을 터였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누군가 있을 리가 없었다. TV 쪽을 쳐다보았지만 새까만 TV는 분명히 꺼져 있었고, 핸드폰을 열어보았지만 아무런 알림도 없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팔아버린 지 오래였고, 주방에 있는 전자기기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 주방 쪽으로 가 보았다. 역시 소리를 낼만한 기기는 없었다.

‘그래, 나한테 음성을 낼만한 번듯한 기기라고는 없었지.’

‘내가 잠이 덜 깼나 보다. 얼굴도 기억이 안 나고.... 이제 헛소리까지 들리는구나.’

나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려니 포기하고 인터폰 화면에 다시 집중하기로 했다. 화면을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온 정신을 집중한 후에야 그 사람이 절친 재형이라는 것을 생각해냈다.

재빨리 문을 열어주자 재형은 막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뭐 했어? 빨리 안 열고!”

“어, 그냥... 근데 아침부터 웬일이냐?”

“아침은 무슨! 벌써 점심시간이다. 어제 VR 기기 샀다며?

“VR? 뭐? 내가 VR 기기를 샀다 그랬다고?”

나는 어제 일을 떠올려 봤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 VR. 어디 꺼 샀어? 뇌 접속형이라고 보러 오라고 그랬잖아.”

“어?”

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VR이라,,. 가상현실 그 VR 기기란 말이지?’

 

 - 최신형 VR! 흉내 낼 수 없는 생생함. SC 전자! -

 

누군가 내게 또 속삭였다.

 

“방금 뭐라고 안 했지?”

재형에게 물었다.

“VR 기기 어떤 거 샀냐구!”

“아니, 그거 말고. SC 전자 어쩌고 하는 거.”

“뭐래는 거야, SC? SC 꺼 샀어? 그 비싼 SC 전자 말야?

“아니, 그게 아니고...”

“아 뭐야... VR이나 빨리 연결해보자.”

나는 아직도 꿈인가 싶었다. 재형이 연신 보채자 하는 수없이 주위를 같이 둘러보았다.

“저기 있네!”

재형이 침대 한 쪽에 아슬아슬 걸려있는 하얀 기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정말 뇌 접속 VR 기기란 말이야?”

내가 물었다.

재형은 헬멧을 반 잘라놓은 것 같이 생긴 하얀 기기를 재빨리 낚아 채 오며 대답했다.

“그렇다니까. 이거 보고도 모르냐?”

기기를 살펴보며 재형이 말했다.

“어디 보자. 일단 색깔은 무난하고. 그런데, 돼지표? 하하, 돼지표라고? 뭔 디지털 기기 이름이 이리 촌스럽냐?”

나와 기기를 번갈아보며 재형은 연신 떠들어댔다.

“오, 그래도 비침습-침습 하이브리드네. 듣도 보도 못한 데라 AS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성비는 좋아 보이는데... 너는 어제 해봤을 거 아냐?”

‘내가 해봤던가?’ 눈을 질끈 감고 떠올려보려 했지만 여전히 생각나지 않았다.

“모르겠어, 지금 아무 생각이 안 나. 그런데 침습-비침습은 또 뭐냐?”

내가 멍하게 대답하는 동안 재형은 매뉴얼을 읽으며 대답했다.

“침습! 뇌에 칩 같은 거 박는 거. 비침습은 그냥 두피에 쓰는 거. 네가 다 가르쳐줬잖아! 아, 근데 비침습이면 아무래도 현실감이 떨어진다네... 너는 칩 넣었다고 했지?”

“아무 기억이 없다니까...”

“암튼, 나 먼저 해볼게.”

재형은 바가지 같은 기기를 머리위로 뒤집어썼다.

“보자, 어떻게 시작하는 거냐? 아무거나 눌러볼까!”

재형이 옆면의 버튼을 누르자 작은 계기판이 켜졌다. 돼지표가 아니랄까봐 버튼은 정말로 돼지코처럼 보였다. 별도의 멜로디도 없이 건조한 음성이 들렸다.

 

“가상현실 체험을 시작합니다.”

 

재형은 그제서야 조용해지나 싶더니 곧 몸을 흔들며 “와우, 와우”를 외쳐댔다.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던 나는 이 상황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다.

일어나보니 어제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오랜 친구인 건 겨우 생각해냈지만 왜 어제 일이 기억나지 않고 VR 기기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

‘기억은 왜 안 나고, 중얼거리는 소리는 도대체 뭐람. 정신을 좀 차려보자. 김동수! 정신 차려, 정신!’

나는 머리를 흔들며 집중하려 했다.

 

 - 어쩔 수 없는 회식, 숙취로 정신없을 땐, 상태2 용액! -

 

이번에도 이상한 말이 들렸다.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미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소리는 누가 말하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들리는 것도 아닌,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와, 많이 발전했네.”

재형은 연신 감탄과 아쉬움이 섞인 탄식을 질러대다가 기기를 벗으며 말했다.

“그래도 뭔가 아쉽다. 머리에 칩을 안 넣어서 그런가 봐. 조금 있다 다시 해봐야겠어.”

“머릿속에서 들려.”

내가 말했다.

“그래, 가상현실이 그렇지. 들리고 보이고 그러는 거지.”

재형이 바로 대답했다.

“아니, 그거 말고. 누가 속삭인단 말이야. 내 귀에만 들리는 거야. 머릿속에 누가 심어놓은 것처럼.”

“뭐? 뭐가 들린다고? 낮술 먹었냐?”

“아니야. 진짜야. 누가 속삭여. 무슨 광고 같아.”

“광고?”

“그래, 광고. 머리에서 누군가 자꾸 속삭여. 내가 무슨 생각만 하면 나오는 거 같아. 관련된 광고가 나오는 것 같단 말이야.”

“헐, 그런 것도 있냐? 기가 막히네.”

“왜 이렇게 된 거지... 나 생체실험이라도 당한 걸까?”

“무슨 생각만 하면 나온다고? 그럼 억지로 생각해보면 알겠네.”

“진짜 그래볼까?”

나는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설마설마했다.

“진짜 생각해볼까.. 그런데 무슨 생각하지?”

“음, 통닭? 너 통닭 좋아하잖아.”

“네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거지? 암튼, 그래. 통닭으로 해볼까?”

나는 평소 좋아하던 동네 가게 통닭을 떠올렸다. 달콤 짭짜르한 맛, 하얀 속살, 뭔가 구수하면서도 기름 찌들린 냄새...

 

“했어? 들려?”

“좀 가만 있어봐.”

재형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서로 바라보았다.

“안 들리는데...”

“뭐 그래. 그냥 환청 아냐? 아니면 무슨 규칙이라도 있는 건가 보네. 아, 그런데 말이야, 너 그거 알아? 사실 나도 가상현실 속의 인물이야. 난 재형이가 아니고,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프...로..오... 그으으. 래... 에엠.”

재형의 말투는 갈수록 딱딱해지며 기계음 같았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아 진짜? 그랬어? 아유 놀라라. 와, 놀랍다. 됐거든. 재미없다.”
“에이, 안 속네. 그래, 재미없다.”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가 아닌 말이 들린다면 실제가 아닌 게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현실과 가상도 구분 못 하게 할 만큼 뛰어난 기기는 이제껏 못 봤다. 그래봤자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그래도 머릿속에서 울리는 무언가를 생각하니, 식은땀이 다 났다. 내 생각을 캐치하는 무언가가 있고 누군가 내 머리 속을 들여다보고 있거나 머릿속에 뭔가를 심었다는 얘긴데... 내 머리에 나도 모르게 칩이 박혀 있다면? 실험실의 흰쥐가 된 느낌이 이럴까...

 

“아. 저거 계약서 아냐?”

재형이 책상 앞에서 말했다.

“무슨 계약서?”

“여기 있잖아. VR 기기 약정 계약서.”

재형은 책상 위 종이를 가져오며 소리 질렀다.

“2025년 4월 27일. 어제 맞네! 여기 너 싸인.”

나는 재형으로부터 종이를 뺏어 들었다.

“어흑, 진짜네. 내 사인이 맞는데...”

나는 새끼 강아지마냥 얕은 신음소리를 뱉었다.

재형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계약서를 같이 읽어 내려갔다.

“블랙 버전?” “근데 이건 뭐야. 블랙 버전 특약?”

재형과 나는 거의 동시에 속삭였다.

“보자. 블랙 버전. 96개월. 그리고 날짜. 싸인. 이거밖에 없네. 진짜 블랙 버전이 뭐야, 무슨 블랙리스트들이 쓰는 건가?”

“어디서 한 거야? 대체. 가게 위치도 없고 이름도 없어. 뭐 문자 온 것도 없어?”

 

핸드폰 문자와 어플, 계약서의 뒷면까지 다 확인 했지만 별다른 정보는 없었다.

 

“정말 생각 안나?”

“휴...”

나는 대답대신 한숨을 쉬었다.

‘돼지표 VR이 뭘까... 돼지표, 돼지?....돼지고기 먹고 싶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 돼지면 되지. 동물 장기 이식엔 국산 미니 복제 돼지. 돼지면 되지 -

 

“헉, 또 들렸어. 돼지 생각했더니 돼지면 되지래.”

“아까는 안 들린다더니?”

“몰라. 여러 번 생각해야 되나봐. 울어야 되, 웃어야 되?”

“아무튼. VR 기기하고 뭔 상관이 있겠지. 너 요새 인터넷 주문은 못 한댔지? 계약서까지 있겠다, 그러면 확실히 오프라인으로 샀을 거고. 게으르고 돈 없는 네가 멀리 갔을 리는 없고... 그래! 사거리에 있는 전문 매장이겠네. 거기 별의별 전자가 다 있더라.”

“맞다. 그러네! 예전에도 나 몇 번 거기 그냥 돌아본 적 있어. 얼른 가보자.”

 

재형과 나는 문을 나섰다. 이미 봄이 없어진 지 오래라 4월에도 반팔로 나가야했다. 매장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공기가 맞이했다. 안내 표지판을 먼저 살폈다. 5층까지 전부 전자기기 매장이었다.

“1층에 SC전자, KS 전자... 2층엔 해외업체 자몽, 레브롱...”

“아, 내 로망 레브롱이 2층에 있었네.”

재형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고 미소 지었다.

“잔소리 말고 빨리 찾아봐.”

“어.”

“3층에도 없고. 4층에도 없고...”

5층에는 그냥 ‘전문업체’라고만 쓰여 있었다.

“5층으로 가보자. 뭔가 있을 것 같아.”

휘황찬란한 푸른 형광의 SC 전자와 붉은 색의 KS 전자 매장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갔다.

5층에 올라가자 겨우 학생 이름표만한 간판을 달고 있는 작은 매장들이 있었다.

“돼지표는 대체 어디 박혀 있을까?”

“그냥 아무 데나 들어가 보자. 구경도 할 겸.”

재형의 말에 자연스럽게 첫 번째 가게로 들어가게 되었다. 눈에 띄는 건 수 십 개의 구닥다리 스마트폰뿐이었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재빠르게 빠져나와 다음 매장으로 들어섰다. 두 번째 가게에는 VR 기기가 있었지만 돼지표는 아니었다. 세 번째 매장에 들어서며 재형과 나는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 마냥 소리를 지를 뻔했다. 대신 눈 마주침으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세 번째 가게에는 집에서 본 것과 똑같은 기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게다가 중앙에 서 있던 직원이 나를 아는 체 했다.

“안녕하세요, 어제 오신 고객님이시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 어제 온 게 맞나요?”

“네, 고객님. 어제 오셨습니다.”

“죄송한데요, 블랙버전이랑 약정 확인 좀 다시 해봐도 될까요?”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말하려 애썼다. 그러자 옆에 앉아서 다른 손님과 상담 중이던 다른 직원이 일어서며 말했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기 상담만 끝내고 바로 봐 드리겠습니다.”

“아, 예.”

들어올 때는 몰랐지만, 그 직원은 나를 맞이하던 직원과는 옷차림이 달랐다. 정장차림에 넥타이까지 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점장쯤 되는가보았다.

한쪽 옆으로 가서 소파에 앉았다. 재형은 이미 구석에 전시된 기기로 VR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을 안 하려고 숫자를 세어 나갔다. 하나, 둘, 셋,,, 70까지 세자 정장차림의 직원이 나를 불렀다.

“이쪽으로 좀 오시죠.”

직원이 가리키는 곳은 매장 안쪽이었다. 안쪽으로 따라 들어가니, 작은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죄라도 지은 양 쭈볏쭈볏 따라 들어갔다. 작은 방엔 창문도 없는 것이 아주 오래 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저는 여기 점장이구요. 고객님, 블랙버전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블랙버전이 뭐냐구요?”

“블랙버전은 광고버전입니다. 아직, 출시 전이라, 이름도 블랙버전이구요.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일종의 베타 버전이죠. 베타 광고 버전, 아니 광고 베타 버전인가? 아무튼, 물론 완전 무료는 아니지만요... 광고를 듣는 대신 VR 기기가 99%까지 할인됩니다. 나머지 1% 가격은 96개월 할부이구요. 넉넉하죠.”

“그 광고라는 게 머릿속에서 막 말하는 거, 그거 맞아요?”

“네, 그렇습니다. 생각을 읽어서 관련 문구를 청각피질로 보내는 거지요. 저희 송삼 전자에서 오랜 연구 끝에 준비한 겁니다.”

“아, VR 기기 팔려고 그런 걸 하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녀요? 그러 제 머릿속에 칩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부작용은 없어요?”

“네. 칩 맞구요. 어차피 칩형 가상현실 기기라서 기기 사용 시 칩 삽입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약간의 기술만 추가한 것이지요. 아 그리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런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곧 좋아지실 겁니다.”

“아, 그거 땜에 어제 일이 기억이 안 나는 거였네요. 진짜 금방 돌아오는 거 맞아요?”

“연구에 의하면 초기에 0.01% 확률로 기억상실이 있을 수 있는데 100% 며칠 후에 회복되었습니다.”

나는 기억이 돌아온다는 말에는 조금 안도가 되었지만,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광고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공기가 탁해서인지 나의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또다른 칩 부작용이 있는 건지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해지는 안 돼요?”

“네. 안 되십니다.”

점장이 너무나 단호하게 말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일어섰다. 너무 답답해서 더 이상 그 방에 있을 수가 없었다.

다시 매장 쪽으로 나오니 점장과 상담하던 그 손님이 재형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재형이 뭐라고 물어봤는지 모르지만 그 손님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무뚝뚝하게 소리쳤다.

 

“100년 전통의 안경점. OO 안경!”

 

재형과 나는 눈이 똥그래져서 쳐다보았고 그 손님은 자기도 민망한지 얼른 나가버렸다.

“재형아, 저 사람이 뭐라고 한 거야?”

“안경테가 특이해서 안경 어디서 한 거냐고 물어봤더니, 갑자기 저러잖아. 무슨 광고 모델도 아니고... 하하하”

내가 뒤따라 나온 점장에게 물었다.

“저 사람 뭐예요?”

“아, 잠시만 이쪽으로...”

점장은 나를 다시 작은 문 쪽으로 데려 가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아, 저건 대화형 광고버전입니다. 관련 소재가 대화에 등장하면 자동으로 광고 문구를 소리 내어 말하게 되는 거죠. 고객님은 혼자 듣는 버전이구요. 저건 대화형이에요, 당연히 저게 더 비싸죠. 저 버전으로 하시면 VR 기기 두 대 무료에 전자기기 쿠폰까지 줘요. 고객님도 바꾸실래요? 고객님이 어제 안 하다고 하셨는데 다시 생각해보세요.”

“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만 만져댔다.

‘아이고 머리야, 그 놈의 할인이 뭐라고. 머리 아프다. 머리 아파.’

순간 또다시 광고소리가 들려왔다.

 

 -  머리가 아플 땐 OOO. 한 알로 사흘간 두통에서 해방되세요.

 

 

에필로그.

그 빌어먹을 소리들을 한 달 간 더 들은 후에야, 칩을 제거할 수 있었다. 칩을 제거하기 일주일 전에, 송삼전자에서 개인 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을 뉴스에서 들었다. 개인 정보에는 DNA 염기서열도 있었고, 많이 생각하는 단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칩을 이식하며 세포를 슬쩍 채취해서 DNA 염기서열을 읽었을 것이고, 광고 칩으로 사람들이 평소 많이 생각하던 것들도 데이터화 시켰겠지... 그 정보가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앗, 그러고 보니 혹시 며칠 전 치매 보험 들려고 했던 게 이유 없이 거절당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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